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2023.08.07 현대 모터스포츠팀 분량7분

[2023 WRC 9R] 핀란드의 스피드 쟁탈전에서 2위를 거둔 현대 월드랠리팀

WRC를 대표하는 고속 그래블 랠리 핀란드에서 현대 월드랠리팀의 티에리 누빌이 2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칼리 로반페라가 리타이어하면서 타이틀 획득을 노리는 추격자들이 치열한 스피드 경쟁을 벌인 결과다. 현대팀 신예 드라이버 티무 수니넨은 4위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핀란드 출신의 유명 스포츠 선수를 흔히 ‘플라잉 핀(The Flying Finn)’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쓰이는 표현이지만 모터스포츠, 특히 랠리에 가장 어울리는 명칭이 아닐 수 없다. 핀란드는 F1 챔피언인 케케 로스베르크(Keke Rosberg)와 미카 하키넨(Mika Häkkinen), 키미 라이코넨(Kimi Räikkönen)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유하 칸쿠넨(Juha Kankkunen), 티모 살로넨(Timo Salonen), 아리 바타넨(Ari Vatanen), 헨리 토이보넨(Henri Toivonen), 토미 마키넨(Tommi Mäkinen) 등 전설적인 랠리 드라이버의 고향이기도 하다. 


게다가 핀란드 랠리의 대표적인 고속 그래블 스테이지는 높은 고저 차와 가파른 상하 굴곡으로 끊임없는 점프를 유도하기 때문에 ‘플라잉 핀’이라는 표현에 딱 어울린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 역시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에 더해 티무 수니넨(Teemu Suninen)을 영입했고, WRC2의 에밀 린드홀름(Emil Lindholm)까지 핀란드 드라이버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23 WRC 9라운드 핀란드 랠리 요약 정보를 보여주는 표

1951년, 최초의 핀란드 랠리는 몬테카를로 랠리 참가를 위한 지역 예선이었다. 당시 개최지는 지금과 같이 서비스파크가 위치한 이위베스퀼레(Jyväskylä). 갈수록 해외 참가자가 늘어나 규모가 커졌고, 한동안 ‘1,000호 랠리(1,000 Lakes Rally)’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핀란드 전 국토에 퍼져 있는 약 18만 개의 크고 작은 호수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1973년 WRC 캘린더에 포함된 이래로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정식 명칭은 WRC 섹토 랠리 핀란드(WRC Secto Rally Finland)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핀란드 랠리는 WRC 최고속 경기가 펼쳐지는 고속 그래블 랠리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핀란드는 WRC 중에서도 독보적인 고속 그래블 랠리다. 비슷한 성격의 에스토니아 랠리가 있지만, 초고속 주행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핀란드의 명성은 여전히 높다. 역대 WRC 경기 가운데 평균 속도 톱10 중 9개가 바로 핀란드. 역대 가장 빨랐던 경기는 크리스 미크(Kris Meeke)가 우승했던 2016년 경기로, 당시 크리스 미크의 평균 속도는 무려 126.62km/h였다.  


빽빽한 침엽수림을 관통하는 길은 타이트 코너가 비교적 적고 높낮이 굴곡이 있다. 때때로 200km/h를 넘을 만큼 주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런 굴곡은 그대로 점프대가 된다. 롤러코스터 같은 스테이지에서 담력을 겨루는 스피드 경쟁은 ‘핀란드 그랑프리’라는 별칭에 딱 어울린다. 

2023 WRC 9라운드 핀란드 랠리 코스를 보여주는 표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핀란드 랠리는 미끄러운 그래블 노면에서의 접지력 확보, 안정적인 고속 주행 및 점프, 코드라이버와의 완벽한 호흡이 필요한 경기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고속의 장거리 점프는 관중 입장에서는 즐거운 볼거리지만 운전하기에는 까다롭다. 타이어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는 자동차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공력 성능이 중요하다. 점프 직전 브레이크를 밟고 점프 순간에 맞춰 풀 스로틀로 가속하는 드라이빙 테크닉도 필요하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점프 도중 차가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착지 충격에 의한 파손은 물론 불안정한 착지, 곧바로 이어지는 코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해서 서스펜션의 성능도 따라줘야 한다. 아울러 꼼꼼한 페이스 노트 작성과 적절한 내비게이션 타이밍도 중요하다. 코드라이버의 부담이 큰 경기인 셈이다. 

현대 월드랠리팀 드라이버들의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은 지난 에스토니아 랠리에 이어 티에리 누빌, 에사페카 라피, 티무 수니넨 라인업을 기용했다

현대팀은 앞선 에스토니아 랠리와 마찬가지로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에사페카 라피, 티무 수니넨으로 드라이버진을 꾸렸다. 고속 그래블에 익숙한 핀란드 드라이버 2명을 앞세워 팀 본거지가 핀란드인 도요타 진영에 대항하고자 했다. 고속 그래블에서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누빌이지만, 앞선 에스토니아에서 2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랠리카 세팅 성향이 완전히 달랐던 지난 시즌의 팀 동료 오트 타낙(Ott Tänak)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라피와 운전 성향이 비슷해 함께 셋업을 연구하는 것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핀란드에서의 자신감도 상당히 높아졌다. 


에스토니아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 트러블로 3위에 그쳤던 라피는 지난 2017년 핀란드 랠리 우승자일 뿐 아니라 올 시즌 꾸준히 포디엄에 오르고 있어 우승 후보로 꼽는 데 부족함이 없다. 같은 핀란드 출신의 티무 수니넨도 기대를 모았다. 현대팀의 새 식구로 들어와 에스토니아에서 처음 랠리1 경주차에 탔음에도 5위에 올랐다. 아직 적응이 필요하지만 포디엄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다. WRC2에서는 현대에 새롭게 합류한 에밀 린드홀름 외에도 파라과이 출신의 파브리지오 잘디발(Fabrizio Zaldivar)이 i20 N 랠리2를 몰고 출전했다. 수니넨이 랠리1으로 승격한 후 현대 WRC2 시트를 맡게 된 린드홀름은 지난해 WRC2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핀란드 랠리에 마련한 현대 월드랠리팀 부스의 모습

핀란드 랠리의 서비스 파크는 핀란드 중부에서 가장 큰 도시 이위베스퀼레에 마련됐다

도요타는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를 필두로 엘핀 에반스(Elfyn Evans),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를 투입했다. 이위베스퀼레 출신인 로반페라는 이곳이 그야말로 홈그라운드. 지난해와 비교해 스테이지 구성이 달라졌다고 해도 강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핀란드 현지 랠리(HYAcenter Rally)에 출전해 세팅 점검과 테스트 등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특이하게 도요타팀 감독인 야리-마티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감독 생활을 시작한 라트발라는 40세가 되기 전에 랠리1 머신으로 달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참고로 현역 시절 핀란드에서 3번의 우승컵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정비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은 핀란드 랠리의 미끄러운 그래블 노면을 공략하기 위해 적절한 셋업을 찾는 데 주력했다

M-스포트 포드는 본거지인 영국으로 복귀하지 않고 에스토니아에 체류하며 핀란드전을 준비했다. 드라이버는 이번에도 오트 타낙과 피에르-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 에스토니아 출신인 타낙은 고속 그래블에 능숙해 지난해 현대팀에서 거둔 우승을 포함, 지금까지 핀란드 3승 경험이 있다. 다만 앞선 에스토니아에서 갑작스런 엔진 교체로 페널티를 받았던 충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전설적인 랠리 드라이버를 많이 배출한 핀란드답게 WRC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의 핀란드 랠리는 최근 6년 중 가장 많은 68대의 차가 엔트리했다. 랠리1이 9대, 랠리2는 36대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역시 감독직을 잠시 내려놓고 오랜만에 선수로 돌아온 라트발라. 2020년 스웨덴에 스폿 참전했던 이래 거의 3년 반만이다. 지난해 같은 무대에서 WRC 데뷔했던 유스투스 라이코넨(Justus Räikkönen)은 F1 챔피언 출신인 키미 라이코넨의 조카다. 아직 17세인 유스투스는 이번에도 푸조 208 랠리4를 몰고 나왔다. 


스테이지는 지난해 대비 27%가 새로워졌다. 목요일 아침 4.48km의 테스트 트랙에서 쉐이크다운 테스트를 거친 참가자들은 오후 7시 5분, 서비스 파크에서 멀지 않은 3.48km의 SSS1 하르유(Harju)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시내 도로와 공원 내 비포장길을 이용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는 지난해와 동일한 구성. 타낙이 톱 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0.6초 차이로 누빌이 뒤를 따랐고 로반페라, 라피, 에반스 순이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고속 그래블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핀란드를 상징하는 고속 그래블은 8월 4일 금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SS2 라우카(Laukaa), SS3 란카마(Lankamaa), SS4 미힌파(Myhinpää), SS5 할툴라(Halttula) 4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린 뒤 목요일의 하르유 스테이지를 SS10에서 다시 달리며 하루를 마감했다. SS2~SS10 9개 스테이지 104.76km 구성. 이날의 오프닝인 11.78km의 라우카는 예전과 이름만 같을 뿐 스타트 지점이 다르고 코스 절반이 새로워졌다. 장거리 점프가 특징인 코스다. 란카마(14.21km) 역시 지난해와 일부 구간을 공유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한편 미힌파(15.51km)는 2015년 이후 오랜만에 돌아왔다. 할툴라 역시 1990년대 1,000호 랠리 시절에 사용되었던 오래된 무대다. 

현대 월드랠리팀 드라이버 에사페카 라피의 주행 중 사고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 에사페카 라피는 코너에서 미끄러져 고향 팬들 앞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의 또 다른 핀란드 출신 드라이버 티무 수니넨도 큰 사고를 당할 뻔했으나 가까스로 자세를 회복해 경기를 이어나갔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오프닝 SS2 라우카에서는 가츠타를 필두로 에반스, 로반페라까지 도요타 드라이버들이 톱3에 올랐다. SS3에서는 타낙에게 에스토니아에서의 악몽이 재현되었다. 점프 후 착지 충격으로 엔진이 고장난 것. 팀 동료 루베까지 사고로 리타이어하면서 M-스포트 진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로반페라가 SS3, SS4 연속 톱 타임으로 종합 선두에 올라서고 에반스가 그 뒤를 3.6초 차이로 따랐다. 누빌과 라피, 현대팀 듀오가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4개 스테이지를 마쳤을 때 4위 라피까지 시차는 10초 이하. 그런데 SS5에서 라피가 리타이어하면서 현대팀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코스에서 코너를 살짝 벗어나 차 뒷부분이 도랑에 빠진 라피는 나무와 충돌하면서 더 이상 주행이 불가능했다. 수니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다행히 위기를 모면했다. 

도요타팀 칼리 로반페라의 사고 모습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던 도요타팀 칼리 로반페라의 급작스러운 리타이어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로반페라는 오전 3연속 톱 타임에 이어 SS6, SS7까지 잡으며 거리를 조금씩 벌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SS4 미힌파를 다시 달린 SS8에서 노면의 웅덩이를 밟고 사고로 전복되며 리타이어. 타낙, 루베, 라피에 이어 로반페라가 4번째 리타이어의 주인공이 되면서 에반스가 종합 선두를 물려받았다. SS8 톱 타임을 기록한 누빌은 에반스와 10.9초 차 2위가 되었다. 


금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에반스가 선두를 달렸고, 누빌은 남은 2개 스테이지까지 3연속 톱 타임을 기록하며 선두와의 시차를 6.9초까지 좁혔다. 3위 가츠타와 12.4초 차이로 수니넨이 4위. 라트발라가 5위였고 야리 후투넨(Jari Huttunen), 사미 파자리(Sami Pajari),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등 WRC2 드라이버들이 그 뒤를 이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토요일 경기 초반 내린 소나기 때문에 코스 곳곳에 물웅덩이와 진창이 생겼다

8월 5일 토요일은 남서쪽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사용되는 18.94km의 SS11 바스틸라(Västilä)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최근 꾸준히 달렸던 전설적인 스테이지들이 주를 이루었다. SS12 파얄라(Päijälä, 20.19km)와 SS13 랍술라(Rapsula, 20.56km), SS14 베쿨라(Vekkula, 20.65km) 등 20km가 넘는 장거리 스테이지들이 포진했다. 스테이지 주행 거리는 160.68km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하루였다. 일부 구간은 갑작스런 소나기로 생긴 물웅덩이와 진흙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웠다. 


로반페라는 전날 사고에서 섀시 데미지가 너무 커 수리를 포기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리더의 무득점이 확정됨에 따라 챔피언십 포인트 2위 에반스(115점)와 3위 누빌(112점)은 타이틀 도전 가능성에 한껏 불타올랐다. 로반페라와 타낙 등 주요 경쟁자들의 리타이어로 인해 핀란드 랠리는 에반스와 누빌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티에리 누빌은 1위 에반스를 빠르게 추격했으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온전한 접지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오전에는 에반스의 기세가 좋아 SS11~SS14에서 내리 톱 타임을 기록하며 누빌과의 시차를 조금씩 벌렸다. 누빌도 4연속 2위로 빠르게 달리며 응수했지만 오전을 마쳤을 때 둘의 격차는 17.7초로 늘어났다. 오전 세션을 마친 누빌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젖은 그래블 노면의 접지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멘트를 남겼다. 수니넨은 가츠타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다. 오전을 마쳤을 때 가츠타는 수니넨의 1초 뒤까지 따라붙었다. 


오전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달린 오후에도 에반스의 역주는 계속되었다. 3개 스테이지를 잡아 종합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일정을 모두 소화했을 때 누빌과의 시차는 32.1초까지 늘어났다. 가츠타는 오후를 시작하는 SS15에서 0.8초 차이로 3위로 부상해 최종적으로는 수니넨을 6.4초 차이로 밀어냈다. 5위는 2분 이상 멀찍이 떨어진 라트발라. 6위 이하는 WRC2 선수들 차지였다. 솔베르그, 파자리,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그리야진, 안드레아 미켈센(Andreas Mikkelsen)이 6~10위였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일요일 마지막 4개 스테이지에서 핀란드 랠리의 결과가 갈렸다

8월 6일 일요일은 히모스(Himos) 마을 인근에 미련된 2개의 스테이지, 목시-살로이넨(Moksi-Sahloinen)과 히모스-얌사(Himos-Jämsä)를 반복해 달리는 51.64km 구간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렸다. 에반스가 오프닝 스테이지인 SS19에 이어 SS21까지 잡으면서 누빌의 마지막 추격 의지를 꺾어 버렸다. 최종 SS22를 남긴 시점에서 둘의 시차는 38.2초. 반면 포디엄 마지막 자리를 두고 가츠타와 수니넨은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다. 수니넨은 막판 뒤집기를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싣지 않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6.4초 차이로 일요일 경기를 시작했던 가츠타와 수니넨은 SS19를 마치고 4.5초로 줄었다가 SS20에서 7.2초로 늘어났고, SS21에서 6.3초로 다시 줄어드는 등 엎치락뒤치락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티무 수니넨은 막판 뒤집기로 포디엄을 차지하기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싣지 않고 열심히 달렸으나 4위에 머무는 데 그쳤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오후 1시 15분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최종 스테이지 히모스-얌사(SS22)가 시작되었다. 에반스가 마지막 톱 타임까지 차지하며 핀란드 랠리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누빌이 2위였고 가츠타가 포디엄 마지막 자리를 채웠다. 수니넨은 4위로 아쉽게 포디엄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현대팀 소속으로 랠리1 데뷔전을 치른 에스토니아보다 한 계단 올라섰다. 상위권 선수들의 잇따른 리타이어 덕분에 도요타팀 라트발라 감독이 5위로 경기를 마쳤다. WRC2에서는 솔베르그가 클래스 우승 겸 종합 6위. 파자리, 포모, 그리야진, 미켈센이 득점권을 마무리했다.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은 남은 4경기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려 우승 트로피를 향해 나아갈 계획이다

에반스는 이번 랠리에서 30포인트(우승 25점+파워 스테이지 1위 5점)를 챙기며 드라이버 챔피언 추격의 희망을 되살렸다. 누빌 역시 22점(종합 2위 18점+파워 스테이지 2위 4점)을 보태 134점. 58점이나 벌어졌던 로반페라와의 점수 차이를 36점까지 줄였다. 제9전 핀란드까지 마친 WRC는 단 4개의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어지는 제10전은 9월 7~10일 열리는 그리스 랠리. 이후 남미의 칠레를 거쳐 중부 유럽과 일본 등 2연속 타막 랠리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2023 WRC 9라운드 기준 드라이버 및 팀 순위를 보여주는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