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이노션
회복되지 않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엔데믹 전환 후 그동안 억눌린 욕구가 폭발하면서 혼란이 가실 일이 없던 2023년인데요. 여러 기업의 일선 마케터들은 어떻게 2024년을 준비해야 할까요?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몇 해 전부터 기존의 소비자 유인 전략보다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여 그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기업보다도 예민하게 시대 변화를 포착하여 크리에이티브에 반영하는 이노션 역시 대중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이노션의 인사이트전략본부에서는 매년 소비자 관찰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트렌드를 정리하여 새해의 마케팅 전망을 내놓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를 출간하여 많은 이들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중심으로 2024년의 마케팅 전략과 방향에 관해 알아봅니다.
2023년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팬데믹 시기에 자리 잡은 온라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일상적으로 보편화된 점, 바깥 활동이 늘어나면서 억눌린 욕구가 오프라인에서 폭발한 점과 상당수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서 이전과는 달라진 온라인 라이프스타일과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특징이 나타납니다.
우선 온라인 측면에서의 트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삶의 상당 부분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보낸 젊은 세대일수록 일상에서 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온라인에서 유지했고, 기성세대도 익숙해진 온라인의 편리와 재미를 계속해서 누리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시기에 위로를 주었던 과거 콘텐츠가 계속해서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이를 요즘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의 놀이 트렌드는 또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쉽게 참여 가능하고, 동일한 주제의 행위를 함으로써 동질감을 느끼는 댄스챌린지는 유행 4년 차임에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댄스챌린지는 댄스챌린지용 춤을 가르쳐주는 콘텐츠로까지 확대됐는데요. 억대 조회수와 수많은 파생 콘텐츠의 등장을 보면 이미 댄스챌린지는 대중적인 놀이 문화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어떨까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면서 각종 콘서트가 다시 개최됐고, 야구, 축구 등의 프로스포츠 관람객 수도 어느 정도 회복됐습니다. 전국 각지, 세계로 향하는 여행객 또한 크게 늘어났는데요. 이전과 다르게 여행 트렌드가 상세하게 나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 양상은 크게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고자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떠나겠다는 여행과 가성비를 따지고 이색 경험을 찾는 여행으로 구분됩니다.
해외여행의 경우 이전과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국내 여행에서는 예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팬데믹 시절 제한된 활동반경을 최대한 누리려는 노력을 해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이러한 움직임이 특정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그것을 온전히 즐기려는 로컬 트렌드로 나타났습니다. ‘서퍼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강원도 양양이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충남 예산의 전통시장이 특유의 정감과 편리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온오프라인 트렌드 속에서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의 마케팅 키워드로 정리됩니다. 첫 번째, 다양한 아이디어의 수많은 팝업스토어 오픈. 두 번째, 각종 헤리티지 콘텐츠의 활성화. 세 번째, 챗GPT를 포함한 초거대·생성형 AI입니다.
팝업스토어는 집 밖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오프라인 중심 브랜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멀어졌던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온라인 브랜드 역시 짧은 기간 동안 한정된 경험을 제공하여 강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 주목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히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실질적으로 교감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대표적으로는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이 연 팝업스토어가 있습니다. 2023년 여름 성수동에 고객 체험형 뷰티 체험관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오픈하여 소비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행사장 내 QR코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팝업스토어는 오픈 첫날 전 시간대의 사전 예약이 매진되고 사흘간 1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노션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동남아시아의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자체적인 ‘K-Experience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그 일환으로 올해 태국 MZ세대의 집결지라고 불리는 ‘시암 디스커버리’에 한국의 농심, 팔도, 오뚜기, 삼양 등 다양한 한국 라면 브랜드를 전시하고 라면 취식문화를 소개하는 K-라면 팝업스토어 ‘보글보글’을 오픈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문화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단순 홍보’를 넘어 인식의 전환과 편입을 유도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팝업스토어의 등장이 온라인 소비가 줄어들고 오프라인 소비가 대대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실제 사용자의 후기나 객관적인 전문가 리뷰 등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하는데요.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촉각과 후각을 동원해 온전히 브랜드를 경험하고, 브랜드가 가진 사회적 맥락과 분위기까지 살피며 구매를 결정하는 비중이 매우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마케팅 트렌드의 두 번째로는 ‘헤리티지 콘텐츠의 활성화’입니다. 꽤 많은 수의 헤리티지 프로젝트와 콘텐츠가 등장했는데요. 이 같은 현상은 2023년의 주요 현상 가운데 하나인 레트로 트렌드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 및 Z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을 올드하다고 폄훼하지 않고 처음 본 흥미로운 콘텐츠이자 재해석 가능한 리소스로 여기고 접근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한 가지 특이점은 기업에서 보여주는 헤리티지가 과거와 달리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익숙한 것들에 요즘 시대의 감성에 맞는 새로움을 결합하기 때문에 색다른 매력을 담고 있죠. 예를 들면 요즘 세대에게 인기 있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의 경우, 우리의 전통식품인 쑥, 조청 유과 등을 이용한 도넛을 출시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HMG 역시 과거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연결시켜 새롭게 해석한 헤리티지를 제시했죠.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오랜 역사를 자동차 박물관의 형태로 전시하지만, 현대자동차 <포니의 시간>과 기아의
정리하자면, 앞으로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역사적인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게 된 기업의 철학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앞으로 나올 다양한 미래 상품과 연결하는 데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이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케첩 브랜드 하인즈는 생성형 AI인 달리를 활용해 케첩 이미지 생성 캠페인을 펼쳤는데요. 하인즈와 케첩의 강력한 이미지 연관성을 드러내면서 마케팅 효과를 높였습니다. 코카콜라, 발렌시아가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AI 캠페인을 진행하며 초기 AI 마케팅에서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AI를 활용한 마케팅 업무 측면에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요. AI가 주목받은 초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사람의 일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롬프트를 생성하는 것도, AI가 만들어낸 각종 콘텐츠 중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정하거나 다시 수정하도록 피드백을 하는 것도 모두 사람의 역할이기 때문에, AI가 진화한다 하더라도 인간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는 업무 효율화를 이끄는 도구로써의 긍정적인 평가가 강조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아이데이션을 위해 정보를 찾아보거나 벤치마크 사례를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지만,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방대한 정보의 요약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소비자 관점에서의 챗GPT를 이용한 정보 탐색의 방법 변화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해 네이버나 구글에 들어가서 수많은 페이지를 탐색해야 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에게 요청하기만 하면 방대한 정보의 요약을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디지털 광고 시장을 주도하던 알고리즘 광고나 검색 광고 등이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변화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낳을 것이라 예측됩니다.
다시 돌아온 오프라인 공간, 헤리티지 콘텐츠의 활성화, 일상에 침투한 AI와 같은 마케팅 트렌드가 2024년에는 어떠한 흐름으로 나타날지를 요약하자면,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주체적으로, 더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낼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푸시(Push) 대신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풀(Pull)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마케팅 이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접근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에 동화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주목을 받기는 어렵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에 있어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많다”라고 독서와 통찰의 가치에 관해 말한 바 있는데요. 올 연말에는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를 읽으면서 2024년의 새 시대를 관조하고 변화하는 소비자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자료.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김나연 본부장
이미지. 싱긋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