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29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배터리 셀 발화 시 화재를 즉시 진압하는 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상이 일어난 배터리 셀을 찾아 해당 부위에만 소화약제(소화에 사용하는 물질)를 집중적으로 자동 분사해 열을 식히고 불을 끄는 기술이죠. 해당 기술은 인접한 배터리 셀에 열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 열폭주를 사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 중국, 인도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발화 후 열폭주를 최소 5분간 지연하도록 의무화하였으며, 내년부터 중국은 열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셀 단위 소화 기능을 갖춘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배터리 시스템은 이에 훌륭한 대응책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EV-BSA(전기차-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 개발팀의 이승준 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대모비스의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은 이상이 생긴 부분에 정확히 소화약제를 자동 분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위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이하 BMS)과 소화에 필요한 장비로 구성된 하드웨어, 그리고 소화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로직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승준 연구원은 자동 소화 기능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시스템의 부피가 늘어나지 않도록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신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의 경우 용량은 많이, 크기는 작게 만드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따라서 자동 소화 시스템에 필요한 하드웨어의 부피는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불을 끄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기존 배터리 시스템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내부에 장착할 수 있는 자동 소화 시스템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BMS는 시스템 내 센서가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온도와 전압, 그리고 배터리 시스템 내부의 압력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판단합니다. 이를 통해 어떤 배터리 셀에 이상이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소화약제를 담은 탱크와 각각의 배터리 모듈 위에 달린 분배판을 배관으로 연결한 구성이며, 전부 배터리 시스템 내부에 수납되어 있습니다.
BMS가 이상을 감지하면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이 밸브를 제어해 이상이 생긴 배터리 모듈 위의 분배판으로 소화약제를 보냅니다. 분배판에 도착한 소화약제는 배터리 모듈 내부로 흐르며 이상이 생긴 배터리 모듈의 온도를 낮추거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을 끄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모비스는 해당 기술을 개발하며 배터리 케이스와 소화장치 등 3종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런데 왜 배터리 시스템 전체에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간단한 방식을 택하지 않고, 이상이 생긴 곳에 소화약제를 집중 분사하는 복잡한 구조를 택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이승준 연구원은 “사용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완전히 불을 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지금의 형태를 완성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시스템에 장착할 수 있는 소화약제의 양에 한계가 있으니, 이상이 발생한 부위에만 집중 분사해 확실하게 진화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설명이죠.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을 목업으로 표현한 전시물에서는 알아채기 어렵지만, 분배판의 두께는 아주 얇습니다. 배터리 시스템 내부에서 차지하는 부피를 최대한 줄였죠.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배터리 셀을 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소화약제를 담은 탱크와 배관도 연결해야 하지만, 배터리 시스템의 내부를 완전히 바꾸지 않아도 되기에 현재 여러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는 배터리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범용성이 뛰어난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에 대해 이승준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은 분배판의 개수와 소화약제의 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어떤 배터리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모듈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배터리 셀을 얹는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이 상용화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술은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전례가 없습니다. 현대모비스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 전 세계 전기차 사용자들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현대모비스의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은 화재 발생 시에만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화재 전에 작동해 배터리 셀을 식히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죠. BMS가 배터리 셀의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기에,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경우 미리 소화약제를 뿌려 화재를 예방하는 ‘선제 대응’도 가능한 것입니다.
“지금의 전기차 배터리는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어요. 덕분에 1회 충전 주행거리도 늘어났고, 외부 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열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잘못될 경우 화재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죠. 그만큼 현대모비스는 열 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모두가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승준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배터리 과열을 방지하는 진동형 히트파이프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합금과 냉매로 구성된 히트파이프를 배터리 셀 사이에 넣어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시스템 내부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죠.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배터리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고도화된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더욱 안전한 전기차를 만들고자 하는 현대모비스의 노력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내일의 모빌리티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현대모비스의 노력을 응원해 봅니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