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의 핸들링 주행시험기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의 핸들링 주행시험기

2025.07.24 현대자동차그룹 분량7분

현대차그룹의 타협 없는 주행 철학이 담긴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

자동차에 수많은 신기능이 탑재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의 핵심은 ‘주행 성능’이다. 첨단 장비와 연구원들의 열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을 빚어내는 특별한 시설을 찾았다.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의 여러 시험 장비들

사람마다 원하는 자동차의 가치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멋진 디자인을 원하고 누군가는 넉넉한 공간을, 누군가는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가 있다. 바로 주행 성능이다. 자동차에 대한 취향은 다양하더라도 뛰어난 주행 성능만큼은 모두가 원하는 가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주요 어워즈에서 남다른 성과를 기록한 이유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혁신적인 디자인이나 첨단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차량의 근본적인 가치인 주행 성능과 승차감, 주행 안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구원들의 집념 어린 노력과 막대한 규모의 시설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으로 완성하는 주행 성능,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R&H성능개발동

남양기술연구소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춘 종합 R&D 컨트롤 타워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자동차는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R&H(Ride & Handling, 승차감 및 조향 성능)성능개발동은 너비 85m, 폭 40m 규모의 전용 건물에 여러 시험 장비를 갖춰 다양한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건물 전체가 승차감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 장비인 셈이다.

시험 중인 연구원의 뒷모습

개발동에 들어서면 그 규모가 더욱 체감된다. 좌우로 길게 뻗은 복도에는 시험 장비를 제어하는 컴퓨터와 모니터가 빼곡히 자리하고, 복도 양옆에는 수많은 시험 장비가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모니터와 시험 장비를 번갈아 보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더 나은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곳은 자동차의 부품부터 시스템, 나아가 차량 단위까지 R&H 개발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개발 역량을 갖췄다. 특히, 기존에 주로 시행하던 실제 도로나 트랙 주행 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효율적인 시험이 가능하도록 최첨단 리그(Rig)* 시험 설비를 확보했다. 각 리그 시험을 통해 얻은 정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품이나 차량의 성능을 파악한다. 쉽게 말해,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을 수치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차 전체는 물론, 타이어나 서스펜션, 스티어링, 차체 등 각각의 시스템 특성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분석해야 하는데, 수많은 장비가 그 역할을 맡는다.


*리그(Rig): 특정 부품이나 시스템을 모사·평가하는 시험용 장비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의 전경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는 실차 주행평가 및 튜닝의 과정을 거쳐 R&H 성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서 실차 주행평가 이전에 시스템 단위의 평가 및 개발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경쟁사들도 시험 장비를 운용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험 장비를 한곳에 집중적으로 마련해 R&H 성능 전반에 걸친 평가를 수행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의 R&H성능개발동이 거의 유일합니다.” 주행성능기술팀 연구원의 설명이다.

주행 성능을 책임지는 첨단 시험 장비들

R&H성능개발동에는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완벽하게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시험 장비들이 밀집해 있다. 실제 도로 주행 모사를 넘어, 특정 조건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미세한 변화까지 측정하여 데이터 기반의 개발을 실현하는 첨단 장비들이다.

남양연구소의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타이어가 고속으로 회전할 때 발생하는 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타이어는 완벽한 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형태나 하중 분포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달릴 때 마치 탈수 중인 세탁기처럼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이러한 불균일성을 측정해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남양연구소의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회전 속도는 물론, 타이어 공기압까지 원격으로 설정할 수 있다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는 최대 320km/h의 주행 속도를 구현하는 드럼 위에 타이어를 굴려 불균일성으로 인한 진동을 감지한다. 이를 통해 주행 중에 발생하는 진동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럼 위에 작은 쇠막대기인 클릿(Cleat)을 부착하면 타이어가 장애물을 통과할 때 움직임을 파악하고, 승차감 영역의 특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남양연구소의 타이어 특성 시험기

타이어 특성 시험기 위에서는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까지 조정해 타이어의 세부 특성을 측정할 수 있다

타이어 특성 시험기

타이어 특성 시험기는 타이어 강성과 접지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설비다.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리는 방식인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와 달리, 실제 지면과 같은 평평한 벨트 위에서 타이어를 굴리는 것이 차이점이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까지 조정할 수 있어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힘이나 반응 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는 차량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가상 모델을 개발하는 데 활용한다. 이는 타이어가 고무 재질의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 설계 데이터만으로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타이어 개발은 타이어 제조사의 몫이고, 자동차 회사는 개발된 타이어를 선택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최종 성능에 타이어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역시 고속 유니포미티나 특성 시험기와 같은 첨단 타이어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개발한 차량에 최적화된 타이어를 요청하기 위해 타이어의 특성을 분석하고, 차량에 꼭 맞는 타이어를 선정하는 데 활용합니다.” 담당 연구원의 설명이다.

남양연구소의 스티어링 HiLS

스티어링 HiLS (Steering Hardware-in-the-Loop Simulation)

차량의 조향 시스템 특성을 분석하고, 운전자가 느끼는 스티어링 필(Steering Feel)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첨단 시설이다. 이 시스템은 실제 스티어링 장치(하드웨어)와 가상으로 구현된 차량 모델(소프트웨어)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작동한다.

스티어링 로봇이 임의의 조향 입력을 가하면, 이때 발생하는 반발력과 토크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를 통해 스티어링 시스템의 강성이나 마찰, 모터 보조 특성 등을 분석하고, 반응성과 제어성을 평가한다. 쉽게 설명하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바퀴가 얼마나 빨리 돌아가는지, 돌리는 데 필요한 힘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고 이 과정에서 전자 제어가 잘 이뤄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남양연구소의 스티어링 HiLS

이러한 평가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 By Wire) 시스템이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같은 최신 기술의 개발 및 평가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확보한 수치를 시뮬레이터의 모델링 데이터로 활용하면 실제 차를 타보지 않고도 스티어링 시스템이 차량 거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연구소의 K&C 머신

K&C 머신 (Kinematics & Compliance Machine)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시스템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장비다. 휠의 움직임을 6자유도(Degrees Of Freedom, 이하 DoF)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5축 액추에이터와 로드셀을 통해 타이어 접지면에서 발생하는 변위와 힘을 제어하고 측정한다. 이를 통해 서스펜션의 키네메틱스(Kinematics, 링크 구조에 의한 움직임)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힘에 의한 변형) 특성을 파악하고, 스티어링 기어비, 강성, 마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얻어낸다.

시험 중인 서스펜션 모듈

서스펜션의 매우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자동차의 주행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담당 연구원은 K&C 머신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링크 구조이기 때문에 앞뒤나 옆으로도 움직이고 회전까지 합니다. 차체에 고정되는 고무 부싱 때문에 움직이기도 하죠. 다만 그 움직임은 매우 작아 100kgf의 힘으로 서스펜션을 밀면 0.1° 정도 틀어지는 수준입니다. K&C 머신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이러한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면밀히 평가합니다. 차량의 설계나 목적에 따라 변동량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이죠.”

남양연구소의 다이내믹 K&C 머신

다이내믹 K&C (Dynamic K&C)

서스펜션의 동적 및 진동 특성을 측정하고, 차량의 거동을 분석하는 데 특화된 시설이다. 6축 액추에이터와 로드셀을 통해 차량의 롤(Roll), 피치(Pitch), 요(Yaw) 등 거동을 자연스럽게 재현한다. 앞서 언급한 K&C 머신보다 훨씬 빠른 속도인 초당 50회(50Hz)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주행 조건과 유사한 환경에서 서스펜션의 동적 특성, 진동 전달 민감도, 차체 강성 등을 평가하고 문제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남양연구소 다이내믹 K&C 머신의 세부 모습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헥사팟 구조는 초당 50회씩 차체를 흔든다

“6개의 다리를 가진 ‘헥사팟’ 구조 덕분에 X축, Y축, Z축 움직임과 각 축의 회전 방향까지 6DoF를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초당 50번 정도 차체를 흔들어 실제 주행 조건을 모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진동이 전달될 때 차량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볼 수도 있죠.”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실제 차량을 올려서 테스트하는 것은 물론, 타이어만 올리거나 서스펜션 모듈만 탑재해 테스트하는 모듈 단위의 시험도 가능하다. 차량의 구동 방식과 무게까지 고려해 시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발 과정의 초기부터 완성 단계까지 두루 사용된다.

다이내믹 K&C 테스트 중인 모듈의 모습

테스트카 제작 전 모듈 시험을 통해 차량의 거동을 예상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되는 차는 아직 각 부품의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아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듈을 이용해 시험할 경우 개발 초기부터 마치 실제 도로에서 달리는 것처럼 차량 평가가 가능하죠. 심지어는 아직 테스트카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모듈 단위로 시험을 할 수 있습니다.”

남양연구소의 핸들링 주행시험기

핸들링 주행시험기

핸들링 주행시험기는 가상 환경에서 차량의 핸들링 및 스티어링 감각을 평가하는 최첨단 시설이다. 각 바퀴 아래의 플랫 벨트가 타이어와 노면 간의 상대 속도를 정교하게 구현해 실제 도로 주행 상황을 모사한다.

이 시험기에서는 차량이 선회할 때 생기는 사이드 슬립 앵글(Side-slip Angle, 차체와 타이어 간의 비틀리는 각도)을 구현해 핸들링 성능을 측정한다.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정된 지면 위를 선회한다면, 핸들링 주행시험기에서는 차량이 고정돼 있고 아래의 노면이 선회하는 방식이다. 차량과 노면 사이의 상대 속도가 실제 도로에서 달릴 때와 동일하기 때문에 차량의 거동을 실제와 동일하게 측정할 수 있다.

남양연구소 핸들링 주행시험기의 세부 모습

시험기 앞쪽에는 120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마치 실제 도로 환경을 달리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차량을 조작하거나, 주행 로봇을 통한 무인 시험도 가능하다. 주행 로봇은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조작은 물론 클러치 조작과 수동 변속기 조작까지도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남양연구소의 승차감 주행시험기

승차감 주행시험기

실제 도로에서 경험하는 승차감을 실내에서 재현하여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주행 로봇이 차량을 제어하고, 플랫 벨트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노면의 특성을 초당 40회(40Hz)까지 타이어 접지면에 그대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주요 시스템의 진동 특성, 승차감의 기본 요소들을 분석하고, 전 세계 도로에서의 승차감을 실내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는 대신 이토록 복잡한 장비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행성능기술팀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실제 도로에서 평가하게 되면 날씨나 환경, 운전자에 따라서 평가 결과가 제각각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승차감 주행시험기를 이용하면 외부 변인을 완벽히 통제한 상태에서 평가할 수 있죠. 또한 이 장비는 엔진을 끄고 작동할 수도 있고, 앞바퀴나 뒷바퀴만 구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죠.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 장비로 북미 연구소, 유럽 연구소, 중국 연구소 등의 노면 환경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차를 해당 국가까지 보내지 않아도 동일한 환경에서 평가할 수 있죠.”

연구원들의 집념으로 완성되는 현대차그룹의 주행 철학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의 연구원들은 최첨단 시험 시설과 함께 차량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주행시험장이나 실도로에서의 평가를 넘어, 실험실 내에서 정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차량 성능의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개선점을 찾아낸다.

현대차그룹 신차의 수상 실적

첨단 시설과 연구원들의 열정까지 더해져 탄생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0년 기아 텔루라이드를 시작으로 6년간 5차례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입증했다. 특히, 최근 신흥 전기차 브랜드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2022년 아이오닉 5, 2023년 아이오닉 6, 2024년 EV9, 2025년 EV3가 4년 연속 수상하며 현대차그룹 전기차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주행성능기술팀 연구원들의 단체 사진

(왼쪽부터) 주행성능기술팀 예재원 연구원, 강성일 기술주임, 고종호 연구원, 최고봉 책임연구원, 김성훈 연구원, 이용섭 파트장, 유승제 기술기사보, 신동근 기술기사

현대차그룹은 급변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환경 속에서도 R&H 기술 개발 노하우를 토대로 흔들림 없이 고품질의 차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행 성능’이라는 분야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수많은 데이터와 분석, 그리고 연구원들의 집념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남양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오늘도 더 좋은 자동차,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믿고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한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첨단 연구 시설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 각국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주행 성능과 안정성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