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3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할 예정이다. 경쟁 모델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콤팩트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시선을 사로잡는 남다른 매력은 필수다. 이에 현대차는 다른 콤팩트 전기차에선 찾아볼 수 없던 기술을 캐스퍼 일렉트릭에 담았다. 바로 레이저 패터닝 공법으로 완성한 라이트 디자인과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술이다. 글로벌 무대에 뛰어들 캐스퍼 일렉트릭의 비밀 무기를 개발한 담당 연구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더욱 많은 고객이 현대차 전동화 모델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만큼 콤팩트한 차체에 선택과 집중으로 선별한 가치로 가득 채웠다. 이러한 요소 중 하나인 ‘픽셀 디자인’은 현대차 EV 라인업의 고유한 디자인 아이덴티티이자 상징과도 같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런 픽셀 디자인을 차체 곳곳에 적용했다.
특히 각종 램프류에 적용한 픽셀 디자인은 매끈하고 날렵하게 구현되어 있어 군더더기 없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외모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다른 현대차 전동화 모델과는 사뭇 다르게 구현된 이 픽셀 디자인의 비결은 ‘레이저 패터닝’ 공법을 적용한 결과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라이팅 시스템에 레이저 패터닝을 적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담당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캐스퍼 일렉트릭의 램프류를 개발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윤기태 책임연구원 | 디자인 팀에서 초기부터 요청한 콘셉트가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 같은 램프’다. 최신 스마트폰과 같은 매끈한 형태의 콘셉트에 현대차 EV 고유의 픽셀 디자인을 반영해보자는 논의가 오갔다. 이런 콘셉트를 구현하기에 적절한 공법을 찾던 중 레이저 패터닝을 활용해 캐스퍼 일렉트릭의 라이트 디자인을 개발하기로 했다.
참고로 픽셀 그래픽 형상 외에 현대차 엠블럼도 레이저 패터닝 공법을 적용하여 캐스퍼 일렉트릭의 심플한 외관을 강조했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 캐스퍼의 전면 램프는 중간부 쪽이 가니시로 분리된 이미지였는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센터 일체형 램프를 적용하여 차별화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Q. 램프류에 적용된 레이저 패터닝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윤기태 책임연구원 | 레이저 패터닝은 레이저 에칭이라고도 부르는데, 여러 산업과 예술 분야에서 이미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공법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레이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재료의 표면을 국부적으로 박리하거나 증발시켜 원하는 형상을 새기는 공법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렌즈 내측 면에 외관에서 보여지는 도장층과 새어나오는 빛을 막는 차폐 도장층을 이중으로 적용한 후 레이저를 조사하여 표면의 도료를 박리시키는 방식으로 픽셀 형상을 구현했다.
Q. 레이저 패터닝을 적용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고려했는가?
윤기태 책임연구원 | 기존 현대차그룹 차종은 레이저 패터닝 기법을 점(Dot)과 선(Line)의 램프에만 적용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처럼 면으로 구현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개발 초기에 레이저 패터닝 기법으로 균일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개발팀 및 협력사에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맞추기 위하여 오랜 시간 연구를 지속했고, 하나둘 노하우를 쌓아가며 결국 지금의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개발하며 쌓은 레이저 패터닝 기술에 대한 경험은 향후 다른 프로젝트에 해당 기술을 접목할 때 보다 원활하게 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Q. 레이저 패터닝 기술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윤기태 책임연구원 | 일반적인 사출 부품으로 구성할 경우, 조립 구조 등에서 아무래도 제약 조건이 많다. 레이저 패터닝 공법은 사출 부품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다양한 패턴과 이미지의 디자인을 차량에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오닉 6, 팰리세이드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했고, 이번 캐스퍼 일렉트릭을 통해 한 단계 기술 발전을 이룬 만큼 향후에는 이전보다 다양한 패턴, 형태를 구현하는 데 레이저 패터닝 기술을 활용하고자 한다.
고령 인구의 증가와 이들로 인한 각종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즉각적인 판단이 중요한 운전에서 고령자를 위한 안전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UN 산하 유럽 경제 위원회(UNECE)는 정차 중 페달 오조작 관련 안전 기능에 대한 법규를 발표할 예정이며,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이와 관련된 제도를 만들고 시행 중이다.
현대차는 고령 운전자와 더불어 아직 운전이 미숙한 초보 운전자가 차량의 페달을 오조작하여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바로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edal Misapplication Safety Assist, 이하 PMSA) 기술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치를 높여줄 신기술인 PMSA는 어떤 기술인지 개발을 담당한 차량구동제어개발1팀 하정우 연구원에게 물었다.
Q.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재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는 어떤 기술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하정우 연구원 | PMSA는 단어 그대로 페달을 오조작하는 경우 운전자의 안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는 보조 기능이다. 장애물이 가까이 있는 정차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실수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을 경우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 유압을 인가하는 기능이다.
PMSA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고령화 사회 때문이다. 2007년 일본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고령 운전자가 많아짐에 따라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 발생률이 높아졌고, PMPD(Pedal Misapplication Prevention Device,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란 인정제도를 만들어 사고를 예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고령층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일본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PMSA 기능을 개발 및 도입하게 되었다.
Q. PMSA 기능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작동하나?
하정우 연구원 | 차량의 초음파 센서로 장애물을 인식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을 경우(0.25초 이내 가속 페달 100% 입력)에 기능 구현 조건을 만족하고 구동력 제한 제어 상태에 돌입한다. 이후 점차 장애물에 가까워지면 다음 단계로 제동 제어가 이뤄진다. 먼저 구동력을 제한한 다음 제동이 이루어지기에 급제동 시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충격도 적다.
초음파 센서의 감지 거리는 총 3단계로 나뉜다. 차량과 장애물 간의 거리가 60~100cm일 경우가 1단계, 30~60cm는 2단계, 30cm 이하는 3단계다. 1단계에서는 모터 토크가 제한되고, 2단계부터는 유압 제동을 통해 차량이 장애물에 부딪히는 상황을 방지한다. 물론 토크 제한, 제동 제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운전자에게 클러스터 팝업 알림과 경고음을 송출하여 제어 상태를 알려준다. 차량이 멈추고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 상황을 인지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기어를 변속하는 경우, 기능이 작동한 이후로 5분이 지난 경우에 PMSA 제어로 인가된 제동 유압은 해제된다.
Q. PMSA 기능은 VCU(차량 구동 제어기)에서 장애물 위치나 차량 속도, 기어 상태 등의 다양한 조건을 판단하고 활성화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조건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정우 연구원 | PMSA는 기본적으로 차량의 진행 방향 1m 내에 장애물이 있고 정차 후 발진하는 상황에서 정상 작동한다. 정차가 아닌 저속 주행 중에는 센서의 감지 및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 동안 차량이 계속 장애물과 가까워지기 때문에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가 어렵다. 이 외에도 조향각 430° 이하, 경사도 25% 이하의 노면 등의 조건에서 정차 후 출발 시 기능이 동작하도록 설정했다.
Q. 운전자가 차량 주변 장애물을 인지하고 있고 본인 의지로 가속 페달을 밟는 경우도 있을 텐데, PMSA 기능이 필요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하정우 연구원 | PMSA가 정차 후 출발하는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건 당연히 아니다. PMSA를 개발하며 기능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분간할 기준에 대해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페달 속도를 감지해 상황을 구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의 PMPD 평가 항목에 따르면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은 상태를 100%라고 했을 때, 0.25초 이내에 가속 페달이 100% 상황에 이르는 경우를 페달 오조작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PMSA 기능도 해당 기준을 따라 0.25초 이내에 100%로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에 작동한다. 즉, 운전자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가속 페달을 천천히 조작하면 PMSA 기능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Q. 향후 PMSA를 어떻게 개선할 계획이며, 캐스퍼 일렉트릭 외에 PMSA 기능을 어떻게 적용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하정우 연구원 | PMSA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보다는 현재의 기능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초음파 센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작동 거리나 차속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전기차 모델에 PMSA 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순차적으로 검토해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내연기관 모델은 엔진을 제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여 현재 검토 중이다.
최근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정차 상황뿐만 아니라 주행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페달 오조작 상황도 판단할 수 있도록 기능 개선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고객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연구를 통해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고, 모두가 안전하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 패터닝 기반의 라이팅 시스템과 PMSA 기술은 캐스퍼 일렉트릭을 돋보이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에 담긴 이 기술들을 통해 향후 현대차의 전기차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이 기술들에는 차량의 성능 개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필요성을 포착하고, 이를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기술로 개발하려는 현대차 개발진의 노력이 묻어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즐거운 전기차 라이프, 나아가 모빌리티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