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 환경에서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생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이하 HMGICS)’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HMGICS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다양한 혁신 기술을 연구하고 빠르게 제조 기술에 접목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이번 편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연구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기술을 HMGICS의 제조 시스템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 공정은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왔다. 자동차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한정된 자원과 시간 안에 차량을 대량 생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동차 공장은 단순히 생산성만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다양해진 모빌리티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술과 지능적인 생산 시스템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HMGICS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는 공장 전반의 공정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HMGICS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실시간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AI다.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고,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이 사람의 신체와 같다면, 작업 상황을 판단하고 로봇을 명령하는 두뇌의 역할은 AI 기술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AI란 시스템이 인간과 같이 생각하며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컴퓨터 과학 기술이다.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나 언어 번역 앱 등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AI 기술을 통해 구현된 다양한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이런 AI 기술은 제조 산업에도 빠르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생산 계획을 최적화하고, 로봇을 제어하며,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AI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스마트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의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AI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자동화 공정에 필요한 로봇을 제어하고, 차량의 품질 유지를 위한 비전 AI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등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필수적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HMGICS에서 AI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이다. HMGICS는 자동차 부품이 입고돼 생산 셀로 이송하기까지 모든 물류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물류 통합제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 중이다.
그럼 자동 물류 시스템은 어떻게 AI 기술 기반으로 운영될까? 먼저, 부품을 싣고 온 트럭이 1층 하역장에 도착하면서부터 AI의 활약이 시작된다. 트럭에 실려 온 화물이 자동 물류 시스템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내리면, 입구에서 로봇 암이 이 화물을 맞이한다. 로봇 암이 끈과 박스 등의 포장을 자동으로 해체하면, 박스 안에 담긴 부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AI 기술은 부품의 크기를 판단한다. 부품의 크기별로 저장 위치를 달리 분류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스캐닝을 마친 후 부피가 큰 부품은 대물 창고로, 부피가 작은 부품은 중물 창고로 이동한다.
다음 과정은 조금 더 섬세한 분류 작업이다. 차량은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부품의 수량이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 세밀한 분류 작업은 필수다. AI 기술은 공장 전체의 차량 주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연계돼 차량이 생산 셀에 투입되는 순서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분류하고, 이를 세트 박스 랙에 차곡차곡 적재한다.
부품이 워낙 많은 까닭에 물류 라인의 크기와 처리하는 물류량 역시 적지 않다. 이와 같이 거대한 물류 공정이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정교하게 설계된 AI 알고리즘 덕분이다.
부품이 본격적으로 생산 셀로 이동해 차량의 조립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AI의 활약이 이어진다. 각 셀은 생산하는 차종과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도 때마다 달라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HMGICS는 AI 기술을 활용해 셀별로 필요한 부품을 미리 파악한다. 이후 세트 박스 랙에 적재된 부품이 해당 셀에 이송될 수 있도록 AI는 부품 이송 모바일 로봇인 AMR(Autonomous Mobile Robot)의 이동 경로를 설정한다. 이 밖에도, AI는 특정 부품의 공급 및 수요 상황, 현재의 부품 소진 상태, 그리고 미래의 생산 계획 등 여러 요소를 분석해 필요한 부품을 자동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HMGICS에 AI 기술이 적용된 또 다른 사례는 바로 품질 검사를 담당하는 로봇이다. HMGICS에서는 생산 셀을 바쁘게 오가는 노란색 ‘AI 키퍼(AI Keeper)’를 만나볼 수 있다. AI 키퍼는 익히 알려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에 AI 기술을 접목한 결과물로 ‘조립 품질 검사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사람의 수작업이 필요한 생산 셀에서 작업자와 호흡을 맞추며 차량의 조립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또, 작업자가 여러 부품을 차량에 조립하면 AI 키퍼가 차량에 스스로 다가가 조립 부위를 촬영하고, 이를 비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조립 품질을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AI 키퍼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비좁은 공간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부위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목에 장착한 카메라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AI 키퍼는 촬영한 정보를 딥러닝 검사 시스템으로 보내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촬영 환경에도 빠르고 정확하게 품질을 검사할 수 있다. 이는 HMGICS에서 생산하는 모빌리티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HMGICS는 작업자의 안전 분야에도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HMGICS는 공정별로 다양한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데,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작업 환경에서는 작업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HMGICS의 생산 공정에는 파워트레인 및 서스펜션 등을 조립하는 자동화 셀이 있는데, 자동화 셀에서는 이처럼 무거운 중량의 부품을 차체와 체결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한다. 따라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 설비 점검 등의 이유로 작업자가 셀에 진입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예외의 상황이 발생해도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HMGICS는 자동화 셀에 CCTV를 설치했다.
‘AI 안전 카메라’라고 불리는 이 CCTV는 단순히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영상을 녹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을 통해 작업자의 존재를 감지하기 위해 활용된다. 작업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하는 비결은 AI 알고리즘이다. 만약 작업 중인 셀 내로 작업자가 진입하면, AI 안전 카메라는 사람을 인식해 즉시 경고 플래그를 발동하고 로봇의 작동을 멈춘다. 심지어 작업자가 설비의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자동 셀로 진입하거나, 장애물 감지 센서의 사각지대로 진입한 경우에도 AI 안전 카메라는 작업자의 존재 여부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
HMGICS가 연구하고 적용 중인 AI 기술은 개발 과정에서부터 차별화된다. HMGICS AIR 센터(AI Research Center)에서 연구원들은 자체 역량으로 AI를 개발하고 내재화하고 있다. AI 연구원들은 모빌리티 생산 과정에서 AI 기술의 적용이 필요한 부분을 찾고, 필요한 AI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한다. HMGICS의 장점은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즉시 실제 공정에 적용해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빠르게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기존의 연구실과는 다른 점이다. 개발한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결과물을 낳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구개발 조직과 생산 조직이 합쳐진 새로운 개념의 실험실에서 협업의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이는 HMGICS의 혁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개발 환경도 HMGICS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HMGICS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운영 및 개선, 나아가 시뮬레이션 등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차량의 생산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표준화된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AI 연구원들은 누구에게나 공유된 표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AI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실제 공정에 적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개발과 테스트가 동시에 가능한 제조 환경에서 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정의 생산성을 높이고, 나아가 차량의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사람과 AI가 조화를 이루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 팩토리를 똑똑하게 운영하는 HMGICS의 AI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 과제이자 AI 기술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이터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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