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4 현대자동차그룹
올해 여름은 매우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불볕더위에 차량 내부는 뜨겁게 달궈지고 이를 식히기 위해 공조기를 강하게 틀어도 쾌적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도 적지 않아 특히 전기차 이용 고객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년 높아지는 평균 기온, 강렬한 태양빛 그리고 증가하는 에너지 소모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 공간인 모빌리티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따라 모빌리티 안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고객들의 니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러한 모빌리티 흐름 속에서 차량 냉/난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해 왔다. 그리고 지난 8월 22일, 지금까지 연구 개발을 진행한 열 관리 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개최했다. 서울시 중구의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열 관리 기술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당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본격적인 기술 소개에 앞서 MLV설계센터 강동훈 상무가 연단에 올라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강동훈 상무는 열 관리 기술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조기의 사용이 완벽한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실내 쾌적성을 높이는 다양한 열 관리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고객의 높은 만족도 및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이바지하고자 한다.”
히트 테크 데이 개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첫 세션의 발표자로 에너지소자연구팀 이민재 책임연구원이 나섰다. 나노 쿨링 필름 개발을 담당한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점차 자동차 유리 면적이 증대하며 실내로 유입되는 열에너지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실내 쾌적성을 위한 에너지 소비량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게 되었다”라며 나노 쿨링 필름 개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민재 책임연구원의 설명대로 나노 쿨링 필름은 자동차 유리에 부착 또는 이중 접합 유리 사이에 적용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열을 반사하고 내부의 열은 배출하는 기술이다. 나노 쿨링 필름은 3개의 레이어로 구성되며 가장 바깥쪽 레이어는 열을 방출하고 안쪽 두 개의 레이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에너지를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틴팅 필름도 열 차단은 가능하지만, 나노 쿨링 필름과 같이 열 배출은 불가하다. 이러한 두 가지 기능을 포함하는 필름을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나노 쿨링 필름은 지난 2023년 7월에 개최된 ‘나노 테크 데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파키스탄의 라호르(Lahore)에서 진행한 캠페인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MADE COOLER BY HYUNDAI)〉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극악의 대기 오염과 최고 기온이 50℃에 육박하는 라호르에서 현대차그룹은 고객 70명에게 무료로 나노 쿨링 필름을 제공했고 현지 고객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간편한 시공만으로도 뛰어난 열 관리 효과를 입증한 나노 쿨링 필름은 향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일반 유리나 열 차단 유리와 비교해 나노 쿨링 필름은 평균적으로 6~7℃ 정도 더 뛰어난 열 저감 효과를 갖췄다. 나노 쿨링 필름은 향후 차량 유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며 필름 형태를 넘어 섬유, 옷, 블라인드 등 다채로운 형태로 활용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나노 쿨링 필름 기술의 비전에 대하여 설명했다.
히트 테크 데이의 두 번째 세션으로 복사열 난방 시스템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를 맡은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오만주 연구위원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에 대하여 “전도, 대류와 더불어 열전달 방식 중 하나인 복사 방식을 채택해 공기를 가열하지 않고 전자기파 형태로 열을 방출하는 개념의 난방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만주 연구위원의 설명대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의 핵심은 열의 복사 원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복사열이란 열원으로부터 전자기파 형태의 열이 방출되는 원리로, 태양에서 발산되는 열을 지구에서 느낄 수 있는 원리와 같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기존의 히터와 달리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탑승자의 신체와 인접한 부분에 적용해 빠르게 온열감을 전달할 수 있다. 에너지 소모량 역시 공조 시스템, 열선 등 기존 난방 시스템과 비교해 적은 편에 속한다. 이를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난방 공조 에너지를 약 17%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차량 실내의 도어부, 스티어링 컬럼 하단, 센터 콘솔 등 총 9가지 부위에 적용할 수 있다. 난방 시스템의 구조에 대해 오만주 연구위원은 “적용 부위에 면 형태의 발열체가 삽입된다. 이 발열체는 빠른 시간에 85~110℃의 고온을 발산하며 3분 내에 탑승자에게 온열감을 전달한다. 고온을 발산하는 발열체로부터 탑승자의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표면을 직물 소재로 덮고 신체가 접촉하면 즉시 전원을 차단하는 기술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뛰어난 열전달 능력으로 실내 쾌적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적은 에너지 사용량으로 전기차에 적용했을 때 뛰어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에 대해 오만주 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엔진의 폐열을 난방에 이용하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난방에 배터리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에 주행가능거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히터만 사용했을 때보다 17% 정도 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절약하여 약 8%의 주행거리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히트 테크 데이의 마지막 세션으로 공개된 기술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이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의 발표를 위해 MLV외장설계1팀 정기헌 파트장이 무대에 올랐다. 정기헌 파트장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의 개발 배경에 대하여 “겨울철 차량 앞유리(윈드실드)에 쌓인 눈과 얼음을 치우기 위해 뜨거운 물이나 스크래퍼 등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서 여름과 겨울에 내외부 온도 차이로 발생한 습기로 전방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경험도 적지 않게 겪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정기헌 파트장의 설명과 같이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유리를 덮은 눈, 얼음, 서리, 습기 등을 제거해 깨끗한 시야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조기나 유리 내 열선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방식들은 제상 및 제습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시인성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뛰어난 시인성과 더불어 -18℃에서도 5분 내로 제상∙제습이 가능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접합 유리 사이에 전기가 흐르는 발열체를 코팅해 제작된다. 금속 코팅은 은(Ag)을 포함해 총 20가지의 금속 성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기가 흐르면 최대 75℃까지 자체 발열하며 제상∙제습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효율적으로 제상∙제습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48V 전력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 역시 세계 최초의 시도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의 또 다른 특장점은 뛰어난 제상∙제습 효과를 비롯해 열에너지 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헌 파트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을 보탰다. “금속 코팅층의 주성분인 은(Ag)은 태양열을 반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열에너지의 약 60%를 감소시킬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48V 금속 코팅 발열 유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향후 다양한 양산 차종 및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하기 위해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발표 세션 종료 후 담당 연구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기자 및 인플루언서들은 기술 관련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곧이어 즐거운 대담을 마친 참석자들은 전시된 기술들을 관람하고 직접 체험했다. 각 부스에는 해당 기술이 적용된 실물을 설명과 함께 전시했으며 특히 시연 장치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열 관리 효과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직접 체험형 프로그램은 신기술 이해도 증진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참석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히트 테크 데이는 현대차그룹의 첨단 열 관리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리였다. 또한 고객을 위해 현대차그룹이 어떠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히트 테크 데이를 통해 공개된 열 관리 기술들이 향후 차량에 적용된다면, 운전자는 더욱 쾌적한 이동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의 주역이 될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한층 증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히트 테크 데이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의 냉난방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임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사진. 박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