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인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에서 실시한 차량의 안전도 평가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고 안전 등급인 Top Safety Pick+(이하 TSP+)와 Top Safety Pick(이하 TSP)을 가장 많이 획득한 제조사가 되었다.
IIHS의 차량 안전도 평가는 충돌안전성(Crashworthiness)과 충돌 예방 및 완화(Crash avoidance & mitigation) 분야로 나뉜다. 충돌안전성 분야는 운전석 스몰 오버랩 / 동승석 스몰 오버랩 / 옵셋 충돌(차량 전면 40% 변형벽에 충돌) / 측면 충돌 / 지붕 강성 / 머리지지대 및 시트 항목으로 구성되며, 충돌 예방 및 완화 분야는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 테스트와 전조등 항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TSP를 획득하려면 충돌안전성 분야 6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받아야 하며 전방 충돌방지 시스템 테스트에서 ‘우수(advanced)’ 이상의 등급을, 전조등 평가에서 ‘양호(acceptable)’ 이상의 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TSP+ 등급은 위 조건에 더해 전조등 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헤드램프가 전 트림 기본 사양일 때 부여된다.
에어백 시스템은 IIHS의 차량 안전도 평가 중 충돌안전성 분야 6개 항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충돌 안전 성능 부문 평가의 향방을 가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탑승자 안전 기술의 역사와 에어백의 진화에는 큰 연관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 일반적으로 운전석과 동승석에만 장착되던 에어백은 이제 좌석 옆쪽은 물론, 탑승자와 탑승자 사이(센터 사이드 에어백)까지 그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같은 첨단 에어백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대표적인 제조사 중 하나다.
2000년대 후반, 자동차 제조사들을 비상 상황으로 몰아넣은 IIHS의 스몰 오버랩 테스트 시행 이슈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여러 테스트와 다양한 해석으로 대응했다. 차체의 견고한 안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운전자 / 동승석 에어백의 보호 영역을 확대시켰으며, 커튼 에어백의 볼륨 증대를 통한 보호 영역 확대로 최악의 사고 상황에서도 탑승자의 머리와 가슴이 정면 에어백에 안전하게 밀착할 수 있도록 구성해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 대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의 자동차는 차종에 따라 6개에서 약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한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G90를 비롯한 대부분의 라인업이 10개의 에어백을 탑재하고 있다. 운전석 에어백과 동승석 에어백, 1열 좌우 사이드 에어백, 좌우 커튼 에어백 등 6개의 기본 구성에 2열 사이드 에어백과 무릎 에어백 및 센터 사이드 에어백 등을 더해 총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한다. 실제 무릎 에어백은 대시보드 하단에 장착되어 사고 발생 시 무릎 부위의 상해를 방지한다. 또한 최근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운전자와 동승석 사이에 위치해 측면 충돌 사고 시의 2차 피해를 방지한다.
2020년 Euro NCAP의 ‘far-side(건너편)’ 테스트가 신설되면서 차량 안전도 평가 기관들이 측면 충돌 기준을 강화했다. IIHS는 2023년부터 기준 충돌 속도를 시속 50km에서 시속 60km로 높이고, 테스트용 대차 중량을 1500kg에서 1900kg까지 늘리는 등 측면 충돌 시험을 강화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테스트 차량에 작용하는 충돌 에너지가 약 82%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강화된 평가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이런 측면 충돌 시 탑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하는 기술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제네시스 GV80에 그룹 최초로 센터 사이드 에어백 도입을 시작했다. 지난 2021년에는 엔트리 SUV인 캐스퍼에도 선제적으로 적용해 탑승자 안전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머리 충돌 흡수가 가능할 만큼의 압력을 유지하면서도 쿠션과 인플레이터 크기를 조절해 시트 내부에 쉽게 수납이 가능하다. 경쟁사 에어백 대비 부품 패키지 크기를 절반 가까이 축소하고 탑승자를 효과적으로 감싸도록 설계된 특수 테더 구조로 탑승자 보호 성능을 높인 것이다. 에어백 작동 시 탑승자가 에어백을 누르는 만큼 테더에 의해 에어백 상단부가 그 반동으로 꺾이며 탑승자가 전달받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아울러 측면 충돌 사고에서 사이드 에어백은 변형된 도어 트림과 승객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빠른 전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3년, 상하반신의 상이한 특성 차이를 고려해 사이드 에어백의 내부 구조를 분할한 독립 챔버 사이드 에어백을 개발했다. 해당 에어백은 격막 구조를 활용해 구분된 각 챔버(에어백 가스에 의해 팽창되는 쿠션 영역)의 전개 특성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챔버에 가스를 불어넣는 인플레이터에 디퓨저를 더해 각 챔버에 가스를 분배하도록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사이드 에어백 대비 전개 속도를 2~3ms(1/1000초)가량 줄일 수 있었다. 동시에 가스 분사량 조절을 통해 각 챔버의 압력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차종에 따라 탑승자 보호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현대차그룹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같이 어느 정도 체계가 확립된 오늘날의 에어백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하고 보완하여 탑승자 보호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을 대비해 새로운 에어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자율주행 기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ADAS 기술과의 연동을 활용한 에어백 최적화 기술이 대표적이다.
4세대 제네시스 G90의 경우, 전방 충돌방지 보조(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 FCA) 기능 작동에 의해 주행 속도가 줄어드는 상태에서 충돌 발생 시 FCA 작동 정보, 시트 및 ACU(에어백 제어 유닛) 내부 센서 정보 등을 활용한다. 이후 탑승자의 거동 상태를 파악하여 에어백 전개 시간과 압력을 조절해 보호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또한 최근에는 탑승자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제공하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와 같은 편의장비가 그랜저를 비롯한 중대형 차량 중심으로 적용되는 추세다. 자율주행 시대 속 모빌리티의 에어백 기술 역시 이와 같은 다양한 착좌 자세에 대응해 고안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일반적인 착좌 자세와 릴렉션 컴포트 시트처럼 탑승자가 전방 에어백에서 거리를 둔 상태 모두 대응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듀얼 뎁스(Dual depth) 에어백’을 개발 중이다.
듀얼 뎁스 에어백은 시트 제어기를 비롯한 각종 제어 장치로부터 승객의 위치와 자세를 파악하여 이에 맞게 에어백 전개 범위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만약 탑승자의 착좌 상태가 정자세에 가까울 경우 일반적인 크기의 에어백을 작동시킨다. 하지만 릴렉션 모드를 사용한 상태와 같이 탑승자가 에어백 모듈로부터 거리가 멀다고 판단하면 테더 릴리즈 유닛(Tether Release Unit)이 작동하며 에어백의 크기를 제한하고 있던 구속용 테더를 해제한다. 이 때 에어백은 한층 커다란 크기로 부풀어 상대적으로 멀리 위치한 탑승자도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의 구현을 전제로 한 새로운 에어백 기술들을 공개한 바 있다. 예컨대 2019년, 현대차그룹이 특허 출원을 통해 공개한 허그 에어백 역시 차세대 에어백 중 하나로, 자유로운 시트 이동을 전제로 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을 고려한 기술이다. 허그 에어백은 이름 그대로 승객을 감싸 안는 형태로 작동하며, 다수의 챔버와 구속력을 키운 테더 구조가 핵심이다. 충돌 발생 시 상하반신을 모두 지지하는 에어백이 시트에서 탑승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돕는다. 현대차그룹의 허그 에어백은 국내외 주요 국가에 총 7건의 특허를 출원할 만큼 상용화도 충분히 검토된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허그 에어백에 이어 모빌리티 에어백도 특허 출원했다. 모빌리티 에어백은 에어백 모듈을 차체 바깥에 장착해 직접적인 외부 충격을 완화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기술의 기초적인 개념을 토대로 향후 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에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북미 시장에서는 후방 추돌 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후방 추돌에 의한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외부 충돌 시 발생한 충격 에너지가 차체, 그리고 시트 프레임을 거쳐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만큼 시트 프레임 설계의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체, 섀시 강화와 함께 시트 프레임의 구조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충돌 발생 시 시트 쿠션 프레임과 시트 슬라이드 레일을 연결하는 프레임 링크가 의도적으로 소성 변형(외부의 힘이 작용해 탄성 한계를 넘어선 상태)하여 효과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도록 한 설계가 대표적이다. 또한 쿠션부와 시트백의 연결 부위를 기존 CO2 용접에서 레이저 용접으로 변경해 용접 직경과 용접 범위를 넓혀 프레임 강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과체중 체형의 탑승자 승차와 같이 충격 흡수에 불리한 조건까지 고려한 3세대 시트 프레임을 제작해 체형에 따른 안전성 변화가 없도록 구성했다. 3세대 시트 프레임은 쿠션이나 백 프레임과 같은 주요 부위의 형상 최적화를 거쳐 충돌 안전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100kg급 초고장력강판의 확대 적용으로 시트백 두께가 얇아졌다. 실제로 3세대 시트 프레임이 적용된 아이오닉 5에는 프레임 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이전보다 슬림한 시트가 장착되어 보다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2023년 IIHS 평가를 대비해 전 좌석 시트벨트 리마인더를 기본 적용하는 등 후석 탑승자에 대한 안전 성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동차 실내에 집약된 현대차그룹의 안전 기술에서는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는 고유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미 존재하던 기술은 지속적으로 개선과 진화를 거치면서도, 머지않아 실현될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대 속에서 탑승자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이동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에어백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추후 현대차그룹은 최신 안전 기술의 신속한 적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 제조사’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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