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2025.07.29 현대자동차 분량6분

대형 SUV, 전동화를 향한 물결에 올라타다

3열 대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3열까지 갖춘 순수 전기차도 등장했지만, 아직 진입 장벽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3열 하이브리드 SUV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사람들 사이에 논란이 되는 주제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데, 과학적으로는 답이 매우 확실하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볼 때 조류의 조상이라 할 파충류, 그 이전에 등장한 어류, 심지어 곤충까지도 알을 낳는다. 그러니까 ‘알’을 낳는 생명체가 먼저 있었기 때문에 닭보다 달걀이 먼저라는 사실이다. 만약 파충류의 알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닭이 나왔다고 해도 결국 알이 먼저다. 철학적인 사고 실험이 아니라면, 최소한 과학적으로는 ‘알이 먼저’라는 것이 명확한 답이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의 좌석 배치를 보여주는 모습

자동차에서도 비슷한 난제가 있다. ‘시장이 먼저냐, 차가 먼저냐’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장의 높은 수요에 맞춰 자동차 제조사가 알맞은 차를 출시한다는 것이 전자, 좋은 차가 나오면 사람들이 몰려 시장이 커지게 된다는 의미가 후자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트렌드가 바뀌면서 점점 더 크고 편안한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니즈가 3열을 갖춘 중대형급의 SUV 시장을 키우는 바탕이 된다. 어쨌든 시장이 먼저라는 뜻이다.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을 나타내는 인포그래픽

한편,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어도 ‘좋은 차’가 나온다면 전체 파이를 키우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국내 7인승 SU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2018년 말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의 출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신차 등록 대수(국산, 수입 포함)의 11.4%에 불과했던 대형 SUV 시장의 비중은 2021년 19.6%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5만 대 이상, 월평균 4,000대 이상이 팔리며 7인승 이상 대형 SUV 시장의 대중화와 급성장을 이끈 팰리세이드의 역할이 컸다.

아이오닉 9 측면


물론 시장은 계속 바뀐다. 특히 2020년 들어 본격화된 전동화의 물결은 SUV 시장도 크게 바꾸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하는 모든 차의 총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이, 소비자는 유지비를 아끼려는 요구가 더 커지고 있어서다. 이는 대형 SUV에도 주행 거리당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전기 모터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형 SUV 시장의 중요한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배터리의 큰 부피 때문에 실내 공간의 여유가 있는 SUV에서 전동화가 먼저 시작됐고, 차츰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대형 SUV로 확장되는 추세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 인포그래픽

그런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은 처한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기차에 필수인 대형 고전압 배터리가 가진 ‘가격’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배터리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블룸버그 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꾸준하게 1kWh당 배터리 가격을 조사해 왔으며, 최근 배터리 가격의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가격이 더 낮아지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여기서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변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장점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엔진이 없어 조용하고 가속 성능이 우수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유지비가 대표적이다. 전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V2L이나 유틸리티 모드 등은 한번 경험하면 없는 차에 탔을 때 아쉬움이 큰 기능이다. 꼭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전동화 경험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전기차의 장점을 일부 가진 대형 하이브리드 SUV가 중요한 이유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2세대로 진화한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모델이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소형~준대형 모델은 물론 대형 SUV까지 고려하여 출력을 강화하고, 전기차에서나 볼 수 있던 편의/안전 사양을 활용할 수 있게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최고출력 334마력, 시스템 최대토크 46.9kgf·m는 동급의 7인승 이상 중대형 SUV나 최신 전기차와 비교해도 넉넉하다. 특히나 디 올 뉴 팰리세이드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의 위치와 구조, 활용 방법을 바꾸고 하이브리드 전용 신규 변속기 및 엔진과 맞물려 뛰어난 성능을 낸다. 꼼꼼하게 챙긴 방음과 진동 대책, 모터를 적극적으로 쓰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운영 전략과 어우러져 상대적으로 훨씬 더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발휘하는 덕분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실내 V2L과 스테이 모드


또한, 전기차에서 시동을 걸지 않고도 에어컨이나 히터, 오디오 사용이 가능했던 유틸리티 모드와 비슷한 스테이 모드를 넣은 것도 장점이다. 요즘 학교 주변은 공회전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스테이 모드를 활용하면 엔진을 구동하지 않아도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더욱이나 최대 250V 16A의 넉넉한 용량으로 가전제품을 쓸 수 있는 실내 V2L도 전기차에서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그대로 가져온 대표적인 기능이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과연 이런 장점이 세계 시장에서도 먹힐까? 그 이전에 7인승 SUV 시장이 왜 커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형 SUV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7인승 SUV 시장의 확대는 1981년~1996년생이 중심인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트렌드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대에 도심에서 싱글라이프를 즐겼던 이들이 결혼한 뒤 교외 지역에 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낳으며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는 혼자 타는 것이 주 용도였던 자동차도 3명 이상이 탈 수 있어야 하고, 아이가 있다면 유모차 등 부피가 큰 짐을 실어야 하는 필요가 생겼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아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불규칙한 장거리 주행이나 주행거리 증가에 따른 유지비 부담 등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뉴욕 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를 공개하는 모습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올해 4월 뉴욕 국제 오토쇼를 통해 미국 시장에 공식 공개되었다. 가솔린 모델은 여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을부터 고객에게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사전계약을 받지는 않으나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 등 미국의 권위 있는 매체들은 높은 수요에 힘입어 최대 1년 이상의 대기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와 사정이 비슷한 것이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의 실내

그동안 팰리세이드는 미국에 데뷔한 2019년 2만 8,736대를 시작으로 2024년 11만 55대로 정점을 찍는 등 판매가 크게 늘었다. 기본적으로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넓은 실내공간과 합리적인 가격 등 뛰어난 상품성 덕분이다. V6 3.8L 엔진 하나만 판매할 때도 이 정도 인기였으니, 하이브리드가 추가되면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변화에 딱 맞춘 신형 모델은 더욱 당당해진 내·외관 디자인과 이전보다 넓고 고급스러워진 실내 등 인기를 끌 요소도 다양하게 강화했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앞서 말한 334마력의 시스템 최고출력과 국내 인증 기준으로 최대 1,015km에 달하는 최대 항속 거리는 사실 미국 시장에서 더 중요한 장점이 된다. 주 수요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거주지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외 지역이고 도심으로 출퇴근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평균 주행거리가 매우 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번 주유로 더 오래 탈 수 있다는 건 플러스 요인이다.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주유 횟수가 줄어들수록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부수적인 장점이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또 시스템 최대토크인 46.9kgf·m가 1,000rpm부터 4,500rpm까지 매우 낮은 회전수부터 꾸준하게 유지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미국은 집에서 나오면 잘 짜인 고속도로에 바로 올라타는 경우가 많은데, 외곽 지역의 제한속도인 65~75mph(약 105~121km/h)까지 단번에 속도를 높여 본선에 합류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건 넉넉한 토크에서 발휘되는 강력한 순간 가속력이다. 


264Nm의 최대토크를 내는 전기 모터는 고속도로에 합류하는 것처럼 순간 가속이 필요하거나 정속 주행을 할 때 큰 역할을 한다. 정속 주행 시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가능한 오래 EV 모드를 유지하는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주행 전략은 평균 연비를 높이고 조용한 달리기로 스트레스를 줄인다. 도심에 다다라 정체구간에서 자주 작동하는 EV 모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새로 나온 차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자동차 칼럼니스트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원래 팰리세이드를 만들던 울산 4공장에 이어 2공장과 5공장으로 생산 라인을 확대해 수요에 대응하기로 한 소식도 기분 좋게 들린다. 출고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에서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형성됐고 좋은 차도 나왔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성공을 자신할 수 있는 이유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도 맡았다. 지금은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