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주행 성능, 안전성, 편의성’이라는 3가지 요소를 고루 갖춰야 비로소 안락한 이동수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그중 주행 성능과 편의성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나뉠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성은 차급이나 차종에 상관없이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항목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신차 안전도 평가 결과를 통해 우수한 안전성을 검증 받은 신차는 ‘안전한 차’로 주목받기 마련이다.
지난 2월 미국의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이하 IIHS)가 발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21개 차종(TSP+ 11종, TSP 10종)이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해 눈길을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1959년 설립 이후 매년 미국에 출시된 신차의 충돌 안전성과 전방 충돌 방지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IIHS의 충돌 테스트 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신차의 안전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IIHS의 충돌 테스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했다. 과거에는 외부 충돌 시 탑승자를 보호하는 안전벨트, 에어백, 차체의 찌그러짐 정도를 평가하는 데 주력했으나, 최근에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전방 충돌 방지 기술도 꼼꼼히 평가하고 있다. IIHS의 충돌 테스트에 헤드램프의 성능, 자동 긴급 제동(Automatic Emergency Brake, 이하 AEB), 전방 충돌 경고(Forward Collison Warning, 이하 FCW) 기능 등이 포함된 이유다. IIHS는 기존의 충돌 테스트 결과와 함께 새롭게 마련한 전방 충돌 방지 기술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은 차종에 한해 최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와 우수 등급 TSP(Top Safety Pick)를 부여한다.
이번에 살펴볼 IIHS의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는 지난 2013년 신설된 항목으로, 전방에 다른 차를 가정한 모형을 세워놓고 테스트 대상인 주행 차의 FCW 및 AEB 기능을 측정한다. IIHS와 여러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FCW와 AEB 기능이 적용된 차는 두 기능이 없는 차보다 전방 충돌 사고 확률이 절반가량 낮고, FCW만 갖춰도 사고 확률을 27% 포인트나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는 AEB를 갖출 경우 보행자 사고를 25~27% 포인트 줄여주고, 보행자의 부상 발생률도 29~30% 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IIHS의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에 보행자 인식 테스트가 추가된 배경이다.
IIHS의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는 차 대 차 조건, 차 대 보행자 조건으로 나뉜다. 우선 차 대 차 테스트의 경우 전방에 모형 차량이 서 있는 상황에서 주행 차의 속도(20km/h, 40km/h)에 따른 AEB의 충돌 속도 및 감속 능력을 평가하고, 모형 차량의 상태(정지, 32km/h 주행, 72km/h 주행 중 감속)에 따라 주행 차(72km/h)의 FCW가 충돌 2.5초 이전에 경고음을 울리는지 평가한다. 모든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총점 5점 이상을 받을 경우 우수(Superior) 등급을 획득할 수 있다.
차 대 보행자를 가정한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는 실제 사람의 형상을 갖춘 더미를 사용한다. 테스트 조건은 차도를 횡단하는 성인 보행자, 길가에 주차된 차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동 보행자, 차로 내에서 앞을 향해 서 있는 성인 보행자 등으로 나뉜다. 차도를 가로지르는 성인 및 아동 보행자 테스트의 경우 주행 차의 속도를 2단계(20km/h, 40km/h)로 구분해 AEB의 성능을 평가하고, 차로 내에서 앞을 향해 서 있는 성인 보행자 테스트는 주행 차의 속도를 높여서(40km/h, 60km/h) AEB의 성능 및 FCW의 경고 시점(60km/h 조건 한정)을 면밀히 평가한다. 다만 차 대 차 테스트와 달리 보행자와 충돌하기까지 최소 2.1초 전에 FCW가 위험을 경고해야 1점을 획득할 수 있다. 이 테스트 역시 총점이 5점 이상이면 우수(Superior) 등급을 부여한다.
최근 IIHS의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주역은 현대차그룹의 모델들이다. 지난 2월 24일 IIHS가 발표한 테스트 결과에서 현대자동차 8종, 기아 8종, 제네시스 5종 등 총 21종의 신차가 우수 안전도를 뜻하는 TSP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 특히 제네시스는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모델이 최고 등급인 TSP+를 획득했다. 이는 기본적인 충돌 안전 설계뿐만 아니라 헤드램프의 성능과 전방 충돌방지 보조(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 이하 FCA)의 완성도를 높인 덕분이다.
TSP 이상의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선 운전석 스몰 오버랩, 조수석 스몰 오버랩, 전면 충돌, 측면 충돌, 지붕 강성, 시트 및 헤드레스트 등 6개 충돌 안전 항목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차 대 차, 차 대 보행자)에서 ‘좋음(Advanced)’ 등급을 받고, 헤드램프 테스트는 ‘양호(Acceptable)’를 획득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안전도가 우수한 차로 인정받는 것이다.
TSP 등급 이상을 획득한 현대차그룹의 21종 모델은 전부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차 대 차)에서 우수(Superior) 등급을 획득했으며, 차 대 보행자 테스트에서는 전 차종이 좋음(Advanced) 또는 우수(Superior) 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뛰어난 FCA 성능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끈 것이다. 전방 충돌 방지 테스트에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 브랜드 대표 차종인 현대차 투싼, 기아 카니발, 제네시스 G80에 적용된 FCA의 사양과 테스트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투싼과 카니발은 차량, 보행자 및 자전거 탑승자 인식 FCA가 기본 적용되며, 교차로 대향차까지 인식할 수 있는 사양도 추가로 적용할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차 대 차 테스트, 차 대 보행자 테스트에서 충돌을 회피하거나 주행 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춰 우수(Superior) 등급을 획득했다.
G80는 차량,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 및 교차로 대향차 인식 FCA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G80의 경우에도 모든 테스트에서 우수(Superior) 등급을 획득했다. 이렇듯 현대차그룹 모델에 적용된 FCA는 모두 사고를 적극적으로 줄여주고 보행자의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FCA 기술은 자동차의 신호, 전방 카메라 및 전방 레이더와 같은 여러 센서가 인식하는 정보를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모듈을 통해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피해를 줄여준다. 이러한 구성을 기반으로 FCA의 기능은 전방의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 교차로 대향차를 감지하고, 나아가 교차 차량, 전방 차 추월 시 마주칠 수 있는 대향차와 후측방의 위험까지 감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최신 모델인 제네시스 G90의 FCA를 통해 다음과 같이 기능에 따라 구분해봤다.
우선 G90의 기본적인 FCA는 전방에서 주행하거나 멈춰 있는 차, 보행자 및 자전거 탑승자를 감지하고 충돌 위험이 있을 때 경고음, 계기판, 운전대 진동을 통해 위험을 알리고 스스로 제동해 사고를 방지 또는 충돌에 따른 피해를 낮춰준다. 또한, 고속 주행 중에는 전방의 차뿐만 아니라 좌우 차로의 다른 차를 인식하고 있다가 전방 차와 충돌 위험이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차로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더 빠른 시점에 제동함으로써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FCA는 이동 중인 차를 대상으로 10~200km/h의 폭 넓은 구간에서 작동하고, 주변 주행 상황을 감지해 2차례(1차 10~200km/h 구간, 2차 10~130km/h 구간)에 걸쳐 제동해 위험을 최소화한다. 보행자 및 자전거 탑승자를 대상으로는 10~85km/h의 범위에서 위험을 감지해 경고한 뒤 10~65km/h 구간에서 2차례의 제동으로 사고 발생률을 낮춰준다.
교통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바로 교차로다. 신호 체계를 무시한 다른 차와의 충돌 위험이 크고,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교차로에서 다른 차를 감지해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기술을 FCA에 적용했다. 크게 2가지로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 인접 차로에서 마주오는 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해주는 FCA-JT, 교차로에서 직진 시 좌우에서 다가오는 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해주는 FCA-JC다.
FCA-JT는 주행 차가 방향지시등을 켜고 10~30km/h로 좌회전할 때, 인접 차로에서 마주오는 차의 속도가 30~70km/h인 구간에서 작동한다. 전방 카메라와 전방 레이더를 통해 마주오는 차를 인식하고 스스로 제동해 위험을 줄여주는 원리다. FCA-JC는 주행 차가 10~55km/h의 속도로 교차로를 통과해 직진할 때 전방 카메라 및 전방 레이더에 더해 전측방 레이더를 함께 활용한다. 이때 좌우에서 10~60km/h(경고), 10~40km/h(제동)의 속도로 다가오는 차를 인식하면 충돌 위험을 경고하고 제동을 통해 사고 위험을 최소화한다.
현대차그룹의 최신 기술이 담긴 G90의 FCA는 여기서 나아가 위험을 감지하면 스스로 조향해 사고를 방지하는 능력도 갖췄다. FCA-LO는 주행 차의 속도가 40~145km/h일 때 작동하며 차로 변경 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는 차 또는 앞차를 왼쪽으로 추월할 때 마주오는 차를 빠르게 감지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어주는 기술이다. 그 상황에서 조향 제어로 인해 다른 차 또는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와 2차 충돌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회피 조향을 수행하지 않고 경고만으로 위험을 알린다.
또 다른 FCA 조향 기능은 측방 접근차 대응 기능인 FCA-LS 및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기능인 BCA(주행-제어)다. 해당 기능은 주행 차의 속도가 40~145km/h일 때 작동하며 전방 카메라 및 전방 레이더, 전측방 레이더, 후측방 레이더를 모두 활용해 운전자가 측방의 사각지대에 있던 차를 인식하지 못 하고 차로 변경을 시도하거나, 왼쪽 차로로 변경하려고 할 때 전방 차가 급감속하는 상황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어준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2차 충돌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회피 조향을 수행하지 않고 경고로 위험을 알린다.
마지막 FCA 조향 기능은 전방의 다른 차,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와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제동하는 상황을 넘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조향에 도움을 주는 FCA w/ ESA 기술이다. FCA w/ ESA가 작동하는 상황은 2가지로 나뉜다. 운전자 회피 조향 보조 기능은 주행 차의 속도가 40~85km/h일 때 작동하며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을 인식하고 운전대를 꺾을 때 좀 더 빠르고 부드럽게 조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동 회피 조향 보조 기능은 주행 차의 속도가 65~75km/h일 때 작동하며 차로 가장자리를 따라 가고 있는 보행자 또는 자전거 탑승자와의 충돌 위험이 있을 때 경고한 뒤 주행 차로 안에서 회피 가능한 공간이 있으면 자동으로 회피 조향을 돕는 상황이다.
※ 적용 사양 및 양산 시점에 따라 적용된 센서 및 작동 사양이 상이할 수 있음.
현대차그룹은 사고 예방 차원에서 더 많은 이들의 안전을 위해 차급을 가리지 않고 FCA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과 레이 등 국내에 판매 중인 엔트리 모델에 FCA를 제공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FCA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센서(전방 카메라, 전방 레이더 등)와 FCA 작동 로직을 차종에 맞춰 개발하고 있으며, IIHS의 TSP+, TSP 등급을 달성하기 위해 실제 충돌 테스트와 동등한 조건의 시험 환경을 조성해 면밀히 평가하고 있다.
모든 이의 안전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소개한 여러가지 주행 상황에서 작동하는 첨단 FCA 기술은 미국 IIHS나 유럽 신차 안전도 테스트(EURO NCAP, The 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의 평가 항목이 아님에도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 조건을 고려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들이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첨단 안전 기술은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게 지켜줄 뿐 아니라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향한 뜻 깊은 발걸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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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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