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8 현대자동차그룹
HMGICS를 완성한 건축 기술 이야기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건설한 모빌리티 혁신 센터는 기존의 자동차 공장과 전혀 다른 모습을 갖췄다. 어떤 건축 콘셉트와 기술이 중심이 돼 이처럼 독특한 구조의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가 탄생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지난 11월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이하 HMGICS)가 싱가포르 서부 주롱 산업단지에 들어섰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기술, 제조, 비즈니스라는 3가지 영역에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이처럼 기존의 자동차 공장의 개념을 넘어선 HMGICS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건설하는 단계부터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전이 필요했다.
싱가포르 도심에 스마트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도전 과제들이 있었을까? HMGICS를 완성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적용한 다양한 건축 기술을 공간별로 자세히 살펴봤다.
다양한 기능으로 구성된 HMGICS의 공간과 건축 디자인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 공장과 HMGICS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 차이는 바로 공간의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자동차 공장이 차량 생산에 집중된 공간이라면, HMGICS는 모빌리티를 생산하고 혁신 기술을 연구하며,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연구개발, 고객 경험이라는 기능에 맞춰 HMGICS를 크게 3개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먼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곳은 HMGICS의 제조 공간이다. 이곳은 각각 물류와 생산을 담당하는 2개 층으로 분류된다. 1층에서는 모빌리티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분류 및 공급하고, 3층에서는 셀 기반의 생산 시스템에서 모빌리티를 만든다.
건물 한편에 위치한 두 개의 타워는 다양한 혁신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공간이다. 주로 사무 공간으로 이뤄진 이 건물의 외벽은 전부 통유리로 구성됐다. 따라서 채광이 좋을 뿐만 아니라 넓은 개방감과 공간감을 확보했다.
고객 경험 공간에선 거대한 규모의 스마트 팜, VR 투어 룸 등 이색적인 체험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첨단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스마트 팜은 각각 1층과 3층에 조성돼 HMGICS를 방문한 고객에게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건물의 옥상에서는 HMGICS 건축 디자인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스카이 트랙을 만나볼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듯 시원하게 펼쳐진 이 스카이 트랙에서 고객은 모빌리티를 직접 타볼 수 있다. 총길이 620m, 폭 10m의 타원형으로 구성된 스카이 트랙을 달리면 마치 테마파크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 트랙, 내가 주문한 모빌리티로 하늘 위를 달리는 경험
그럼 건물의 옥상에 트랙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적용됐을까? 먼저 현대차그룹은 HMGICS 건물에 동적 하중을 고려한 설계를 적용했다. 일반적인 건물은 하중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옥상 위에서 차량이 빠르게 주행하는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 차량이 트랙을 주행할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줄이기 위해서 건물 내부 구조물에 댐퍼를 적용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이 곡선 구간을 달릴 때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트랙의 바깥 부분을 더 높게 설계했다. 스카이 트랙의 최고 주행 속도는 시속 83km에 달한다. 이토록 빠른 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비결은 바로 곡선 구간에 있다. 스카이 트랙 곡선 구간의 최대 기울기(뱅크 각도)는 무려 33.5도에 이른다. 최대 각도 구간에선 사람이 똑바로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곡선 구간의 곡률과 노면의 기울기를 구현하기 위해 3차원 모델링 등의 정교한 설계를 반영하고, 주행 차량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트랙 바깥에 특수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특히 이 안전 펜스는 최고속도 주행 시 충돌 충격량, 충돌 각도 등을 면밀히 고려한 안전 설계를 거쳤다.
차량의 주행성을 좌우하는 노면 공사도 트랙을 만들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매끈한 노면을 만들기 위해 202개 부분으로 트랙을 나누고 경사도가 서로 다른 이음새는 레이저 가공으로 만든 철재 폼을 설치해 높이를 맞추면서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특히 시공이 까다로운 곡선 구간은 차량이 속도를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노면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며 완성했다.
모바일 로봇을 위한 생산 현장의 바닥 설계
HMGICS의 생산 현장에 들어서면 독립적인 셀 생산 공정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컨베이어 벨트 역할을 대신하는 모바일 로봇을 마주할 수 있다. AGV(Automated Guided Vehicle), AMR(Autonomous Mobile Robot)이라고 불리는 모바일 로봇은 무거운 차체는 물론 차량 생산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을 싣고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처럼 수많은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는 생산 환경을 고려해 현대차그룹은 모바일 로봇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닥 시공에도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분리된 바닥 면을 연결하는 특수 조인트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존 콘크리트 타설 방식은 이음새로 인한 단차가 존재해 모바일 로봇이 이동할 때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HMGICS의 바닥 면을 연결하는 조인트는 로봇의 바퀴가 순차적으로 지면에 올라탈 수 있도록 물결무늬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AGV나 AMR은 안전하게 부품을 이송하고, 주행 충격으로 인한 오류나 고장 없이 생산 셀을 자율주행할 수 있다.
제조 공간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캐주얼 라운지’
한편 HMGICS의 생산 현장 곳곳에는 아일랜드 형태의 독특한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이는 바로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는 ‘캐주얼 라운지’다. 생산 셀 사이에 위치한 캐주얼 라운지는 오피스 가구, 디스플레이, 사무기기 등을 갖춘 일종의 소형 사무실 겸 회의실이다. 덕분에 작업자는 생산 현장에서 바로 작업 현황을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으며,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누구나 이곳에 모여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아늑한 소파와 라운지 체어 등을 갖춰 작업자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HMGICS가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법
스마트 팩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HMGICS 역시 재활용 자재를 활용하고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공법을 건물에 적용했다. 그 결과 HMGICS는 세계 3대 친환경 인증이자, 싱가포르 건설청(BCA)에서 선정하는 친환경 건물 인증인 그린마크 최고등급(플래티넘)을 획득했다.
HMGICS를 친환경적으로 건설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녹색 식물을 활용한 방법이다. HMGICS의 녹지 비율은 부지 면적의 약 40%에 달한다.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도심의 기온이 오르는 열섬효과를 줄이기 위해 녹지 비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실제로 HMGICS에서는 옥상 정원이나 건물 주변의 녹지 화단 등 건물 곳곳에서 녹색 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건물 수직 벽면에도 녹지를 조성해 대기를 정화하고 단열 효과를 높였다.
두 번째 방법은 대체 에너지를 활용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HMGICS의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 태양광 패널을 통해 HMGICS가 1년간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양은 1.8GWh에 달한다. 이는 모빌리티 생산에 필요한 연간 전기 에너지의 약 25%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저탄소 시멘트, 재활용 골재, 리사이클링 마감재 등의 친환경 인증 자재를 사용해 HMGICS를 완성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HMGICS는 새로운 건축 기술과 도전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공간의 기능을 고려한 설계와 건축 디자인, 친환경 건설 공법 등으로 완성된 HMGICS는 앞으로 혁신 모빌리티 생산의 허브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누구나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을 경험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연구 중인 모빌리티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