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의 모습 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의 모습

2025.08.18 제네시스 분량8분

내구 레이스를 향한 제네시스의 거침없는 진격

내년 세계 내구 챔피언십 출전을 목표로 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섰다. 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의 V8 엔진 공개를 시작으로, 팀 체제 구축과 인재 영입을 마치고 성공적인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세계적인 강호들이 즐비한 내구 레이스 무대에서 제네시스가 보여줄 거침없는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의 모습

내년 세계 내구 챔피언십(World Endurance Championship, 이하 WEC) 출전을 목표로 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하 GMR)의 발걸음이 거침없다. LMDh(Le Mans Daytona Hybrid) 규격의 경주차인 GMR-001 하이퍼카의 실물 디자인과 V8 엔진을 이미 공개했으며, 팀 구성원 훈련을 위한 제네시스 트라젝토리 프로그램 역시 순항 중이다. 프랑스 IDEC 스포츠팀과 손잡고 유럽 르망 시리즈(European Le Mans Championship, 이하 ELMS)에 출전해 드라이버와 팀원들의 강도 높은 실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ELMS 개막전에서 LMP2 클래스 우승, 제2전 바르셀로나에서는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르망 24시간에도 참가해 소중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제네시스 GMR-001

지난해 WEC 참전을 공식화한 제네시스는 올해 4월 16일 열린 뉴욕 오토쇼에서 GMR-001의 실물을 전시했으며, 최근에는 신형 V8 엔진을 섀시에 연결한 채 시동 거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GMR-001에 탑재되는 V8 엔진의 모습

지난해 6월 개발을 시작한 전용 V8 엔진은 GMR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첫걸음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2월 독일 알체나우에서 V8 엔진의 첫 시동을 걸었고, 이 엔진은 7월 9일 프랑스 폴리카르 서킷 인근에 위치한 오레카(Oreca) 개러지에서 GMR-001 섀시와 결합되어 첫 번째 차량으로 완성되었다.


GMR-001 V8 엔진의 세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레이스 스펙을 달성하기 위해 시험 중인 V8 트윈 터보 엔진

하이퍼카용 엔진은 V6와 V8 터보가 주류를 이룬다. 제네시스는 현대 모터스포츠가 WRC에서 사용 중인 1.6L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V8 트윈 터보 엔진을 개발했다. 두 엔진 사이 부품 공유율은 약 60%이며, LMDh 규정에 따라 오레카 섀시를 뼈대로 삼고 X트랙 기어박스, 보쉬 모터, 윌리엄즈 배터리팩을 조합한다.

GMR의 테크니컬 디렉터 프랑수아-자비에 드메종(François-Xavier Demaison)은 신형 엔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처음부터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주요 부품 설계와 검증,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저희 WRC 머신에 사용되는 4기통 엔진은 이미 충분한 성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그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 하이퍼카

개발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첫 번째로 완성된 GMR-001 하이퍼카 섀시가 르 카스텔레(Le Castellet)에 위치한 GMR의 신규 레이스 베이스(Race Base) 시설로 옮겨졌다. 이 차량은 탄소 섬유 바디를 그대로 드러낸 채 첫 셰이크다운(Shakedown, 시운전)을 마쳤으며, 이후 진행될 풀 테스트를 위해 드라이버 안드레 로테러(André Lotterer)와 피포 데라니(Luís Felipe “Pipo” Derani)가 시뮬레이터와 기초 셋업 작업을 이미 마친 상태다.

제네시스 하이퍼카 드라이버

GMR-001 하이퍼카를 시험 주행하는 피포 데라니(왼쪽)와 안드레 로테러(중간)

섀시와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어박스가 결합된 GMR-001은 2026 WEC 데뷔를 목표로 유럽 전역의 서킷에서 진행하는 집중 테스트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그리고 엔지니어와 미케닉이 테스트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드라이버들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이를 검증하며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

현대모터스포츠법인장 겸 GMR 총감독 시릴 아비테불(Cyril Abiteboul)은 “우리는 매일같이 중요한 이정표를 하나씩 넘어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며 “지난 8개월 동안 준비하고 계획해 온 모습이 완성된 차량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을 보니 정말 감격스럽다”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 후면

이제 GMR-001은 설계와 제작 단계를 넘어, 실전 환경에서 성능과 내구성을 입증하는 여정에 들어섰다. 제네시스는 모든 과정을 개발 가속의 기회로 삼으며, 첫 WEC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이어가고 있다.

제네시스가 도전하는 LMDh의 세계

제네시스가 도전하는 LMDh는 미국의 IMSA 웨더테크 스포츠카 챔피언십(IMSA WeatherTech SportsCar Championship)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최근 WEC와 미국 IMSA가 규정을 어느 정도 통일함에 따라 두 대회 모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구성은 조금 다르다. 완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LMH(Le Mans Hypercar)와 달리 LMDh는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었다. 이 때문에 미리 준비된 4가지 섀시/서스펜션(오레카, 달라라, 멀티매틱, 리지에) 중 하나를 선택하고, 윌리엄즈 배터리팩과 보쉬의 모터/발전기(MGU), X트랙의 기어박스를 공통 부품으로 사용한다. 앞바퀴를 모터로 굴려 잠시 네 바퀴 굴림이 가능한 LMH와 달리, LMDh는 엔진과 모터의 힘을 모두 뒷바퀴로만 보내는 점도 다르다. 이 때문에 엔진과 보디 공력 설계에 힘을 쏟아 신차를 빠르게 완성할 수 있다.

제네시스 GMR-001 디자인 스케치

성능 면에서 LMH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많은 메이커가 LMDh를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개발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LMDh의 장점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홈그라운드의 캐딜락을 비롯해 포르쉐, BMW, 람보르기니, 어큐라는 물론 미국에서 차를 팔지 않는 알핀도 LMDh 규격으로 하이퍼카를 만든다. 포드와 맥라렌도 2027년을 목표로 LMDh 하이퍼카를 준비 중인 만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팀 조직과 훈련을 위한 트라젝토리 프로그램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경주차

경주차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 모터스포츠는 GMR을 조직하고, 랠리에 특화된 알체나우 대신 프랑스 폴리카르 서킷 인근에 둥지를 틀었다.

완전히 새로운 대회에 도전하는 만큼 인재 영입과 팀 구성, 경험치 습득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내구 레이싱에서 잔뼈가 굵은 프랑스 IDEC 스포츠와 손잡고 GMR을 위한, 제네시스 트라젝토리 프로그램(Genesis Trajectory Program)을 시작했다.

양산차 제조사와 레이싱팀의 협업은 모터스포츠 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서킷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전문 레이싱팀은 레이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경주차 개발부터 팀 운영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세세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레이싱팀을 상시 운영하기가 부담스러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들과 손잡고 인력과 시설, 노하우를 제공받는다.


현재 WEC에 출전 중인 팀들 역시 마찬가지다. 내구 레이싱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포르쉐도 현재 미국의 명문 팀 펜스키(Penske)와 손을 잡았고, 애스턴마틴은 미국의 하트 오브 레이싱(Heart of Racing), BMW M은 벨기에의 팀 WRT, 페라리는 AF 코르세(AF Corse)의 힘을 빌리고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경주차

제네시스가 파트너로 선택한 IDEC 스포츠는 파트리스 라파르그(Patrice Lafargue)가 2015년 창설한 프랑스팀으로 2019년 ELMS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LMP2 외에도 LMP3와 미쉐린 르망컵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푸조팀 팩토리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니콜라스 미나시앙(Nicolas Minassian)이 스포츠 디렉터로 있다.


이번 시즌 ELMS에 참가하는 IDEC 스포츠는 LMP2 경주차 중 한 대(#18)에 GMR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리버리를 칠했다. 여기에는 제네시스의 드라이버 선별과 훈련은 물론 엔지니어와 미케닉 훈련 등 다양한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

드라이버진 구성도 차근차근 완성되고 있다. 내구 레이싱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안드레 로테러와 피포 데라니가 팀의 중추를 맡는다. 차 한 대당 3명씩 최소 6명의 드라이버가 필요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 인력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남은 시트는 제이미 체드윅(Jamie Chadwick), 마티스 조베르(Mathys Jaubert), 다니엘 훈카데야(Daniel Juncadella)가 채운다. 내구 레이싱은 한 팀에 복수의 드라이버가 필요하고, 드라이버 역시 여러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아 드라이버진 교체가 상대적으로 잦은 편이다.

제네시스 트라젝토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드라이버들의 모습

(왼쪽부터) 다니엘 훈카데야, 마티스 조베르, 제이미 체드윅

제이미 체드윅은 영국 GT 챔피언십 GT4 클래스 최연소 챔피언(16세, 2015년)이자, 여성 전용 포뮬러인 W 시리즈에서 2019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영국 출신 드라이버다. 미국 인디 NXT에서도 1승을 포함한 두 번의 포디엄을 기록했다.


마티스 조베르는 2024년 포르쉐 카레라컵 프랑스 준우승을 차지한 20세의 프랑스 드라이버로 팀에서 가장 젊다. 2023년 포르티망에서 있었던 ELMS 신인 테스트를 통해 LMP2 머신을 처음 경험한 내구 레이싱 루키다.

다니엘 훈카데야는 다양한 클래스에서 경험을 쌓은 34세의 스페인 출신 베테랑이다. 마스터 주니어 포뮬러를 시작으로 포뮬러 BMW와 GP3, 유럽 F3, F1 영 드라이버 테스트를 거쳐 F1 포스 인디아 예비 드라이버까지 오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최근에는 TF 스포츠 소속으로 WEC 개막전 카타르 1,812km에 출전해 LMGT3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시뮬레이터

제네시스는 영국 다이니스마(Dynisma)의 첨단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도입했다. 이는 F1에서도 사용할 만큼 실제와 비슷한 운전 경험을 제공하는 고가의 전문 시뮬레이터 장비로 신차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은 물론 드라이버 훈련 등 다방면에 활용될 예정이다. 실주행 테스트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시뮬레이터는 그 중요성이 매우 높은 핵심 장비다.

ELMS와 르망 24시간에서의 실전 훈련

제네시스와 IDEC 스포츠의 파트너십은 ELMS 개막전인 바르셀로나 4시간부터 좋은 성과를 거두며 트라젝토리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ELMS는 ACO가 주관하는 내구 레이싱 시리즈로 쉽게 말해 WEC의 하위 시리즈다. F1이 WEC라면 F2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ELMS다. ACO가 주관하는 챔피언십은 제네시스가 내년에 도전할 WEC를 정점으로 유럽에서 열리는 ELMS와 아시아 르망 시리즈(AsLMS) 그리고 아래로 르망컵과 리지에 유럽 시리즈가 있다.

2025 ELMS 경기 일정

지난 4월 초, ELMS 개막전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에는 전 세계 31개 팀, 131명의 드라이버가 엔트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GMR 로고를 붙인 IDEC 스포츠의 #18 LMP2 경주차에는 체드윅, 조베르, 훈카데야가 탔고, #28은 LMP2 챔피언 출신인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와 폴-루 샤탱(Paul-Loup Chatin), 욥 반 위테르트(Job van Uitert)가 담당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ELMS 개막전에서 우승한 모습

초반에는 10위권이었던 #18 경주차는 경기 중반 선두권까지 올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마지막 운전을 담당한 조베르는 선두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판에 중고 타이어를 장착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새 타이어로 바꾸고 뒤쫓는 #83 AF 코르세의 빠른 페이스를 막아낼 수 없었다. 아쉽게 종합 우승은 놓쳤지만 LMP2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것은 GMR에게는 훌륭한 첫걸음이었다. 아울러 ELMS LMP2 클래스 최초의 여성 드라이버 우승이기도 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경주차의 모습

(사진 출처 : www.europeanlemansseries.com)

제2전 르 카스텔레 4시간은 프랑스 남동부 르 카스텔레 지역에 위치한 폴리카르 서킷에서 치러졌다. 서킷 인근에 위치한 IDEC 스포츠 레이싱에게는 홈그라운드인 셈. 경기 시작 직전 비가 내리면서 초반 상황은 혼잡했다. 과감하게 슬릭 타이어로 출발했던 체드윅은 2코너에서 미끄러지며 뒷줄로 밀렸다. 웨트 타이어 교체로 18위까지 떨어졌지만 침착하게 달려 순위를 서서히 회복했다. 경기가 중반을 넘기면서 비가 그치자 이번에는 슬릭 타이어 교체 시기를 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경기 종료 1시간을 남기고 최종 주자 조베르는 앞선 차들의 피트인을 기회로 선두로 올라섰다. 닐슨 레이싱의 막판 추격을 따돌린 조베르가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시상대 정상에 올라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원들의 모습

제네시스와의 협업으로 거둔 첫 번째 종합 우승이면서 IDEC 스포츠가 홈그라운드에서 거둔 첫 승리이기도 하다. 팀 창설 10주년에 걸맞은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아울러 체드윅은 ELMS 역사상 최초로 여성 드라이버 종합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덕분에 챔피언십 순위에서 드라이버와 팀 모두 단독 선두를 달렸다.

5월 중순부터 6월에 걸쳐 ELMS 캘린더에는 긴 공백이 있지만 한가할 틈은 없었다. 내구 레이싱계의 세계 최고 이벤트인 르망 24시간 때문이다. 다양한 내구 시리즈에 참가하는 유력 팀과 드라이버들은 매년 6월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프랑스 서부 사르트(Sarthe)주 르망(Le Mans)으로 몰려든다. 내년부터 WEC에 도전하는 GMR 역시 최종 목표는 르망 24시간이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르망24시 드라이버의 모습

(왼쪽부터) 제이미 체드윅, 안드레 로테러, 마티스 조베르

제네시스의 IDEC 스포츠 LMP2 경주차에는 안드레 로테러와 체드윅, 조베르가 엔트리했다. 원래라면 새로 합류한 훈카데야가 타야 하지만 올해는 다른 팀과 LMGT3 클래스 출전이 미리 약속된 상황이라 로테러가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르망 24시에 참가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모습

초반 세팅 난조로 그리드 상위권을 뽑는 하이퍼폴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클래스 14번째로 시작한 경기 초반, 빠르게 순위를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주자였던 로테러가 체드윅에게 차량을 넘길 때는 8위, 경기가 반환점을 지난 새벽 4시에는 IDEC 스포츠 듀오가 4, 5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른쪽 뒷바퀴가 빠지면서 로테러는 뮬산 스트레이트에서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르망에서는 아쉽게 리타이어했지만 제네시스는 경기 직전 새로운 팀원을 발표하며 로드맵을 착실하게 밟아 나갔다. 새롭게 팀 매니저가 된 아누크 아바디(Anouck Abadie)는 GT에서 유명한 케셀 레이싱 출신, 수석 엔지니어 저스틴 테일러(Justin Taylor)는 WEC 하이퍼카와 IMSA LMDh를 모두 경험했다. 2027년부터 IMSA에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제네시스로서는 중요한 인사다.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현대차를 타고 WTCR 챔피언에 올랐던 이탈리아의 백전노장 가브리엘 타퀴니(Gabriele Tarquini)가 스포츠 디렉터로 합류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드라이버의 모습

르망 24시간이 끝나고 3주 뒤, 이탈리아 이몰라에서 ELMS 제3전이 있었다. GMR은 연습주행에서 좋은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예선 직전 내린 폭우의 영향으로 9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해야 했다. 초반의 복잡한 상황을 잘 빠져나온 체드윅이 연비를 우선한 영리한 작전으로 2위까지 올라섰다. 훈카데야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슬릭으로 버티다가 미끄러져 파손되며 피트로 돌아왔고, 이후 잦은 사고에 가로막혀 좋은 랩타임을 살릴 수 없었다. 결국 11위로 득점에 실패했다. VDS 파니스 레이싱에게 챔피언십 선두를 내주었지만 아직은 1점 차이다.


시즌 전반을 마감한 ELMS는 8월 24일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제4전이 열린다. 이후 영국 실버스톤을 거쳐 10월 포르투갈 알가르베 서킷에서 시즌을 마감한다. 타이틀 경쟁도 중요하지만 제네시스에는 더욱 큰 목표, WEC 공식 데뷔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최초의 순수 레이싱카로 도전하는 세계 톱 클래스 카테고리다. 여기에는 이미 수많은 세월 내구 레이스에 몸담아 왔으며, 우승컵을 여럿 보유한 강호들이 즐비하다. 아직은 첫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투어링카와 WRC에서 그래왔듯, 현대 모터스포츠와 제네시스의 진격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