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ST1이 새로운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류 배송 사업에 최적화된 ST1 카고 및 카고 냉동뿐만 아니라 사용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채로운 특장 모델 제작이 가능한 샤시캡 등으로 운행 목적에 맞춰 차량 형태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ST1을 필두로 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고객의 니즈에 맞춘 차종 다양화가 필연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혁신적인 차량 제조 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질 예정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생산 기술인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ST1의 루프 스포일러 제작에 적용했다.
ST1 카고의 캐빈과 내장탑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루프 스포일러는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로 양산화한 것이다.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먼저, 기존 프레스 성형 대비 생산성을 더욱 높였다는 점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하다. 또한 별도의 도장 없이 컬러 및 매끄러운 광택 외관을 구현함으로써 도장 작업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는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살펴봤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변하는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이에 특화된 제조 기술에 대한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별도의 도장 작업없이 플라스틱 복합재로 차량 외관 부품을 생산하는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개발해 ST1의 루프 스포일러에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개선했다.
트럭 캐빈 상단에 장착하는 루프 스포일러는 FRP(Fiber Reinforced Plastic)를 핸드 레이업(Hand Lay-up) 방식으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FRP 제품은 유리섬유, 탄소섬유, 아라미드섬유 등을 직접 쌓아 수지에 함침시키는 공법으로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이를 자동차 외장 부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샌딩 및 도장 공정도 거쳐야 한다. 그러나 ST1의 루프 스포일러는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 적용으로 도장 과정을 삭제하고 소재 밀도를 낮춰 기존 FRP 부품 대비 20% 이상 경량화했으며 이로써 전비 성능까지 향상했다. 즉,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로 ST1의 상품성을 높인 것이다.
‘노 페인팅, 노 프레스, 노 웰딩(No Painting, No Press, No Welding)’으로 대표되는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은 LFI(Long Fiber Injection) 공법을 활용한다.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은 열에 녹는 열가소성 수지로 만든 1차 성형품을 만든다. 이런 1차 성형품에 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굳는 열경화성 소재인 폴리우레탄(PU)과 유리섬유로 이루어진 2차 보강층을 결합해 최종 제품으로 탄생한다.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은 크게 두 가지 작업 공정으로 이뤄진다. 먼저 최종 제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색상의 플라스틱 원소재를 적층한 컬러 시트를 만든다. 그다음 컬러 시트에 열을 가해 연성을 높인 뒤 금형에 올려 진공 흡입하는 1차 성형 작업을 통해 외관을 구성한다. 이어서 1차 성형 가공품 내측에 PU와 유리섬유를 도포하고 압축 성형을 통해 강성을 높인 최종 제품이 탄생한다. 즉, 소재 간 화학적 결합을 통해 물리적으로 외판과 내판의 접착 없이 하나의 제품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차체 도장 공정은 전체 자동차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도장 공정을 삭제하여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에 사용하는 원소재인 컬러시트가 자체적으로 우수한 광택 표면의 컬러를 구현하는 덕분이다.
컬러 시트는 각각 다른 역할의 3개 층으로 구성돼 탁월한 외관 성능을 발휘한다. 첫 번째 층은 기존 도장면의 클리어 코트에 해당하며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보호 성능 및 균일한 광택을 표현한다. 두 번째 층은 외부 충격에 견디는 능력과 추가적인 내화학성/내후성을 보완하고 컬러층을 한결 선명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층에서는 표면 전체의 기계적 물성을 담당하고 전체 컬러를 구현해 자동차 부품으로의 성능을 높인다.
그 결과,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로 제작한 ST1의 루프 스포일러는 광택, 컬러 선명도, 오렌지필 등 고급차 수준 이상의 종합적인 도장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Combine Factor 자체 측정 기준). 또한, 컬러 시트는 소재 자체에서 컬러가 발색되기 때문에 일관된 색상 구현이 가능하다. 이후 외부 충격에 의한 표면 긁힘이나 마모에도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
차량의 외장 부품뿐만 아니라 주요 차체 부품 제조 비용도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로 낮출 수 있다. 차체 생산 방식으로 널리 쓰이는 프레스 성형 대비 금형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스 성형이란 강판을 프레스 금형으로 눌러서 모양을 만드는 제작 공법을 말한다. 프레스 성형은 제품화를 위해 여러 번의 공정을 거쳐야 하며, 각 공정별로 프레스 금형을 제작해야 하므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의 경우 금형 제작 비용을 강판용 프레스 금형 대비 약 2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높은 압력으로 강판을 찍어 누르는 프레스 금형이 아닌 복합재 성형 시 모양을 잡아주는 최소한의 압력만 가하기 때문이다. ST1 또한 루프 스포일러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서 제조 단가를 기존 대비 40% 이상 절감하는 등 소량 생산에 따르는 제조 단가 상승을 억제해 고객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현대차그룹은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 양산화로 제조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개발에 참여한 제조솔루션본부 성형신기술개발랩의 권현이 책임매니저와 AVP본부 바디선행개발팀 이재영 책임연구원으로부터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 개발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초기 개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권현이 책임매니저I 현대차그룹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4년에 걸쳐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에 대한 선행 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적용한 보닛, 도어, 루프 패널 등의 차체 외판 제작 기술을 확보했고, 신뢰성 평가를 거쳐 양산 기술로써 완성도를 높였다. 온도 변화 시 열팽창계수가 다른 이종 소재가 서로 뒤틀리지 않도록 설계 구조, 소재, 성형 조건 등을 수십 번 변경하며 최적의 해법을 찾은 것이 이번 개발에서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Q. 해당 기술을 ST1의 루프 스포일러에 가장 먼처 양산화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현이 책임매니저I 다양한 외부 패널 제작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본 결과 다품종 소량 생산 차종, 특히 ST1 루프 스포일러에서의 생산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해 가장 빠르게 양산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전에도 해당 기술을 활용한 타사의 사례는 있었지만 대형 상용차의 국소적인 차체 외판에 한정됐다. 그러나 당사에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기술로써 생산 효율성 향상 효과를 높였고, 더불어 선행 개발 과정에서 승용차 외판에 요구되는 성능을 만족시킬 만큼의 기술 고도화도 이뤘다. 승용차 외판의 경우 가장 까다로운 성능 및 특성이 요구되는 보닛도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로 제작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대면적 차체 외판의 경우 소재와 설계는 물론이고 성형 기술의 완성도 향상을 통해 성능, 품질, 상품성 등을 갖추는 게 매우 어렵다. 보닛의 경우 내‧외판을 일체형으로 만들 경우 기존 공법 대비 용접 및 *헤밍 공정을 삭제 및 보강재 사용 비율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헤밍: 외부 패널의 플랜지(테두리)를 접어 이너 패널과 결합하는 공정. 헤밍을 위한 별도의 설비 및 프레스 금형 필요.
Q. 해당 기술의 양산화로 현대차그룹만의 기술 경쟁력으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이재영 책임연구원I 현대차그룹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승용차에 적용 가능한 양산 기술로 발전시켰다. 기술 내재화 측면에서는 설계 구조 최적화 및 성형 기술을 확보해 우리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구조 해석을 통해 경향을 파악하고 여러 차례의 실차 평가까지 진행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기술 국산화도 진전을 이뤘다. 이번에 국내 협력사와 함께 유럽산 컬러 시트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새로 개발한 컬러 시트는 만족스러운 물성과 품질을 확보했고, 유럽산 컬러 시트 대비 40% 이상의 원가를 절감했다.
Q. 앞으로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리라 예상하는가?
권현이 책임매니저I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전원 공급선을 일체화한 테일게이트,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솔라 시스템 차체 패널, 디스플레이 일체형 차체 패널 등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개발 초기부터 소재 개발에 앞장서주신 기초소재연구센터 경량소재연구팀을 포함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새롭고 다양한 복합재 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제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은 차체 제작/도장 공정을 최소화해 탄소 배출도 저감하고 보다 유연한 생산성 확보가 가능하다. 이로써 선진적인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을 제시하는 ST1과 현대차그룹의 기술 진보를 대변한다. 전 세계의 고객이 필요한 곳에 생산 거점을 기민하게 구축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 공정 혁신은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요소로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조립 자동화 확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무도장 복합재 성형 기술을 스마트 팩토리에 접목한다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더욱 빠르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나아가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제조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의 속도를 힘차게 높이고 있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