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15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에 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운전자는 차 안에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그때마다 자동차는 알림창을 통해 운전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또는 어떤 기능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묻습니다. 그리고 운전자는 그것에 맞게 기능을 조작하거나 버튼을 눌러 대답합니다. 알고 보면 운전자와 자동차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죠.
각종 편의 사양과 전동화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이 머무르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의 개념과 목적의 변화는 폭넓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이제는 모바일 앱을 통해 바깥에서 자동차와 상호작용하기도 하죠. 사용자와 자동차가 대화하는 영역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에 노출되는 텍스트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기능적, 기술적인 정보를 운전자가 쉽고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제공해야 하고, 운전 중에도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죠. 자동차 인터페이스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를 담당하는 UX 라이터(UX Writer)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인포테인먼트UX개발팀에서 UX 라이터로 근무하는 임동현 책임연구원, 장기혜 연구원, 슬레이터 리음 연구원, 김무성 연구원을 만나 친숙하고도 낯선 UX 라이팅(UX Writing, 사용자 경험 글쓰기)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UX 라이팅의 개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동현 책임연구원 |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눈으로 보고 읽는 문장, 단어 등 여러 가지 텍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일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담당하는 글쓰기 전문가가 바로 UX 라이터죠. 어떤 제품의 기능과 목적을 이해하고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텍스트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능을 안내하는 것이 UX 라이터의 역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UX 라이팅이 단순히 글쓰기만 잘 해야 하는 직무는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는 문장과 표현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용자와 개발자 양쪽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죠. 소비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발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협의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UX 라이터를 ‘사용자와 개발자 사이를 잇는 다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Q. 평소에 자동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 UX 라이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임동현 책임연구원 | 우리가 자동차를 이용하며 접하는 대부분의 텍스트가 UX 라이팅의 영역입니다. 차량 실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휴대폰의 모바일 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 등이 대표적이죠. 차량의 각종 기능을 리스트로 나열한 메뉴, 관련 옵션과 세부 정보를 전달하는 도움말, 기능을 실행하고 멈출 때 누르는 버튼, 차량의 상태를 안내하거나 경고하는 팝업 등 화면에 적힌 모든 텍스트가 UX 라이팅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Q. IT 서비스에서의 UX 라이팅과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의 UX 라이팅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텍스트 작성시 가장 고려해야 하는 점도 궁금합니다.
김무성 연구원 | IT 서비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앱과의 비교를 예로 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앱에 포함된 다양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탐색하게 해 주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IT 서비스 분야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영역이 통합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UX 라이팅과 카피라이팅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톤 앤 매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가령 사용자의 흥미 유발을 위해 ‘~하면 어떨까요?’, ‘~를 해보세요’ 등 친근한 어투의 텍스트를 넣기도 하고, 사용 상황에 따라 특별한 메시지를 표시하거나 재치있게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죠.
반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X 라이팅은 전체적인 스타일이 단호하고 진중할 때가 많습니다. 여러 분야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결과물이자, 안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상이기 때문이죠. 달리고 멈추는 모든 순간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운전자가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텍스트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자동차 분야의 UX 라이팅에서는 정확성과 일관성, 간결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자동차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을 사용자한테 쉽고 편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임동현 책임연구원 |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의 경우 확실히 어려운 기술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어려운 용어를 운전 중에도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서 저희 UX 라이터들은 ‘고객 언어 협의체’라는 전사적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쉽도록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는 사내 모든 유관부문이 자동차 관련 용어를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께 협의하는 과정입니다. 개발자 관점에서 어렵게 작성된 기술 명칭에 대해 기술의 개발 의도와 사용 목적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도록 개선하거나, 의미를 더욱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용어로 검증하고 있습니다.
Q. 고객 언어 협의체를 통해 새롭게 만든 용어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었나요?
슬레이터 리음 연구원 | 대표적인 사례로 ‘시트 회전 기능’이 있습니다. 본래는 ‘스위블 시트(Swivel Seat)’로 알려진 기능인데요. ‘스위블’이라는 단어를 국내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데다가,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고 판단해 개선을 거쳤습니다.
3열 승객이 승하차하기 쉽게 2열 시트를 접는 기능인 ‘워크인 모드(Walk-in Mode)’도 용어를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단어가 조금 길어지더라도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한눈에 바로 알 수 있도록 ‘3열 승객 승하차 모드’라는 직관적인 용어로 개선했습니다. 이렇게 교정된 용어는 상품 소개 페이지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 등에 곧 적용될 예정이니, 향후 차량에 탑승할 때 확인해보시면 흥미롭게 느끼실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차종의 특징이나 타겟에 따라 텍스트나 기술 용어가 다르게 작성되는 경우도 있나요?
슬레이터 리음 연구원 | 기본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 내 문구들은 모든 차량에 공통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차종마다 차별화가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N 라인업은 조금 예외를 두고 있는데요. 가령 아이오닉 5 N의 N e-쉬프트, N 토크 디스트리뷰션 등 고성능 특화 기술에 대한 용어나 관련 설명은 영문 표기를 국문에서도 그대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N 모델을 찾는 대다수 소비자를 보면 고성능 차나 모터스포츠 분야에 대한 지식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편이라서, 용어에 대해 큰 개선을 거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용어들이 N 오너들에게 운전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고 있죠. 또한 현대차 N 라인업의 해외 시장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도 주된 이유였습니다.
Q. 현대차그룹에서 UX 라이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도입 전후를 비교했을 때 개선된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김무성 연구원 | 사실 국내에서는 일반적인 서비스 앱 분야의 UX 라이터가 자리를 잡은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인 산업 측면에서 고객 경험 즉, UX 분야가 중시되기 시작하면서 UX 라이터에 대한 니즈도 활발해졌다고 할 수 있죠. 현대차그룹의 경우 다양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 기능을 갖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를 개발하면서 UX 라이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슬레이터 리음 연구원 | UX 라이터가 없을 때는 대부분의 텍스트를 기술 개발 담당자의 관점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영업, 마케팅, 모바일 앱 개발 등 고객 접점과 밀접한 부문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기타 사내 유관부문이나 및 협력사 등 업무 파트너들도 같은 기능을 다르게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부에 UX 라이팅을 전담하는 인원들이 생기고, UX 및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를 이루는 텍스트를 사용자 관점으로 개선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이 많이 해결됐습니다. 특히 고객 언어 협의체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회사 전체에 걸쳐 용어의 직관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었고, 앞선 예와 같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UX 라이팅은 용어나 문구가 어떻게 수정됐는지에 대한 이력 관리가 중요합니다. 기존에는 수정 이력이 이메일이나 엑셀, 각종 메신저로만 관리가 되다 보니 반영 속도가 빠르지 않거나 이력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UX 라이팅을 도입하면서 온라인 서버 기반의 이력 관리 툴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UX 라이터와 유관부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신속성과 정확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Q.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진출해 있는 만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휴대폰 앱 등의 현지화 과정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UX 라이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슬레이터 리음 연구원 | 현대차그룹의 UX 문구는 기본 언어인 한국어와 번역의 기반이 되는 소스 언어인 영어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50개 언어로 번역됩니다. 현지 사용자들이 자동차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국 시장에 알맞게 현지화도 이루어져야 하죠.
본사의 UX 라이터들이 국내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문구를 작성하고 검증하는 것처럼, 해외 주요 연구소에서도 현지 UX 라이터들이 해외 시장에서 번역되는 텍스트의 현지화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해외 연구소로부터 다국어 번역이나 현지화 요청을 받고, 국내 개발자와 현지 UX 라이터가 적시에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현지화 과정에서는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해야 하나요?
장기혜 연구원 | 자동차는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모든 언어를 각국의 도로 사정과 차종 사양에 맞게 검증해야 하죠. 또한 신차 출시나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일정을 앞두고 현지 법규나 사용 환경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달라질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정에 맞춰 UX 문구 작성이나 수정이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외 연구소의 UX 라이터와 소통해 수정 의견을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다국어 작업을 진행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장기혜 연구원 | 50개나 되는 언어에 대한 번역과 검수가 이뤄지다 보니, 진행 과정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 중간에 원문 문구가 변경되면 번역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고, 새로운 단어가 추가되는 경우에도 전체 번역문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죠. 마침표나 문장 줄 바꿈 규칙 등 언어마다 다른 세부 특성도 신경 써야 합니다.
다국어 번역과 검수 과정은 해외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각국 언어별 검수자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시차도 고려해야 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에서는 번역 검수 작업과 시스템의 단순화, 효율화를 위한 업무 개선 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서버를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한 다국어 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툴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Q. UX 라이팅이나 번역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나요? 향후 AI가 UX 라이팅 직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슬레이터 리음 연구원 | 사실 문구 작성이나 번역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빈도는 아직까지 높지 않습니다. 그동안 AI를 활용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텍스트 초안 작성이나 기본적인 언어 번역 능력은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용어나 문장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매끄럽게 완성하거나, 각 지역 정서에 맞는 번역을 완벽하게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텍스트 작성이나 다국어 작업 초반에는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이를 매끄럽게 다듬고 마무리하는 것은 여전히 저희 UX 라이터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UX 라이터가 갖춰야 할 직무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무성 연구원 | 기본적으로 UX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고나 홍보, 마케팅 콘텐츠와 관련된 글을 작성하는 카피라이터나 작가와는 다르게, 제품의 사용을 돕는 텍스트를 작성하는 업무이기 때문이죠. 커뮤니케이션 역량 또한 겸비하고 있다면 좋습니다. 텍스트 작성 및 관련 협의를 위해 UX 사양 개발 담당자 및 여러 유관부서 개발자들과 소통이 중요하거든요.
Q. 마지막으로 UX 라이터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내용, 또는 UX 라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임동현 책임연구원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제품의 인터페이스에 대해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대답까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 UX 라이터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직무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서적을 읽어보고, 여러 컨퍼런스나 강좌를 들어보면서 UX 라이팅에 대해 알아보기를 권합니다. 현업 종사자와의 네트워크를 쌓는 것 또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국내외 UX 라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2025 글로벌 UX 라이터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인포테인먼트UX개발팀 소속 UX 라이터와 유럽, 인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주요 현지 연구소에서 번역 및 검수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UX 라이터에게 번역 및 현지화 과정에 관한 질문을 건넸습니다.
Q. 유럽 시장은 다양한 국가로 구성된 만큼 언어, 문화적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럽 연구소의 UX 라이터로서 번역과 현지화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를 크게 느낀 적이 있나요?
우베 마인츠 책임연구원(HMETC, 현대차·기아 유럽기술연구소) | 언어마다 문법이나 뉘앙스가 크게 달라지는 사례가 몇 가지 있습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쓰이는 스칸디나비아 언어가 대표적이죠. 이들 언어는 영어에 비해 격식을 비교적 덜어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가령 영어에서 “Please update the map(지도를 업데이트해 주십시오)”이라는 표현은 스칸디나비아 언어에서 “Uppdatera kartan(지도를 업데이트하십시오)”으로 번역됩니다. 영어의 “Please”에 해당하는 단어가 생략된 것인데, 이렇게 표기해도 현지에서는 그렇게 무례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 재밌는 점입니다.
Q. 인도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체 현지화 작업 가운데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UX 라이팅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고 있나요?
사이 스라야 연구원(HMIE,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 | 인도가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인도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 중입니다. 인도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언어가 쓰이는데,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10개의 현지 언어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체 다국어 작업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그만큼 인도의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노력이 담겨 있죠.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의 UX 라이터와 디자이너들은 10개의 현지어로 작성한 텍스트에서 번역된 느낌이 아니라 마치 현지인과 소통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묻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인도네시아는 현지 공장 내에 모빌리티 혁신 센터를 두고 UX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UX 라이터로서 이러한 과정에서 얻는 이점이 있나요?
닌댜 위디야스투티 연구원(HMMI,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 | 인도네시아에서는 연구소가 아닌 현지 생산법인에서 UX와 관련한 연구개발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품질 점검 부서, 세일즈 부서와의 직접적인 협업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죠. 덕분에 적용한 텍스트가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고객들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더 가까이에서 알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한국과 일본은 문화, 언어적인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차이점 또한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일본어 UX 라이팅을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히로미 츠유키 연구원(HMJRD, 현대 모빌리티 재팬 일본기술연구소) | 한국어와 일본어는 문법이나 발음이 유사한 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실제 일본인이 사용하는 언어의 특징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면 일본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와 거리가 생기고, 원문을 참고만 하면 일관성이 떨어지죠. 그래서 그 사이의 균형을 잡아 번역 및 검증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한국어와 일본어의 글자 수 차이가 크게 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짧은 단어로 대체하거나, 짧게 표시할 수 있는 한자어를 선택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진. 최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