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14 기아
최근 독일의 유력 자동차 매거진 〈아우토 빌트(Auto Bild)〉가 진행한 전동화 대형 SUV의 1:1 비교 평가에서 기아 EV9이 경쟁 모델인 볼보 EX90를 제치고 뛰어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EV9은 패밀리 SUV의 핵심 요소인 공간 활용성, 승차감, 편의성은 물론 직관적인 사용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뿐 아니라 구동모터의 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속 성능을 비롯해 파워트레인의 전반적인 성능과 실측 전비에서 앞서며 완승을 이끌어냈다. EV9이 유럽 럭셔리 SUV 시장의 강자로 활약한 볼보의 동급 차종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비결이 무엇인지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세히 살펴봤다.
유럽에서 전동화 대형 SUV의 인기가 확대되며, 신차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아우토 빌트〉가 해당 세그먼트의 최강을 가리는 1:1 비교 평가를 진행했다. 〈아우토 빌트〉는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과 함께 소비자가 신뢰하는 독일의 3대 자동차 매거진 중 하나로, 이번 비교 평가 역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평가 방법에 따라 진행했다. 〈아우토 빌트〉는 바디, 편의성,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커넥티드, 친환경성, 경제성 등 7개 부문으로 평가를 세분화하고, 실제 계측을 통해 객관성을 높여 점수를 집계했다.
EV9은 공간의 실용성과 편안한 설계 등을 확인하는 바디 부문, 구동 시스템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파워트레인 부문, 신차 구입 및 유지 관리 비용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평가하는 경제성 부문에서 경쟁 상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종합점수 589점을 기록한 EV9은 571점을 받은 EX90를 제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와 관련해 〈아우토 빌트〉는 “두 차량의 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막상막하의 승부였다. EV9이 EX90를 이겼다”고 요약했다.
부문별 평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먼저, 전동화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 부문에서는 EV9이 가속 성능, 최고속도, 주행 품질, 응답성, 전비 등 거의 모든 세부 항목에서 EX90와 동점 또는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EV9은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총점 125점 중 96점을 기록해 94점을 받은 EX90보다 앞설 수 있었다.
특히 〈아우토 빌트〉가 밝힌 실제 계측 결과는 두 차량의 점수 차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EV9은 정지 상태에서 가속 시간을 측정하는 가속 성능 테스트, 일정 속도로 주행 중 가속하는 추월 가속 테스트에서 EX90보다 빠른 기록을 보였다. 〈아우토 빌트〉에 따르면 EV9은 0→ 100km/h 가속에서 5.2초, 80→ 120km/h 추월 가속에서 3.5초를 기록한 반면, 같은 항목에서 EX90는 이보다 뒤진 5.8초와 3.7초에 머물렀다. 참고로 최고속도의 경우 EV9이 200km/h, EX90는 180km/h에서 제한된다.
사실 EV9이 EX90를 압도한 가속 성능 계측 결과는 이변이라고 볼 수 있다. EV9의 최고출력이 283kW(385PS)로 300kW(408PS)의 EX90 대비 17kW 낮은 점은 분명 성능 대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V9의 공차중량이 2,674kg으로 EX90의 2,795kg 대비 121kg 가볍다는 점, 그리고 모터, 인버터, 감속기로 이뤄진 PE(Power Electric) 시스템의 우수한 성능이 맞물리면서 이와 같은 반전을 만들었다.
전기차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비 평가에서도 EV9의 우수한 효율성이 돋보였다. 공인 효율(WLTP 기준, 복합)은 EX90가 21.0kWh/100km로 EV9의 22.8kWh/100km를 근소하게 앞서지만, 실제 〈아우토 빌트〉가 155km를 시승하면서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에서는 반대로 나타났다. 100km를 주행하는 데 EX90는 33.5kWh를 소모한 반면, EV9은 이보다 약 20% 효율적인 27.9kWh를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혹하게 주행하는 시승 평가 과정에서 두 차량 모두 공인효율 대비 실측 전비가 하락했지만, EV9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EX90보다 우수한 효율성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EV9에 탑재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력과 그 우수성이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아우토 빌트〉는 “EV9은 실측 전비 27.9kWh/100km 기준으로 380km, EX90는 33.5kWh/100km 기준 382km 거리를 주행한다. EV9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두 차량의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을 평가했다.
참고로 EV9은 99.8kWh, EX90는 107.0kWh의 배터리를 각각 탑재했다. 또한 WLTP 공인 주행가능거리(복합)는 EV9이 505km, EX90가 605km로 배터리 용량이 큰 EX90가 더 길다. 그러나 이는 단지 배터리 용량의 차이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고, EV9의 실측 전비가 더 우수하게 나타남에 따라 실제로는 두 차량의 주행가능거리가 동일한 수준이라는 게 〈아우토 빌트〉의 분석이었다.
〈아우토 빌트〉는 EV9의 빠른 급속 충전 시간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EV9은 배터리를 10~80%까지 충전하는 데 24분이 필요하지만, EX90는 32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EV9은 210kW 최대 급속 충전(독일 사양 기준)에, EX90는 이보다 더 높은 전력인 250kW 급속 충전에 대응한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EX90가 더 높은 전력으로 충전할 수 있어서 빠른 충전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급속 충전 속도를 평균적으로 빠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온도 관리, 배터리 셀 컨디셔닝 등 급속 충전 시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기술 요소가 적지 않다. 즉, EV9과 EX90의 충전 시간에 차이가 벌어진 것은 배터리 관리와 같은 전동화 기술을 종합적으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와 같이 EV9이 우수한 가속 성능, 빠른 급속 충전 속도, 전비 효율성 등의 앞선 전동화 파워트레인 성능을 구현한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PE 시스템이 있다. E-GMP는 전기차에 최적으로 설계된 전용 플랫폼으로 전기차의 여유로운 실내 공간 확보, 주행가능거리, 가속 성능, 전비 효율,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점을 제공한다.
한편, 비교 무대에 함께 오른 EX90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SPA2를 활용했다. SPA2는 2024년 지리차그룹 산하 모델인 폴스타 3를 시작으로 볼보 EX90, 볼보 ES90 등에 순차적으로 확대 전개 중인 최신 기술이다. 지난 2021년 현대차 아이오닉 5를 통해 양산을 시작한 E-GMP와는 3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등장했지만, 이번 〈아우토 빌트〉의 파워트레인 부문 비교 평가에서는 SPA2가 지닌 최신 전동화 기술의 특징을 알리지는 못했다.
이어서 주행성능 부문에서는 EV9이 73점, EX90가 75점으로 두 차량의 점수 차이가 근소했다. 해당 평가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중 주행 안정성에서는 EV9이 앞섰으며, 민첩성과 회전 반경, 제동 성능 등에서는 EX90가 각각 1점씩 앞섰다. 이 외에 직진 안정성, 조향 성능, 트랙션 항목에서는 두 차량이 동일한 점수를 받았다.
〈아우토 빌트〉는 “EV9은 단단하게 조여진 섀시 덕분에 고르지 않은 노면과 급격한 코너에서도 높은 한계 성능과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선사했다. 반면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EX90는 차체의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그럼에도 차체 중량이 무거운 까닭에 고속 코너에서 불안정했고 오버스티어도 쉽게 발생했다”라고 언급했다.
패밀리 SUV의 본질적인 가치를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바디 부문과 편의성 부문에서도 EV9의 선전이 이어졌다. 예컨대 〈아우토 빌트〉는 1열 공간, 2열 공간, 트렁크, 공간 활용성, 견인 성능 등의 세부 항목으로 이루어진 바디 부문에서 EV9의 넉넉하고 실용성 높은 실내 공간, 안락한 2열 독립식 시트, 최대 2,393L로 확장 가능한 적재 공간 등에 주목했다. 이들은 “EV9의 전체적인 공간 활용성이 더 뛰어났다. 여유로운 실내뿐 아니라, 트렁크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라는 평가를 남겼다.
편의성 부문에서는 승하차 편의성, 앞좌석/뒷좌석 품질, 조작성, 소음 인상도, 편의 사양,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 등의 세부 항목에서 EV9이 EX90와 같거나 더 많은 점수를 따냈다. 아울러 EV9은 공조기 버튼을 비롯한 물리적인 버튼 구성으로 직관적인 사용성을 확보한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EX90는 시트 착좌감, 서스펜션, 실내 소음(측정값), 공조 장치 등 세부 항목에서 점수 차이를 만회했다. 이로써 해당 부문의 총점은 두 차량 모두 121점으로 동점을 기록했다.
친환경성 부문에서도 박빙이었다. 차체 크기, 공차중량, 탄소배출, 외부소음, 환경기술 등의 세부 항목을 다투는 친환경성 부문의 총점은 EV9이 70점, EX90가 71점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간극이 좁았다. 이어서 경제성 부문에서는 EV9이 신차 가격, 보증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수한 상품성을 제공한다는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결과적으로 〈아우토 빌트〉는 “EV9은 EX90와 동등한 성능을 훨씬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했다. 특히 EV9의 배터리 성능은 탁월했다”라고 평가하며 EV9을 최후의 승자로 선정했다. 아울러 EX90에 대해서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지만, 엄청난 가격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했다”라고 요약했다. 즉, EX90(기본 9만 6,200유로/시승차 10만 3,260유로)보다 3만 유로 가까이 저렴한 EV9(기본 6만 8,990유로/시승차 8만 3,370유로)의 상품성이 더 앞선다고 평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우토 빌트〉의 이번 평가는 최근 ‘2025 월드카 어워즈(2025 World Car Awards)’에서 ‘세계 올해의 럭셔리 자동차’ 부문을 수상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목한 EX90와의 대결 끝에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오히려 EV9의 경쟁력과 완성도가 더욱 부각되는 사례라고 분석할 수 있다. 참고로 EX90는 볼보의 최고급 라인업인 ‘90 클러스터’에 속하는 전동화 대형 SUV이자 동급 프리미엄 브랜드 BMW iX,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 등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EV9은 2023년 첫 출시 이후부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거둔 화려한 수상 이력으로 객관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90보다 앞서서 ‘2024 월드카 어워즈’의 ‘올해의 차’ 및 ‘올해의 전기차’를 수상한 바 있으며, ‘2024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Truck and Utility Vehicle of the Year)’, ‘2024 세계 여성 올해의 차(Women’s Worldwide Car of the Year)’의 ‘SUV 부문’ 및 ‘종합우승(최고의 위너, Supreme Winner)’을 수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EV9은 ‘2024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German Car of the Year Luxury Category)’, ‘2024 영국 올해의 차(UK Car of the Year)’,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 ‘2024 올해의 SUV’,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주관 ‘2024 올해의 전기 SUV’ 등 국내외 최고 권위의 자동차 시상식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2024 레드 닷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2024 iF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와 같은 저명한 디자인 관련 상도 휩쓸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EV9은 글로벌 무대에서 각종 수상은 물론, 전문가들의 호평을 연이어 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동화 기술과 상품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전기차 고객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EV9의 행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