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랠리카가 험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 랠리카가 험로를 달리고 있다

2023.09.11 현대 모터스포츠팀 분량8분

[2023 WRC 10R] 현대팀의 다니 소르도, 폭풍우가 휩쓸고 간 그리스의 거친 산길에서 3위를 기록하다

올해 그리스 랠리는 전국적인 산불에 이은 기록적인 폭우로 테스트가 취소되고 일부 구간이 단축되는 등 난항의 연속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악전고투하는 사이 차근차근 순위를 올린 현대팀의 다니 소르도가 3위로 경기를 마쳤다.

현대 랠리카가 험로를 달리고 있다

WRC가 5주에 걸친 여름 휴가 기간을 마치고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그리스에서 제10전을 맞았다. 올해로 70회를 맞은 그리스 랠리는 WRC 캘린더를 통틀어 가장 도전적이고 터프한 이벤트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른 의미로 도전적이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기후재난의 영향으로 전국적인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이 현지에서 맞닥뜨린 것은 태풍 다니엘이 몰고 온 엄청난 폭우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2년 치 강우량(800mm)이 하루 만에 내렸을 정도였으며, 레키(페이스 노트 작성을 위한 사전 주행) 때는 노면이 완전히 진흙 투성이었다.

현대 랠리카가 험로를 달리고 있다

경기 직전까지 폭우가 내려 쉐이크 다운이 취소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당연히 페이스 노트 작성부터 난항이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목요일까지 비가 이어지다가 토요일부터 활짝 개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의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는 사전 주행 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 노트를 작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닥이 진흙으로 바뀌었다고 노트 작성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주말에 바뀔 노면 상태도 큰 변수입니다. 일부는 빠르게 말라 접지력이 좋아지겠지만 갑자기 물웅덩이가 나타날 수도 있죠.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비가 그치고 노면 컨디션이 극적으로 바뀌는 시점에서는 타이어 작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크다. 또한 진흙 노면은 앞서 출발하는 선수들의 단점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차들이 달릴수록 청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 출발하는 도요타 팀의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는 되려 반길 만한 조건이었다.


그리스 랠리를 요약한 인포그래픽

그리스 랠리의 정식 명칭은 아크로폴리스 랠리 그리스(WRC EKO Acropolis Rally Greece). 1951년 처음 시작된 이 경기는 WRC에서도 클래식으로 분류된다. WRC 역사가 시작된 1973년부터 캘린더에 포함되었고, 초창기에는 내구 랠리 성격이 강해 경기 구간이 800km를 넘기도 했다. 오일 쇼크로 인해 취소되었던 1974년 외에도 2000년대 들어 그리스 경제 위기에 따라 잠시 ERC(유럽 랠리 챔피언십)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후 2021년에 WRC에 복귀했으며, 지난해에는 현대팀이 1위-2위-3위 피니시로 포디엄을 독점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드라이버 우승 기록으로 보면 콜린 맥레이(Colin McRae)가 5승으로 가장 많고 발터 뢸(Walter Röhrl), 미키 비아시온(Miki Biasion), 카를로스 사인츠(Carlos Sainz), 그리고 세바스티앙 로브(Sébastien Loeb)가 3승씩을 거두었다. 현역 드라이버 중에서는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칼리 로반페라,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야리마타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가 각각 1승을 따냈다. 제조사 기준으로는 포드가 13번의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랠리에 출전한 현대 팀 멤버들

출전마다 호성적을 기록 중인 다니 소르도가 서드카에 탑승한다

이번 경기는 도요타와 M-스포트 포드가 랠리1 차량을 1대씩 더 준비함에 따라 사파리 랠리 이후 다시 랠리1 엔트리가 10대로 늘어났다. 현대팀은 여전히 3대로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 연속 참전했던 티무 수니넨(Teemu Suninen) 대신 다니 소르도(Dani Sordo)를 투입했다.


1위-2위-3위 피니시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현대팀은 누빌을 필두로 라피와 소르도를 엔트리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누빌은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 연속 2위에 오르며 포인트 선두 로반페라와 36점, 2위 에반스와는 11점 차로 3위에 있다. 케냐 랠리 이후 세 경기만에 복귀하는 소르도는 지난해 그리스 랠리에서 3위, 2013년에는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라피는 동료들에 비해 전적에서 밀리지만 지난해 도요타 소속으로 2위까지 오르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 ERC 시절 4위에 오른 기록도 있다.

도요타는 로반페라와 엘핀 에반스(Elfyn Evans)를 중심으로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다시 엔트리했다. 여기에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까지 모두 4대의 야리스 경주차를 투입했다. 로반페라는 지난 핀란드 랠리에서 리타이어로 득점에 실패했음에도 여전히 챔피언십 포인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반스가 핀란드 랠리에서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올 시즌 타이틀을 두고 팀 동료 간의 막판 경쟁이 치열해졌다. 두 선수의 격차는 불과 25점이다.


한편, 오지에는 징검다리 출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최다승(3승)을 기록하며 포인트 5위에 있다. M-스포트 포드에서는 이번에도 오트 타낙(Ott Tänak)과 피에르 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가 출전했다. 그리고 요르단 세르데리디스(Jourdan Serderidis)도 오랜만에 홈그라운드에 엔트리했다. 올 시즌 4번째 출전이다. 

WRC2 클래스에 출전 중인 현대 랠리카

WRC2 클래스에서는 포인트 상위권 5명이 참가함에 따라 타이틀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 예고되었다. WRC2는 WRC의 서포트 클래스로, 캘린더의 어떤 경기라도 참가할 수 있지만 모든 경기에 다 나올 필요는 없다. 유럽에서 6개, 전체적으로는 7개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그중 5 경기 성적을 모아 타이틀을 결정한다. 어느 경기의 득점을 사용할지는 지정해야 한다. 현재 안드레아 미켈센(Andreas Mikkelsen)이 82점으로 선두다. 요한 로셀(Yohan Rossel, 77점)과 핀란드 랠리 우승자 사미 파자리(Sami Pajari, 71점)까지 점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미켈센은 아직 네 경기만 참가한 상태라 점수를 추가할 여유가 있다. 얼마 전 현대팀에 영입된 에밀 린드홀름(Emil Lindholm)은 62점으로 6위에 있다. 

그리스 랠리의 일정별 주행 코스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서비스 파크는 이번에도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220km 가량 떨어진 라미아(Lamia)에 마련됐다. 지난 4일부터 그리스 중부를 강타한 태풍 다니엘은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몰고 왔다. WRC 개최 지역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제한된 시야와 교통 문제로 정찰 주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목요일 오전 일정이었던 쉐이크 다운 테스트는 결국 취소되었다. 일요일 파워 스테이지 역시 난이도가 높은 초반 구간에서 10km 가량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코스를 주행하고 있는 라피의 랠리카

라피가 SSS1에서 찰나의 차이로 아쉽게 2위를 차지했다

목요일 저녁 6시를 지나 아테네 남동쪽, 요트 클럽과 워터 스퀘어 공원을 가로지르는 SSS1(Plateia Nerou, 1.48km)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던 하늘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빠르게 개었고, 아테네 시내에서 식전행사가 열린 오후 6시에는 구름이 조금 끼었을 뿐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화창해졌다. 그래블 세팅(비포장)으로 포장 노면을 달린 SSS1에서는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하고 현대팀 트리오 라피와 누빌, 그리고 소르도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스를 상징하는 거친 스테이지는 금요일부터가 시작이다. 

루트라키를 달리고 있는 현대 랠리카

아름다운 아네테 루트라키의 풍경과는 달리 랠리 코스는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9월 8일 금요일은 온천으로 유명한 아테네 서쪽의 아름다운 휴양지 루트라키(Loutraki) 인근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네로 황제가 만들기 시작했던 코린토스 운하를 건너면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는 고린도(코린토스, Corinth)가 바로 지척이다. 


이날은 5개 스테이지 101.98km 구간을 달렸다. 루트라키(10.37km)만 반복하고 나머지 피시아(Pissia)와 리바디아(Livadia), 엘라티아(Elatia)는 한 번씩만 달렸다. 화창해진 날씨에 스테이지는 물기가 빠르게 말랐지만 폭우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수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스테이지 사이사이에 선수들은 막대기를 들고 휠하우스에 낀 진흙을 제거했다. 그 와중에 누빌이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아 종합 선두로 부상했다. 로반페라와 오지에, 타낙은 이어진 스테이지에서 톱타임을 기록했지만 누빌은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험로를 주파 중인 현대 랠리카

가뜩이나 거친 코스에서 서비스 기회마저 부족해 드라이버들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서비스 시간이 없는 마라톤 스테이지라서 타이어 교환과 간단한 자가 정비만으로 하루를 버텨야 한다. 만약 오전 이른 시간에 사고나 고장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경기 시작 전의 아침 서비스마저 없었다. 첫 번째 희생자는 루베였다. 목요일 저녁에 워터 펌프 고장이 발견되었는데, 다음날 아침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금요일 하루를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라피 역시 운이 좋지 않았다. 많은 비로 험난해진 노면에서 라디에이터 손상을 입었다. SS4 막판에 냉각수 경고등을 발견한 라피는 인근 식당에서 물을 구해 주행을 이어갔다. 선두인 누빌 역시 최상의 상황은 아니었다. 후방 디퍼렌셜에 슬립이 있어 저단에서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을 수 없게 되자 핸드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버텨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악재 속에서도 티에리 누빌은 초반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험로를 달리는 WRC 랠리카들

오트 타낙도 험난한 코스에서 트러블로 고생을 해야 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금요일을 마치는 시점에서 선두인 누빌과 그 뒤를 따르던 오지에는 2.8초 차이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오지에 역시 리어윙 상단부가 날아가 다운포스 부족에 시달렸다. 로반페라와 에반스는 각각 3, 4위, 이 두 명은 노면이 빠르게 말라버리는 바람에 노면 청소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라피는 라디에이터 파손에도 불구하고 에반스와 불과 1초 차이로 5위를 기록했으며, 소르도는 종합 7위였다. 타낙은 루베와 같은 워터펌프 문제로 SS4에서 많은 시간을 잃었다. 

험로를 달리고 있는 현대 랠리카

토요일 일정 첫 코스부터 연이은 트러블로 순위가 크게 엎치락뒤치락했다

9월 9일 토요일은 라미아 서비스 파크 인근 3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는 141.52km 구간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 라운드 중 가장 긴 하루였다. 오프닝 코스인 SS7 파블리아니(Pavliani, 24.25km)는 안전 문제로 출발이 30분 넘게 지연되었다. 노면 상태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출발 순서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오지에가 누빌을 제치고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가츠타는 내비게이션 실수로 30초를 허비했고, 이 틈을 타 소르도가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타낙도 9위에서 8위가 되었다. WRC2의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이 지각으로 페널티를 받은 덕분이다. 


금요일부터 이어진 누빌과 오지에의 공방전은 계속되었다. 이번 라운드 중 가장 긴 28.48km의 SS8 카루테스(Karoutes)에서 누빌은 오지에를 다시 2초 차이로 밀어내고 선두로 복귀했고, SS9(Eleftherohori)에서는 시차를 10.9초로 벌렸다. 라피가 돌덩이를 밟고 타이어가 터져 2분가량 손해를 보는 바람에 소르도는 5위에 올랐다. 뒤이어 에반스가 엔진 과열로 속도를 낼 수 없게 됐고, 소르도는 4위까지 부상했다.  

험로를 달리는 현대 랠리카

SS9까지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티에리 누빌이 웅덩이 앞에서 사고를 당했다

SS9까지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티에리 누빌이 웅덩이 앞에서 사고를 당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지난해에 이어 그리스에서 다시 우승하겠다는 누빌의 의지는 파블리아니를 다시 달린 SS10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노면에 난 웅덩이를 밟고 우측 앞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이 파손되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선두는 오지에로 바뀌었고, 로반페라는 2위가 되고, 소르도가 3위까지 올라섰다. SS11에서는 소르도가 에반스의 추월을 허용해 도요타의 1위-2위-3위 포지션을 허용했다. 라피는 발전기와 변속기 트러블로 고전했고, 에반스는 스테이지 막판 타이어 펑크로 손해를 보았다. 그래도 2번 연속 타이어 펑크로 많은 시간을 잃은 가츠타 보다는 나았다. 

험로를 달리는 현대 랠리카

레이스가 후반부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예측할 수 없는 코스 탓에 선두 자리가 계속 뒤바뀌었다

토요일을 마감하는 SS12에서는 노장 오지에가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누빌의 리타이어로 손쉽게 선두가 되었던 오지에는 뒷바퀴가 꺾여 2분 넘게 응급조치를 한 후 겨우 스테이지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로반페라가 종합 선두 자리를 이어받았고, 소르도는 2위에 올랐다. 하지만 3위 에반스와 불과 5초 차이였다. 경기 초반에 32위까지 밀려났던 타낙은 어느덧 4위까지 올라섰다.


오지에의 랠리카에 트러블이 발생했다

누빌에게서 선두를 빼앗은 오지에도 결국 트러블과 마주하며 9위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다니 소르드가 주행 중이다

베테랑들의 비보 속에서 다니 소르도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2위까지 올랐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오지에는 저녁 서비스 장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함에 따라 9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누빌이 당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앞바퀴에 데미지를 입었고, 얼마 뒤 헤어핀 구간에서는 뒷바퀴마저 잃었다. 너덜너덜해진 차로는 서비스 지점까지 이동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한편, WRC2에서는 최종 스테이지 막판에 타이어가 펑크났던 그린스미스가 선두였고, 미켈센과 요한 로셀이 그 뒤를 추격했다.  

현대 랠리카가 험로를 주행하고 있다

혼돈이었던 이전 일정과는 달리 마지막 날은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9월 10일 일요일은 그리스를 상징하는 타잔(Tarzan, 23.37km)에서 시작해 그람메니(Grammeni)를 반복 주행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람메니는 안전을 위해 코스 앞부분을 과감히 덜어내어 9km로 단축했다. 오프닝 코스인 SS13 타잔에서 에반스는 톱타임을 기록하며 소르도와의 격차를 4초로 늘렸다. 로반페라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주행하며 파워 스테이지를 위해 타이어를 비축했다. SS14 그람메니는 최종 파워 스테이지의 예행연습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소르도가 가장 빨리 달려 에반스를 2.7초 차이까지 압박했다. 로반페라의 우승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에반스와 소르도의 2위 싸움이 더욱 흥미진진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다니 소르도

이변 없이 포디움 꼭대기에 오른 드라이버는 칼리 로반페라였다

그러나 최후의 역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로반페라가 최종 스테이지까지 잡으며 아크로폴리스 랠리 우승컵을 가져갔다. 시즌 3승째는 물론 5점의 보너스 포인트까지 챙긴 로반페라는 200포인트에 도달하며 챔피언십 타이틀 획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에반스는 마지막 스테이지를 2위로 달려 소르도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소르도는 시상대 마지막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타낙이 4위에 들었고 라피는 5, 가츠타가 6위로 경기를 마쳤다. WRC2의 미켈센, 그린스미스, 로셀은 각각 7~9, 오지에는 10위로 기록하며 득점권에 들었다. 누빌은 득점을 놓쳤을 뿐 아니라 파워 스테이지에서 소르도와 라피에게 밀려 추가 점수 획득에도 실패했다.

 

다음 WRC 11전은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열린다. 928일부터 101일까지 칠레 중부의 항구도시 콘셉시온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9 32번째 WRC 개최국이 된 칠레는 이듬해 전국적인 시위와 연이어 터진 코로나19로 개점 휴업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이 2번째 개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그리스 랠리까지의 포인트를 합산한 드라이버 및 팀 순위 인포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