2024.09.06 현대자동차
지난 2020년 10월 스위스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최근 스위스에서 누적 주행거리 1,000만 km를 돌파했다. 올해 6월, 스위스 전역을 누비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총 48대의 누적 주행거리를 모두 더한 결과 운행 시작 3년 8개월 만에 ‘1,000만 km 돌파’라는 뜻깊은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지구 250바퀴(1바퀴에 약 4만 km)를 달린 것에 맞먹는 이번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누적 주행거리 1,000만 km 돌파의 의미를 살펴봤다.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운행하는 모델은 현지 시장에 부합하는 18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의 구동모터를 사용한다. 수소 충전량은 31kg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00km 이상 주행한다.
스위스는 트럭의 탄소 배출 규제가 엄격한 국가다. 이런 국가 정책을 추진하기에 수소 충전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무대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시야 확보에 유리한 *캡오버 스타일의 차량으로 도로 고저차가 심하고 코너가 많은 유럽 도로에 특히 유리하다. 현재 스위스에서는 현지 물류 업체 27곳이 총 48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구매 또는 임차해 식료품, 음료, 공업 섬유 등 일상 생활 및 각종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물류를 운반하고 있다. 또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약 100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판매되어 유럽 전역에 다양한 물류를 나르고 있다.
*캡오버 스타일: 엔진룸 위에 조종석이 배치된 트럭 설계로 엔진룸이 조종석 앞에 배치된 보닛형 트럭과 구분된다. 차량 앞부분 길이를 최소화하고 적재 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이런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않고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등 기존의 어떤 트럭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을 자랑한다. 게다가 산소를 포집하는 과정에서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까지 제거하는 효과를 갖췄다. 일반 디젤 대형 트럭은 1,000만 km를 운행 시 약 6,3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수령 30년 소나무 약 70만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으로 여의도 면적(290만 ㎡)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508만 ㎡의 소나무 숲을 조성하는 것과 동일하다. 만약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으로 이를 대체하면 주행 과정에서 그만큼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위스에서 운행되는 모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해 탄소중립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협회 소속 회원이자, 스위스 최대 소비자협동조합인 미그로스(MIGROS)의 동스위스 운송·물류 팀장인 다니엘 발머(Daniel Balmer)는 지난 HMG저널 인터뷰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운행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탈탄소 목표에 따라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도입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산악지대로 이뤄진 지리 조건에서도 우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짐을 가득 적재한 상태에서도 가파른 언덕 지형을 쉽게 오르며,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가파른 산길과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도 가속 성능에 부족함이 없다.”
“디젤 트럭과 비교되는 가장 큰 장점은 탄소 배출 없이 매우 조용하다는 것이다. 새벽이나 야간 배송 시 주거 지역을 운행하는데 완벽할 정도로 소음이 없고, 배기가스가 아닌 수증기를 배출한다. 또 다른 장점은 사용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8~20분(외부 탱크 온도에 따라 변동)의 빠른 충전으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
스위스에서 기록한 누적 주행거리 1,000만 km는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된다. 고객사의 운영 경험, 피드백, 수소 소비량, 연료전지 성능 등의 차량 데이터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트럭으로 상업 운행 1,000만 km를 달성한 이번 성과는 현대차가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기 기술 우수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수소전기차의 강점과 기술력을 보여준 것이다.
현대차는 다양한 수소 관련 사업을 전개해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CES에서는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선언과 HTWO Grid 솔루션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등 모든 단계의 수소 밸류체인을 연결하고자 한다.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 2024에서는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가 합작법인 HTWO 로지스틱스를 통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가 공개됐다. 이는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한 청정 물류 운송 사업 계획으로 캘리포니아 대기환경국과 에너지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북미 지역 항만 탈탄소화 사업의 일환이다.
여기서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북미 운송업체 단일 최대 규모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를 공급했다. 참고로 이곳에 전달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장거리 운행이 많은 북미 지역 특성에 맞춰 새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트럭 짐칸에 바로 화물을 싣는 카고 형태의 기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달리 차체 후미에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트랙터 트럭으로 만들어졌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적재 상태에서 72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이와 같은 탈탄소화 사업은 북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인천공항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트럭, 셔틀버스, 공항 물류용 지게차 등 160여 대에 달하는 공항 모빌리티 전반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트랙터 트럭: 별도의 짐칸 없이 차체 후미의 커플러를 통해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화물 트럭 종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이처럼 스위스, 미국, 국내 외에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UAE, 캐나다 등 11개 국가에서 그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 수소전기트럭의 판매량을 확대하고 수소 생태계 구축에 일조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북미에서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탈탄소 물류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파트너사들과 함께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나아가고, 그 성과를 전 세계로 적용할 예정이다.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기술적 의의도 마찬가지다. 탄소를 절감하고, 달리는 지역의 공기를 정화하며 물류 산업 발전을 이끈다. 청정 수소를 어디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수소 사회의 실현을 위해, 오늘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지구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