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2025.04.30 현대자동차 분량7분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연비 효율성이나 친환경 성능뿐 아니라 여유로운 주행 성능과 승차감, 안락함, 전기차 같은 모빌리티 경험까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품은 색다른 매력을 더해 플래그십 SUV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입증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디 올 뉴 팰리세이드(이하 팰리세이드)를 공식 출시했다. 6년 만에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팰리세이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추가라고 할 수 있다. 세단 라인업은 물론, 코나, 투싼, 싼타페 등 SUV와 스타리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다양한 차종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지만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팰리세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최초로 적용되는 모델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차의 외관을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18인치 알로이 휠은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이라 구분되는데,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이고 21인치 휠을 장착해 가솔린 모델과 다르지 않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인테리어

이번에 시승한 팰리세이드는 7인승의 캘리그래피 트림이다

이런 기조는 실내로도 이어진다. 나파 가죽 시트와 스웨이드 헤드라이닝을 필두로 한 품격 있는 마감과 훌쩍 커진 차체를 바탕으로 한 널찍한 공간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차별화 없이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실내 구성이 눈에 띈다. 따라서 고전압 배터리 쿨링 덕트가 카펫 아래에 숨어 있는 것이나 짐칸 바닥 아래의 구성이 조금 다른 것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실내 품질을 제공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연상시키는 칼럼형 SBW의 시동버튼을 눌러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출발준비를 알리면 비로소 가솔린 모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계기판에 ‘READY’ 문구가 표시될 뿐, 엔진은 돌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식 변속 칼럼으로 D를 선택하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는 스르르 앞으로 나아간다. 만약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상태나 엔진의 예열이 필요한 상태라면 시동버튼에 엔진이 깨어날 것이다. 하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NVH 대책 덕분에 실내는 언제나 정숙한 상태를 유지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저속에서는 EV처럼 경쾌한 움직임이 만족감을 높인다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차체 길이 5m, 무게 2톤이 넘는 그 팰리세이드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외부 소음이 들어오지 않는, 오가는 다른 차들마저 없는 적막한 지하주차장을 배회하는 동안 이 차의 매끄럽고 고요한 움직임이 새록새록 다가왔다. 회전할 때 타이어가 코팅된 바닥에 미끄러지며 내는 뽀드득 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이다. 


출구까지 이동하는 동안, 평소 이보다 작은 승용차를 몰 때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던 주차장 통로가 어찌나 수월하게 느껴지는지 놀랐다. 차체는 크지만 시야가 탁 트였고, 운전자 조작에 가볍고 정확하게 응해주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EV처럼 밀어주는 덕분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이런 거구가 엔진 가동 없이도 한참 다니는 것을 보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굳이 원한다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을 깨워도 되지만, 그렇게 해도 별다른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했다가 출발할 때도 마찬가지. 차량 흐름에 따라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토크 좋은 전기모터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밀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EV 구동 구간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은 발끝의 가감에 정확히 대응해 미끄러지듯 달린다. 여기에 가속페달을 좀 더 깊숙이 밟으면 엔진이 깨어나 활기차게 가속을 이어 나간다. 일상 운전에서 수 없이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가뿐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치가 크게 다가온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물론 회생제동을 통해서도 배터리는 충전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엔진 시동을 거는 전기모터를 엔진과 직체결하여 더욱 효율을 높였고, 구동에서도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주로 구동과 회생제동을 담당하는 전기모터는 기존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에 적용된 전기모터 대비 출력을 높여서(47.7kW → 54kW) 동력 성능도 개선하고 회생제동 성능도 늘어났다. 또한, 2개의 모터가 최적의 엔진 효율 구간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므로 연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더불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모델과 배기량이 동일한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전기모터가 주로 담당하는 저속을 벗어나 중속, 고속 구간에서도 힘이 넘치는 이유다. 엔진은 연비 개선을 위해 고효율 사이클을 적용하는 등 하이브리드 차량 콘셉트에 맞게 최적화하였다. 하이브리드 전용 2.5 터보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활용한 시스템 출력은 무려 334마력에 달한다. 이는 가솔린 2.5 터보 모델(281마력)이나 구형 3.8 가솔린 모델(295마력)을 훌쩍 뛰어넘으며, 현재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 출력과 비교해도 42%나 개선된 수치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토우 모드 버튼

하이브리드 모델로서 경쟁력 있는 견인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토우 모드를 적용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때는 물론, 실생활에서 자주 체감할 수 있는 추월가속 성능에 있어서도 가솔린 모델보다 우월한 성능을 제공한다. 물론 트레일러를 끄는 능력도 향상됐다. 가솔린 모델처럼 토우(TOW) 모드가 적용됐고, 동급 하이브리드 중에서 경쟁력 있는 토잉 성능을 제공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연비만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엔진룸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성능과 연료 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

참고로 18인치 타이어, 2WD 기준으로 팰리세이드 가솔린 2.5 터보 모델의 연비는 복합 9.7km/ℓ(도심 8.5km/ℓ, 고속도로 11.6km/ℓ)인데, 동일 조건의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14.1km/ℓ(도심 14.5km/ℓ, 고속도로 13.6km/ℓ)다. 즉,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 모델 대비 동력 성능과 효율 면에서 모두 우세한 것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연료탱크 용량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번 주유로 최대 1,015km를 주행할 수 있다. 실제 경험한 연비도 기대 이상이었다. 시승한 모델은 21인치 타이어에 빌트인캠이 포함된 사양임에도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위주의 주행 조건에서 15~16km/ℓ대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하이브리드가 가솔린 모델(174g/km)보다 60g이 낮은 114g/km이며, 대기환경보호가 필요한 지역에서 최대한 EV모드로 주행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하이브리드는 팰리세이드 고유의 주행 성능과 정숙성을 한층 향상시켰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특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동 모터를 활용한 ‘e-모션 드라이브’ 기술로 승차감을 보완하고 코너를 돌 때 더 기민한 움직임을 만든다. 가령 차가 선회할 때 구동 모터 제어로 무게 중심을 옮겨 조향 응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e-핸들링이 적용됐다. 덕분에 고속도로 램프 구간 등의 선회 주행 상황에서 롤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자세로 주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편제동 및 구동 모터 토크 보상을 통해 핸들링 성능을 향상시키는 e-DTVC(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컨트롤) 기술도 이런 탄탄한 움직임에 기여한다. 조향 응답성을 높이는 R-MDPS(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와 함께 모두 운전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캘리그래피 트림에서 선택 사양으로 제공한다

큰 요철을 넘을 때는 현대차 SUV 최초로 적용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과 함께 e-라이드 기술이 돋보인다. 이는 구동 모터의 토크 제어로 가감속 및 과속방지턱 통과 상황 등에서 발생하는 들림 현상(피치)을 억제한다. 실제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 없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고, 덕분에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e-라이드 기술이 플래그십 대형 SUV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스티어링 휠

플래그십 대형 SUV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추구했다

점잖게 운전하다가도 언제든 플래그십 SUV에 기대하는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에코 모드도 충분하지만, 과감한 운전을 원한다면 스포츠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해 긴장감도 즐길 수 있다.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서스펜션뿐 아니라 브레이크도 스포츠 모드에 어울리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의 스포츠 모드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활용하기에는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그에 비해 기본 모드 브레이크는 충분히 믿음직하게 작동하면서도 회생제동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또한, 운전자에게 연료 절약을 위한 관성 주행을 유도할 수 있도록 관성 주행 안내 기능을 적용했다. 이를 활성화하고 내비게이션 목적지가 설정된 상태에서 주행하면, 관성 주행에 도움이 되도록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좋은 시점을 안내해 준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한편,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을 하다 보면 엔진회전수가 0으로 떨어져 한참 유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속주행 환경에서도 EV 모드로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설정하고, ‘목적지 도착 시 스테이 모드 사용’ 기능을 활성화했다면, EV 모드가 덜 보일 수 있다. 이는 목적지에서 배터리 전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충전 로직이 반영된 결과다. 스테이 모드는 배터리 전력을 활용해 일정 시간 동안 무시동 상태에서도 공조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시트와 스피커

‘프리미엄 리빙 스페이스(Premium Living Space)’라는 테마로 설계된 팰리세이드의 실내 공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전기장치를 사용하고자 할 때 내연기관차의 방전을 예방하려면 엔진을 공회전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연료소모는 물론 수반되는 소음, 진동, 열 발생을 무시할 수 없다.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러한 엔진 가동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데,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된 스테이 모드는 이런 잠깐의 공회전마저 배제해 EV처럼 전기를 사용하며 쾌적하게 차 안에 머물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내비게이션에 설정한 목적지에 도달해서 스테이 모드를 쓸 수 있도록 미리 설정해 놓으면, 이동하는 동안 배터리 충전량을 조절해 가능한 전력을 확보해 놓는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2열 공간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및 독립 공조 제어 등 2열 공간을 위한 편의 사양이 대거 적용돼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넓고 아늑한 공간은 ‘스테이’하기에 호사스럽다.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하기에는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가 좋지만, 진동 및 두드림 모드를 통해 피로감을 줄여주는 2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에 몸을 뉘이고픈 유혹이 크다. 앉으면 눕고 싶다고, 2~3열 시트 등받이를 접고 자리를 깔면 더 좋지 않을까? 특히 2열에는 듀얼 와이드 선루프의 개방감과 3열까지 이어지는 공조장치가 제공하는 쾌적함이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트렁크 공간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켜 주는 넓은 공간과 편의 사양을 제공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V2L

전기차에서 누릴 수 있었던 EV 특화 편의 기술을 하이브리드 모델 최초로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적재공간에는 전기차에서 보던 실내 V2L을 마련했다. 쉽게 말해 220V 전기제품을 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콘센트인데, 가솔린 7인승 모델에 신차 옵션으로 제공되는 220V 인버터 사양에 비해 출력이 훨씬 높고 배터리 방전 우려도 적다. V2L 덮개에 적힌 250V, 16A라는 수치는 현대차 EV에서 보던 것과 동일하다.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서 전원으로 사용하기에 유용할 것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에너지 흐름도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기차에 준하는 모빌리티 경험을 구현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최초로 적용된 스테이 모드와 V2L 기능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1.65kWh 300V급 고전압 배터리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여러모로 하나의 기술을 다양한 기능에 활용하는 세태를 반영한, 매우 영리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외관이나 실내에서 티 내지 않으면서도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정교함과 실용성을 기능적으로 최대한 살린 점이 돋보인다. 덕분에 가솔린 모델이 대형 패밀리 SUV이자 프리미엄 플래그십 SUV로서 보여준 높은 완성도에 여러 새로운 가치를 아우른다. 이처럼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일상에서의 만족감과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독보적인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최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