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GMP S 플랫폼의 모습 E GMP S 플랫폼의 모습

2025.07.23 기아 분량7분

더 기아 PV5의 바탕을 이루는 PBV 전용 플랫폼, ‘E–GMP.S’에 담긴 기술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PBV 전용 플랫폼, ‘E-GMP.S’를 바탕으로 탄생한 더 기아 PV5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설계로 가득하다. E-GMP의 핵심 기술과 전용 플랫폼의 이점을 계승하면서, 비즈니스 모빌리티 고객의 현실적이고 세세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 E-GMP.S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PV5 2대가 서 있는 모습

지난 2월, 기아는 ‘2025 기아 EV 데이’에서 차세대 전동화 차량을 공개했다. 당시 브랜드 최초의 전용 PBV로 등장한 더 기아 PV5(이하 PV5)는 전동화 시대의 비즈니스 모빌리티가 갖춰야 할 기술과 혁신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소비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 모빌리티의 혁신은 PV5의 기틀이 되는 E-GMP.S(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for Service)의 설계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 GMP S 플랫폼을 개발한 현대자동차그룹 연구원들

(왼쪽부터) E-GMP.S를 개발한 차량아키텍처패키지개발팀 황선기 책임연구원, 샤시아키텍처개발팀 이승학 책임연구원, 바디아키텍처개발팀 강승민 책임연구원

기아는 PBV 전용 플랫폼 개발 초기부터 예비 고객들의 목소리와 데이터를 철저히 반영했다. 아울러 기존 E-GMP가 지닌 전동화 플랫폼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비즈니스 친화적인 설계를 더해 E-GMP.S를 완성했다. 따라서 E-GMP.S 기반 PBV는 고객의 운용 환경과 차종을 불문하고 일상에서의 편리한 사용성과 최적의 비즈니스 효율을 제공하는 데 그 존재 의의가 있다. ‘모빌리티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을 완성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참여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E-GMP.S의 상세한 개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 GMP S 플랫폼의 모습

Q. E-GMP.S는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의 설계 철학을 공유한다. 두 플랫폼이 공유하는 기술적 기반과 개발 방향은 무엇이며, 또 어떤 차이가 있나?


황선기 책임연구원 | 두 플랫폼은 고객 중심의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실내 공간과 디자인, 향상된 차량 성능과 상품성, 그리고 시스템의 모듈화 및 표준화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된 개발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 가치와 시장 요구의 세부적인 차이에 따라, 각 플랫폼은 개발 목표와 구현 방식에 차이를 두고 설계했다.


E-GMP.S는 PBV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개발한 최초의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이다. 승객 및 화물 공간의 극대화, 다양한 사용 목적에 대응 가능한 구조적 유연성과 확장성 확보, 용도별 차량 성능 최적화, 그리고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소유비용)를 고려한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플랫폼 관련 기술 설명 중인 황선기 책임연구원


Q. 내연기관 차량에서 파생된 전동화 LCV와 비교하면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으로 제작된 PBV는 비즈니스 운영 측면에서 어떤 강점이 있나?


황선기 책임연구원 | 내연기관 차량 기반의 전동화 LCV(Light Commercial Van, 경상용밴)는 기존 엔진, 변속기와 연료탱크 등을 제거한 후 전동화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이로 인해 운전석 위치나 플로어 구조 등 실내 구성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화물 적재를 위해 평평한 플로어 구조가 필요한 카고 차량의 경우 기존의 센터 터널과 리어 플로어가 높이 솟아 있고, 그 위로 플랫 플로어를 구성할 수밖에 없어서 실내 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다.

PV5의 실내 전경

반면,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으로 설계된 E-GMP.S는 내연기관 차량의 구조적 제약에서 벗어나, 운전석 위치 개선과 저상화 풀 플랫 플로어를 구현해 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PBV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처럼 차량 제원을 최대한 활용한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우수한 승하차 편의성과 적재 효율성, 다양한 사용 목적에 대응하는 확장성과 유연성 등을 구현했다는 점이 바로 E-GMP.S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를 기반으로 PV5는 비즈니스 고객과 일반 고객 모두에게 뛰어난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PV5 플랫폼 주요 특징을 요약한 인포그래픽

E GMP S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으로, 해당 내용에 따르면 PV5는운전석을 최전방 배치하고 저상화 풀 플랫 플로어를 적용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

Q. 긴 휠베이스와 함께 극단적인 캡 포워드 구조가 인상적이다. 광활한 실내 공간 설계를 가능케 한 기술적 비결은 무엇인가?


황선기 책임연구원 | 패키징 과정에서 실내 공간 확장과 내부 구조의 효율적인 설계를 위해 부품배치는 물론 주요 시스템 사양까지 정밀하게 고려했다. 먼저, 차량의 전후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충돌 안전성을 확보한 범위 내에서 운전석을 최대한 전방으로 이동하고, PE 룸 공간은 최소화했다. 또한, 쇼크 업소버의 높이를 낮출 수 있는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하여, 상단이 전방으로 돌출된 대시 패널을 구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사형 대시 패널 구조 아래에 PE 시스템 모듈을 배치하여 최적화하고, 동시에 디자인과 정비 편의성을 고려한 시스템별 설계를 구현했다.


PV5의 플랫폼이 투영되어 보이는 그래픽


차량의 하부 역시 실내 공간 확장과 스텝 높이 하향을 목표로 구성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PV5는 운전석 하부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저상화 풀 플랫 플로어 구조를 갖췄다. 이를 위해 슬라이딩 도어 레일 사이에 표준화한 고전압 배터리를 배치하고, 실내 공간 확보와 저상화 설계에 유리한 CTBA(Coupled Torsion Beam Axle) 서스펜션을 후륜에 적용했다. 이처럼 혁신적인 패키징과 시스템별 최적 설계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면서 충돌 안전성까지 확보한 컴팩트한 PBV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었다.


PV5의 주요 안전 설계를 요약한 인포그래픽

기아 PV5에 적용된 주요 안전 설계를 설명하는 사진으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PV5는 전방 다중 골격 구조를 적용해 사이드멤버,펜더에이프런 등 전방 충돌에너지를 효과적 분산으로 분선하며, 차체 고장력강을 확대했다. 또한 서브프레임 및 배터리 전방 보호 구조와 배터리 하부 및 측면 차체 간 충분한 공간 확보를 통해 전방위적인 배터리 안전성 확보했다.

Q. 실내 공간의 극대화를 위한 설계는 충돌 에너지 흡수 영역이 줄어든다는 의미처럼 보인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나? 


강승민 책임연구원 |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제원 내에서 효과적으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충돌 에너지 흡수 및 분산을 고려한 구조 설계와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우선 PE 시스템 모듈을 휠 센터 뒤편의 경사형 대시 패널 하부 영역에 배치하여 모듈 전방에 충돌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영역에는 사이드 멤버와 에이프런 멤버, 크로스 바, 프런트 서브프레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중 골격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다중 골격 구조는 충돌 상황에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분산해 승객실로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또한, PE 시스템의 후방 밀림에 따른 승객실의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 일체형의 170K급 핫스탬핑 멤버와 다중 지지 멤버를 적용해 승객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강승민 책임연구원이 PV5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전기차는 플로어 하부에 배터리가 위치한다. 측면 충돌 상황에서 고전압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적 설계나 기술도 적용되어 있나?


강승민 책임연구원 | 고전압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다양한 충돌 조건과 실제 주행 환경을 고려한 전방위적인 배터리 안전 설계를 도입했다. 전륜 서브프레임이 배터리 전방을 보호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해당 구조는 다중 골격 구조와 연계되어 충돌 시 에너지 흡수를 높이고, 주행 중 도로 위의 불특정 물체로 인한 배터리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터리 전방의 모든 영역을 보호한다.

또한, 배터리의 측방과 후방 보호를 위하여 배터리와 차체 사이드실, 후륜 서스펜션 사이에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배터리 주변을 보호하고 있는 골격 부재는 150K급 롤포밍 및 170K급 핫 스탬핑 강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충돌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보호했다. 이에 더해 다인원 탑승 및 수하물 적재 상황에서 과속방지턱을 넘는 주행 환경을 감안해 최저 지상고를 여유 있게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전방은 물론 어느 방향에서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PV5가 주행 중인 모습

Q. 차량 특성상 다양한 용도로 쓰이기에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과정에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이승학 책임연구원 | PBV는 많은 적재물을 싣고 긴 거리를 운행해야 한다. 또 상용과 승용 환경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주행 성능 측면에서 다양한 운용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구성과 주행 안정성은 물론, 편안한 승차감과 N.V.H 성능이 양립할 수 있도록 E-GMP.S에는 기능과 특성을 분리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노면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서스펜션 부품에 사용하는 고무 및 스프링의 탄성, 완충 관련 특성을 낮게 설정하면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차량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특성을 높이면 내구성은 강화되지만 승차감은 저하된다. 이처럼 상반된 특성을 하나의 부품만 사용해 동시에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PV5는 부품을 분리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황에 따라 승차감과 내구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분리형 CTBA 부싱, 듀얼 범프 스토퍼, 그리고 비선형 스프링에 적용되며, 각 기능을 최적화한 PBV 특화 기술로 다양한 운행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PV5에 짐을 적재하는 모습


Q. PBV를 비롯한 비즈니스 차량은 가혹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만큼 내구 측면에서도 강화된 테스트와 설계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 개발 과정을 거쳤나?


이승학 책임연구원 | 차량 시스템 전반에 걸쳐 설계 단계부터 장기간 유지와 관리가 용이하도록 매우 높은 내구 성능을 목표로 E-GMP.S를 개발했다. 비즈니스 고객과 일반 소비자의 사용 패턴, 패신저 및 카고 모델의 운용 방식 등 다양한 실제 사용 조건을 고려하여, 개발 초기부터 고객의 운행 환경을 반영해 설계했다. 


따라서 노면 환경과 가혹도, 주행 비율 등을 면밀히 분석해 내구 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차체는 물론 개별 시스템의 강성을 강화했다. 서스펜션 설계 또한 최적화하여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분산시킴으로써, 차량이 입을 수 있는 손상을 최소화했다.

테일게이트를 개방하고 있는 PV5의 리어 쿼터뷰

부품 체결 방식도 개선했다. 일정한 각도로 체결하는 각도 체결법을 확대 적용해 부품 체결력을 높이고 조립 편차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고하중 조건에서도 체결부의 안정성이 높아져 장기간 사용 시에도 높은 내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차체는 초고장력강을 확대 적용하고, 테일게이트처럼 반복 사용이 많은 부위는 연결 구조와 보강 부재를 추가하여 구조 강성을 더욱 높였다


이승학 책임연구원이 PV5의 플랫폼에 대해 설명 중이다


Q. PBV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TCO를 비롯한 경제성이다. E-GMP.S에서 고객의 TCO 절감을 위해 반영된 설계는 무엇인가?


이승학 책임연구원 | TCO는 차량 구매 가격뿐만 아니라, 차량을 보유하는 동안 발생하는 유지 및 관리 비용 전반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E-GMP.S의 설계 단계부터 *다운 타임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정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다운 타임: 정비 등으로 인한 차량 이용 불가 시간

PV5의 정비 편의성 향상 요소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예를 들어, 워셔액과 냉각수처럼 자주 점검이 필요한 부분은 정비 시간 단축을 위해 보닛을 열면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배치했다. 또한 교체나 정비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에는 탈착이 용이한 구조를 적용했다. 대표적으로 전륜 서스펜션에 모듈 브래킷 구조를 도입해 손쉽게 탈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서스펜션이나 PE 시스템의 정비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게다가 고객의 정비 비용 절감을 위해 시스템을 기능별로 모듈화하는 설계도 병행했다. 예컨대 제동 시스템은 EBB(전동 브레이크 부스터)와 ESC(전자식 차체 자세 제어 장치) 모듈로 분리해 개별 교체가 가능하게 했고, 열에너지 시스템은 연결 배관을 최소화하고자 냉매 모듈을 통합 구성했다.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한 타이어는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애프터마켓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범용 규격을 채택하여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

비즈니스에 활용 중인 PV5들의 모습

Q. 마이크로 풀필먼트 시장 확대 등, 최근 중소형 LCV의 수요가 증가하며 PBV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GMP.S를 바탕으로 한 PBV 라인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예정인가?


강승민 책임연구원 | 현대차그룹은 모듈러 전략 아래, E-GMP.S의 기획 단계부터 설계 유연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개발했다. 실제로 PV5의 런칭 라인업인 카고, 패신저 모델 외에도 오픈 베드, 탑차, 라이트 캠퍼 등 다양한 용도에 특화된 컨버전 모델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로보택시나 소형 및 대형 PBV와 같이 폭 넓은 제품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E-GMP.S의 구조적 강점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사용 환경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PBV 솔루션을 제공할 전망이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