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9 현대자동차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아이콘인 포니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최근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전시를 시작한 ‘포니의 시간(PONY, the timeless)’이 또 한번 포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포니의 탄생 과정을 비롯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전시 현장에는 과거의 포니를 추억하는 기성세대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다양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물론 인기의 비결은 주인공인 ‘포니’였다. 화려한 행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 없이도 포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차’라는 타이틀 하나로도 포니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만, 포니는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이자 대한민국의 마이카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지녔다. 현대차의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인 ‘현대 리유니온’이 포니 쿠페를 주제로 선정한 것에 이어 이번 포니의 시간 전시가 기획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포니라는 존재에는 현대차의 역사는 물론 우리들의 추억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포니의 첫 출시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 독자 자동차 모델을 갖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굳건한 의지 아래, 1975년 현대차는 마침내 ‘포니(PONY)’를 선보였다. 과거 선진 업체로부터 기술 협력을 받은 현대차는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가 탄생했다.
포니의 디자인은 자동차 전문 디자인 회사인 ‘이탈디자인(Italdesign)’에서 도맡았다. 이탈디자인의 대표이자 20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는 4종의 스타일 스케치를 완성했고, 현대차는 품평을 거쳐 포니의 최종 디자인을 확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 카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컴팩트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완성된 포니는 한국 최초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고유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포니는 4도어 패스트백 스타일의 기본 모델 포니 이외에도 포니 픽업, 포니 왜건, 포니 3도어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이 출시되었다. 기본 모델 포니는 온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실용적인 차체 구성에 두 가지 가솔린 엔진이 준비된 후륜구동 모델이었다. 포니는 출시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국내 마이카 시대를 열었으며, 부품의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려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1976년 선보인 포니 픽업은 당시의 산업 수요를 적극 반영해 경제성을 극대화한 모델이었다. 뒷좌석 공간 자리에 화물 적재 공간을 마련해 소형 화물차로 탈바꿈한 모델이었다. 뛰어난 실용성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포니 픽업은 포니 특유의 우수한 주행 성능과 내구성 등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77년 출시된 포니 왜건은 탁월한 공간 활용성으로 지금의 SUV 역할을 수행하던 모델이다. 기존 포니의 승객실 공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트렁크 공간만 크게 확장한 덕분에 자동차 여행용이나 레저용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1980년에는 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 자동차 시대를 맞아 포니 3도어가 첫 선을 보였다. 포니 3도어는 긴 프런트 도어와 크게 열리는 해치 게이트 구성으로 매끈한 스타일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었다. 참고로 포니 3도어가 출시되던 1980년 포니는 오너 드라이버 시대에 맞춰 3단 자동변속기를 추가해 주행 편의성을 크게 강화했다.
포니의 후속 모델인 포니2는 1982년 데뷔했다. 포니가 국내 승용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새로운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현대차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한 포니2를 시장에 선보였다. 포니2는 캐나다에 수출되어 국산차 최초로 북미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아울러 1984년에는 캐나다 수출 사양인 5마일 범퍼*를 장착한 CX 트림을 국내에 시판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현대차는 포니2의 파생 모델로 포니2 픽업도 선보였다. 포니2 픽업은 B필러 환기구, 가변형 적재함 덮개를 적용하는 등 상품성을 개선해 기존 포니 픽업 모델의 인기를 이어갔다.
5마일 범퍼* : 시속 5마일의 속도로 충돌시험을 했을 때 안전과 관련된 부품 기능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강성 및 충격흡수 기능을 확보한 범퍼
1985년 현대차는 포니의 차명을 계승한 포니 엑셀을 선보였다. 포니 엑셀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 수출을 목표로 추진한 ‘X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포니 엑셀의 대표적인 차별점은 구동 방식이다. 포니 엑셀은 국내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로, 주행 안정성과 연료 효율을 개선하고 5도어 해치백 스타일로 실용성도 챙겼다. 포니 엑셀은 판매 시장마다 차명이 달랐는데, 유럽 시장에서는 ‘포니’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해 포니의 명맥을 이었다.
포니의 유니크한 스타일링이 가장 잘 표현된 모델로는 지난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포니 쿠페 콘셉트(Pony Coupe Concept)가 있다. 얼마 전 현대차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인 ‘현대 리유니온’ 행사 현장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재탄생해 다시 한번 포니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차가 야심 차게 기획한 쿠페 모델이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차체는 날렵한 쐐기 형상으로 역동적인 쿠페 특징을 한껏 강조했다. 원형 헤드램프와 예리한 패스트백, 그리고 기하학적인 선들의 조화로 메워진 포니 쿠페 콘셉트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런 포니의 헤리티지는 2019년 공개된 ‘EV 콘셉트 45’로 이어진다. 차명의 숫자는 포니가 최초로 선보인 1974년 이래로 45년간 이어진 헤리티지를 의미하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현대차의 비전을 담아 차세대 전동화 모델의 기틀을 마련했다. 1970년대 항공기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EV 콘셉트 45의 스타일링은 혁신적인 현대차 디자인의 단면을 보여줬다. 직선을 강조한 실루엣과 정육면체 조형을 활용한 키넥티 큐브 램프 그리고 포니 쿠페 콘셉트의 에어벤트를 묘사한 C필러 디테일까지,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완성된 EV 콘셉트 45는 차기 양산 예정인 전동화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EV 콘셉트 45는 현대차그룹의 첫 전동화 플랫폼인 E-GMP를 통해 현대차 브랜드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물인 아이오닉 5가 첫선을 보였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라인업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차인 아이오닉 5의 데뷔는 그야말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과거 포니에서 영감을 얻은 스타일링과 800V 고전압 시스템, V2L 등의 전동화 신기술의 조화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신예로 떠올랐다.
포니에서 비롯된 영감은 비로소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인 N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N 브랜드 최초의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N 비전 74는 배터리 전기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고성능을 구현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신기술의 조합으로 N 브랜드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포니 쿠페 콘셉트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현대차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계승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포니는 현대차 역사에 있어서도 각별한 존재다. 최근 현대차는 ‘현대 리유니온’을 통해 포니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현대자동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의 방향성을 소개하는 현대 리유니온의 첫 번째 행사에서 잊혀졌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해 선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포니 쿠페 콘셉트의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거의 포니 쿠페를 디자인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다시 한번 손을 잡았으며, 당시 설계 도면과 제작 방식을 기반으로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 리유니온 행사 현장에는 포니 쿠페 콘셉트를 함께 복원한 주지아로 부자(父子)와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을 비롯해 포니 콘셉트 개발에 기여한 여러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자리를 빛냈다. 또한 당시의 포니 쿠페 개발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향후 현대차의 혁신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의미를 더했다.
한편 포니의 여정은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포니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개최된 포니의 시간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의 개발 과정과 역사,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 등 포니가 남긴 다양한 유산과 추억거리를 시간 순서대로 소개한다. 포니의 시간은 전시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5,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향수를 자극하는 전시물과 뉴트로 문화에 주목하는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포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포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선사했던 ‘우리 가족 첫차’였으며, 독자 모델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현대차에겐 열정의 집약체였다. 이젠 도로를 달리는 포니보다 말끔히 복원된 모습으로 주차장을 지키고 있는 포니가 더 많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니의 존재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영감의 근원이자 추억의 매개체로 기능하는 포니에게 더 이상 은퇴란 없다. 여전히 건재한 포니의 매력을 ‘포니의 시간’ 전시에서 발견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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