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4.09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발자 컨퍼런스 ‘Pleos 25’를 개최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의 모빌리티 신기술의 개발 현황을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행사의 호스트로 나선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송창현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통합 소프트웨어 브랜드 ‘Pleos(플레오스)’를 이 날 처음 공개하고, 누구나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형 개발 생태계와 앱마켓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과연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SDV 생태계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Pleos 25에서 제시한 주요 키워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비전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소개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개발자와 소통하는 자리인 ‘HMG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행사의 깊이를 더욱 발전시킨 Pleos 25를 새롭게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를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차량을 소프트웨어 기반 디바이스로 정의하고 고객에게 더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청사진들을 제시해 왔다. 2021년 현대차그룹은 사람과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최적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작년 ‘CES 2024’ 에서는 소프트웨어와 AI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소프트웨어 전략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를 소개했다. 이는 단순 SDV를 개발하는 의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이동 수단, 서비스, 도시 인프라를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통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고, 이동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번 Pleos 25에서는 다양한 산업군의 파트너사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차량을 ‘소유’하는 개념에서 ‘이용’하는 형태로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어 가는 상황 속에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끊김 없는 이동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기반 데이터를 더 편리한 개발 환경과 함께 외부에 개방함으로써 개발자들이 기존 차량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솔루션을 자유롭게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개선 가능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이는 ‘Code to Move, Move to Code’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소프트웨어 코드가 모빌리티를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다시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외부 개발자와 파트너사들이 차량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과 클라우드, 모바일 환경에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모음)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개발 환경 등을 제공하는 개방형 개발 생태계 ‘Pleos Playground(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통합 소프트웨어 브랜드이자 기술 플랫폼인 Pleos였다. Pleos는 고객이 제품 구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누리고 더 편리한 이동을 경험하는 현대차그룹의 SDx 전략을 실현한다.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디바이스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리티 솔루션까지 이동에 관련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점이 특징이다.
참고로 Pleos는 ‘더 많은’, ‘더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Pleo’와 운영체제의 약자인 ‘OS(Operating System)’의 합성어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에 사용자 중심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진화시키고 지속 개선해 더 나은 이동을 실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반영한다. 송창현 사장은 “Pleo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클라우드 모빌리티 통합 기술 플랫폼으로,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지능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키노트에서 송창현 사장은 Pleos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 가운데 Pleos Vehicle OS(플레오스 비히클오에스)와 Pleos Connect(플레오스 커넥트)를 보다 상세히 소개했다.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 및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Pleos Vehicle OS와,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고, 모바일 생태계까지 확장시키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는 SDV로의 전환에서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Pleos Vehicle OS가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지속적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면, 이에 바탕한 Pleos Connect는 지속가능한 사용자 경험을 책임지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Pleos Vehicle OS는 차량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차량 운영체제다.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능 확장과 업데이트가 제한적이었던 기존 차량 개발 방식과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디커플링, Decoupling)한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개선 및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
Pleos Vehicle OS는 CODA(Computing & I/O Domain-based Architecture) 위에서 구동된다. CODA는 컴퓨팅 도메인 영역을 통합 제어 및 처리하는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HPVC, High Performance Vehicle Computer)와 영역별 제어기(zone controller)로 구성된다. 기존의 기능 중심이 아닌 데이터 처리 및 입/출력 관리 영역에 따라 차량의 네트워크와 제어기가 설계된 방식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CODA를 도입해 기존 차량 아키텍처 구조 대비 제어기를 66% 줄여 시스템 복잡성을 낮추고, 와이어링 하네스를 감축해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구조 위에서 빠르게 개발되고 안정적으로 실행되는 통합 vehicle OS인 Pleos Vehicle OS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보안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다.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보안과 버그(bug)이기 때문이다. Pleos Vehicle OS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이 보안을 강화한 점에 있다. Pleos Vehicle OS는 차량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각 망을 분리해 설계했고, 네트워크 및 호스트에 대한 공격에 대비해 취약점을 사전에 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표준 인터페이스에 접근 제어와 암호화를 적용하는 등 수준 높은 보안성을 구현했다. 탑승객의 안전과 연계된 기술인 만큼 더욱 고도화된 보안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참고로 Pleos Vehicle OS는 2026년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SDV 페이스카(Pace Car)를 시작으로 2027년 본격 적용돼 지속적으로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Pleos Connect는 AAOS(Android Automotive OS) 기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모바일과 차량 연결성을 강화해 직관적이고 확장 가능한 사용자 경험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기반 차량용 운영체제인 AAOS는 많은 개발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지속 가능한 사용자 경험 개선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마치 스마트폰과 같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초거대 언어 모델 기반의 인공지능인 ‘Gleo AI(글레오 AI)’를 중심으로 차량 제어 및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 밖에도 한 화면에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윈도우 기능, 차량 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사용자 경험 개선, 대형 스크린과 최적화된 UI 등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
Gleo AI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음성 기반 서비스 AI로 복잡한 음성 명령까지 정교하게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음성 인식 성능을 높여 차량 편의 기능을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량을 ‘나만의 비서’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차량 경험의 변화를 예고한다. 가령 “글레오, 온도를 22도로 조절하고 목적지를 서울시청으로 설정해줘.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즈 음악을 틀어줘”라고 말하면, 동시에 여러 명령을 정확히 인식하고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또한, Gleo AI는 사용자의 선호도와 패턴을 학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전자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을 돕는다. 관련 키노트에서 송창현 사장은 “2028년 누적 약 700만 대로 시작해 2030년까지 약 2,0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Pleos Connect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약 31개 파트너사와 함께 Pleos Connect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개방형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인 Pleos Playground(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누구나 제약 없이 차량용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외부 개발자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SDK문서, 샘플 코드, 개발 지원 도구는 물론 실물 차량 없이도 앱을 개발하고 검증해볼 수 있는 환경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공급업체만 접근할 수 있었던 차량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으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개발자들은 Pleos Playground를 통해 차량용 앱이나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예컨대 내비게이션 SDK를 활용한 배송 애플리케이션, ADAS SDK로 운전자 주행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폰 앱 스토어를 이용하는 것처럼 개발자가 차량용 앱을 개발해 업로드하면 고객이 손쉽게 앱을 다운로드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차량용 앱 마켓 ‘Pleos App Market(플레오스 앱 마켓)’을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고객은 Pleos App Market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Gleo AI 기반 차량용 내부 앱 외에도 외부 개발자와 파트너사가 공급하는 서드파티(3rd party) 앱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해 활용할 수 있듯이 차량용 앱 마켓을 통해 고객의 차량 내 경험을 지속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송창현 사장은 “모바일의 경험이 자동차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랬고, 사용자들이 차량 내에서도 원하는 경험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Pleos App Market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버, 유니티, 삼성전자, 구글, 쏘카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파트너사도 연단에 함께 올랐다. 이들은 현대차그룹과의 차량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방향성은 물론, 데이터를 중심으로 차량과 외부 디바이스 간 연결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네이버앱 이재후 부문장은 SDV 환경에 최적화된 AI, 검색, 지도, 콘텐츠 서비스 계획을 소개했다. “차량 내 AI를 활용해 사용자를 이해하고 모바일과 차량 간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음성 검색, AI 브리핑, 목적지 추천 등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Unity)에서는 Pleos 생태계와 유니티 플랫폼 간 협력 모델을 소개했다. 이는 차량 내 센서, 버튼 등의 하드웨어와 유니티의 게임 구동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함으로써 고객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활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유니티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부문 총괄 마쓰바라 타츠야(Matsubara Tatsuya)는 “차량 고유의 인터페이스와 센서를 활용한 독특한 인터랙션은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한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세계적인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Vehicle Foundry(비히클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Vehicle Foundry는 다양한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해 완성차 제조 역량과 인증 노하우를 공유하고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는 사업을 뜻한다.
이 날 Pleos 25 기조 연설에서 송창현 사장은 “스스로 발전하는 이동 산업을 만들기 위해 시작하는 자율주행 Vehicle Foundry는 웨이모(Waymo), 우버 등을 비롯한 자율주행 기업이 우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연사로 나선 우버 자율주행 모빌리티 총괄 ‘노아 지크(Noah Zych)’ 역시 현대차그룹과 협력하며 자율주행을 통해 더 나은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 ‘Atria AI(아트리아 AI)’를 통해 27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레벨 2+ 단계 자율주행기술을 양산할 계획이다. 8개의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를 기반으로 도로 환경을 인식하고 국가별 교통 법규에 따른 안전성을 갖춘 Atria AI는 경제성, 확장성,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확보해 2026년 3분기 SDV 페이스카에 첫 적용될 예정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도시 교통 협력 체계 ‘NUMA(Next Urban Mobility Alliance)’를 통해 도시 이동 문제 해결에 나선다고 밝혔다. NUMA는 기업, 정부, 지자체, 학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해 이동 약자 지원, 지방 소멸 대응, 기후 변화 등 도시 사회의 이동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마련한다. 기술 실증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데이터 기반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이동이 연결되고 평등하게 제공되는 미래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협력 체계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NUMA의 일환으로 도시 교통의 제도적인 해결책을 다양하게 모색해 왔다. 수년 전부터 국내 지자체 여러 곳과 현대차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솔루션인 셔클을 도입해 시민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또한 셔클과 연계된 교통약자용 디바이스 ‘R1’과 ‘나노 모빌리티’를 통해 차량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있으며, 한국과 유럽의 정부 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도시 문제에 대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송창현 사장은 “Pleos의 궁극적인 목표는 데이터 기반 기술로 사람, 사물 그리고 도시 내 이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협력해 사회의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위해 기업, 정부, 지자체, 학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고, 이는 NUMA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은 이번 Pleos 25 행사를 계기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및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적극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개방된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와 SDV의 혁신성을 앞당길 현대차그룹의 개발 전략을 통해 자동화 및 자율화된 모빌리티 생태계가 하루 빨리 실현되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