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 시험을 진행하는 아이오닉 9의 모습 강설 시험을 진행하는 아이오닉 9의 모습

2025.07.24 현대자동차그룹 분량6분

현대차그룹 환경시험동, 극한의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열관리 성능을 확보하다

중동의 뜨거운 사막부터 북유럽의 혹한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는 어떠한 주행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열관리 성능을 발휘한다. 그 이면에는 다양한 기후 조건을 재현해 정밀하고 반복적인 평가를 이어가는 환경시험동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다.

사막 도로를 달리는 아이오닉 5의 모습

자동차에서 열관리는 매우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열에너지의 관리 방법에 따라서 실내 공조 시스템이나 동력장치의 성능, 효율성 등이 결정된다. 특히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열관리 성능은 이전보다 더 중요한 기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파워트레인의 냉각 시스템과 실내 공조 시스템이 따로 개발됐다면, 전기차에서는 인버터와 모터, 배터리 냉각과 실내 냉난방 시스템의 개발이 다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각 부품과 시스템의 열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차량의 전비나 냉각, 냉난방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겨울철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EV9의 모습

전기차는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터리나 모터에서 발생한 열을 히트펌프 시스템을 이용해 난방에 사용하거나, 여름철 배터리 충전 시 발생하는 열을 에어컨 시스템으로 냉각해 최적의 충전 성능을 확보한다. 이처럼 복잡한 시스템과 정교한 제어로 이뤄지는 열관리 성능은 높은 전비나 쾌적한 이동 경험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로부터 비롯됐으며, 지금도 그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고객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열에너지관련 리서치랩, 해석팀, 설계팀, 시험팀을 모두 하나의 조직 내에 두는 열에너지통합개발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차량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의 신기술 연구, 해석, 설계 및 성능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조직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파워트레인 냉각 성능과 냉난방 공조 성능 등의 연구개발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연료전지 스택, 전장 시스템, 자율 주행 제어기 회로의 해석 및 설계, 공조 전비 성능 개발까지 폭넓은 열관리 분야를 담당한다.

저온 시험을 진행하는 연구원의 모습

환경시험동의 저온 환경 풍동에서는 겨울철 혹한 조건에서의 차량 성능을 검증한다

이중 환경시험동에 위치한 시험팀에서는 열에너지와 관련한 모든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진이나 모터의 냉각 성능 연구, 고온에서의 열해 성능(열로 인한 손상에 대한 시스템이나 물질의 저항력), 시계 확보를 위한 제상 성능(외부 창문에 생긴 성에나 습기를 제거하는 능력) 시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 쌓인 데이터는 배터리 열관리, 모터와 인버터 냉각, 전동 컴프레서 냉방 시스템, 히트펌프, 수가열 히터 등의 열에너지 시스템 개발로 이어진다.

환경시험동의 핵심 시설은 전 세계의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재현하는 환경 풍동이다. 환경 풍동은 시간과 기후 조건의 제약을 받는 실제 도로 주행이나 주행시험장 평가를 대신하는 다양한 시험이 가능하다. 각 시험실은 온도와 습도, 풍속, 밝기를 재현하고 차량의 주행 부하와 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세부적인 구현 조건에 따라 고온, 저온, 강설 환경 풍동으로 구성된다.

환경시험동 내 고온 풍동의 모습

고온 환경에서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고온 환경 풍동에서는 높은 온도와 습도, 태양광 노출 환경에서의 다양한 시험이 진행된다

먼저, 고온 환경 풍동은 다양한 고온 조건에서 자동차의 열관리 성능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엔진과 변속기, 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스택, 자율 주행 제어기 등의 방열과 냉각 성능, 배기장치의 열해, 실내 냉방 성능이 주된 평가 항목이다. 일반적인 봄, 여름 날씨에 해당하는 조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중동 국가처럼 실제 외기온이 50℃에 이르는 특수한 환경까지 고려해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고온 풍동에서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 등이 갖춰진 고온 환경 풍동

풍동 내부에는 복합적인 테스트 환경을 구성하기 위한 여러 장비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솔라(Solar)라고 하는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는 최대 1,200W/㎡의 일사량으로 태양광 노출 환경을 모사해 다양한 열 부하 상황을 구현한다. 주행풍을 일으키는 메인 팬과 차량 구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를 통해 특정 주행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제어실에서는 풍동 시설의 조작과 함께 시험 중인 시스템의 온도 분포 등을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동일한 온도와 습도라도 태양광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쾌적함의 정도도 달라집니다. 가령 온도가 40℃인 환경보다, 30℃ 정도의 온도에서 큰 일사량이 가해지는 환경을 훨씬 덥고 불쾌하다고 느끼죠. 이처럼 서로 다른 조건에서의 열적 쾌적성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바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고온 환경 풍동의 장점입니다. 특히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는 매우 중요한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송대현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저온 환경 풍동의 모습

저온 환경 풍동에서는 실내 난방 성능, 겨울철 저온 제어 성능 및 제상 성능 시험이 진행된다

저온 환경 풍동에서는 10℃부터 영하 30℃ 사이의 다양한 저온 조건에서 자동차의 열관리 성능을 시험한다. 북유럽이나 북미 알래스카, 캐나다 등 혹한 지역의 환경까지도 챔버 내에서 모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으로 실내 난방 성능, 모터나 배터리의 저온 제어 성능을 시험하며, 겨울철 시계 확보를 위한 제상 성능 시험도 이뤄진다.

저온 환경 풍동에서 시험을 진행하는 연구원들의 모습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겨울철 전비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저온으로 인한 배터리와 모터의 효율 악화, 난방에 소비되는 전력으로 인한 전기차 주행거리 축소가 가장 큰 개발 과제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최소 전력으로 최적의 난방 성능을 구현해 겨울철 전비를 개선하고 주행거리 감소를 최소화하는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의 시험과 평가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에는 극한의 조건에서 진행하는 테스트만 통과하면 나머지 조건에서도 의도대로 성능을 발휘하지만, 전기차는 온도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이 달라집니다. 특히 저온의 경우 전비와 주행거리 감소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만큼,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온도에서 더 많은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저온 시험에 대한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문재연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강설 시험 진행 모습

강설 시험을 진행하는 연구원의 모습

강설 환경 풍동에서는 눈이 내리는 주행 상황을 모사하여 전장 계통에 끼치는 영향 등을 시험한다

강설 환경 풍동에서는 앞서 소개한 저온 조건에 더해 터널 내 인공적으로 눈을 만드는 장치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챔버 내에 강한 눈이 내리는 환경을 추가로 재현할 수 있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등 폭설 상황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박도헌 연구원은 강설 환경 풍동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흔히 눈이 내린다고 하면 굵은 눈송이가 천천히 쌓이는 모습을 생각하죠. 그런데 실제로 폭설이나 눈보라 현장에서 차량이 주행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눈이 내리는 속도도 빠르고 거센 바람까지 동반합니다. 이런 환경을 시험실 안에서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따라서 강설 풍동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챔버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뿌옇게 변합니다.”

강설 시험 후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전기차는 강설 환경 풍동에서 프렁크나 충전구 내부로 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개폐 구조 등을 시험한다

온도나 습도 외에 강설 조건이 추가되는 시험인 만큼, 강설 환경 풍동에서는 고온 및 저온 환경 풍동과는 다른 테스트가 진행된다. 가령 차량에 쌓이는 눈이 엔진이나 전장 계통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관측하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전기차의 경우 차체 전방 프렁크와 충전구 내부로 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실링 구조, 충전 도어 구조 등을 다양하게 시험하기도 한다.

써멀 마네킹을 설치하는 연구원의 모습

써멀 마네킹을 활용한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실제 사람 대신 탑승 공간에서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서멀 마네킹의 모습

환경시험동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다양한 장비나 솔루션도 적극 활용한다. 인체 모형에 수많은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이 대표적이다. 서멀 마네킹은 여러 고온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인체의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실제 차량의 엔진룸이나 실내 상태를 재현한 시스템 벤치를 제작하기도 한다. 실제 차량에서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회로와 부품의 성능 및 효율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류창기 파트장은 “사람에 따라 쾌적한 정도를 다르게 느끼다 보니, 공조 쾌적성 평가 과정에는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서멀 마네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만의 열적 쾌적 모델을 개발한 이유입니다”라고 서멀 마네킹을 비롯한 각종 장비와 솔루션의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환경 풍동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환경 풍동 시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설계 및 개발 부서와 공유해 신차 완성도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환경시험동 연구원들은 각종 환경 풍동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신차 설계와 개발을 담당하는 타 부서와 긴밀한 협업을 거치고 있다. 예를 들면, 설계 관련 부서로부터 성능이나 효율이 의도대로 구현되는지 검증하고, 부족하다면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식이다. 특히 전기차 개발 비중이 커진 현재는 하나의 시스템을 두고 여러 부서가 협조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더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오닉 5 충전구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니즈에 맞는 고품질의 전기차 라인업을 폭넓게 선보이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거둔 다양한 수상 기록으로 높은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 열에너지통합개발실이 이에 기여한 부분은 결코 작지 않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 사용 시 20분 내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전력 공급 속도, 저온 충전 성능 등 다양한 기후에도 안정적인 열관리 성능의 실현이 대표적이다.

아이오닉 5 N이 트랙을 주행하는 모습

이는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고성능 전기차에서도 빛을 발한다. 일례로 아이오닉 5 N은 개발 단계에서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Nürburgring Nordschleife) 코스를 전력으로 주행해 2랩 연속 완주라는 안정적인 내구성을 보여주었고, 미국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 PPIHC)에서도 신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더불어 모터와 배터리의 안정적인 온도 관리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러한 성과에는 극한의 환경 조건을 모사해 정밀하고 가혹한 주행 평가를 진행하는 열에너지통합개발실의 노력이 있었다.

환경시험동 연구원들이 모습

(왼쪽부터)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홍환의 연구원, 송재현 책임연구원,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송대현 책임연구원,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김태한 파트장,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류창기 파트장, 문재연 책임연구원, 정원빈 책임연구원,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박도헌 연구원

남양기술연구소 열에너지통합개발실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도 친환경 규제에 따른 대체냉매 시스템, 차세대 열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신기술, 도심항공교통 모빌리티(UAM)용 냉각·공조 시스템 등 폭넓은 분야의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열관리 성능의 혁신을 통해, 완성도 높은 차량을 개발하는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