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개념을 설명하는 그래픽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개념을 설명하는 그래픽

2025.07.23 기아 분량8분

모듈러 바디 기술로 고객 맞춤형 PBV를 완성하다, 더 기아 PV5의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더 기아 PV5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적용해 고객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다품종 PBV를 구현했다. 이는 공통된 결합 구조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주요 바디 부품을 모듈 형태로 만들고 조합해, 설계 유연성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신개념 바디 기술이다. 담당 연구원을 만나 더 기아 PV5의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아 PV5

PBV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용도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고객 맞춤형 차종이다. 여기에는 한 차종을 바탕으로 탑승 공간에 중점을 두거나, 적재성을 극대화하는 등 다양한 바디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다품종 PBV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PBV의 바디 사양을 여러 개로 확장할수록 개발 자원이 중복되고 차량 생산성이 저하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더 기아 PV5(이하 PV5)는 신개념 바디 기술인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Flexible Body System)’으로 고객의 운행 환경과 목적에 최적화된 PBV 라인업을 구현했다. 이는 외장 패널, 루프, 후방 차체 골격 등을 모듈화해 공통된 결합 구조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바디 사양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기술이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모듈 구성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운전자가 탑승하는 1열은 공용부로 유지하고, PBV의 운행 목적에 대응하는 1열 후방(변동부) 주요 바디 부품만 표준화된 모듈러로 구성한다. 변동부의 모듈러 부품을 조합해 하나의 차종으로 다양한 바디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는 PBV의 확장성을 마련하고, 고객들의 폭넓은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바탕을 구축한 점이 바로 이 기술의 핵심이다. 


참고로 PV5에 적용된 바디 모듈은 루프(일반루프, 하이루프), 도어(슬라이딩 도어, 도어리스), 쿼터글라스(쿼터글라스, 글라스리스), 리어오버행(컴팩트, 롱바디), 클로저 시스템(리프트업, 양문형, 하이루프 양문형)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로써 바디 사양별로 바디 금형을 추가 제작하지 않고도 총 7종의 차량 라인업을 확보할 수 있었다.

EV9과 연구원들이 함께 서 있는 모습

(왼쪽부터)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김기은 책임연구원, 정진관 책임연구원, 이해훈 책임연구원, 김선민 책임연구원

이처럼 다양한 장점과 혁신성을 지닌 PV5의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더 깊게 알아보기 위해 개발을 담당한 MSV차체설계1팀 이해훈 책임연구원, MSV외장설계1팀 김선민 책임연구원, MSV클로저설계1팀 김기은 책임연구원, MSV내장설계1팀 정진관 책임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Q.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어떤 배경에서 개발됐나?


이해훈 책임연구원 I 최근 고객의 활용 용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구현하는 차량, 즉 PBV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자동차 제조사가 시장을 예측해 차량 콘셉트를 정립하고 약 2년간 개발하는 ‘제조사 기반의 소품종 바디 개발’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PBV처럼 새로운 개념의 차량에서는 기존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했다. 특히 모빌리티 사업자, 개인 고객 등 여러 고객에게 최적화된 PBV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공급하는 ‘고객 기반의 다품종 바디 개발’로 전환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사양 모델을 구현하려면, 각 사양의 차이에 따른 구성 요소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기본 모델과 이에 기반하는 파생 모델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원화 개발은 설계의 복잡성을 높이고, 투자 비용과 개발 기간이 동시에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사양별 변동성과 복잡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차체 부품을 그룹화하고 모듈화한 신개념 바디 기술인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아 PV5

Q.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이 기존 설계 방식과 어떤 점이 다른가? 또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에서 적용한 모듈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해훈 책임연구원 I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쉽게 말해서 동일한 형태의 레고 블록을 결합하듯 바디 구조를 유연하게 설계하는 개념이다. 자동차 설계 용어 중 ‘UPG(Uniform Parts Grouping)’란 게 있다. 개발 및 생산의 최적화를 위해 차체 구조, 생산 공정, 기능 등을 바탕으로 차량 구성 부품을 사양별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PBV와 같은 다사양 바디에서는 UPG 사양 수가 증가하고, 사양이 다른 UPG는 서로 조합이 안 되는 경우도 늘어난다. UPG의 결합 방식과 차체 구조가 달라지면, 바디 사양별 목표 성능을 달성하기 어렵고 개발 난도도 함께 상승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UPG 결합 구조를 공용화하고, 모듈화하여, 바디 사양별로 구조와 성능의 차이를 최소화한다. 또한 바디 사양에 따라 UPG 전체를 새로 개발하지 않고, 일부 모듈만 개발함으로써 개발 복잡성을 줄이고, 사양별 바디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모듈화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모듈화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모듈화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플렉시블 바디에 적용된 모듈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UPG를 구성하는 부품 중 일부를 기능 단위로 독립적인 그룹으로 묶은 점이다. 둘째, 단순히 큰 부품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 것이 아닌, 모듈 간 조립 호환성을 확보한 UPG 부품의 집합이라는 점이다. 셋째,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의 특성에 따라 UPG 전체가 하나의 모듈로 정의된다는 점이다. 

차체 조립 시스템의 개념에 대해 소개하는 인포그래픽

Q.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개발 기획 및 과정은 어땠나?


이해훈 책임연구원 I 기아는 지난 2020년 고객을 위한 다목적 차량을 만들고자 PBV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PBV의 특징은 바디 사양이 굉장히 많다는 점으로, 첫 PBV인 PV5에는 7종의 바디 사양 개발이 계획됐다. 이런 다사양 바디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시도이며, 담당 연구원으로서 상당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이에 기존 개발 방식으로는 양산 대응이 어려우니 ‘새로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앞서 설명 드린 ‘레고 블록 모듈화’였다. 바디 사양을 일일이 만들기보다, 표준화한 모듈러 바디에 레고 블록처럼 개별 사양을 조합한다면 하나의 차종으로 여러 바디 사양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PV5의 바디 타입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먼저, 2021년에 PBV 개발 프로젝트가 TFT 형식으로 출발했다. 해당 프로젝트 그룹에서 리어엔드 모듈이라는 레고 블록 형식의 모듈형 차체 조립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도출됐다. 해당 기술로 현대차그룹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양산 개발을 위한 연구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전문화되고 깊이 있는 기술 연구를 위해 사내 ‘글로벌 R&D 전문가 제도’에 지원해 선발됐고, 이후 리어엔드 모듈에 대한 양산성 확보와 관련 신기술의 개발까지 함께 연계한 실제 연구에 돌입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해석, 재료, 제조 솔루션 등 거의 모든 유관 부문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이뤄졌고,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양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말에는 글로벌 R&D 전문가 제도의 파견 제도를 이용해 PBV 개발 프로젝트 그룹에서 PV5 개발 프로젝트의 리어엔드 부문 차체 설계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2023년에는 연구소 조직이 차종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레고 블록 형식 모듈형 차체 개발과 관련된 핵심 협업 부서가 바디설계1실(차체, 클로저 시스템, 외장, 내장)로 모이게 됐다. 이때부터 바디설계1실의 설계 담당자들과 열정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레고 블록 형식 모듈형 차체 기술인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양산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연구원의 모습

Q.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주요 장점은 무엇인가?


김선민 책임연구원 I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핵심은 레고 블록 형식 모듈형 바디 기술에 있다. 바디 사양에 맞춰 모듈형 바디 부품을 레고 블록처럼 배치하고, 이를 간결하게 결합해 다사양 바디를 효과적으로 혼류 생산하는 것이다. 특히 바디 사양별로 개발·조립·검증을 거쳐야 하는 각 단계를 최소화하고, 바디 사양에 따라 ‘바뀌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조합해 설계 및 생산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즉, 설계 및 생산 부문에서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다양한 바디 사양을 구현함과 동시에 차량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외골격 듀얼 환형 구조’를 적용했다. 

외골격 듀얼 환형 구조의 개념에 대해 소개하는 인포그래픽

PV5는 일체화된 금속 사이드 패널로 외관의 공용부를 구성하고, 리어엔드의 변동부에는 복합재 가니쉬를 조립한다. 덕분에 변동부를 외관 스타일링 없이 차체 골격으로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차체 골격이 외부에 노출되는 외골격 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바디 리어엔드 개구부를 사각형 단면 구조이자 끊김 없는 원형으로 연결함으로써 차체 비틀림에 매우 강건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차체의 구조적 강성을 극대화하여 다양한 용도와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롱바디의 경우, 듀얼 환형 구조를 통해 전장 제원의 증가에 따른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외골격 듀얼 환형 구조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확장성과 안정적인 성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 고객에게 만족도 높은 차량 경험을 제공한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Q.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후면부의 가변성을 극대화해 다사양 라인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와 관련된 세부 기술이 궁금하다.


김기은 책임연구원 I PV5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변형 리어엔드 모듈을 적용해 상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리어엔드 모듈은 변동부에서 바디 사양에 맞춰 변화의 폭이 가장 넓은 부분으로, 2가지 전장 사양(컴팩트, 롱바디)과 4가지 클로저 시스템(리프트업, 컴팩트 양문형, 롱바디 양문형, 하이루프 양문형)을 지원한다. 이는 이너와 아우터를 결합한 차체 외골격에 모듈 형태의 외관 가니쉬, 테일게이트 등을 조합해 바디 사양을 유연하게 구성한 것이다. 

가변형 리어엔드 모듈 기술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예컨대 PV5 롱바디의 경우 컴팩트 바디와 공용 부품인 가변 모듈을 뒤로 이동하고 차체 전장을 확장하는 롱바디 모듈(리어오버행 200mm 연장)을 추가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리어엔드 모듈을 활용해 PBV의 운행 목적에 최적화된 다사양 바디를 유연하고 완벽하게 완성한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실내 부분 특징에 대해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Q. 실내에서 만나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사용자 친화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정진관 책임연구원 I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바디 사양을 다양하게 확장할 뿐 아니라 실내 공간의 활용 가능성까지 높인다. 대표적인 것이 PV5의 바디 사양 7가지에 최적화해 개발한 러기지 사이드 트림으로, 이는 PBV의 다양한 운행 환경과 목적에 대응한다. 러기지 사이드 트림에는 각종 장비와 액세서리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는 L-트랙 마운팅, 기아 애드기어(Kia AddGear) 등을 마련해,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공간 연출도 가능하다.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 트림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참고로 기아 애드기어는 휴지통, 구급함, 우산 홀더 등의 기아 액세서리와 서드파티 제품 등을 지원한다. 이와 같이 사용자 친화적인 러기지 사이드 트림은 PV5의 실내를 운행 환경과 목적에 맞게 다채롭게 구현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사이드 리어 어라운드 가니쉬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Q. 유지보수 측면에서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이점은 어떤 것인가?


김선민 책임연구원 I PBV는 운행 과정에서 차체 후측방 부분이 자주 손상된다. 만약 기존과 같이 이를 금속 차체 패널로 만들 경우 손상 시 고객의 정비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PV5에서는 해당 부위 손상 시 간단하게 교체 가능한 사이드 리어 어라운드 가니쉬를 개발해 정비성을 향상시켜 유지보수 시간을 줄이고, 고객의 정비 비용 지출을 최소화했다.


사이드 리어 어라운드 가니쉬는 바디 사양에 따라 달라지는 변동부에서 금속 차체 패널 일부를 대신한다. 이에 따라 차량 제작에 필요한 금속 패널 제작 금형 비용을 저감하는 효과까지 지녔다. 이런 설계 방식은 고객과 자동차 제조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기아 PV5

Q. 연구원으로서 PV5의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이해훈 책임연구원 I 차체 구조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일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차체 본연의 기능은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들은 신기술로 인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PV5 개발에 앞서 경쟁사 적용 사례, 신기술 개발에 대한 타당성 및 예상 효과, 양산 가능성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하며 기술 품질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는 경쟁사 기술을 모방하거나 협력사로부터 도입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독창적인 기술 개념으로 많은 난관을 거친 것이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이 아우르는 기술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당사 생산 설비에도 맞지 않아, 개발 초기에는 양산 가능성이 낮게 평가된 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기술 검증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개발이 무산될 위기를 여러 차례 맞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안을 모색한 덕분에 마침내 오늘날 양산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이 같은 서사가 담겨 있는 기술로, 개인의 역량보다는 리더들의 선견지명, 혁신 아이디어에 대한 그룹 차원의 추진력, 글로벌 R&D 전문가 제도, 연구소가 보유한 우수한 인적 인프라, ‘현대 웨이(Hyundai Way)’에 바탕한 모두의 개발 성과라고 생각한다. 많은 고객들이 PBV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기술의 핵심 기반인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통해 PV5의 만족스러운 차량 경험과 혁신적인 공간 가치를 확인해 보시기를 바란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