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4.28 제네시스
약 3년 5개월 만에 부분변경을 거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제네시스 GV60가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련된 디자인 변화는 물론, 상품 전반에 걸쳐 사용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제네시스 고유의 고급감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GV60는 어떤 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까. 차별화된 가치와 압도적인 성능을 겸비한 GV60 퍼포먼스 AWD 모델을 직접 시승하면서, 새로워진 GV60가 전하는 다채로운 매력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나, 둘, 셋, 넷…’ GV60의 헤드램프 안쪽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큐브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이렇게 작은 모듈들이 얇은 띠를 이루는 것만으로 주간주행등이나 방향지시등은 물론 하향등과 상향등 기능까지 수행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반도체 공정의 초정밀 제조기술로 제작된 옵틱 렌즈를 적용한 MLA(Micro Lens Array) 헤드램프가 제네시스 고유의 두 줄 디자인을 더욱 날씬하고 세련되게 완성시켰다. 세심한 곳까지 진보를 거듭한 흔적은 역시 제네시스답다.
GV60에서는 고급차에 흔한 크롬 장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앞 유리 위쪽에서 옆 창을 지나 리어 스포일러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유일하다. 이 장식은 C필러에서 독특하게 꺾이며 번개를 연상시킨다. 제네시스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의 전용 전기차인 GV60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GV60는 제네시스 최초로 클램쉘 후드를 적용하는 등 복잡한 라인을 덜어냈고, 대신 입체적인 부피감으로 역동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매끈한 면과 양감이 전기차의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잘 맞아 보인다. 새로운 GV60는 휠 아치와 차체 아래쪽을 바디 컬러로 통일함으로써 그러한 분위기가 한층 강화됐다. 덕분에 더욱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감돈다.
GV60 특유의 낮고 넓은 비례감에 퍼포먼스 AWD 전용 21인치 휠, 쿠페형 CUV 스타일 및 리어 윙 스포일러가 조합되어 역동성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미래형 럭셔리 스포츠 쿠페의 실루엣이 겹쳐진다. 3cm 연장된 앞 범퍼는 GV60만의 대담한 인상을 완성한다. 공기역학적으로도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언더커버와 공력 휠 등 끊임없는 개선의 흔적들을 보자니 다큐멘터리 <오로라를 위한 여정>이 떠오른다. 오로라 헌터의 열정처럼 “경이로움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는 제네시스의 메시지가 담겼다.
오로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트롬소에서 비롯된 시승차의 차체 색상 ‘트롬소 그린’은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오로라의 감성을 담아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했다. 럭셔리 브랜드답게 색상마저 고급스럽고 철학적이다. 과감한 메탈릭 펄 입자를 적용한 트롬소 그린은 밤하늘에 장관을 이루는 오로라와 달리 밝은 자연광에서 더욱 빛나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시승차의 갤럭시 블랙 / 아쿠아 그린 투톤 내장 색상은 트롬소 그린과 안성맞춤이다. 특히 실내 마감 품질과 색상이 정말 고급스럽다.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진정한 럭셔리 전기차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과거 수제 스포츠카에서나 기대할 수 있었던 이국적 감성과 높은 완성도가 인상적이다.
과감한 컬러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세련된 실내 디자인과 섬세한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는 덕분이다. 전용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한 GV60 실내는 제네시스 고유의 내장 디자인 철학인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화했다.
GV60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요소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크리스탈 스피어 전자식 변속 다이얼과 동그란 조형의 디테일이 곳곳에 더해진 화려한 실내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다. 크리스탈 스피어는 시동 전 신비로운 분위기의 오브제 역할을 하고, 시동을 켜면 전자식 변속 다이얼로 뒤집혀 GV60만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 사이 경계를 없앤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도 하이테크 럭셔리 분위기에 일조한다. 가령 화면 가득 지도를 띄우면 실내 공간이 더 넓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물론 화면 크기만으로 럭셔리를 말할 수는 없다. 화면을 채우는 소프트웨어 성능과 다양한 콘텐츠 구성을 갖춘 덕분에 쾌적한 사용 경험을 통해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메뉴 화면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장치 연결 없이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탑재되어 더욱 높은 수준의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요소로 역할하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차급을 뛰어넘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제네시스의 자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제네시스 뮤직’을 이용하면 블루투스 연결로 인한 음질 손실 없이 더욱 선명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여유가 생긴 김에 한적한 옥외 주차장에서 충전 겸 휴식을 취했다. 쾌적한 날씨 덕분에 공조 장치는 끄고 창문을 열었다. 운전석과 동반석에 적용된 릴렉션 컴포트 시트를 뒤로 뉘어 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비전 루프를 통해 하늘을 보고 있자니 평범한 일상마저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정교한 만듦새로 절도 있게 움직이는 뒷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접으면 어지간한 신장의 성인도 여유롭게 누울 수 있는 ‘차박’ 공간이 만들어진다. 비전 루프를 통해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급 내장재들로 시선을 돌리면 부티크 호텔에 누워있는 착각이 들 법하다.
84.0kWh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한 GV60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스탠다드 2WD 기준으로 451km에서 481km로 향상됐는데, 10~80% 급속 충전 시간은 이전처럼 18분에 불과하다. 퍼포먼스 AWD 모델인 시승차 화면에 표시된 100%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약 450km로, GV60만의 역동성과 즐거움을 더 오래, 더 자주 즐길 수 있게 됐다.
차명 체계에서 숫자가 낮을수록 역동성을 강조한다는 제네시스의 네이밍 전략은 겉치레가 아니다. 디자인뿐 아니라 실제 주행 성능 역시 고성능 이미지에 걸맞게 완성됐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언제든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의 오른손 엄지 위치에 자리한 부스트(BOOST) 버튼이다.
160kW 출력의 전기모터를 전륜과 후륜에 하나씩 탑재한 퍼포먼스 AWD 모델은 평소에도 민첩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다. 굳이 스포츠 모드로 바꿀 필요 없이, 컴포트 모드에서도 가속 페달만 가볍게 조절해 주면 언제든 가뿐하게 튀어나간다. 각 모터의 출력을 180kW로 높여주는 부스트 모드는 마치 봉인을 해제하는 느낌이다.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를 가진 차가, 패밀리카로 충분한 뒷좌석 공간을 가진 차가, 차박까지 가능한 차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초 만에 가속할 수 있는 역동적인 성능을 드러낸다.
과거에는 슈퍼카에서나 가능했던 수준의 고성능인데, 그 당시 감수해야 했던 불편함이나 불안함은 여기서 찾아볼 수 없다. 네 바퀴가 순식간에 지면을 박차면서 속도를 붙여나가는 과정이 아주 여유롭고 안정적이라 오히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익숙해진 후에는 추월이나 본선 합류처럼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과거와 같은 스릴이 그립다면 ‘VGS(Virtual Gear Shift)’를 활성화하면 된다. 마치 기어를 바꾸며 속도를 높여 나가는 내연기관 고성능 차처럼 반응해 가속의 짜릿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럭셔리 브랜드다운 음색을 지키면서도 차의 속도감을 더욱 직관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동승자들까지 GV60의 특별한 주행 감성에 빠져들도록 만들 수 있다. 원치 않을 때는 끌 수 있지만, 전기차가 들려주는 6기통 엔진 사운드의 매력이 만만치 않다.
동력 성능이 우수한 것과는 별개로, 운전자의 조작에 대한 반응이 정확하지 않다면 이러한 기능들이 무의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GV60는 전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럭셔리 전기차에 걸맞은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의도치 않게 튀어나가려는 듯 움찔거리거나 기대 이상으로 급격하게 속도를 줄여 당황시키는 일 없이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거나 운전자가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요구할 때는 준중형급 SUV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민첩하면서도 정확하게 반응해준다.
낮은 무게중심과 와이드한 차체를 기반으로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제공하는 GV60는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 감아 앞머리를 휙휙 돌려낼 때의 경쾌하고 매끄러운 회전 감각은 차에서 내린 후에도 종종 떠오를 정도로 맛깔스럽다. 그립이 향상된 3-스포크 디자인의 새로운 스티어링 휠이 노면에 대한 피드백을 전하며 손맛을 더한다.
잘 조율된 조향 시스템에 스포츠카에서 보던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 모노블록 4P 브레이크까지 동원해 운전자 의도대로 착착 움직여주는 즐거움을 높였다. 흡사 스포츠카를 탄 것처럼 차와 일체화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비교적 쉽게 뒷바퀴를 미끄러트릴 수 있는 ‘드리프트 모드’까지 숨겨놓았다. 제네시스가 GV60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데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준중형급 전동화 SUV가 21인치 휠, 타이어를 끼우고도 때로는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때로는 럭셔리 세단처럼 처신할 수 있는 데에는 성능이 개선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차체가 뒤뚱거리거나 불쾌한 충격을 전달하지 않고 우아함을 유지한다. 비포장길을 달려보니 거친 노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승차감을 제공하고 충격음이나 노면 소음을 잘 억제했다.
전기차의 특성은 럭셔리 자동차에 요구되는 세련되고 정숙한 주행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엔진 소음이 없는 만큼 다른 소음이 부각되는 등 의외로 까다롭기도 하다. GV60 역시 제네시스가 높이 평가받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을 전기차에서 극대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끄더라도 전기차 특유의 고주파음이나 바람소리, 노면 소음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노면 소음을 잡기 위해 반대되는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출력하는 ANC-R의 역할도 크겠지만, 흡차음재를 보강하고 실링 구조를 개선하는 등 기본적인 실내 정숙성을 더욱 향상시킨 덕분에 직접 체감한 NVH 수준은 동급에서 따라올 차가 없다. 내로라 하는 독일 고급차들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운전성 면에서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이 매우 편리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앞 차와 적정 거리를 두고 멈춰 서는가 하면, 열린 도로에서는 회생제동을 줄여 탄력 주행을 하고, 과속방지턱이나 교차로가 가까워지면 부드럽게 속도를 낮춘다. 교통 상황, 운전자의 조작 패턴, 다양한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주행 상황별 최적의 회생제동량을 자동으로 설정하는데, 부분 자율 주행 시스템의 일부로 느껴질 만큼 편리하고 자연스러워 운전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차로 유지 보조를 비롯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스티어링 휠의 직접식 그립 감지 시스템(HOD, Hands On Detective)과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ICC, In Cabin Camera)으로 강화돼 더욱 편리하고 안전해졌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에 이어 적용된 디지털 센터 미러(DCM)는 더 넓은 후방 시야를 확보해줄 뿐 아니라 비가 오거나 어두울 때 효과가 좋았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실었을 때에도 유용할 것이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 성능도 좋지만, 디스플레이를 보며 쩔쩔매는 것보다는 GV60의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시스템에 주차를 맡기는 편이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끝으로, 키를 소지한 채 차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도어를 잠가주는 워크 어웨이 락(WAL, Walk Away Lock)은 마지막까지 배려 받는 기분을 주었다. 모두 다 열거하진 못했지만 하나같이 고급차로써 만족감을 높이는 요소들이었다.
GV60는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 개성 넘치는 디자인, 세심한 배려, 최첨단 기술들로 동급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전용 전기차이기에 가능한 실내 공간, 세련된 승차감에 운전 재미까지 갖춰 어떻게든 구매를 합리화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제공한다. 부분변경을 거쳐 매력적인 상품성과 완성도를 더한 GV60는, 그야말로 소유욕을 본능적으로 자극하는 럭셔리 전기차라 할 수 있다.
사진. 최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