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2024.07.31 현대자동차 분량8분

사람을 위한 진정한 모빌리티, 현대자동차 ST1 시승기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선보이는 PBV인 ST1을 시승했다. ST1은 차를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폭넓게 담겨 있는 모빌리티였다.

현대자동차 ST1의 주행 모습

미국의 건축가인 루이스 설리번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을 통해 가장 효율이 높으며 단순한 미니멀리즘의 시대를 열었다. 반면 자동차는 처음 발명된 이래 용도에 따라 형태가 나뉘고 개인 취향에 따라 겉모습이 다양하게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1톤 화물차들은 그렇게 정해진 모양이 있었다. 가령 주택들이 가득 찬 좁은 도로와 골목은 차의 폭과 길이에 제한을 걸었고, 그나마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높이를 키우는 식으로 적재량을 확보한 것이다. 많은 짐을 싣는 화물차 특성상 배기량 대비 토크가 센 디젤 엔진을 쓴 것도 소음과 진동을 감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개념을 적용해 출시한 ST1은 용도에 따라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차다. PBV의 개념은 2018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 버거의 “새로운 종의 자동차들(A new breed of cars)” 보고서에서 처음 쓰였다. 당시 보고서는 비즈니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이동 오피스, 장거리 주행의 휴식과 탑승자의 즐거움 등의 목적에 맞춰 차의 실내를 다르게 구성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를 좀 더 상용차의 영역으로 집중한 결과가 바로 ST1이다.

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ST1은 샤시캡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확장 가능한 PBV 개념의 차세대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ST1은 샤시캡을 기반으로 다양한 용도에 맞춰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이를 배송 목적에 특화해 개발한 첫 번째 확장 형태가 사각형 박스 형태의 적재함을 단 기본형의 카고, 식품이나 약품 운송에 특화된 카고 냉동 모델이다. 이번 시승은 가장 보편적인 카고 모델을 중심으로 했다. 기존 1톤 화물차와는 무엇이 다를까?

현대자동차 ST1의 주행 모습

우선 차가 커졌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모든 자동차는 세대가 바뀌며 크기를 키웠다. 법적 제한이 있는 경차조차 길이와 너비를 한계까지 늘린 후 차의 키를 높인 SUV 형태의 캐스퍼 같은 차로 진화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 더 편하게 쓰기 위해서다. ST1도 마찬가지다. 5,625mm의 전장과 2,015mm에 달하는 전폭은 현재 판매 중인 1톤급 상용차 중 가장 길고 가장 넓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뒤쪽에 실린 적재함이 박스 형태라 시각적으로 더 크게 보일 뿐, 폭 2,015mm는 현대차 스타리아보다 불과 20mm 더 넓을 뿐이다. 평소 다니던 골목길의 좁은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길이가 늘어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기존의 1톤 트럭은 운전석과 실내가 엔진보다 위쪽, 그리고 앞에 있는 방식으로, 전체 길이에서 짐칸을 더 넓게 쓰는 구조다. 적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또 짧은 거리를 움직이며 자주 타고 내리는 택배 업무의 특성상 운전석이 높으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ST1의 운전석은 이런 부족한 부분을 말끔하게 없앤다. 앞쪽으로 넉넉한 충격흡수 공간을 가진 것은 물론 타고 내리기도 쉽다. 

현대자동차 ST1의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이 작동하는 모니터 화면의 모습

차 주변 360°를 확인할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 덕분에 ST1의 크기를 걱정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운전이 어려워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앞바퀴 중앙부터 프런트 범퍼까지의 거리인 앞 오버행은 기존 트럭보다 280mm나 짧다. 사람이 앉는 곳이 뒤로 왔을 뿐 바퀴를 꺾었을 때 앞 범퍼가 장애물에 걸리거나 내리막길에서 범퍼 아래를 긁을 일은 더 줄었다. 게다가 각종 첨단 편의장비가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개인적으로는 차 주변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차의 폭과 길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앞쪽 좌우 모서리와 뒤쪽 좌우 모서리를 파악할 수 있어 오른쪽 벽이나 인도에 붙여 주차를 하거나 장애물을 피해 출발할 때 아주 편리했다. 

현대자동차 ST1의 타이어와 하단 프로텍터를 살펴보는 필자의 모습

ST1은 일상적인 손상에서 차를 보호해주는 검은색 프로텍터를 차체 하단에 전방위적으로 적용했다

카고 모델의 겉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검은색 프로텍터들이다. 범퍼부터 시작해 도어 아래, 차체 옆면 아래를 둘러 뒤쪽 휠 아치와 리어 범퍼까지 차를 한 바퀴 둘렀다. 외장 컬러가 흰색 하나라 마치 투톤인 것처럼 보이는 효과와 함께, 실제로 많이 긁히는 등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부분들이라 마음이 편하다. 특히 후진할 때 뒤쪽이 닿는 경우가 많을 텐데, 리어 도어 주변을 두르고 있는 프로텍터들 덕분에 든든했다. 

현대자동차 ST1의 카고 후방 충돌 경고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

ST1은 저속 후진 상황에서 충돌을 예방하는 카고 후방 충돌 경고시스템을 탑재했다

여기에 앞쪽에 6개, 뒤쪽에는 아래에 4개 및 상단 스포일러에 4개 등 모두 14개의 초음파 센서가 달려 있어 충돌을 막아준다. 특히 뒤쪽 위에 달린 센서는 높고 큰 내장탑을 단 상용차에 정말 필요했던 장비다. 차의 손상도 손상이지만 건물의 구조물이나 간판 등을 훼손하면 금전적 손해가 크다. 

현대자동차 ST1의 주행 모습

하나의 커다란 부품인 루프 스포일러와 캐빈과 적재함을 잇는 사이드 가니시는 겉모습에서 기능과 디자인을 함께 챙긴 부분이다. 앞 후드부터 지붕까지 길고 큰 각도로 이어져 차 위는 물론 옆에서 생기는 소용돌이를 없애주고, 덕분에 짐칸이 열려 있는 기존의 1톤 트럭은 물론 밴 형태의 화물차보다 더 뛰어난 공력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고속주행 때 소음을 줄이고 전기차에 중요한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관 역시 장점이다. 기존 탑차들의 외장형 잠금장치들이 모두 사라지고 옆면의 슬라이딩 도어와 트윈 스윙 리어 도어 잠금장치 등이 모두 전동식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도어 핸들까지 모두 차체와 같은 색이라 깔끔한 느낌이 돋보인다. 사이드 도어 레일이나 리어 스윙도어를 90°로 열었을 때는 물론이고 완전히 열었을 때도 자석이 달린 도어 체커가 문이 저절로 닫히거나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해 준다. 

현대자동차 ST1의 실내 모습

ST1의 실내는 배송 및 물류 업무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대시보드 위쪽의 커버를 없애 물건을 더 쉽게 놓을 수 있도록 했고, 머리 위쪽에는 개인정보 등이 적힌 서류 뭉치를 넣어두기에 좋은 루프 트레이도 마련돼 있다. 


대시보드 상단 왼쪽의 컵홀더 겸용 공간이나 프리미엄 트림에 기본인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는 스마트폰을 들고 내려야 하는 업무 특성에 딱이다. 별도의 거치대에 올렸다 내리는 시간마저 줄일 수 있어서다. 동승석은 앞으로 당기고 등받이를 뒤로 젖히면 힘든 배송 중이나 상하차를 기다리는 동안 넉넉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현대자동차 ST1을 운전하는 필자의 모습

실내에서 환영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12.3인치 대화면 TFT LCD 클러스터다. 속도계 등이 커지며 시인성이 더 좋아졌고, 프리미엄 모델에 기본인 후측방 모니터도 더 시원하게 볼 수 있다. 외부 사이드미러가 충분히 크긴 해도 더 넓은 각도를 보여줘 불안함을 줄여주는 까닭이다.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는 주행 중 와이드로 찍은 후방 영상을 띄우는데, 룸미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건 아니어도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선택 사양인 빌트인캠을 꼭 추가하기를 추천한다. 뒤쪽 도어가 열린 상태에서 후진 기어를 넣으면 빌트인캠 카메라를 이용해 뒤쪽 모습을 보여줘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ST1의 실내 및 내부 V2L 콘센트의 모습

ST1은 다양한 외부 전장품에 대응하는 V2L 기능도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차 안을 더욱 쾌적하게 조성하거나 업무 효율에 도움을 주는 전자기기를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ST1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쓰는 동력장치의 전동화(Electrification)에 있다. 모터는 160kW의 최고출력과 350Nm의 최대토크를 내고 앞바퀴를 굴린다.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은 76.1kWh로 운전석 아래부터 뒤 차축보다 훨씬 앞쪽까지, 또 좌우 차체에서 가장 안쪽으로 들어온 위치에 달렸다. 이는 물론 충돌 안전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고전압 배터리에서 내장용 12V 전기를 쓰게 해주는 LDC(Low DC converter)의 용량은 2,400W로 키워 다양한 전장품 사용에 대응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 ST1의 주행 모습

ST1과 함께라면 다리를 건너 영종도로 향하는 여정도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걱정 없이 경험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상용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외에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라면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와 충전 시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의 800V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은 이런 2가지 조건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선 ST1의 주행 가능 거리는 복합 기준 317km로 기존의 전기 트럭보다 100km 넘게 늘었다. 차가 훨씬 커졌음에도 앞바퀴굴림으로 바뀌며 동력전달 효율이 높아진 것을 비롯해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은 디자인, 최신 모터와 배터리를 포함한 파워 일렉트릭 모듈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다.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면 자주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자동차 ST1의 모습

특히 늘어난 주행 가능 거리는 ST1으로 중거리 운송이 가능해진다는 말이 된다. 예를 들어 국제운송 회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사무실에서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로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생각해보자. 편도 40km인 길을 다녀와 서울 시내로 배송을 가려면 어림잡아도 100km는 달리게 된다. 이런 경우 ST1은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걱정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배송 시간에 쫓겨 주행 속도를 높인다 해도 충전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급속충전으로 빠르게 충전하고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으니 업무 효율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자동차 ST1의 엔진룸과 전기차 충전구를 살펴보는 필자의 모습

빠른 충전 속도는 더 도움이 된다. ST1은 수치상 350kW급의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때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0분이 걸린다. 이를 환산하면 배터리 잔량 7.61kWh부터 60.88kWh까지 53.27kWh를 채우는 데 20분이 소요되는 셈으로, 이를 시간 단위로 바꾸면 평균 충전 속도가 159.81kW라는 말이 된다. 


충전 범위(10→ 80%)는 같지만 더 적은 양인 41.16kWh를 채우며 47분이 걸렸던 1톤 전기 트럭의 평균 충전 속도가 60kW였던 것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일주일에 300km를 달리는 배송 트럭이라고 할 때, 늘어난 주행 가능 거리와 함께 충전을 1번 하느냐 3번 하느냐에 따라 운전자의 피로도와 업무 효율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ST1이 택배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ST1의 적재함에 짐을 싣는 모습

ST1은 적재함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오르내릴 수 있어서 배송 업무에 사용하거나 개인 사업용으로 사용해도 적합할 만큼 뛰어난 편의성을 제공한다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기능은 또 있다. 측면의 파워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물건을 꺼낸 후,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도어가 닫히고 문이 잠긴다. 택배 배송 중에 물건의 도난을 막기 위해 문을 잠그고 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또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차에 올라 문을 닫으면 시동이 자동으로 걸리고, 차가 멈춘 후 기어를 주차 위치에 놓고 안전벨트를 풀어 운전석에서 내리면 시동이 꺼진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공회전 주차에 대한 부담이 내연기관차보다 덜하긴 해도, 조금이라도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인 데다 시동버튼을 누르는 수고와 시간을 줄이게 된다. 전동식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물론 리어 도어의 전동식 잠금장치도 빠르고 쉽게 문을 열 수 있어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495mm인 짐칸 높이와 380mm의 발판 높이는, 다른 전기 트럭과 비교해도 50% 이상 낮아 훨씬 빠르고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 ST1의 주행 모습

또 목소리를 이용해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도 주소를 일일이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편한 데다, 시간까지 줄여준다. 이렇게 줄어드는 시간이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차를 쓰는 다양한 과정마다 몇 초씩,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또 몇 초씩 줄이는 것이 모이면 꽤 많은 시간이 된다. 차를 잘 만든 덕분에 배송을 30분 더 일찍 마칠 수 있다면 집에 돌아가 쉬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차를 사용하며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짐칸에 올라가는 동작이 쉬워지기 때문에 확실히 덜 피곤하다. 또 전동식 리어 도어 잠금장치나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기존의 레버 방식보다 손목에 부담을 훨씬 덜 준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는 차로 유지 보조나 ‘스탑앤고’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편안한 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능들이다. 

현대자동차 ST1 카고 냉동의 적재함에 탑재된 냉동기 및 냉동기 조작 화면의 모습

ST1 카고 냉동 모델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냉동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ST1 카고 냉동 모델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에 냉동기 제어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운전석에서 큰 화면으로 적재함의 온도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냉동기 가동 전력이 포함된 주행 가능 거리를 알려줘 미리 충전 일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의약품이나 식료품처럼 품질 관리가 중요한 제품을 운송할 경우 별도의 온도기록용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야 한다. ST1 카고 냉동은 일일 운송 정보와 구간별 온도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USB로 이력을 다운로드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또한 업무 편의를 높여줄 뿐 아니라 업무 효율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능이 된다. 

현대자동차 ST1의 적재함에 바이크와 물건을 실은 모습

ST1 카고를 이용하면 섬으로 떠나는 모터 캠핑을 쉽게 즐길 수도 있다. 물론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장점은 어떤 용도로 차를 쓰더라도 장점이 된다. ST1은 특장용으로 샤시캡 모델을 판매한다. 구성하기에 따라 캐빈 높이인 2,005mm에 맞춰 더 낮은 짐칸을 달고 좌우에 슬라이딩 도어를 다는 것도 가능하다. 또 사업 모델에 맞춰 자전거 수리 장비를 넣거나 모터사이클을 운송하기 위한 개조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로 불리는 공유 전동 킥보드나 전동 자전거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고전압 배터리에서 뽑은 전기로 V2L을 활용해 뒤쪽 카고 공간에서 배터리의 충전과 수리, 운송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장 업체들이 샤시캡 모델을 활용해 기존의 1톤 트럭처럼 쓰임새 좋은 오픈 베드 트럭을 만들거나 다양한 형태의 캠핑카를 선보이리란 것도 분명하다. 그야말로 ST1은 무궁무진한 기능성과 가능성을 가진 차다. 

현대자동차 ST1의 주행 모습

ST1은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모빌리티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ST1이 쓰는 사람에 대한 폭넓은 고민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전기차, 그것도 800V 시스템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데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더해 활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린 것을 비롯해 곳곳에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처음에 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은 이제 목적과 사람을 따른다고 바뀔 때가 되었다. 현대자동차의 ST1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자동차 교육 및 컨설팅 업체 풀드로틀 컴퍼니의 대표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사진. 조혜진

편집 및 구성. 이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