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기술을 소개하는 사진 데이지 기술을 소개하는 사진

2025.08.06 현대자동차그룹 분량7분

보이지 않아도, 도착할 수 있도록 – 현대차 데이지

현대자동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출발한 ‘데이지(Day-Easy)’ 기술이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실질적 기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데이지(Day-Easy)’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비콘(Beacon)과 지팡이, 스마트폰 앱을 연동한 이 기술은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버스를 정확히 인식하고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요, ‘데이지’는 현대차·기아의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실제 시범 적용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기술

현대차 아이디어 페스티벌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실물을 제작해 발표하는 행사입니다. 창의적인 연구 문화를 조성해 임직원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을 북돋고,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데 목적이 있죠. 2010년부터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으며, 발굴된 콘셉트를 실제 양산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편안하고, 더 안전하게 해 줄 기술을 모으는 것입니다. 

버스에 탑승하러 가는 시각장애인의 모습

최근 현대차는 ‘데이지 꽃이 피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데이지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이 영상은 시각장애인 함승연 씨의 시선으로 버스 탑승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출발한 데이지가 연구와 개발을 거쳐 시범 운행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어진 셈인데요, 데이지 기술을 개발한 네 명의 연구원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각장애인의 모습

먼저, 데이지 기술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보조 기술을 버스 기반으로 개발한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가령 개인용 모빌리티 서비스는 정차 위치와 시간을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지만, 버스는 정해진 정류장 내 어디서든 임의로 멈추기 때문에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안전한 탑승 역시 쉽지 않죠. 이에 대해 차량제어기술개발2팀의 홍성우, 설윤석 연구원은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주제인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에 맞춰 자료를 조사하다 시각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다”며 배경을 밝혔습니다.

버스에 탑승한 시각장애인의 모습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데이지 기술의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실물을 제작해 발표하는 행사인데요, 당시 주제였던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중에 시각장애인 중 80% 이상이 버스를 타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이유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골목길을 걷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모습

연구원들은 시각장애인의 일상 속 어려움을 직접 체감하고자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콘텐츠를 참고했습니다. 영상 속 시각장애인은 붐비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찾지 못하거나, 탑승구를 인식하지 못해 버스를 놓치고, 때론 기사도 승객을 인지하지 못해 그냥 출발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시각장애인 이동의 저변이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공감에서 데이지는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쉬운 사용법 뒤에 숨은 세심한 정성

데이지 기술을 버스에 접목하기 위해 고민하는 연구원들의 모습

좋은 기술은 이용이 쉽다고 하죠. 데이지 기술 또한 사용법이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음성 안내 지원 앱으로 버스 정류소와 노선을 검색하고 승차 예약을 하면 버스에 알림이 전달됩니다. 버스가 도착하면 앱은 음성 안내를 시작하며 시각장애인 지팡이는 진동을 이용해 버스의 위치와 거리를 알려주죠. 아울러 버스의 스피커가 음성 안내를 통해 다시 한번 위치를 확인해 줍니다. 하차도 어렵지 않습니다. 앱을 이용해 하차 예약을 하면 버스 운전석에 부착된 데이지 알림 장치에 시각장애인의 승/하차 여부가 전달됩니다. 

데이지 기술의 구성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이처럼 사용법은 단순하지만, 그 뒤에 숨은 기술은 복잡합니다. 앱, 지팡이, 플랫폼, 버스 등 기술의 모든 요소가 상호작용해야 하죠. 데이지 기술의 구성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바이스(앱, 지팡이), 시스템(BIS, 앱 서버), 차내 구성 장치(GPS 모듈, 비콘 모듈 등) 등이죠. 

손에 익은 지팡이에 기술을 담다

지팡이를 손에 쥔 시각장애인의 모습


시각장애인이 늘 가지고 다녀야 하는 지팡이는 가볍고 사용성이 좋아야 합니다. 또한,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야 하죠. 따라서 연구원들은 가장 널리 쓰이는 제품인 4단 접이식 지팡이의 그립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데이지의 지팡이를 구현했습니다. 리튬 배터리, 블루투스 통신 모듈, C-타입 충전 단자, 진동 모터 등을 더한 그립의 무게는 80g에 불과하며 지팡이의 무게는 260g입니다. 

지팡이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며, 진동 모터를 통해 알림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진동 강도는 탑승할 버스가 전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1단계, 해당 정류소 도착 시 2단계, 15m 이내 거리 접근 시 3단계로 작동합니다. 지팡이는 사용자의 선호에 따라 개인화 할 수 있는데요, 설계에 따라 충전용 배터리나 진동 모터 용량을 줄여 더 가볍게 만들거나, 손에 익은 지팡이의 그립 모듈만 바꾸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사용자의 목소리로 완성한 앱

데이지 앱 화면을 보여주는 모습

데이지 기술에서 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버스 승하차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시각장애인이 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연구원들은 시각장애인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앱을 제작했습니다. 상용전자설계팀의 김혜리 연구원은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데이지 앱을 개발한 연구원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앱을 만들 때 시각장애인 자문단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받았습니다. 편리한 앱은 무엇이 있는지, 버스 탑승을 위해 앱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여쭤봤어요. 이에 맞춰 앱의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발 방향을 바꾼 부분도 있습니다. 탑승 예약 외에도 하차 예약, 실시간 버스 정보 확인, 승차 취소 등의 기능을 추가하는 등 여러 기능을 개선했죠.”


김혜리 연구원은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덧붙였습니다. “보는 UI와 듣는 UI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데이지〉라고 작성한 경우 스크린리더는 ‘보다큼 데이지 보다작음’으로 읽고, ‘10~30명’이라고 작성한 경우에는 ‘십물결표시삼십명’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분들이 추천해준 쓰기 좋은 앱들의 특성을 참고하며, 화면 설계, 메뉴명, 한글, 영문, 숫자 등의 가독성과 음성 표현을 꼼꼼히 확인해 만들었습니다.”

플랫폼과 연동되는 앱

데이지 앱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원들의 모습

데이지 기술의 앱이 사용자에게 여러 기능을 제공하려면, 버스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가령 이용자가 앱을 통해 버스 탑승을 요청하면, BIS(Bus Information System, 버스정보시스템)에서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버스와 정류장 매칭이 이루어집니다. 이후 BIS는 노선, 위치, 차량번호 등의 정보를 가공해 요청한 버스의 도착 순서나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판단하게 됩니다.

데이지 비콘의 모습

이러한 정보는 데이지 앱, 버스의 BIS 모듈, 그리고 버스에 장착된 데이지 비콘 등에 활용됩니다. 덕분에 이용자는 탑승할 버스의 위치 정보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고, 버스 기사는 운전석에 부착된 데이지 알림 장치를 통해 정류장마다 시각장애인의 승하차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한 또 하나의 해결 과제는 바로 ‘탑승구 위치’ 인식이었습니다. 한 정류장에 여러 대의 버스가 동시에 도착하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예약한 버스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버스 안에서 데이지 기술을 테스트하는 연구원들의 모습

김혜리 연구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용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앱에서는 도착 순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방향이나 위치에 따라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실제 이용자 조사에서 ‘버스 문에서 버스 번호가 방송되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라 버스 앞문에 스피커를 추가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승차를 예약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 번호가 앞문의 스피커에서 방송됩니다. 사용자는 앱의 음성 안내, 지팡이의 진동 신호, 그리고 버스의 음성 방송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정확한 버스를 판단하고 탑승할 수 있습니다”.

데이지 시각장애인 버스 승하차 기술 시연 현장

현대차는 데이지 기술의 개발 과정에서 LG유플러스와 협업했습니다. 선행 기술 개발 단계부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모빌리티와 통신이라는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 것입니다. 이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남양연구소에서 데이지 기술의 실증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실증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험을 진행한 것이죠. 상용통합제어개발팀의 박재희 연구원은 시제품 개발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이 어렵다는 문제의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낮은 단가, 손쉬운 사용성, 오동작이 없는 신뢰성 등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고려했어요. 팀원들과 늦은 밤까지 납땜, 코딩을 하며 시제품을 완성했습니다. 실제 구현의 가능성을 보았을 때는 저희가 갖고 있는 지식으로 조금이나마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데이지 시각장애인 버스 승하차 기술 시연 현장

서비스 시연회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체험단은 데이지 기술에 따뜻한 응원을 보탰습니다. 앱을 통해 원하는 버스를 예약하고, 탑승 후 하차 의사까지 전달하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 체험단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몸으로 공감하고 느끼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게 만들어서 기대된다”,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날을 희망하며 상상할 수 있었다” 등 기대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데이지 기술이 꽃피울 내일을 향한 기대

데이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의 모습

데이지의 개발은 현대차 상용개발센터 내 상용전자설계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선행 개발과 함께 버스, 전자제어,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렇다면 데이지 기술의 보급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김혜리 연구원에게 물었습니다.

데이지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데이지 기술의 보급을 위해서는 지자체와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의 BIS를 연동하는 데 협의가 필요하거든요. 지자체 공용 버스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한다면 기술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시각장애인의 더 많은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법제화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약자를 위해 버스 외부 안내장치를 장착해야 한다는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 생길 수 있는 우려도 줄어들 수 있겠죠. 데이지 기술 자체도 계속 개선할 점을 찾고 있습니다. 가령 현대차의 커넥티비티 기능과 연결된다면 지금처럼 별도의 비콘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 현대차 버스의 기능 중 하나로 구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데이지 기술을 체험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

현대차의 데이지 기술에는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을 향한 연구원들의 열정이 담겨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모든 부분을 섬세하게 살핀 구성이 이를 증명하죠. 김혜리 연구원은 “데이지 기술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고 어려웠던 점은 실제 효과가 있는 기술로 개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데이지 기술은 선행 개발이라는 큰 산을 넘어,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을 함께해 온 연구원들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데이지 기술에 대한 연구원들의 소감

데이지 기술에 대한 연구원들의 소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각장애인의 모습

현대차의 데이지는 기술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임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수많은 고민과 실험을 거쳐 누군가의 ‘이동’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데이지. 이는 ‘모든 이에게 제한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현대차의 비전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데이지처럼, 삶을 바꾸는 따뜻한 기술이 계속 피어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