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30 현대자동차그룹
지난 4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지식재산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Top 100 Global Innovator™) 2024’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이로써 3년 연속으로 100대 혁신 기업 리스트에 선정되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사이에서 지식재산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상위 100개 기업 리스트 순위를 올해 최초로 공개했으며, 기아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26위,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지식재산권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대한민국의 남양연구소를 필두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내 발명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특허 장려 중심의 기업 문화를 이어왔다. 이런 문화의 일환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5월 19일인 발명의 날에 맞춰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사내 특허 경연 대회를 열어왔다.
또한 제도 측면에서는 발명자와 지적재산실 담당자, 그리고 특허사무소 변리사의 협업을 거친 우수한 특허 개발의 장려는 물론, 특허를 선점해 모빌리티 핵심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i-LAB(intellectual Property - Innovation/Invention/Idea Laboratory)’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특허 활용에 따른 기술 기여도를 평가해 특허 제안자에게 최대 1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직무 발명 보상 제도’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부 지원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19만 건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이 중 9만 건을 상회하는 특허가 기술의 독점권(등록 특허)을 지니고 있다. 문화, 제도적으로 발명을 장려하는 사내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진행된 발명의 날 행사는 올해로 15년 차를 맞이했다. ‘2024 발명의 날’의 본격적인 행사는 R&D본부 양희원 사장의 격려사와 함께 막이 올랐다. 그는 격려사를 통해 이번 우수 발명상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독려의 인사를 건넸으며, 연구 개발의 기초로 자리하는 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희원 사장은 격려사에서 임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작년 출원된 3,000여 건의 사내 발명 특허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총 8건의 우수 기술 특허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특허성과 독창성, 특허망 위치, 관련기술 개발 선행도, 침해 입증성 등 다섯 가지 항목의 평가를 진행해 6건의 우수 특허를 선정했고, 작년에 이뤄진 i-LAB 활동 중 우수 특허건수, 활동 내역을 비롯한 6가지 항목을 평가해 최우수상 2건을 최종 선별했다.
우선 우수 특허 부문 우수상에는 홍성민 책임연구원의 ‘저전압 전력변환소자를 이용한 모듈형 직병렬 고전압 시스템 구성을 위한 인버터 설계안’, 서임술 책임연구원의 ‘고정 산화수를 가진 금속이 치환된 계면 코팅소재 및 이를 포함하는 전고체전지’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한 윤진영 책임연구원의 ‘이미지 가변 그릴 메커니즘과 시나리오’, 김주석 책임연구원의 ‘클라우드 기반 사용자 패턴을 분석한 배터리 수명 최적화 제어 기술’, 윤정로 책임연구원의 ‘디스크 반사파 억제장치를 통한 제동 마찰소음 저감’, 이환희 책임연구원의 ‘로봇의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동적 장애물 동선 예측 기반 장애물 회피 방법’ 등 총 4명의 임직원이 우수 특허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우수 i-LAB 부문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열에너지 시스템 개발’(정성빈 책임연구원, 송상호 책임연구원, 유미 특허사무소), ‘배터리 안전진단 제어로직 개발’(박상도 책임연구원, 한미희 책임연구원, 태평양 특허사무소) 포트폴리오가 우수 사례로 인정받아 표창장과 함께 부상을 수여받았다.
뒤이어 우수 특허 부문에서는 김종필 책임연구원이 제안한 ‘멀티 전력원으로 구성된 친환경 항공용 파워넷 구조’와 배재관 연구원의 ‘전자기석을 이용한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및 내구성 향상 제어 방법’이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수상과 함께 임직원들은 최우수상 각 200만 원, 우수상 각 100만 원, 장려상 각 80만 원의 상금을 지급받았다.
시상식이 마무리된 후 우수 특허 부문과 우수 i-LAB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임직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임직원들은 발명에 담긴 이론 소개와 더불어 간단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발표 직후에는 행사 참여자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퀴즈 이벤트가 펼쳐졌다. 스크린의 QR 코드를 스캔한 후 가장 빠르게 정답을 맞힌 임직원들에게 다양한 선물을 제공했다.
2024 발명의 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명사 초청 강연에서는 김정운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문화심리학자이자 ‘에듀테이너’로 활동 중인 그는 ‘창조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정운 교수는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있는 입담을 곁들여 창조와 발명을 엮은 핵심 주제를 녹여냈다.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교훈을 담아낸 그의 강연은 남양연구소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발명의 날 행사가 이렇게 현대차·기아 연구원 아이디어 경연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화IP팀 정하연 파트장을 비롯한 지적재산실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다. 지난 2010년부터 15년 간 발명의 날 행사를 담당해온 정하연 파트장은 행사가 마무리된 후 “발명의 날 행사가 우수한 특허를 개발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내년 행사는 한층 유익한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지적재산실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짤막하게 소감을 전했다.
정하연 파트장은 지적재산실의 역할에 대한 물음에 “특허들이 잘 활용될 수 있게끔 강건한 특허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뒤이어 “경쟁사 특허 비교를 통한 활용 가능성 관련 권리 범위 확보 등, 발명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거쳐 발명을 발전시키고 구체화하고 있다”고 권리 확보 중심의 지원 내용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사내에서 작년 한 해에만 3천여 건의 특허가 출원되었지만, 숫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지적재산실에서는 개별 특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히 노력 중이다. 또, 특허의 권리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는 작업을 다방면으로 지원해 특허의 질적 향상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하며 특허의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하연 파트장과의 대담 이후, 우수 특허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2명의 연구원과도 수상 소감과 함께 우수성을 인정받은 특허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Q. 수천 건의 특허 사이에서 발명의 높은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소감이 어떤가?
김종필 책임연구원 |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부터 특허 출원에 이르기까지 사내의 여러 분야 전문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는 전동화, 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높은 경쟁력을 AAM 부문에 접목시키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배재관 연구원 |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흥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도 못했기에 그저 감개무량하다. 생각에 그칠 수 있었던 내용을 구체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신 분들과, 발명에 대해 높게 평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Q.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구성한 발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종필 책임연구원 | 차세대 AAM을 위한 멀티 전력원 PT시스템과 그 제어 방법에 대한 발명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연료전지와 배터리로 구성된 복수의 전력원이 비행 조건에 따라 가장 적합한 부하 출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파워넷과 그 제어 기술이다.
Q. 본격적인 발명에 앞서 모티브를 얻은 부분은 무엇인가?
김종필 책임연구원 | 이 아이디어는 현대차그룹이 ‘AAM 테크데이 2022’에서 공개한 ‘프로젝트 N’의 PT 시스템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얻었다. 당시 PT 시스템이 갖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을 고민하던 중, 신사업 분야의 경쟁사 핵심 특허망 등 전략 특허 분석 과정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모티브를 얻었다. 그리고 특허 법인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이론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Q.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이 아이디어가 프로젝트 N의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궁금하다
김종필 책임연구원 | AAM을 비롯한 모든 항공기는 비행 안정성과 비행거리 증대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비행 안정성 확보 문제는 추진체와 같은 주요 부품을 이중화하는 대책을 세웠다. 두 번째, 비행거리 증대의 경우 배터리와 함께 높은 에너지 효율을 지닌 수소연료전지를 전력원으로 함께 활용하고 있다. ‘프로젝트 N’도 이처럼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모두 활용한 PT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프로젝트 N은 총 16개의 모터에 필요한 전력을 배터리와 연료전지가 각 8개씩(상부 8개는 배터리, 하부 8개는 연료전지) 나눠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구조는 연료전지와 배터리 둘 중 하나가 고장나도 남은 정상 전력원이 어느 정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에너지 비대칭 문제가 있었다. 요컨대 비행 테스트 중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전기 에너지가 남았지만, 배터리는 이륙 시 빠르게 방전되어 항속 조건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다. 두 전력원의 전기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배터리는 방전 출력(kW)이 높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에너지를 쓰는 수직 이·착륙에 적합하지만, 비행 거리를 위해 많은 용량을 탑재할 수 없다. 반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출력이 낮아 수직 이·착륙에 쓰이기 어렵지만 높은 에너지 특성(kWh/kg)으로 인해 전체 에너지(kWh) 측면에서 배터리 대비 우수해 비행 거리 증대가 용이하다.
이 특성을 기반으로 두 전력원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을 발명했다. 즉,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잉여 에너지가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충전하고, 비행 조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PT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Q. 발명의 구체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테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종필 책임연구원 | AAM 상용화에 필수적인 비행거리 증대에 거의 모든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2세대 항공기에는 연료전지와 배터리의 복수 전력원으로 구성된 PT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부터 AAM의 PT 시스템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을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PT 시스템에 대한 효과를 실증할 예정이다.
Q. 기존의 연료전지 대비 어떤 차이점이 있는 발명인가?
배재관 연구원 | 사람과 마찬가지로 연료전지도 잘 먹고 잘 배출해야 한다. 연료전지의 출력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선 반응물을 잘 공급하는 것은 물론 생성된 물을 잘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료전지 시스템 내부의 물 함유량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연료전지 수명을 줄이는 열화 현상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이번 발명은 전자기석의 원리를 활용해 자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응물 중 하나인 산소의 *상자성을 통해 공급 성능을 제어하고, **반자성을 띤 물의 배출 성능을 제어하는 것이 발명의 핵심이다.
*상자성 : 자기장 속에서 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자력을 띠는 성질
**반자성 : 자기장 속에서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자력을 띠는 성질
Q. 자동차 뿐만 아니라 AAM을 비롯한 기타 모빌리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연료전지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배재관 연구원 |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 응용해 출력과 내구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출력 성능은 약 5% 정도의 개선을 예상 중이다. 또한 내구성 관점에서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상용화가 가능하다면 연료전지 스택 교체 빈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품성 증가는 물론, 소비자들이 연료전지 시스템을 신뢰도 높은 전력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빠른 대중화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Q. 특허의 실증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삼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배재관 연구원 | 현재 몸담고 있는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는 양산 단위의 기술 개발 뿐만 아닌 선행 기술 개발도 병행하는 조직이다. 현재 현대차의 기술적 플래그십 역할을 담당하는 넥쏘가 바로 선배들의 특허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부서의 전통을 이어가는 후배가 되고 싶다. 또한 향후에는 연료전지센터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의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참고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xEV, 배터리, 로보틱스, AAM 등과 관련한 특허를 올 1분기 기준 3만 9천여 건을 보유할 정도로 막강한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우수 특허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쥔 두 연구원의 노력과 포부처럼, 현대차그룹의 기술적 진보를 담당하는 연구소 임직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발명 연구와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지식 자원을 풍부하게 마련할 전망이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