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2025.05.19 현대 모터스포츠팀 분량8분

[2025 WRC 5R] 현대 월드랠리팀 타낙, 포르투갈 랠리에서 막판 추격 끝에 2위로 피니시

오트 타낙은 금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놀라운 페이스로 포르투갈 랠리의 선두에 올랐으나, SS17에서 스티어링이 파손돼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일요일에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끝에 2위로 경기를 마쳤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경기 모습

올해 WRC는 포장 노면에서 열린 제4전 이슬라스 카나리아스 이후 포르투갈부터 칠레까지 내리 7개의 비포장(Gravel) 랠리로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제5전 포르투갈과 제6전 이탈리아, 제7전 그리스는 거친 노면과 무더운 날씨로 랠리카의 내구성 및 드라이버의 집중력을 소모하기로 유명하다. 

1967년 시작된 포르투갈 랠리는 1973년 첫 WRC 캘린더부터 이름을 올리며 역사를 함께해 왔다. 이후 29년간 WRC 붙박이 이벤트로 명성을 날렸다. 중간중간 아스팔트와 자갈길의 혼합 스테이지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레이블 스테이지에서만 열리고 있다.

포르투갈 랠리에서는 수천 명의 관중이 운집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포르투갈 랠리는 열성적인 관중으로도 유명하다. 통제가 적극적이지 않았던 70~80년대에는 경기 중 스테이지에 난입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그룹B 시절에 일어났던 대형 사고 중 하나가 바로 1986년 포르투갈 랠리였다. 비극적인 사고가 여럿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랠리의 인기는 여전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WRC 캘린더에서 사라졌다가 복귀했을 때는 기존의 마토지뉴스(Matosinhos) 대신 최남단 알가르베(Algarve) 지역의 파로(Faro)에서 개최되었다. 2015년에는 다시 이전의 마토지뉴스로 복귀해 오늘에 이른다. 특히 포르투갈 랠리는 세계 최고의 랠리에 5번이나 선정되었을 만큼 인기 이벤트이기도 하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의 코스를 설명하는 표

포르투갈 북부와 중부에 걸쳐 열리는 오늘날의 포르투갈 랠리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비해 고속 구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산마루에 가려진 까다로운 코너도 많다. 노면은 모래가 많은 부드러운 표면 아래로 단단한 암반이 숨어 있어 차들이 달릴 때마다 노면 컨디션이 달라진다. 여기에 무더운 날씨까지 더해져 타이어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에 쓰일 타이어의 모습

이미 사파리에서 사용됐던 한국타이어의 그레이블용 다이나프로 R213 타이어는 이번에 업데이트 버전으로 바뀌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타이어와 유사하지만 패턴이 약간 변경되어 훨씬 견고해졌다고 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갈수록 상황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타이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포르투갈에서는 무더위를 위한 대책도 중요하다. 경기가 진행된 당시의 포르투갈 기온은 한낮 최고 25℃를 기록했다. 기록 단축을 위해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조차 꼭 닫은 채 달리는 랠리카의 실내는 말 그대로 사우나 안에 있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많은 차들이 차폐성이 좋은 윈도 필름을 붙였고,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 i20 N 랠리1의 경우 황금색 지붕으로 태양빛을 반사하도록 디자인됐다. 토요타는 검은색이었던 차체 도색을 아예 실버로 바꿨다. 랠리1 클래스에서는 현대팀과 토요타가 제4전과 동일한 드라이버 라인업을 구성한 반면 M-스포트 포드는 2대에서 4대로 엔트리를 늘렸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준비 현장의 모습

티에리 누빌은 지난 경기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포르투갈 랠리에서 전의를 불태웠다

2018년 포르투갈 랠리의 우승자인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이슬라스 카나리아스에서 7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포르투갈 랠리를 앞둔 누빌의 챔피언십 포인트는 59점으로, 챔피언십 선두인 토요타 엘핀 에반스(Elfyn Evans)와는 50점, 2위 칼레 로반페라(Kalle Rovanperä)와는 7점 차이로 벌어져 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누빌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전의를 다졌다. 


“토요타보다 강해야 하며 에반스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어야 합니다. 에반스는 챔피언십에서 많이 앞서 있고 우리는 기대했던 것만큼 반격하지 못했죠. 에반스와 로반페라는 우리가 포르투갈에서 이겨야 할 핵심 목표입니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에 출전한 현대 월드랠리팀 선수들의 모습

오트 타낙(왼쪽)과 아드리안 포모는 포르투갈에서 포디엄에 오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오트 타낙(Ott Tänak)과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는 챔피언십 포인트 57점과 44점으로 5, 6위다. 타낙은 2019년 포르투갈 랠리에서 우승한 바 있으며, 포모는 지난해 기록한 4위가 포르투갈에서의 최고 성적이다.


현대팀이 스웨덴에서 처음 선보인 i20 N 랠리1의 업데이트 버전은 이번 경기에서 그레이블 랠리에 첫 도전한다. 스웨덴은 풀 스노 랠리였고, WRC에 처음 합류한 이슬라스 카나리아스는 깨끗한 포장 노면이었다. 두 곳 모두 독특한 환경의 랠리였던 데다, 새로운 타이어라는 변수까지 있었다. 설계를 바꾼 현대팀의 랠리카와 타이어의 조합이 좋지 않아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랠리카를 업데이트한 목적이 그레이블 노면에서의 성능 향상이었던 만큼 현대팀이 포르투갈에서 어느 정도 전투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됐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에 출전한 랠리1 클래스 선수들의 모습

현대팀과 토요타는 이전 경기에서의 드라이버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포드는 선수를 추가로 기용했다

시즌 초반 4승을 독점한 토요타는 제4전과 동일하게 엘핀 에반스, 칼레 로반페라,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그리고 별도 팀으로 사미 파야리(Sami Pajari)를 엔트리했다. 에반스는 2021년 포르투갈 우승자이며, 로반페라는 2022년과 23년 우승, 오지에는 무려 6개의 우승컵을 보유하고 있다. 가츠타는 포모처럼 아직 4위가 최고 순위다. 한편 파야리는 랠리1에서 포르투갈에 처음 도전한다. 팀 득점 담당은 에반스, 로반페라, 오지에다. 


M-스포트 포드는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와 조쉬 멕컬린(Josh McErlean) 외에 파트타임 드라이버인 라트비아 출신 마틴스 세스크스(Mãrtiņš Sesks)가 스웨덴에 이어 시즌 2번째 출격한다. 한편 포르투갈이 홈그라운드인 디오고 살비(Diogo Salvi)도 포드 퓨마 랠리1을 임대했다. 55세의 노장 살비는 사업가이자 자동차 애호가이며 랠리 드라이버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경주차들의 주행 모습

WRC2에서는 무려 45대가 엔트리했다. 시즌 초반 우승컵을 기록한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요한 로셀(Yohan Rossel), 거스 그린스미스(Gus Greensmith)를 비롯해 주요 선수 대부분이 참가했다. 이밖에 파브리지오 잘디바(Fabrizio Zaldivar), 얀 솔란스(Jan Solans), 루페 코르호넨(Roope Korhonen) 등 타이틀 도전자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한때 현대팀 경주차를 몰았던 피에르 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는 포드를 몰고 WRC2에 합류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금요일 SS2 모르타구아부터 본격적으로 그레이블 주행이 시작됐다

5월 15일 목요일 저녁 7시 5분. 해안가 주차장에 마련된 SSS1 피게이라 다 포즈(Figueira da Foz)는 17세기 초 건설된 산타 카타리나 요새와 아름다운 대서양을 배경으로 한다. 2.94km의 단거리 스테이지에서 에반스가 선두, 오지에가 그 뒤를 따랐고 타낙, 포모, 누빌이 3~5위로 뒤쫓았다. 


5월 16일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그레이블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SS2 모르타구아(Mortágua)를 시작으로 루사(Lousã)와 고이스(Góis), 알가닐(Arganil)을 오전, 오후 반복해 달린 후 모르타구아로 돌아와 아게다-서버(Águeda-Sever), 서버-알베르가리아(Sever-Albergaria)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일정이다. SS2~SS11의 10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는 146.48km.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를 준비하는 모습

첫날부터 숨돌릴 틈도 없이 빡빡한 일정이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중간 서비스가 없었지만 올해는 SS5 직후에 타이어 피팅, SS8 직후에 원격 서비스가 마련되었다. 거리가 먼 경우 랠리 본부에 있는 서비스 파크 외에 현지 근처에 간이 서비스 파크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날은 첫 스테이지 시작이 아침 7시 35분, 마지막 스테이지가 저녁 7시 20분 시작인 빡빡한 스케줄이다. 식사와 휴식 시간마저 부족할 정도였기에 불만이 쏟아졌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오프닝 스테이지인 모르타구아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즐비한 잘 정비된 자갈길로 높은 속도와 정확성의 절묘한 균형이 필요했다. 꽤 까다롭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상당한 시차를 만들 수 있는 무대다. SS3 루사는 2019년 이후 오랜만에 WRC에 복귀했다. 숲이 우거진 클래식한 스테이지는 기술적으로 까다로우며, 마을을 향해 내려가는 후반부의 연속 헤어핀은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아름다운 풍광과 화려함을 자랑하는 SS4 고이스는 지난해와 동일한 구성이었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고속 스테이지라 풍경을 구경할 여유 따윈 없다. 금요일 마지막에 열린 SS11 서버-알베르가리아는 70년대 포르투갈 랠리에서 영감을 받아 알베르가리아-아-벨하 지역으로 돌아왔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면서도 관중들의 시야가 좋아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첫날부터 종합 선두로 올라선 타낙은 포르투갈 랠리 우승컵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오프닝 스테이지에서는 타낙이 로반페라와 0.2초 차이로 톱타임을 잡으면서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테스트 스테이지에서 가장 빨랐던 세스크스는 오프닝에서 타이어 펑처로 스텝이 꼬였다. 오지에는 셋업이 적절하지 않아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누빌은 하프 스핀으로 시간을 손해 보았다. 


타낙은 SS3 루사까지 연속 톱타임을 기록하며 앞서나갔다. 이어진 SS4부터 SS5까지 포모가 연속 톱타임으로 에반스와 로반페라를 제치고 선두 타낙에 0.5초 차이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개인 통산 첫 포르투갈 우승의 꿈에 부풀었던 포모의 질주는 여기까지였다. 아르가닐을 다시 달린 SS8에서 코너 안쪽에 숨어있던 암반에 앞바퀴가 걸리며 서스펜션이 파손되어 주행 불능 상태가 되었다. 반면 접지력과 반응성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던 누빌은 SS8에서 이번 경기 첫 톱타임을 기록했으며 SS9과 SS11은 타낙이 잡았다. 

타낙은 포르투갈 랠리에서 개인 통산 스테이지 승리 400회를 돌파했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금요일을 마치는 시점에서 타낙이 종합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하루에만 4개 스테이지를 잡으며 개인 통산 스테이지 승리 400회를 돌파했다. “챔피언십 타이틀이 스테이지 우승만큼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좋은 기록입니다. 특히 2번째 스테이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최적의 지점을 찾지 못해 고전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2개는 깔끔하게 달려서 다행입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타낙과 7초 차이로 오지에가 종합 2위를 기록했고, 가츠타와 로반페라가 그 뒤를 이었다. 오프닝 실수로 8위까지 밀렸던 누빌은 에반스와 파야리를 제쳐 종합 5위로 부상. 스테이지를 가장 먼저 달리며 노면을 청소한 에반스는 7위였다. WRC2에서는 선두 솔베르그를 그리야진, 그린스미스, 로셀이 추격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5월 17일 토요일. 이날은 비에이라 두 미뉴(Vieira do Minho)를 시작으로 카베세이라스 데 바스토(Cabeceiras de Basto)를 거쳐 아마란테(Amarante)까지 3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렸고, 저녁에는 3.52km의 단거리 스테이지 루사다(Lousada)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SS12~SS18 7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는 122.92km였다. 

랠리크로스 서킷을 1:1로 달리는 루사다에서는 관중들의 응원과 열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랠리크로스 서킷을 1:1로 달리는 루사다에서는 관중들의 응원과 열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카베세이라스 데 바스토는 포르투갈 랠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스테이지 중 하나. 22.1km의 아마란테는 지난해보다 많이 짧아졌음에도 여전히 이번 경기 최장 스테이지다. 유명한 프리당 헤어핀과 사피냐 헤어핀에는 올해 역시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랠리크로스 서킷을 달리는 루사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토요일 마지막 일정. 3.36km에서 3.52km로 살짝 길어졌다. 2대씩 출발하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은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타낙은 토요일에도 종합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컵을 향해 질주했다

오프닝 SS12부터 연속으로 오지에가 톱타임을 기록해 선두 타낙과의 시차를 2초까지 좁혔다. 타이어 손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던 타낙은 SS14부터 SS16까지 내리 3개 스테이지를 잡으며 오지에의 추격을 떨쳐냈다. 둘의 시차는 13.9초로 벌어졌다. 로반페라는 SS14에서 가츠타를 제치고 종합 3위로 올라섰다. 누빌은 소프트 타이어의 과열 문제로 포디엄 진입이 힘들어 보였다. 

SS16까지 종합 선두를 달리던 타낙은 SS17에서 파워 스티어링에 문제가 생겨 남은 일정을 힘겹게 마쳤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시즌 첫 승리를 향한 타낙의 질주는 SS17에서 암초를 만났다. 돌이 많은 노면에서 파워 스티어링이 파손되면서 파워 어시스트 없이 운전대를 조종하느라 고전했다. 페이스가 떨어진 타낙을 토요타 듀오가 추월해 오지에가 선두가 되고 로반페라가 2위로 올라섰다. 오지에가 종합 선두로 토요일을 마무리했고 로반페라가 27.6초 차이로 2위. 타낙은 로반페라와 8.5초 차이로 3위, 그 뒤로 8.5초 시차를 두고 누빌이 4위였다. 누빌은 5위 가츠타와 2.2초 차이에 불과했다. WRC2에서는 솔베르그가 여전히 선두였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포르투갈 랠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파페 스테이지는 장거리 점프로 유명하다

5월 18일 일요일. 이날의 오프닝은 16.09km의 SS19 파레데스(Paredes). 그 뒤로 8.81km의 SS20 펠게이라스(Felgueiras), 11.18km의 SS21 파페(Fafe)를 달리고 오후에 반복하는 구성이었다. 스테이지 막판 대형 점프와 내리막 구성으로 유명한 파페가 최종 스테이지(SS24)이자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파워 스테이지였다. SS19~SS24 6개 스테이지 합산 72.16km에서 마지막 승부를 가렸다. 

파레데스(SS19, SS22)는 쉐이크다운 테스트 구간을 포함한 스테이지로 숲을 통과하는 좁고 구불거리는 도로를 달리는 코스다. 23년 만에 포르투갈 랠리에 복귀한 펠게이라스(SS20, SS23)는 산타 키테리아 언덕을 따라 펼쳐진 숲속 도로에서 고속과 테크니컬한 구간이 뒤섞여 있어 집중력을 요구한다. 

포르투갈 랠리의 백미는 최종 스테이지인 파페에서의 장거리 점프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최종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파페 스테이지는 포르투갈 랠리의 상징적인 무대로, ‘랠리의 대성당’이라 불리기도 한다. 초반 오르막 구간을 지나 정점의 포장 노면 구간을 지난 후에는 유명한 페드라 센타다 점프대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특히 스테이지 막판 점프와 피니시를 보기 위해서 모여드는 수천 명의 구름 관중은 포르투갈 랠리를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에서 2위를 기록한 현대 월드랠리팀 선수들의 모습

일요일 5연속 스테이지 톱타임을 기록하는 등 마지막까지 질주를 펼친 타낙은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오프닝 SS19에서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오지에 추격에 나섰다. 타낙도 특유의 저돌적인 주행으로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타낙은 미친 듯한 질주로 SS20을 잡아내더니 마지막 SS24까지 내리 5개 스테이지를 따내며 로반페라를 제치고 2위로 부상했다. 일요일 경기 시작 전 선두 오지에와 36.1초나 벌어졌던 격차를 8.7초까지 줄였지만, 끝내 오지에의 우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지에는 개인 통산 7번째 포르투갈 랠리 우승컵을 차지했다. 토요일 파워 스티어링의 트러블로 우승 기회를 아깝게 놓친 타낙은 대추격전을 벌인 끝에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접지력 부족에 고전한 로반페라가 3위, 누빌은 4위였다. 가츠타, 에반스, 파야리, 맥컬린, 뮌스터가 그 뒤를 이었다. WRC2에서는 솔베르그가 우승했고 로셀, 그린스미스가 뒤를 이었다. 포모는 냉각계통 문제로 파워 스테이지를 포기하고 리타이어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의 주행 모습

현대팀은 그레이블 주행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랠리카를 앞세워 다음 경기인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컵을 노릴 계획이다

현대팀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업데이트된 랠리카가 그레이블 노면에서 우수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제6전은 이탈리아에서 2번째로 큰 섬 사르데냐에서 6월 5~8일 열린다. 거친 노면과 무더운 날씨, 예측 불가능한 환경으로 악명이 자자한 이벤트다. 포르투갈 랠리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팀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주의 깊게 지켜보자.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2025 WRC 5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기준으로 선수 및 팀의 순위와 점수를 설명하는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