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4의 모습 기아 EV4의 모습

2025.05.12 기아 분량8분

기아 EV4, 전기차 시대에 세단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기아 최초의 전기 세단인 EV4가 등장했다. SUV 일색인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가 세단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EV4의 개발을 담당한 MSV프로젝트2팀 연구원들과 함께 EV4의 개발 배경과 특장점 등을 살펴봤다.

기아 EV4를 개발한 연구원들의 모습

기아의 첫 전기 세단인 EV4는 단순히 새로운 전기차라고 정의할 수 없다. 기아의 전동화 전략에 있어 아주 중요한 존재인 까닭이다. SUV와 크로스오버 중심이었던 기아의 전동화 라인업에서 비어 있던 세단의 자리를 채우고,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과 우수한 효율성,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는 디자인의 균형점을 찾아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EV4의 개발을 주도한 MSV프로젝트2팀 연구원들과 함께 EV4의 개발 배경, 개발 시 맞닥뜨린 기술적 과제와 해결의 과정, 기아 내에서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기 세단의 수요를 겨냥한 EV4의 개발 배경

기아 EV4를 개발한 연구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EV4의 개발을 담당한 MSV프로젝트2팀 강기철 연구원, 정종원 책임연구원, 강태욱 책임연구원

Q. SUV와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형성된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 세단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전기차 시장의 주류는 SUV다. 지금까지의 기아 EV 라인업을 이루는 EV3, EV6, EV9 역시 모두 크로스오버 또는 SUV 타입의 차종이었다. 배터리 탑재 및 실내 공간 확보, 활용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행 성능, 편안한 승차감, 쾌적한 이동 경험에 기여하는 NVH(소음, 진동) 성능 등이 우수한 세단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전동화 시대에도 여전히 세단의 매력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분석했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기아 최초의 전기 세단을 목표로 EV4를 개발했다. 전동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내연기관 세단이 가진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역량, SUV 일색인 시장에서 특색을 가진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아 EV4를 개발한 연구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EV4의 개발을 담당한 MSV프로젝트2팀 김남윤 연구원, 진승현 연구원

Q. EV4는 기아의 전동화 라인업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C세그먼트에 해당하는 EV4는 기아 전동화 라인업에서 엔트리급 세단의 역할을 맡으며, 기아의 포트폴리오를 한층 풍성하게 채울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의 넓은 공간과 활용성 등 내연기관 세단과 대비해 돋보이는 장점들이 있기에 향후 전기 세단의 시장성을 가늠하는 첨병의 역할도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EV4는 단순한 전기 세단이 아니라, 기아가 전동화 전략 내에서 세단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 전기차만으로 충족되지 않았던 고객의 니즈를 채워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과 공력 성능의 조화를 이룬 비결

기아 EV4의 주행 모습

Q.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세단인 EV4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새로운 유형의 디자인, 기아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과 최대 533km의 주행 가능 거리(17인치 휠, 롱레인지 기준), SUV와 차별화된 세단의 주행 감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중 디자인 측면에서 EV4는 전기차의 구조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낮은 노즈 디자인, 역동적인 롱테일 실루엣, 테크니컬한 디테일 요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유형의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고전압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배치하다 보니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세단의 유려한 디자인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수정이 오갔으나, 이런 과정을 거친 덕분에 기존 세단의 틀을 넘어서는 EV4의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이야말로 기존 전기차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EV4를 찾게 되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기아 EV4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설명하는 표

2번째는 공기저항계수(CD) 0.229를 구현한 기아 최고의 공력 성능이다. 공력 성능은 전기차의 전비 효율과 주행 가능 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단 몇 %만 개선해도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V4는 전기차를 고려하는 많은 고객이 충전, 효율,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반영해 주행 가능 거리 및 효율을 핵심 개발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공력 성능을 세심하게 다듬은 결과,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중 최고 수준인 533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달성했다(17인치 휠, 롱레인지 기준). 

마지막으로 주행 감각 측면에서는 세단인 만큼 기존의 전기차보다 편안함이나 NVH 등의 주행 감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이에 따라 서스펜션의 여러 요소와 차체 구조를 보강하고, 방음 및 방진재를 적극 활용하는 등 편안한 전기 세단의 감각을 구현하고자 집중했다. 앞서 출시된 EV3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전기 세단이라는 차종에 맞춰 세부적인 튜닝을 거쳤다. 덕분에 실제로 운전하면 그 느낌이 상당히 다를 것이다. 

기아 EV4의 언더커버를 설명하는 표

Q.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유형의 디자인과 기아 최고의 공력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하다. 두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사실 EV4의 디자인만 본다면 공력 성능이 대단히 뛰어나 보인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듀얼 루프 스포일러와 같은 디테일한 요소는 디자인을 위한 것이지, 공기역학적으로는 불리한 요인이다. 하지만 개성 있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디자인과 공력 성능의 조화를 찾기 위해 차체의 모든 부위에 걸쳐 여러 시도를 하고, 개선을 거듭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차체 하부의 공기가 매끄럽게 흘러 나가도록 돕는 언더커버다. 차체 하부 면적의 약 83%를 언더커버로 감쌌는데, 이는 현대차그룹 모델 중 최대 비율로 EV4의 공력 성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요소 중 하나다. 또 공력 성능의 극대화를 위해 EV9과 EV3에도 적용한 바 있는 3D 형상을 EV4에 맞게 최적화했다. EV4의 긴 휠베이스와 생산 조건에 맞춰 언더커버의 구조를 다듬고 강성을 확보하는 일이 정말 어려웠지만, 설계, 생산기술, 공장 등 모든 부분에서 긴밀한 협업이 이뤄진 덕분에 양산까지 무사히 이어질 수 있었다. 

전기차와 세단의 만남으로 이뤄진 편안한 공간

기아 EV4의 사이즈를 설명하는 표

Q. 실내 공간과 활용성 측면에서 기존 내연기관 세단과의 차별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전기차는 설계 구조의 장점을 살려 플랫폼이나 실내 공간에서 많은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우선 내연기관차의 엔진룸에 해당하는 PE룸을 간결하게 구성해 프런트 오버행의 길이를 줄이고 휠베이스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동급 모델 기준으로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의 실내 공간을 넓게 구현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EV4는 C세그먼트 내연기관 세단인 현대자동차 아반떼(4,710mm)와 비슷한 전장(4,730mm)이지만, 한 차급 이상의 내연기관 세단인 기아 K5(2,850mm)에 준하는 휠베이스(2,820mm)를 갖췄다. 페달 조작부부터 뒷좌석 착좌 위치까지,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실내 전장은 준대형 세단인 기아 K8과 견줄 만큼 길다(EV4 1,902mm / K8 1,911mm). 또한 EV4의 총 전장에서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2%로, 비율로 따지자면 K8보다 실내 공간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아 EV4의 뒷좌석 공간을 설명하는 표

Q.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뒷좌석의 공간감이 상당했다. 이 부분에도 전기차의 구조적인 이점이 효과적으로 반영된 듯하다. 


내연기관차는 엔진룸에서 차 뒤쪽으로 향하는 배기 계통의 부품이 필수적이고, 해당 부품이 탑재될 공간도 필요하다. 내연기관차의 실내 바닥 가운데에 센터 터널이 볼록하게 솟아 있는 이유다. 반면에 전기차는 배기 계통 부품이 필요 없고, 차체 하부의 한가운데에 넓적한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되는 덕분에 실내 바닥을 평평한 플랫 플로어(Flat Floor)로 구현할 수 있다. 

기아 EV4를 개발한 연구원들의 모습

강태욱 책임연구원(왼쪽)과 정종원 책임연구원은 EV4에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C세그먼트, 특히 세단 차종은 앞좌석 공간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지만, EV4는 전기차의 구조적인 이점을 살려 뒷좌석 거주성도 많이 신경 써서 개발했다. 긴 휠베이스와 플랫 플로어 구조의 시너지를 통해 단순한 수치 이상의 뒷좌석 활용성을 확보했고, 넉넉한 공간에 세단 특유의 편안한 승차감이 어우러져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공간과 편안한 이동 경험을 완성할 수 있었다. 

EV4에서 즐기는 감성적인 전기차 경험

기아 EV4의 인테리어 모드 작동 모습

기아 EV4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최적의 휴식과 미디어 감상을 지원하는 인테리어 모드가 적용됐다

Q.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EV4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실내에서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설명 부탁드린다. 


EV4에 탑재된 신기능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실내에서는 인테리어 모드, 180° 회전형 암레스트를 포함한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 KBO/NBA 디스플레이 테마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차량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EV4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휴식’과 ‘감상’ 모드를 지원하는 인테리어 모드가 적용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디스플레이 및 실내 무드 조명의 밝기, 실내 온도, 시트의 각도를 통합 제어해 휴식과 미디어 감상에 맞춰 실내 환경을 손쉽게 바꾸는 기능이다. 예컨대 배터리를 충전 중이거나 잠시 정차해 누군가를 기다릴 때, 휴식을 취하거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로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인테리어 모드를 조작하면, 자동으로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작동하고 조명과 디스플레이가 어두워지면서 실내 온도를 최적화해준다. 이를 활용하면 한층 편안하고 몰입감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기아 EV4의 센터 암레스트 모습

기아 EV4에 적용된 센터 콘솔은 180° 회전형 암레스트와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함께 갖추고 있어서 앞뒤 탑승자 모두에게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한다


180° 회전형 암레스트도 EV4에 최초로 탑재한 사양이다. 이는 EV3에 처음 선보였던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앞뒤 탑승자 모두에게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했다. 180° 회전형 암레스트를 뒤로 펼치면 어린 자녀가 등교 전에 도시락을 편히 놓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앞뒤 어느 자리에서든 노트북을 올려 두고 업무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뒷좌석 아래에 탑재된 실내 V2L이나 기아 최초로 적용한 100W C타입 USB 포트를 함께 활용하면 긴 시간 동안 전자기기를 사용하기에도 좋다. 이를 활용하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한층 폭넓은 일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아 EV4의 KBO 디스플레이 테마를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기아 EV4에 적용된 KBO/NBA 디스플레이 테마는 운전자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로, 한층 즐거운 운전 경험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적용되던 NBA뿐만 아니라 KBO 디스플레이 테마를 새롭게 도입해 운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I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야구와 관련된 다양한 그래픽과 정보를 제공해 스포츠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운전 환경을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각자 응원하는 팀의 테마를 설치할 수 있으며, 현재 KBO 10개 팀의 테마를 전부 제공 중이다. 

기아 EV4의 앞좌석 모습

Q. 운전자의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전기차다운 경험 요소는 무엇인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인테리어 모드와 KBO 디스플레이 테마가 다채로운 사용자 경험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주행 측면에서는 NVH에 신경을 많이 썼다. 세단은 SUV보다 편안하고 조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소비자가 많다. 게다가 전기차인 만큼 로드 노이즈와 윈드 노이즈가 두드러지게 느껴질 수 있기에 더욱 신경을 써서 개발했다. 


이뿐 아니라 실내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조용한 차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화 명료도에도 많이 신경 썼다. 특히 차체 뒷부분의 바닥 부위와 휠하우스를 보강하는 등 뒷좌석에서 느낄 수 있는 로드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NVH 차원에서 꼼꼼히 완성했다. 타면 탈수록 조용하고 편안한 차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아 EV4의 주행 모습

Q. 촬영을 위해 잠깐 타봤는데도 편안한 차라는 인상이 강했다. 조용한 것은 물론, 승차감도 생각보다 편해서 놀랐다. 이런 성능을 구현한 비결이 궁금하다. 


주행 시 노면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밸브(SFD3, Smart Frequency control Damper 3)를 적용했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요철을 넘을 때 발생하는 저주파 대역의 큰 충격은 기존의 감쇠력으로 걸러내고, 일반 주행 시 발생하는 자잘한 노면 진동(고주파수)의 상쇄에 초점을 맞춰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원리다. 


아울러 전륜 서스펜션과 차체 하부의 크로스멤버를 연결하는 부위에 일반 고무 부싱보다 충격 흡수 성능이 뛰어난 하이드로 G 부싱을 적용했다. 내부에 진동을 줄여주는 유체를 봉입해 전반적인 승차감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부품으로, 일반 부싱보다 약 10배 뛰어난 감쇠 성능을 발휘한다. 이밖에 일체감 있는 응답성과 든든한 주행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강성을 높여주는 부품을 차체 곳곳에 적용했다. 

기아 EV4의 모습

Q. 마지막 질문이다. 개발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협업 사례나 팀워크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기아 전동화 라인업 중 유일한 세단 모델인 EV4를 완성하기 위해 주행감과 정숙성 등에 집중했다. 여기에 여유로운 주행 가능 거리와 우수한 전비 효율, 최적의 공력 성능을 모두 구현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많이 필요했다. 가령 공력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설계를 반영하면 주행 가능 거리와 전비가 열세해지거나 생산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NVH를 강화하려다 보니 승차감과 조종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EV4의 개발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고 여러 담당자들이 수없이 의논하며 개선 과정을 거친 결과, 기아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과 현대차그룹 최고 수준의 주행 가능 거리, 새로운 유형의 EV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 EV4에 담긴 개발진의 노력과 열정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길 바라며, 기아를 대표하는 전기 세단의 풍성한 매력을 깊이 있게 경험하길 기대한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