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3.06 KIA타이거즈
지난 시즌 KBO 리그를 완벽히 제패한 기아 타이거즈의 2025 시즌 목표는 단 하나, 2년 연속 통합 우승이다. 기아 타이거즈는 지금까지 총 7번의 통합 우승을 기록했으며, 지난 1996년과 1997년에 팀 역사상 유일하게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이제 기아 타이거즈는 또 한 번의 대기록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지난 1월 2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한 1차 스프링캠프와 2월 2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2차 스프링캠프가 그 출발점이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한층 완벽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훈련에 매진 중인 기아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현장을 살펴봤다.
2025년 기아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규모는 선수 38명, 코칭스태프 22명을 포함해 총 60명으로 구성됐다.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최형우, 양현종 등 8명의 선수는 1월 22일 먼저 출국했고, 나머지 30명의 선수단은 이튿날인 23일 캘리포니아 어바인으로 향했다. 선수단이 이틀에 걸쳐 미국으로 떠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올해 기아 타이거즈 스프링캠프단은 여느 때와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선수단 규모와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선수들의 면면이 달라진 것은 당연한 일. 그보다 결정적 차이는 선수단을 향한 초특급 대우다. 7년 만의 통합 우승을 기록한 선수단을 향해 기아 타이거즈 구단주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미국행 비행기의 ‘전원 비즈니스석 이용’이라는 통 큰 결정을 한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 선수단이 인원을 나눠 미국으로 떠난 것은 6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비즈니스석이 없는 것에 따른 불가피하면서도 행복한 결정이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이 같은 배려에 대해 이범호 감독은 “너무 감사하다.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베테랑 양현종 또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은 전지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물을 받은 만큼 더 편하게, 좋은 환경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기아 타이거즈의 1차 스프링캠프는 1월 2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그레이트 파크 베이스볼 컴플렉스에서 진행됐다. 12시간에 가까운 장거리 비행이 이어진 뒤였지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기 때문인지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덕분에 24일 하루 휴식을 가진 뒤 기아 타이거즈 선수단은 곧바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수 있었다.
1차 스프링캠프는 3일 훈련, 1일 휴식 뒤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주장 나성범을 비롯해 38명의 선수(투수 18명, 포수 3명, 내야수 10명, 외야수 7명)들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체력,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했다. 이 모든 훈련은 오후 3시까지만 진행되고, 야간 훈련은 실시되지 않았다. 저녁까지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는 다른 팀과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다.
오전과 오후, 공식 훈련을 종료한 뒤에는 선수들에게 개인 시간이 주어졌다. 이범호 감독은 야간 훈련을 뺀 이유에 대해 선수 개인의 몸 관리와 자율 훈련을 언급했다. 선수 스스로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고 그에 맞춰 훈련하거나, 좋지 않은 곳을 치료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라는 이범호 감독의 배려였다.
먼 타국에서 구슬땀을 흘린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더욱 밝아진 일은 또 있었다. 비즈니스석 이용이라는 큰 선물을 선사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2월 16일 캠프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승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건강도 중요하니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컨디션과 몸 관리에 힘써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따뜻한 날씨 속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훈련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모든 선수들이 2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중에서도 시즌 내내 기아 타이거즈의 안정적인 팀 운영을 뒷받침할 투수진들의 훈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년 팔꿈치 부상으로 4경기 만에 시즌을 접어야만 했던 좌완 투수 이의리는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불펜 피칭에 돌입했다. 첫날 구속 측정 없이 밸런스 점검 차원에서 가볍게 볼을 뿌린 이의리는 스프링캠프 동안 5번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80구까지 늘렸고, 구속을 올려도 수술 부위에 통증 없이 완벽한 몸 상태를 보여줬다.
이 같은 모습을 본 코칭스태프는 이의리 선수의 빠른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가 완벽하게 복귀할 경우, 선발투수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올 시즌 기아 타이거즈의 선발 투수진은 제임스 네일, 아담 올러, 양현종, 윤영철이 1~4선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의리가 5선발을 담당한다면 기아 타이거즈의 2년 연속 통합 우승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투수진 중에서 돋보인 또다른 선수는 신인 중 유일하게 1차 스프링캠프 선수단에 포함된 김태형이다.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기아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은 김태형은 우완 정통파 투수로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김태형은 스프링캠프에서 최고 시속 145km의 빠른 공을 보여줬다. 뛰어난 제구력까지 겸비한 김태형의 모습을 본 이범호 감독은 차근차근 선발 훈련을 쌓고, 임시 선발이 필요할 때 1군 데뷔전을 치르게 할 것이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올 시즌 제임스 네일과 원투펀치 역할을 수행할 뉴페이스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활약한 올러는 시속 150km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올 시즌이 자신의 야구 인생에 있어 두 번째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올러는 스프링캠프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훈련 방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아 타이거즈에서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말로 스프링캠프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서 올러는 “제구력이 약점으로 꼽히는데, 스프링캠프에서 제구력 보완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KBO 리그에서 제구력까지 보완한 올라운더 투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시즌 화끈한 공격력으로 기아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끈 타자들의 집중력도 스프링캠프 내내 돋보였다. 특히 올해 42살에 접어든 베테랑 타자 최형우의 각오는 남달랐다. 사실 최형우는 올 시즌이면 기아 타이거즈와의 1+1년 계약이 종료된다. 이후의 상황에 대해 최형우는 “재계약이나 은퇴 둘 중 하나겠지만, 솔직히 은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우승하고 싶다”라는 말로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24 시즌 기아 타이거즈와 KBO 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김도영을 향한 관심은 스프링캠프 내내 이어졌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현지 매체까지 김도영의 모든 것에 집중했을 정도다. 김도영의 지난 시즌 활약상을 보면 이 같은 관심은 당연해 보인다. 141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67을 기록하며 정규 시즌 MVP와 3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도영은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바로 ‘홈런왕과 도루왕 동시 석권’이다. KBO 리그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대기록이기에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김도영은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시즌 38홈런과 40도루를 기록, 홈런 부문 2위와 도루 부문 6위에 올랐기에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라는 게 김도영의 설명이다. 전대미문의 영역에 김도영이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또한 올 시즌 KBO 리그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기아 타이거즈 타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새로운 외인, 패트릭 위즈덤이 보여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 통산 455경기에서 타율 2할9리, 88홈런, 207타점을 기록한 거포형 타자다. 다만, 지난 시즌에는 시카코 컵스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남겼다. 그런 만큼 위즈덤은 기아 타이거즈와의 동행을 반등의 기회로 여기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장타를 칠 만큼 파워는 자신 있다. 하지만 홈런을 노리겠다는 마음만 갖고 경기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위즈덤이 스프링캠프에서 밝힌 각오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위즈덤을 향해 이범호 감독은 타격 자세가 좋다고 칭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삼진율이 높지만, 타격 폼을 보면 KBO 리그에서 삼진을 많이 기록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위즈덤을 향한 이범호 감독의 평가다.
기아 타이거즈는 1차 스프링캠프를 2월 17일 종료했다. 이어서 2월 19일 입국한 뒤 이튿날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2차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입국 당일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범호 감독은 1차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총평했다. “부상자 발생 없이 2차 스프링캠프로 넘어가는 게 1차 목표였다. 선수들이 몸 관리를 잘한 덕분에 캠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오키나와 킨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아 타이거즈의 2차 스프링캠프는 공식 훈련과 연습경기, 휴식이 번갈아 이어졌다. 그에 따라 2월 21일 공식 훈련을 시작했으며, 22일에는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 리그에 소속된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2025 시즌 기아 타이거즈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첫 경기였기 때문에 히로시마전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결과부터 밝히자면 기아 타이거즈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10:3으로 패했다. 그러나 연습경기였던 만큼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 올 시즌 4선발과 5선발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윤영철, 김도현 투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선발과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윤영철, 김도현 투수는 나란히 2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를 펼쳤다.
타선에서의 집중력도 인상적이었다. 3번 타자로 출전한 김도영 선수의 3회 초 안타와 6번 타자 변우혁 선수의 2루타로 빚어낸 1점은 올 시즌 기아 타이거즈의 타선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8회 초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투런 홈런을 터뜨린 김석환의 활약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흘 후인 2월 25일에는 한화 이글스와 두 번째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결과는 4:1 패배. 그러나 올 시즌 기아 타이거즈의 1~3선발을 책임질 제임스 네일, 양현종, 아담 올러가 나란히 2이닝씩 투구한 모습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인상적이었다. 선발로 등판한 네일은 2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을 기록했지만 삼진을 5개나 잡으며 빼어난 구위를 보여줬다.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4안타 2실점(1자책)을 내줬음에도 탈삼진 5개를 기록하며 베테랑의 면모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이날 가장 큰 수확은 올러의 강렬한 투구였다. 2이닝 동안 단 6명의 타자만 상대하며 2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퍼펙트 피칭을 기록했다. 이날 포심, 커브, 슬라이더, 슬러브 등 다양한 구질을 섞은 올러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3km였으며, 평균 구속은 시속 151km에 달했다. 올러가 기아 타이거즈 투수진에 큰 힘이 될 것이란 게 입증된 경기였다.
2월 27일 진행된 기아 타이거즈의 세 번째 연습경기 상대는 LG 트윈스였다. 이날 경기는 4회까지 투수들의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올 시즌 5선발 후보 중 하나인 김도현이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1안타 1사사구로 깔끔하게 막았다. 이후 5회 말에는 포수이자 8번 타자로 나선 한승택의 좌중간 안타로 기아 타이거즈가 선취점을 따냈다.
기아 타이거즈의 투수진들은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황동하와 김태형이 각각 2이닝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장면은 꽤나 인상 깊었다. 반면, 수비 상황에서 야수진들의 집중력 저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7, 8회에만 4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2실점을 한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이날 경기는 3:1로 패하고 말았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좀 더 강한 집중력을 보여주길 주문했다.
이범호 감독의 주문이 통했던 것일까. 3월 3일 열린 KT 위즈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기아 타이거즈는 6대 2로 달콤한 승리를 거뒀다. 이우성의 동점 솔로홈런, 윤도현의 투런홈런 등 16개의 안타를 쏟아내며 화끈한 타격 쇼를 펼쳤다. 이날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3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 2탈삼진을 기록해 KT 타선을 잘 틀어막았다.
경기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연습경기가 이어질수록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의 컨디션은 빠르게 올라왔다. 짧은 이닝을 나눠 던진 투수진들은 강렬한 구위를 보여주며 올 시즌 선발과 불펜, 양면에서의 안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타자들은 공격 및 수비 상황에서 아직 100%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지난 시즌의 날카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숨가쁘게 이어진 스프링캠프를 통해 기아 타이거즈는 투타 모든 측면에서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음을 재차 검증했다. 이로써 또 한 번의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V13, 그리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다시 세울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기아 타이거즈는 오는 3월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넬 예정이다. 야구 팬들이라면 올 시즌, 기아 타이거즈가 또 한 번의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