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16 현대자동차
컬러는 제품 선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컬러가 소비자의 시각적 주목을 끌고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며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강렬한 레드 컬러로 젊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딥 그린 컬러를 사용해 신뢰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 같은 컬러의 활용은 자동차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수십, 수백 종에 달하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컬러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들어서 자동차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되고 비슷해지자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컬러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강렬하고 차별화된 컬러를 통해 브랜드를 표현하고, 특정 차종의 개성까지 담아내는 게 오늘날 자동차 업계의 컬러 트렌드다.
현대자동차는 개성 넘치는 컬러를 통해 브랜드 특징을 대담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이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퍼포먼스 블루(Performance Blue)’가 적용된 차를 보고 단번에 N을 떠올릴 것이다. 그 정도로 퍼포먼스 블루는 어느새 현대차의 N을 상징하는 고유 컬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외장 컬러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최초의 대형 전동화 SUV 아이오닉 9, 프리미엄 대형 세단 그랜저, 엔트리 전동화 SUV 캐스퍼 일렉트릭 등에 개성 있는 컬러를 적용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현대차의 컬러 이야기를 살펴봤다.
현대차가 컬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현대차의 컬러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2015년 출범한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통해서였다. 구체적으로 N의 대표 컬러인 ‘퍼포먼스 블루’를 통해 현대차의 컬러 이야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은 기존 자동차와 차별화된 고성능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특징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로 현대차는 퍼포먼스 블루라는 컬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퍼포먼스 블루와 N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처럼 고성능 브랜드 N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퍼포먼스 블루의 시작은 WRC다. 2014 시즌부터 활약하기 시작한 현대월드랠리팀의 WRC 랠리카에 적용된 블루 컬러에서 퍼포먼스 블루 컬러가 시작됐다. 현대차 N의 기술, 디자인 등 많은 부분이 WRC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고성능 브랜드로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N 고유의 퍼포먼스 블루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퍼포먼스 블루는 높은 고도의 청명한 하늘 속에서 부는 빠른 바람을 시각화한 컬러로, 컬러의 이름 역시 전 세계 고객에게 현대차의 고성능 주행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퍼포먼스’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이후 고성능 브랜드 N의 컬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중 하나가 N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 5 N에 적용된 서브 컬러, 루미너스 오렌지(Luminous Orange)다.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브레이크 캘리퍼, 스티어링 휠의 NGB(N Grin Boost) 버튼 등에 적용된 루미너스 오렌지는 고성능 전기차의 정체성을 강렬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루미너스 오렌지 컬러는 아이오닉 5 N의 원천인 전기 에너지의 역동성을 시각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아울러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모빌리티인 아이오닉 5 N의 이미지까지 형상화했다. 이 같은 개발 목적 덕분에 루미너스 오렌지 컬러는 강렬한 시각적인 대비 효과와 함께 아이오닉 5 N의 강력한 성능을 암시한다. 아울러 아이오닉 5 N의 존재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현대차 최초의 대형 전동화 SUV로 개발된 아이오닉 9은 디자인적으로도 굉장히 특별한 모습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무려 10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캘리그래피 트림의 외장 컬러는 아이오닉 시리즈의 기함이자 대형 전동화 SUV에 걸맞은 품격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아이오닉 9의 외장 컬러가 표현하는 색감과 이미지다.
아이오닉 9의 컬러는 우리 삶의 가장 근본이 되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 실제로 현대차는 자연을 주제로 아이오닉 9 외장 컬러의 개발을 진행하며 고객에게 익숙함 이상의 편안함을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따라서 아이오닉 9의 외장과 내장 컬러는 서로에게 무해하고 조용한 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자연과 닮아 있는 색감으로 발전했다.
아울러 컬러를 통해 탑승객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감정까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이오닉 9 캘리그래피에 적용되는 10가지 컬러 중 전용 컬러로 개발된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매트(Celadon Gray Metallic/Matte),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Ionosphere Green Pearl), 썬셋 브라운 펄(Sunset Brown Pearl)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컬러다.
‘셀라돈’이라는 이름은 전통적인 청자색에서 유래했다.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은 실버에 가까운 느낌을 주며 특정 각도에서 은은한 청자빛을 띠는 색상이다. 셀라돈 그레이 매트는 무광 컬러로, 청자빛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며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매트 컬러는 자연의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보는 각도와 빛의 입사각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나타내며, 특정 빛과 환경에서 보다 극적인 색상 변화가 두드러진다. 마치 사용 환경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오닉 9처럼 말이다.
‘이오노스피어’는 이온층이라는 의미로,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은 밤하늘에서 마주할 수 있는 오로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컬러다. 콘셉트카 세븐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개발을 거듭해 아이오닉 9의 새로운 컬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오로라의 그린 컬러는 부드러움과 강렬함, 활기참과 차분함, 완전함과 불완전함 등 다양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영감을 주는 자연 속 그린 컬러의 특징을 담아내고 있다.
썬셋 브라운 펄은 가을 해질녘 들판의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저무는 풍경의 다양한 순간을 담아낸 컬러다. 현대차는 이 같은 자연 속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색감의 펄을 아이오닉 9에 적용했다. 그 결과, 주변 환경의 빛 변화에 따라 아이오닉 9은 실버 그린에서 레드를 거쳐 옐로 빛깔의 매혹적인 컬러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 같은 컬러 변화는 사용 목적과 환경에 따라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아이오닉 9의 다양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7세대까지 이어진 그랜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이다. 그랜저는 이런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외장 컬러에 한국적인 특징을 더한 ‘코리아니즘(Koreanism)’ 콘셉트를 반영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랜저의 외장 컬러를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색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중 핵심 컬러는 단연 유기 브론즈 메탈릭/매트(Yugi Bronze Metalic/Matte)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회색빛의 이 청동 컬러는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인 방짜 유기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방짜 유기는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다양한 색감과 함께 오묘한 느낌을 전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특징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으로 방짜 유기를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랜저의 유기 브론즈 메탈릭/매트 컬러에서도 이런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반짝이는 입자 모양의 알루미늄과 검은 펄을 활용했다. 그 결과, 유기 브론즈 메탈릭/매트 컬러가 적용된 그랜저 또한 마치 방짜 유기처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색감과 빛을 보여준다.
어비스 블랙(Abyss Black)은 심연(Abyss)의 어둠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으로 오늘날 높은 빌딩으로 가득 찬 도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도록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컬러다. 친숙해 보이는 블랙 컬러 위에 잔잔하게 포화된 은빛 스파클이 밝고 단순한 하이라이트와 더불어 편안함을 더한다.
세레니티 화이트 펄(Serenity White Pearl)은 평온하고 차분한(Serenity) 느낌을 강조하며 청결함과 청순을 상징하는 백지를 형상화했다. 이런 의미를 담은 화이트 컬러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많은 사람이 중립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마치 백지와 같은 세레니티 화이트 펄의 질감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긍정적이고 유연한 이미지를 반영해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았다.
트랜스미션 블루 펄(Transmission Blue Pearl)의 은은한 푸른빛은 대한민국의 산, 바다, 하늘의 다양한 색조를 반영해 완성했다. 또 다른 블루 컬러인 바이오필릭 블루(Biophilic Blue)는 깊은 해양의 색감을 담아냈다. ‘Biophilia’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성향을 의미하며, 바이오필릭 블루는 이러한 개념을 반영하여 자연의 평온함과 생명력을 담아낸 색상이다. 바다와 같은 여유로운 블루 컬러가 더해진 그랜저와 함께 자신의 결정이나 생각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를 더했다.
따뜻하고 단정한 느낌의 녹턴 그레이 메탈릭/매트(Nocturne Gray Metalic/Matte)는 인간 중심적인 접근법에서 탄생한 컬러다. 기술에 의해 감정이 좌우되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평화롭고 편안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완성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출시와 동시에 국내외 전기차 시장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 엄청난 공간 활용성, 소형 전기차 특유의 우수한 효율성 등이 캐스퍼 일렉트릭의 인기 비결이다.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다양한 매력을 강조하는 외장 컬러의 존재감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무려 9종의 외장 컬러를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MZ세대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대와 한국적인 특징이 어우러져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과 코리아니즘(Koreanism)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장 컬러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독창적인 공예부터 디지털화된 현대 사회의 모습, 전통의 유지 그리고 초연결 사회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포함된다. 아울러 전동화 SUV로서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까지 담아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아틀라스 화이트(Atlas White)다. ‘아틀라스(Atlas)’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존재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강인함과 견고함을 상징한다. 아틀라스 화이트는 단순한 화이트 컬러가 아니라, 힘과 품격을 동시에 담아낸 색상으로 볼 수 있다. 소형차에 어울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색상의 솔리드 화이트를 통해 MZ세대에게 다가가려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솔직한 모습을 표현했다. 이런 의도가 반영된 또 다른 컬러로는 언블리치드 아이보리(Unbleached Ivory)가 있다. MZ세대의 솔직한 느낌을 덜 표백된(Unbleached) 아이보리로 표현해 캐스퍼 일렉트릭의 개성을 더욱 강조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MZ세대의 자유분방하고 활동적인 모습을 담은 컬러도 갖고 있다. 톰보이 카키(Tomboy Khaki)가 대표적이다. 해당 컬러는 견고하면서도 아웃도어적인 느낌을 전달해 캐스퍼 일렉트릭이 SUV로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다. 비슷한 카키 계열의 비자림 카키 매트(Bijarim Khaki Matte)는 제주도의 울창한 비자림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으로 깊고 차분한 카키톤을 무광으로 표현한 컬러다. 톰보이 카키 대비 어둡고 금속적인 속성을 강조해 더욱 강인한 느낌을 전달한다.
한복의 넓은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에어로 실버 매트(Aero Silver Matte)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한국적인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컬러다. 부드럽고 통풍이 잘 되는 한복 고유의 구조, 불투명함과 투명함 사이의 열린 환경을 결합해 캐스퍼 일렉트릭의 여유로움과 포용성을 담아냈다. 더스크 블루 매트(Dusk Blue Matte)는 저녁 하늘이 깊어지는 순간의 색감을 담아낸 컬러로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평화와 평온, 절제의 균형을 추구하는 한국의 전통을 블루 매트 고유의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버터크림 옐로우 펄(Buttercream Yellow Pearl)은 캐스퍼 일렉트릭만의 환경 친화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컬러다. 이런 느낌을 표현한 다른 컬러로는 어비스 블랙 펄(Abyss Black Pearl)이 있다. 태양, 달, 별을 아우르는 우주의 본질을 포착해 낸 블랙 컬러로서, 단호함과 평온함이라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시에나 오렌지 메탈릭(Sienna Orange Metallic)은 빛이 스며든 감미롭고 강렬한 컬러를 통해 캐스퍼 일렉트릭의 톡톡 튀는 개성을 표현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다양한 차종의 컬러에는 각각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강렬한 모터스포츠의 감성, 자연에서 비롯된 영감과 메시지, 한국의 전통미와 아름다움, 그리고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까지, 이 모든 것이 컬러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가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개성 있는 차량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컬러 하나하나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차는 컬러를 통해 더 풍부한 이야기를 전하고, 더욱 깊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