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9.08 현대자동차그룹
최근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기존 하드웨어 기반의 공급망과 비즈니스 모델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DV는 차량이 출시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더하고, 고객 경험을 맞춤형으로
반영해 자동차의 가치를 높이는 혁신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부품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보안·진단·검증 등 전 분야의 개발 환경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표준과 협력 체계도 필요하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8월 20일, 판교 소프트웨어드림센터 사옥에서 ‘Pleos SDV 스탠다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으로 SDV 공급망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내고, 업계 전반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들과 함께할 것임을 밝혔다. 올해 3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Pleos 25’에서 제시한 비전이 본격적인 공급망 혁신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행사의 호스트로 나선 현대차·기아 AVP 본부장 송창현 사장은 급격히 복잡해지는 시장 환경에 단일 기업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으며, 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개방적 협력과 공동 대응이 있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창현 사장은 경쟁력 있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 단순화부터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 개발 표준화, 고품질 개발 도구 제공, 양산 품질 검증 방식 등 필수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전환이며, 산업 밸류체인 전체의 개방적 협력과 동반 성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키노트에서는 포티투닷 최진희 부대표가 Pleos SDV 스탠다드 포럼의 목적을 설명했다. 최진희 부대표는 이번 포럼이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협력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SDV 전환과 혁신을 산업 전체의 힘으로 이루어내자고 제안했다.
기술적 진화를 넘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 앞에서 플랫폼 혁신을 통해 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SDV 개발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Pleos SDV 스탠다드 포럼에서 제시한 SDV 기술 표준과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의 방향성을 소개한다.
SDV 시대에는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포티투닷은 차량 개발 체제를 CODA(Computing & IO Domain Controller Architecture)와 SDV 소프트웨어 표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편하는 한편, 협력사와의 협력 개발 구도 역시 기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서플라이 네트워크’로 전환할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기아 AVP전략사업부장 & 전자개발센터장 안형기 전무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플레오스 익스텐디드(Pleos Extended, PEX),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표준화 등에 기반한 여러 영역에서 비즈니스 기회뿐만 아니라 시장 확장에 따른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형기 전무는 검증에서 양산으로 이어지는 통합 SDV 개발 프로세스를 소개하며, 소프트웨어 재사용성과 확장성을 통해 개발 효율성이 높아지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발, 플랫폼 표준화 등 협업 관리 체계가 중요해진 만큼 실제 차량 적용과 양산, 품질 검증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양산 프로젝트 역시 파트너와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협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자동차의 기능이 많지 않아 기능별로 제어기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탑재 기능이 늘고 소프트웨어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한 SDV 시대가 도래하면서 제어기의 수가 급격히 많아지고 배선 역시 길어지며 자동차 시스템의 복잡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연단에 오른 현대차·기아 차량SW아키텍처 & 인테그레이션실장 주형진 상무는 쉽게 바뀌어야 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밀접하게 얽히면서 전체 제어기가 한 번에 바뀌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주형진 상무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을 5개의 핵심 제어기로 통합하는 신규 CODA를 소개했다. 또한, 이를 통해 입출력(I/O)과 로직을 분리해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고, 제어기를 비롯한 전자 부품의 개수와 배선 역시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활용할 경우 하드웨어는 표준화와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소프트웨어는 독립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과 유지 보수까지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주형진 상무는 앞으로도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체계로의 전환에 맞춰, 기존의 소수 협력사와 제어기 단위의 협업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각 영역에서 역량이 있는 다양한 협력사들과 함께 SDV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다음으로는 포티투닷 정원국 SDV OS 그룹 리더가 발표를 이어갔다. 정원국 그룹 리더는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움직이는 컴퓨터’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Pleos 25’ 행사를 통해 공개한 Pleos Vehicle OS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의 혁신을 이루는 것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각 기능마다 전용 제어기가 필요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강하게 결합돼 있던 기존 구조와 달리, Pleos Vehicle O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통합 운영체제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덕분에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Pleos Vehicle OS가 제공하는 공통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앱과 서비스를 쉽게 개발해 빠르게 적용하고, 여러 차종에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협력 업체와 개발자는 차종 및 차량의 출시 주기와 상관없이 가상 개발 환경(Meta SDV)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개발 및 검증을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기아 X프로젝트실장 신상엽 상무는 SDV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PEX에 대해 소개했다. PEX는 Pleos와 CODA를 기반으로 차량과 외부 디바이스 간의 연결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차량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조가 세대별, 제조사별로 달라 새로운 기능이나 사용자 불편 개선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신차를 구매하지 않으면 최신 기능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웠으며, 이는 고객 경험의 연속적 개선과 개인화 측면에서 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PEX는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직접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으며, 디바이스가 차량에 장착되는 순간 전원과 통신이 동시에 연결돼 별도의 설정 없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표준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 인터페이스, 보안 인증, 저전력 블루투스(BLE) 등 다양한 통신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차량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새로운 기능을 별도의 공정 없이 언제든 개인화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의 이점도 많다. PEX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개발 가이드와 오픈소스 기반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배포하고, MFP(Made for Pleos)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 통신 프로토콜과 보안 인증 프로세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신상엽 상무는 이러한 표준화를 통해 디바이스와 액세서리의 신뢰성, 안전성, 표준화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커스터마이징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차량 가치와 고객 경험이 구매 시점 이후에도 꾸준히 개선될 수 있도록, 협력사와 함께 새로운 생태계와 혁신적 상품 및 서비스, 나아가 다양한 모빌리티 확장 솔루션까지 구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기아 디지털엔지니어링센터장 임용태 상무가 OEM과 협력사 간 소프트웨어 개발 툴체인에 대해 소개했다. 임용태 상무는 SDV로 전환하는 가장 큰 목적은 고객 경험을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지속해서 개발할 수 있는 SDV 개발 프로세스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개발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자동차를 개발할 때 메신저나 이메일 등 비공식적인 소통 방식이 많아 오류나 비효율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았다. 임용태 상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요구사항 관리, 테스트, 코드 관리 등을 위한 표준화된 툴체인(Toolchain)*을 도입해 내부 개발 역량을 높이고, 외부 파트너와의 데이터 및 스펙 공유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툴체인(Toolchain) :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도구들
협력사와 소프트웨어 협업 개발을 위해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소개하고, 협력사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도 제시했다. ‘사양 정의’부터 ‘기능 검증’, ‘개발 이슈 및 소프트웨어 산출물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양방향 추적할 수 있어 파트너사와 신속하고 투명한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대차는 향후 SDV 개발을 위한 협업 툴체인 사용 가이드, 소프트웨어 ID 체계 등을 협력사에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개발과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하며 개발 환경을 개선해 갈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협력사 관계자는 “SDV 전환이 자동차 산업 전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기술 표준과 개발 체계를 통해 그 계획이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SDV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은 SDV의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플랫폼 혁신과 기술 표준 수립, 그리고 전방위적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포럼을 계기로 각 협력사가 SDV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혁신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실질적 공동 개발과 협업을 위한 체계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과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