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시에 매달려 날아가는 스파이더맨 프로페시에 매달려 날아가는 스파이더맨

2023.07.12 현대자동차 분량5분

2099년의 현대자동차, 스파이더맨과 함께 하늘을 날다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브랜드 비전 아래 로보틱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인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와 활발히 소통하려는 노력 또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 결실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의 현대자동차를 소개한다.

스파이더맨과 현대차와 콜라보 비하인드 스토리

2023년 여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시 공간에는 거미줄에 거꾸로 매달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가 등장했다. 그 위로는 날듯이 뛰어오른 만화 형태의 스파이더맨, 아래쪽에는 멀티버스로 통하는 문을 형상화한 전시물이 설치돼 장관을 이루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전시물

비슷한 시기,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에도 평행세계 ‘스파이더-버스(Spider-Verse)’와 연결된 육각형 문이 나타났다. 여기서는 거미줄에 감싸진 아이오닉 6가 이제 막 다른 우주로부터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넘어온 모습이 연출됐다. 문 안쪽으로는 스파이더맨(역시 거미줄을 쏘며 뛰어오른)과 스파이더 그웬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2018년 개봉돼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으며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그리고 후속작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주인공들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질주하는 아이오닉 6의 모습

이와 맞물려 현대차가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선보인 글로벌 광고에서는 스파이더 그웬의 평상시 모습인 그웬 스테이시가 아이오닉 6를 운전한다. 배경은 스파이더맨의 주 무대인 미국 뉴욕을 연상시킨다. 아이오닉 6에 적용된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의 주행음에 이어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에 매료된 스파이더맨이 그웬의 아이오닉 6를 쫓는다. 광고에 사용된 노래는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의 ‘링크 업(Link Up)’으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공식 음원이기도 하다.

마일즈와 대화하는 그웬

이 같은 마케팅 캠페인은 현대차가 지난 2020년 소니 픽처스와 체결한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최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멀티버스 세계관 ‘스파이더-버스’가 마치 현대차 아이오닉 6를 접점으로 우리 세상과 통한 것 같이, 현실과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넘나드는 ‘다차원적인’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멀티버스를 보는 스파이더맨

영화 속 다차원 우주 공간인 멀티버스는 한층 다채롭고 복잡다단하며, 세계관 하나하나가 멋지다. ‘지구-1610’의 뉴욕에서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 청소년 ‘마일스 모랄레스’의 성장통, 그리고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우먼인 ‘그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인도판 스파이더맨이 있는 ‘지구-50101’의 ‘뭄바튼(뭄바이+맨해튼)’을 비롯, 크게 6개의 우주가 등장한다. 

멀티버스의 다양한 스파이더맨 모습

특히 ‘지구-928’의 ‘누에바 요크(Nueva York)’에는 모든 차원의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맨들이 모이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가 있다. 한 편의 영화에서 수백 명의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록 ‘맨’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존재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쫒기는 스파이더맨

누에바 요크는 2099년의 뉴욕이라는 설정이다. 자동차가 떠다니고 도로가 하늘로 솟구치는 등 마일스나 그웬이 있는 차원의 뉴욕과는 전혀 다른 미래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현대차는 2099년 뉴욕의 이동수단을 책임지고 있는 단 하나의 브랜드로 등장한다. 현대차 디자이너들과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터들은 미래 모빌리티의 역동적인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작품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업했다. 


사실 광고와 달리 이번 영화에는 아이오닉 6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유사하게 생긴 탈것이 나온다. 아이오닉 6 디자인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 프로페시의 비행체 버전인 ‘플라잉 프로페시(Flying Prophecy)’다. 광고 속에서 스파이더맨 너머로 보이는 간판의 그 바퀴 없는 자동차가 바로 플라잉 프로페시다. 

플라잉 프로페시 간판 앞의 스파이더맨

현대차가 아이오닉 6를 통해 제시한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유선형 디자인 콘셉트인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Electrified Streamliner)’를 떠올리면 이보다 궁합이 더 좋을 수 없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부드러운 유선형으로서 감성적이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이니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아이오닉 6는 ‘2023 월드카 어워즈(World Car Awards)’에서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 ‘2023 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에 선정되며 3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플라잉 프로페시와 함께 도시를 바라보는 스파이더맨

아이오닉 6의 밑거름이 된 프로페시로부터 다시 한번 진화하여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속도감 있는 유선형 실루엣을 가진 플라잉 프로페시의 차체는 ‘지구-1610’의 뉴욕에서 배기가스를 내뿜는 정통 세단형 경찰차의 모습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디자이너들은 아이오닉 라인업의 핵심 디자인인 파라메트릭 픽셀 라이트를 플라잉 프로페시의 곳곳에 녹여 더욱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렸다.


미래의 자동차를 말할 때 ‘비행자동차’는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대차에게 이는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브랜드 비전 아래 AAM, PBV, HUB로 이어지는 모빌리티 비전 제공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그리는 미래 모습

AAM(Advanced Air Mobility)은 이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영공을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s)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심 모빌리티 디바이스, HUB는 각 모빌리티의 연결 및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을 뜻한다. 


이번 작품을 맡은 세 명의 감독 중 저스틴 K. 톰슨(Justin K. Thompson)은 “중앙 HUB에 있는 사람들을 AAM이 태워 다른 HUB로 이동시키고, 다시 하늘을 날아 또 다른 HUB로 운반하는 모빌리티 비전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서로 싸우는 두 명의 스파이더맨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니지만, 영화 속 누에바 요크의 도로에서 눈길을 끄는 대형차에서도 큼지막한 현대차 엠블럼이 빛난다. 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 현대차가 2019년 공개한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 모델 ‘HDC-6 넵튠(Neptune)’을 빼닮았다. 수소전기 트럭에 특화된 독창적인 차체와 함께 미래 친환경 상용차의 방향성을 제시한 차다. 

HDC-6 넵튠의 콘셉트 이미지

넵튠의 디자인은 미국의 1세대 산업디자이너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가 1930년대 디자인한 유선형 스타일의 ‘뉴욕’ 중앙철도 기관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2099년 누에바 요크의 모빌리티로 그럴싸하다. 

디자인하는 모습

이 밖에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자율주행 로보 택시도 탄생시켰다. 한국 최초의 대량 양산형 고유 모델인 포니의 헤리티지는 아이오닉 5를 통해 오늘날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오닉 5 역시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이오닉 5는 앞서 언급한 광고에 아이오닉 6와 함께 등장한 것은 물론, 2021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에서 투싼 하이브리드와 함께 글로벌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때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를 연기한 배우는 톰 홀랜드(Tom Holland)였다. 그리고 2022년 톰 홀랜드가 게임 원작 영화 <언차티드(Uncharted)>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는 투싼을 오프로드 콘셉트로 개조한 ‘투싼 비스트(Tucson Beast)’와 제네시스 G80, GV80, G90 등이 동반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서로 싸우는 두 명의 스파이더맨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려진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전작들과 달리 애니메이션인 덕분에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도전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자체가 정형화된 형태를 벗어나 2D, 3D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를 넘나드는 등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며 그 효과가 배가됐다. 

영화 속 아이오닉 6와 스파이더맨

최신 아이오닉 시리즈보다 포니가 더 친숙한 세대가 있는 것처럼, 2대 스파이더맨으로 일컫는 흑인-히스패닉 혼혈 소년 마일스 모랄레스보다는 토비 맥과이어(Tobias Maguire)나 앤드류 가필드(Andrew Russell Garfield), 톰 홀랜드가 연기한, 사람 냄새나는 피터 파커에게 더 정이 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발전 가능성과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가 펼칠 멋진 신세계를 엿볼 기회를 얻길 권하고 싶다. 


글. 민병권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다. 자동차 콘텐츠 외부 기고가, 자동차 온라인 매체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RPM9, 모터매거진, 탑기어 한국판 등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에디터로 일한 바 있다. <카액션-영화 속의 자동차>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