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5 현대자동차
인류는 늘 이동하고 여행하는 존재다. 정형화된 일상에 안주하길 거부한다. 언제나 자유를 꿈꾸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편리한 도심에서의 삶에 이끌렸지만, 다시 자연을 찾아가 휴식을 취하고 삶을 재충전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독립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3년간 만연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개인 공간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지면서 자동차를 활용한 아웃도어 라이프의 인기도 급증했다.
현대자동차 디 올 뉴 싼타페의 디자인에는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치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폭넓은 활용성을 부여한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을 중심으로, 도심 속 일상과 아웃도어에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정통 SUV 스타일이 완성됐다. 디 올 뉴 싼타페의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현대외장디자인1팀 김충은 책임연구원과 최태욱 연구원을 만났다.
Q. 디 올 뉴 싼타페의 외장 디자인을 정의하는 콘셉트와 키워드는 무엇인가?
김충은 책임연구원 | 바로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일관된 패밀리룩이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차종마다 형태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현대 룩(Hyundai Look)’을 추구하고 있다. 체스 말이 전부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르게 생긴 것처럼, 캐스퍼,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로 이뤄진 현대차 SUV 라인업은 같은 방향성을 지니면서 각 타깃 소비층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디자인을 지향한다.
디 올 뉴 싼타페 또한 이러한 디자인 방향성 속에서 태어났다.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공간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테일게이트 공간과 휠베이스를 확장했다. 여기에 정통 SUV의 견고하고 웅장한 존재감을 외장 디자인으로 구현해 디 올 뉴 싼타페만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디자인을 완성하고자 했다.
Q. 위의 설명대로라면 디 올 뉴 싼타페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고려한 공간활용성을 위해 테일게이트 중심으로 디자인됐다는 말로 들린다.
김충은 책임연구원 | 디 올 뉴 싼타페는 아웃도어에서 주로 활약했던 SUV의 무대를 도심에서의 일상으로 옮긴 1세대 싼타페의 디자인 정체성을 계승한다. 일상과 아웃도어 즉, ‘경계를 넘나드는(Cross the Line)’ SUV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된 것이다. 디 올 뉴 싼타페를 디자인하기 전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차량 출시 시점에는 차박 및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 확실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SUV의 가치가 잠재된 테일게이트 공간을 확장하면서 디자인을 시작했다. 확장된 거주 공간을 위해 이전 세대보다 휠베이스를 늘이고 공간을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박시(Boxy)한 타이폴로지(Typology, 유형)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테일게이트 안으로부터 시작된 디자인을 외장으로 확장한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실내 디자인의 공간성과 개방감을 외부로 확장한 개념)’ 콘셉트도 적용했다.
Q. 아이오닉 5, 디 올 뉴 그랜저 등 최근 현대차의 신차 디자인에서 헤리티지와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보인다. 디 올 뉴 싼타페에도 1세대 모델부터 이어진 헤리티지를 담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가?
김충은 책임연구원 | 1세대 싼타페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첫 SUV라는 상징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당시 아웃도어 중심이었던 SUV의 영역을 벗어나 도심과 자연을 아우르는 ‘퓨전카’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편안한 승차감이 강점인 모노코크 구조를 사용하고 외장에 굴곡진 디자인을 접목한 1세대 싼타페는 당시에 새롭게 떠오르던 도심형 SUV 트렌드를 주도했다.
디 올 뉴 싼타페는 1세대 싼타페의 콘셉트를 계승하면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요소들을 추가했다. 추가 적재물을 쉽게 장착할 수 있는 브릿지 타입 루프랙을 적용하고, C필러에 루프랙 접근성을 높여주는 히든타입 어시스트 핸들을 마련한 점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실내 공간 거주성을 파격적으로 개선하는 등 소비자들이 디 올 뉴 싼타페를 통해 삶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Q. 이전 모델인 4세대 싼타페는 무난한 패밀리카라는 인상이 강했고, 주요 소비층도 50대 이상이었다. 디 올 뉴 싼타페를 디자인하면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김충은 책임연구원 | 고전적인 SUV 디자인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디 올 뉴 싼타페의 박시한 형태를 보고 향수를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반대로 젊은 소비자들은 레트로한 디자인 감성과 미래적인 디테일의 디자인을 통해 신선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에 직접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신 기술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도 숨어 있다. 바로 디 올 뉴 싼타페의 공력 성능이다.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는 약 0.29로, 차체가 더 박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싼타페(0.33)보다 더좋은 수치를 보여준다. 프런트 범퍼 하단에 에어 스플리터를 적용하고 리어 스포일러의 각도를 미세하게 다듬는 등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긴밀한 협업이 바탕이 된 덕분이다. 슬쩍 봤을 때는 직선과 평평한 면이 주로 쓰여 네모반듯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펜더와 휠하우스, 전면부 곳곳의 모서리를 완만하게 둥글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력 성능에 불리한 각진 형상의 차량에 이와 같은 반전 매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연비와 효율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도 만족하리라고 생각한다.
Q. SUV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현재,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디 올 뉴 싼타페만의 매력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외장 디자인 요소는 무엇인가?
최태욱 연구원 | 현대차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디 올 뉴 싼타페의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H 라이트를 꼽을 수 있다. 디 올 뉴 싼타페는 SUV다운 매력을 강조하는 각진 형태로 눈길을 끌지만, 차별화를 위한 디테일 요소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H 형상의 라이트 디자인으로 그랜저, 쏘나타, 코나에서 선보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디자인을 목표로 개발했다.
수평형 램프로 연결한 H 라이트는 패밀리룩의 형태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트렌드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자 하는 현대차 디자인의 방향성이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기술적인 진보와 시장의 변화된 니즈가 생긴다면, H 라이트는 더욱 특별하고 감성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C필러에 적용한 히든타입 어시스트 핸들과 같이 시각적인 디테일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UX 요소들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단정한 면과 펜더의 각진 볼륨감을 조화롭게 어울려 디 올 뉴 싼타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Q. 직선을 주로 쓴 까닭인지 디 올 뉴 싼타페는 전반적인 인상이 단단해 보인다. 특히 H 모티브를 많이 활용한 전면부 디자인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디 올 뉴 싼타페의 전면부 디자인에 담긴 특징은 무엇인가?
최태욱 연구원 | 각각의 디자인 요소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H 라이트는 H 모티브의 프런트 범퍼 디자인과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H 라이트와 프런트 범퍼가 대담해 보이는 인상을 선사한다면,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의 정교한 패턴은 섬세한 매력을 강조한다. 이처럼 상반된 속성을 지닌 요소가 어우러져 디자인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참고로 그릴 패턴은 트림에 따라 직사각형 요소가 균형 있게 늘어선 디자인(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과 삼각형 요소를 정교하게 배치한 디자인(캘리그래피)으로 나뉜다.
Q. 옆에서 바라봤을 때 디 올 뉴 싼타페의 견고한 형상이 지닌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다. 측면 디자인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김충은 책임연구원 | 측면 디자인은 3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깨끗하고 단정한 면과 펜더 주변의 파워풀한 볼륨감이 이루는 견고한 분위기다. 여기에 대담하고 날카롭게 디자인된 휠 아치와 21인치 휠 등의 강인한 요소가 어우러져 전반적인 인상을 지배한다.
곧게 뻗은 벨트라인과 루프라인은 디 올 뉴 싼타페의 견고한 인상을 한층 강조하는 동시에 실내 공간의 넉넉함을 떠올리게 한다. 디 올 뉴 싼타페의 디자인이 뒤쪽과 테일게이트에서 시작된 만큼 루프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었다. 또한 지붕 위 적재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루프랙은 공력 성능을 위해 마지막까지도 기울기를 다듬은 요소였다.
마지막은 C필러 및 쿼터 글라스 부위의 디테일한 요소들이다. 소비자가 루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많이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C필러에 적용한 히든타입 어시스트 핸들이다. 안전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모든 패키징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했다. 이를 위해 추울 때 두꺼운 장갑을 착용해도 사용성에 문제가 없도록 핸들 폭을 200mm로 만들었고, 최대 200kg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C필러 구조를 강화했다. 이와 동시에 C필러의 단면을 최소화해 후면 쿼터 글라스의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Q. 최초 디자인 공개 당시 후면 디자인에 대해 다소 호불호가 나뉘는 반응이 많았다. 후면부 디자인에도 분명한 의도와 이유가 담겨 있을 텐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충은 책임연구원 | 앞서 설명했듯, 디 올 뉴 싼타페의 디자인 개발은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넓고 쾌적한 뒷좌석 공간과 유용한 활용성을 위한 테일게이트부터 시작됐다. 뒷좌석을 모두 접고 실내에 앉아서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활짝 열린 테라스를 통해 외부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경험을 떠올리면서 테일게이트에 중심을 두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크기로 테일게이트를 디자인했고,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가스리프터의 장착 위치도 최적화했다.
리어 램프의 위치에 대한 고민도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내부 공간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리어 램프의 위치를 낮게 배치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웠고, 소비자들이 이전에 느끼지 못 했던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넓게 활짝 열리는 테일게이트를 구현함에 따라 테일게이트에 부착된 리어 램프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로 완성됐는데, 방향지시등은 움직이는 테일게이트와 달리 범퍼처럼 고정된 부위에 장착해야 한다는 법규를 따라야 하므로 램프와 방향지시등을 분리해서 배치했다. 즉, 디 올 뉴 싼타페의 후면 디자인은 이전에 없었던 신선함과 독특한 디자인, 대담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위해 완성됐으며, 이 모든 것이 소비자 중심의 경험을 위해 디자인됐다고 할 수 있다.
Q. 디 올 뉴 싼타페의 외장 디자인을 통해 강조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김충은 책임연구원 | 견고한 외장 디자인과 21인치 휠이 이루는 프리미엄한 이미지 외에도, 디 올 뉴 싼타페에는 우수한 공력 성능을 비롯해 히든타입 어시스트 핸들과 같은 UX 기능처럼 단순히 사진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USP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디 올 뉴 싼타페의 진정한 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현대차 전시장이나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방문해서 실물을 마주하고 깊이 경험해 보길 바란다. 소중한 사람들과 교외로 떠나 차박 또는 캠핑을 즐기는 상상을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