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현대자동차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에 성공한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가 스위스 루체른에 도착했다. 현대차가 스위스 수소 에너지 기업 ‘H2 Energy’와 설립한 합작법인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에 2025년까지 총 1,600대 규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공급하기로 발표한 이후 차량이 스위스에 처음으로 도착한 현장이었다.
스위스로 수출된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트럭은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소속 고객사인 7개 마트 및 물류 기업에 인도됐다. 이후 차량은 스위스 전역에 생필품, 신선식품 배송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물류 현장에 투입돼 운행을 시작했다. 작년 11월에는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친환경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선도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국제 상용차 박람회인 ‘솔루트랜스(Solutrans)’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 프로젝트가 ‘2020 올해의 트럭 혁신상(Truck Innovation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친환경 선진시장인 유럽에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실 사용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소속 회원이자, 스위스 최대 소비자협동조합인 미그로스(MIGROS)의 동스위스 운송·물류 팀장인 다니엘 발머(Daniel Balmer)와 스위스 수소 협회 회장 요그 아커만(Jörg Ackermann)을 만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운행 경험에 대해 들었다.
Q. 먼저 미그로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바란다.
미그로스는 스위스의 수소 모빌리티 협회의 창립 회원사이자 스위스의 대표적인 판매 협동조합으로, 전국에 약 600여 개의 슈퍼마켓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선진화된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적용해 대부분의 공정에 물류 자동화를 도입한 것이 우리 기업의 강점이며, 현재는 청정 스위스에 걸맞은 탈탄소 목표에 따라 복합 운송수단을 친환경 에너지 차량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그로스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물류량은 그야말로 상당한 수준이다. 신속한 배송이 필요한 신선 제품을 비롯해 일반 상품 등을 매일 8,000팔레트(Pallet)가량 운송하며, 운송 거리는 매일 1만 7,500km에 육박한다. 이처럼 많은 물류량을 소화하면서,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그로스는 운송수단에서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면, 100% 수력 발전으로 운행하고 있는 철도 운송을 확장하고, 화물 트럭은 친환경차로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비롯해 바이오 가스 트럭, 순수전기트럭 등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지난해 10월 루체른에 도착한 이후, 미그로스는 1대를 인도받아 최초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는 총 3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스위스 중부 평지부터 알프스 지역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수소전기트럭의 운행 경험을 쌓고 있다.
Q. 스위스의 도로 환경은 고도가 높은 산악 지대로 이뤄져 있다. 수소전기트럭의 실제 주행 경험은?
미그로스 화물트럭의 주행 경로는 일부 높은 언덕 지형을 넘어 고산 지대까지 이어진다. 예를 들어, 배송지 중 하나인 고사우(Gossau) 지역은 622m의 높은 고도에 눈도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고도가 1,720m에 이르는 알프스산맥 지역에도 배송을 계획하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이처럼 산악 지대로 이뤄진 지리 조건에서도 우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최고출력이 350kW(약 476마력)에 달해 짐을 가득 적재한 상태에서도 가파른 언덕 지형을 쉽게 오를 수 있다. 또, 영하의 기온을 기록하는 겨울철에도 수소전기 시스템의 성능 저하를 경험한 적이 없다. 전기차의 경우 저온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데,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성능 저하 없이 장거리를 소화하는 화물차의 주행 환경에 적합했다.
앞으로는 여름철 주행에서 성능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름철에는 화물칸의 냉동 및 냉장 성능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높은 기온이 수소전기 시스템의 발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전기모터와 배터리 성능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냉동 및 냉장 성능을 높였을 때 변화하는 수소 소비량 역시 여름철 성능 평가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Q. 기존에 주로 운행하던 디젤 엔진 트럭과 비교했을 때, 엑시언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젤 엔진 트럭과 비교되는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적이고, 매우 조용하다는 것이다. 새벽이나 야간 배송 시 주거 지역을 운행하는데 완벽할 정도로 소음이 없고, 배기가스가 아닌 수증기를 배출한다.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또 다른 장점은 사용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32kg의 수소를 충전하면 약 4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는데, 수소 충전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8~20분(외부 탱크 온도에 따라 변동) 가량의 짧은 시간 충전으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 충전시간이 디젤보다 조금 길지만 크게 문제 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차량 성능도 만족스럽다. 화물을 최대로 적재한 상태에서도 높은 토크를 발휘하며, 심지어 트레일러를 연결한 채로 가파른 산길과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도 가속 성능에 부족함이 없다.
Q. 미그로스에서 동시에 도입한 친환경 운송수단인 바이오가스 트럭이나 순수전기 트럭과 비교했을 때, 수소전기트럭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수소전기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충전 시간이다. 충전 시간이 짧기 때문에 24시간 제약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동스위스 지역 운행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수소, 바이오가스, 순수전기 각 기술마다의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미그로스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친환경 운송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테면, 도시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의 운송은 순수전기트럭이 유용하고, 바이오가스 트럭과 수소전기트럭은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으므로 산악 지역 및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다.
Q. 스위스 내 수소충전소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가. 부족함이 있다면 어떻게 충전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가?
현재 스위스 내 7곳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돼 있다. 물론 충분한 상황은 아니지만, 수소전기트럭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기 때문에 아직까지 충전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차량 대수와 충전소 위치, 수소 생산량 등을 고려해 차량의 이동 시간 및 경로를 정하는 등 차량 운행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차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수소전기트럭의 도입기인만큼 모든 운송사가 탄력적인 차량 운영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수소충전소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미그로스도 스위스 내 수소전기트럭의 운행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협회 회원사와 함께 다방면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미그로스가 세계 최초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물류 현장에 도입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현장에서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기사들이 엑시언트의 주행 특성, 성능, 그리고 정숙함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이를 계기로 수소 기술의 발전 및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수소차 기술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를 향한 수소 생태계가 하루빨리 구축되길 희망한다.
Q.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유통사이자 에너지 기업인 쿱(Coop)에서 시작됐다. 쿱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유통사로서 환경 오염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특히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까지 사내 탈탄소화를 목표로 세우고, 교통·물류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수소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순환(closed hydrological cycle) 에너지를 활용한 소형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위스 기업인 에소로(ESORO)사가 진행했던 수소전기트럭 프로토타입 개발에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의 활동이 그 예다. 이후 본격적인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스위스의 주요 에너지 및 운송 기업과 함께 수소 모빌리티 협회를 설립했다. 쿱을 비롯한 총 7개의 기업이 최초로 협회를 설립했으며, 전국 수소충전소 네트워크 확장을 목적으로 14개 기업이 추가로 협회에 가입해 현재는 총 21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Q. 협회의 설립 목적은 무엇이며, 현재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나?
협회의 설립 목적은 스위스 내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이며, 이를 통해 스위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또,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수소전기차량의 보급을 장려하고, 수소 에너지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회원사들은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미 엑시언트를 도입한 회원사들은 수소전기트럭의 친환경성 뿐만 아니라 성능에 강점이 있음을 직접 경험하고 추가 도입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편 스위스는 비교적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자체 자동차 산업이 없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다. 회원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수소 에너지 사용을 늘린다면, 머지않아 수소 사회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Q. 스위스 정부에서는 친환경 화물 운송수단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나?
스위스는에서는 친환경차 도로 세금 면제와 같은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장려한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총 중량 3.5톤 이상의 화물차에는 도로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수소전기트럭과 같은 친환경 상용 차량의 경우 도로세가 면제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Q. 스위스 전역에서 운행중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현황이 궁금하다.
현재 스위스 전역에서 총 46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운행되고 있다. 이들 차량의 총 주행거리는 현재까지 약 75만 km를 넘는다.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하루 운행 경로가 650km에 달한다.
Q. 현재 유럽의 수소충전소는 얼마나 구축되었나?
유럽의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현황을 제공하는 H2.LIVE(https://h2.live/en)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선 총 145개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이며 향후 44개의 수소충전소가 추가로 구축될 예정이다. 앞으로 유럽에 약 200개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된다면 상용차 뿐 만 아니라 승용차 운전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소 충전 인프라가 완성될 것이다.
Q. 향후 스위스 내 수소전기트럭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스위스는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높은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법률을 제정했다. 아울러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을 점차 대체하면서 자동차 산업 또한 큰 변화를 맞이했다. 대규모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회원사는 이러한 변화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회원사들은 미래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운송수단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있으며, 특히 수소전기트럭은 충전이 빠르고 배출가스도 전혀 없기 때문에 회원사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
운송수단 가운데 가장 큰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회원사들은 단순히 수소전기트럭의 도입에만 머무르지 않고 향후 큰 잠재력을 지닌 수소 에너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으며,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뛰어난 저장성이다. 이는 곧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많은 유통 기업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도입함으로써 효용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올해 여름 운송마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