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16 기아
기아는 사람들이 ‘움직임(Movement)’을 통해 ‘영감(Inspiration)’을 얻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이를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생각(Idea)’이 시작되는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행 중 마주하는 멋진 풍광은 우리의 마음을 새롭고 풍요롭게 합니다. 이 또한 움직임이 주는 영감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에 발표한 〈세계 시력 보고서(World Report on Vision)〉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약 2억 5,250만 명이 실명했거나 풍경을 감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시력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의 경우 2024년 기준 24만 6,000여 명이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죠(보건복지부 발표 기준). 이처럼 많은 이들이 세상을 제한된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모두가 영감을 주는 경험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에 따라 세상의 아름다움을 교향곡처럼 재해석하는 예술적 실험, ‘기아 사운드스케이프(Kia Soundscapes)’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연이 빚은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소리를 통해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는 감각적 시도입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세상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자동차의 컴퓨터, 카메라, 복합적인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등 여러 기술을 아울러 주변 풍경을 읽고, 해당 정보를 음악으로 변환하죠. 그런데, 왜 음악이어야 할까요?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시각 장애인의 시각 피질(시각과 지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활성화해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주변 풍경을 읽는다는 것은 자연의 형태를 인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기아는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발에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활용했습니다. 먼저, 기아는 데이터 분석가 해럴드 샤크(Harald Schaack)와 협업해 ADAS 카메라의 기능을 확장했습니다. 장애물 탐지에서 더 나아가 산, 호수, 바위, 덤불, 나무, 풀 등 풍경의 주요 특징 및 자연 요소를 인식할 수 있게 한 것이죠.
학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머신 러닝 AI를 적용한 덕분에, 카메라에 더 많은 풍경이 담길수록 자연물과 개체를 식별하는 능력은 더 정확해집니다.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를 진행한 기아 유럽 법인은 해럴드 샤크와 협업한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해럴드와 함께 처음 한 일은 ADAS 카메라의 목적을 새롭게 상상하는 것이었습니다. 본래 기능은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를 보조하는 것이지만, 해럴드는 ADAS 카메라가 도로 위의 자연 요소들을 식별하고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로써 차량이 이동하면서 상세한 풍경 지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풍경 지도를 시각 장애인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기아는 ‘소리화(Sonification)’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소리화는 음성 외의 소리를 사용하여 정보를 전달하거나 데이터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기아는 음악 프로듀서 원더 베틴(Wonder Bettin)과 협업해 풍경의 각 요소에 악기를 짝지어 시각 데이터를 소리로 바꿨습니다. 예컨대 우뚝 솟은 산은 신디사이저로, 나무는 플루트, 오보에, 바순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기아와 원더 베틴은 풍경을 이루는 요소들의 크기, 질감, 구조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게 모든 악기를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이로써 자연의 아름다움을 교향곡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 되었죠. 기아가 베틴과 협업한 이유는 그가 기아라는 브랜드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실력을 겸비한 프로듀서였기 때문입니다.
“원더 베틴은 다하우스 오디오(Dahouse Audio)의 음악 프로듀서입니다. 과거 ‘기아 인스트루먼트(Kia Instrument)’ 프로젝트에서 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아 브랜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죠. 우리는 원더 베틴과 함께 풍경을 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자연 요소는 우리의 뇌가 감각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에 기반하여 특정한 소리와 연결되어 있어요. 목표는 단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의미 있고 자연을 오롯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죠.”
풍경을 소리로 바꾸기 위한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소리를 한데 모아 음악으로 완성해야 하죠. 기아는 해럴드 샤크와 함께 카메라 데이터와 소리를 결합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했습니다.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ADAS 카메라가 도로 위 자연 요소를 포착하면, 물체 감지 시스템이 이 시각 데이터를 해석해 각각의 객체를 특정 범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는 생성형 AI 음악 모델에 전송됩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서 AI는 일종의 지휘자, 큐레이터 역할을 합니다. 자연의 어떤 요소가 감지될 때마다 그에 맞는 소리를 짝지어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차량이 광활한 계곡으로 들어서면 멜로디에 깊은 음색의 현악기를 추가합니다. 바위 지형이 나타나면 리듬을 강조하는 퍼커시브 신스를, 도로 양쪽에 나무가 있으면 부드러운 음색의 플루트를 더합니다.
자연의 요소별로 소리를 매칭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종류의 물질이라도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다른 감상을 전해주기 마련이죠. 이에 기아는 사람의 뇌가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접근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본질을 음악으로 전달하며 청취자에게 영감을 주는 몰입형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음악은 설명적이면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감흥을 일으켜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뇌가 소리를 해석하는 방식과 특정 음색이 크기, 질감, 움직임 같은 개념을 어떻게 떠올리게 하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고유한 음악 언어를 개발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산의 본질을 담기 위해 저음의 드론 신스와 천천히 쌓여가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웅장함과 불변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물은 부드러운 플로잉 신스, 레가토 스트링, 그리고 잔잔한 피아노 아르페지오를 사용해 리듬감과 지속적인 움직임을 반영했습니다. 나무는 플루트, 오보에, 바순처럼 숨결이 느껴지는 음색을 가진 악기를 통해 공기의 흐름과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처럼 각각의 도로는 주변 풍경에 의해 형성된 고유한 음악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달라지는 풍경의 변화에 맞춰 사운드스케이프는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비슷해 보이는 풍경을 달리더라도,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소리로 표현하는 디테일은 달라지는 것이죠. 또한, 사운드스케이프는 주행 속도에 맞춰 음악의 템포를 조절합니다. 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세상을 경험하는 탑승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주행의 감각을 표현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자연의 불규칙성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거주하는 도시는 계획에 따라 모든 부분을 배치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모든 요소는 섭리에 따라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죠. 따라서 AI로 음악을 만든다면 불협화음이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사운드스케이프 담당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의 목표는 전통적인 의미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불규칙성에서 비롯되는데, 이 특성을 제거한다면 영감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의 불규칙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오히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의 목표는 시각적으로 자연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자연을 설명하고, 자연이 주는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니까요.”
기아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소개하며 시각 장애인인 앤 목(Anne Mok)과 대니 킨(Danny Kean)의 여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사운드스케이프가 적용된 EV9을 타고 자동차 여행을 떠나며, 음악을 통해 자연을 경험하는 이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냅니다.
앤은 30대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했지만, 슬픔을 딛고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미지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죠. 기아는 앤과 함께 지구의 시간이 깃든 사막 계곡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앤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죠.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운전을 못하는 데도 운전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다시는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새로운 여행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사람들이 세상에 더욱 몰입하는 경험을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대니는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가졌습니다. 그는 걷고 서기 전부터 악기를 배웠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을 첫 번째 언어로 삼아 삶을 하나의 웅장한 노래처럼 경험하고 있죠. 기아는 대니와 함께 계곡을 지나 에메랄드 호수로 여정을 떠났습니다. 이 여정에서 대니는 사운드스케이프의 음악으로 세상의 조화를 실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았던 매우 다른 관점으로 도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예상치 못한 부분은 한쪽에는 산이, 다른 한쪽에는 호수가 있는 풍경이었어요.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처음 알았고,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죠.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두 가지가 있어요. 그게 음악이고 인생이며, 모든 곳에 조화가 있는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앤과 대니가 경험했듯 움직임은 우리에게 영감과 새로운 생각을 안깁니다. 그리고 기아는 기술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로 보여주었듯, 기술을 통해 우리는 같은 것을 함께 경험하고 나눌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기아가 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움직임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