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9 기아
지난해 개관한 충남 태안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HMG Driving Experience Center)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에서 자동차를 보다 깊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장이자 복합 자동차 문화 공간으로, 38만 평 규모의 부지 위에 8가지 주행 체험 코스를 비롯해 쇼룸, 라운지, 레스토랑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론 뛰어난 시설이 전부가 아니다. 시설만으로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이처럼 많은 자동차 마니아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의 진짜 인기 요인은 참가자의 운전 실력과 성향에 맞춘 체계적인 주행 교육 프로그램에 있다. 주행 교육 프로그램은 드라이빙 스킬을 쌓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와 주행 체험에 초점을 맞춘 특화 프로그램 ‘드라이빙 플레저’로 나뉜다. 그중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경우 기초적인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는 레벨 1부터 역동적인 트랙 주행 실력을 연마하는 레벨 3까지 단계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여기에 드리프트 컨트롤 능력을 향상 시키는 드리프트 레벨 1~2, 고난도 트랙 주행 기술을 연마하는 N 어드밴스드와 N 마스터즈 등 모터스포츠 입문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더해 참가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체험 차량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각 브랜드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현대차 프로그램에서는 아반떼 N과 아반떼 N 라인이, 제네시스 프로그램에서는 G70 등이 제공된다. 교육을 담당하는 인스트럭터 역시 모터스포츠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최고의 실력자들로 구성됐다. 즉,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참가자의 실력과 눈높이에 맞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물적, 인적 자원이 뒷받침된 교육과 체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의 진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실제 프로그램에 참가해보았다. 이번에 체험한 프로그램은 스포츠 드라이빙의 기초를 다지고 차량 컨트롤 요령을 배우는 ‘기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레벨 2’로, 585마력의 짜릿한 성능을 발휘하는 기아 EV6 GT와 함께했다. 고성능 전기차로 진행되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까닭에 기대가 컸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각 브랜드별로 마련된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레벨 1을 수료해야 각 브랜드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레벨 2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기타 세부 이수 자격은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 레벨 2 프로그램은 이론과 주행 실습을 포함해 총 3시간 10분이 소요되며 클래스룸, 다목적 주행 코스, 킥 플레이트 코스, 마른 노면 A코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각 코스에서는 게이트 슬라럼&타겟 제동, 고속 회피 제동, 드래그 레이스, 킥 플레이트, 폭스 헌팅, 서킷 주행 등의 실습이 마련돼 있다.
실습에 앞서 클래스룸에서 이론 교육이 이루어졌다. 유익한 주행 기술을 안전하게 습득하기 위한 과정으로, 담당 인스트럭터의 지도하에 프로그램 순서, 코스별 유의 사항, 올바른 운전 자세, 실습 차량의 특징 등을 확인했다. 이론 교육이 끝나고 벽면의 셔터 도어가 개방되자 실습을 함께 할 EV6 GT가 바로 모습을 드러냈고, 참가자들은 첫 번째 장소인 다목적 주행 코스로 이동했다.
다목적 주행 코스에서는 게이트 슬라럼&타겟 제동과 고속 회피 제동을 실습했다. 슬라럼&타겟 제동 실습은 코너에서의 차량 거동 특성을 확인하고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제동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좌/우 슬라럼 구간을 통과한 뒤 정확한 지점에 차를 멈춰 세우는 단순한 코스지만 차량을 부드럽게 다루는 것이 중요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40km/h까지 가속한 상태로 슬라럼 구간에 접어들었다. 러버콘을 피해 좌/우로 조향하자 주행 속도가 약간 감소했고,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아 40km/h를 유지했다. 이와 동시에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시선을 옮긴 채 신속하게 운전대를 돌렸고 가/감속 페달을 적절히 조작했다. EV6 GT의 낮은 무게 중심은 이런 슬라럼 구간에서 빛을 발했다. 좌/우로 연이어 하중 이동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러버콘 사이를 통과했다. 무거운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낮게 장착한 E-GMP 플랫폼 덕분에 가뿐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슬라럼 구간 이후 앞이 가로막힌 제동 구간에 진입했다. 마지막에 서 있는 러버콘과 부딪히지 않도록 빠르게 감속했지만, 제동 시점이 너무 이른 나머지 제동 구간에 차가 완전히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멈추고 말았다. 이처럼 게이트 슬라럼&타겟 제동 코스에서는 속도 유지, 조향, 감속, 시선 처리 등 정교한 능력이 필요했다. 도로에서 갑자기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이를 회피하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 위험으로부터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이트 슬라럼&타겟 제동에 이어서 고속 회피 제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속 회피 제동은 일정한 속도로 제동 구간에 진입한 뒤 풀 브레이킹하면서 장애물(러버콘)을 회피하는 것으로, 한계 상황에서 차량의 브레이크 특성과 거동 특성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이어 접지력과 브레이크 시스템의 제동력을 끝까지 사용함과 동시에 적절하게 조향하는 것이 중요한 코스다.
고속 회피 제동을 통해 EV6 GT의 강력한 제동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를 되새기며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인스트럭터 지시에 맞춰 60km/h로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풀 브레이킹한 상태로 정면 러버콘을 피하고자 운전대를 꺾었다. 이때 EV6 GT의 차제 자세 제어 장치가 네 바퀴의 회전수와 조향 각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ABS를 작동시켰고 바퀴가 잠기기 직전의 최대 정지마찰력을 활용해 조향력과 제동력을 유지했다.
참고로 EV6 GT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강력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성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성능 4피스톤 모노블럭 캘리퍼와 380mm 디스크를 적용했다. 물론 실습과 같은 상황을 일반도로에서 마주했다면 사고에 준하는 위험이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이 확보된 코스에서는 여러 차례 실습을 통해 이에 대처하는 드라이빙 스킬을 쌓는 것이 가능했다.
고속 주로에서는 드래그 레이스 실습이 이루어졌다. 신호에 맞춰 출발하며 운전자의 순발력과 차량의 최대 가속을 확인하는 드래그 레이스에서는 최고출력 585마력과 최대토크 75.5kgf·m를 발휘하는 EV6 GT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반 도로에서 일반적인 슈퍼카에 버금가는 ‘제로백’ 3.5초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실습은 EV6 GT의 주행 모드별로 총 네 차례 진행됐다. EV6 GT의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GT로 나뉘며, 모드별로 차량의 효율과 퍼포먼스의 비중을 달리한 점이 특징이다. 가령 에코 모드로 가속할 때는 전비 저하를 최소화하도록 점진적으로 가속됐고, 가장 강력한 GT 모드에서는 출발과 동시에 폭발적인 가속력을 내뿜었다.
레벨 2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미로운 실습은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순발력과 대처 능력을 키우는 킥 플레이트였다. 노면에 좌/우로 움직이는 금속판이 차량 뒤쪽에 슬라이드를 유도해 차량을 미끄러트리는 것으로, 이때 운전자는 차가 스핀하지 않도록 *카운터 스티어를 절도 있고 빠르게 구사해야 한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차량을 40~50km/h로 가속해 킥 플레이트 구간에 진입했고, 차는 한쪽 방향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물을 뿌려 노면 접지력이 더욱 낮아진 워터 커튼 슬라럼 구간에 들어서자 날아가는 차량 후미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졌다. 이때 반대 방향으로 필요한 만큼만 짧게 운전대를 꺾어 차체의 자세를 빠르게 잡았다.
*카운터 스티어: 차량이 미끄러지는 반대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리는 행위
킥 플레이트 실습은 주행 속도, 차체 자세 제어 장치 On/Off 등 조건을 바꿔가며 총 4차례 진행됐다. 이를 통해 카운터 스티어 동작이 늦거나 과도할 경우 차가 완전히 스핀할 수 있다는 점, 주행 속도가 빠를수록 보다 정교한 카운터 스티어 동작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차체 자세 제어 장치가 꺼진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차체 자세를 빠르게 회복하는 카운터 스티어 동작을 능숙하게 소화한다면 마찰계수가 낮은 빗길 및 눈길 등에서 보다 안전한 운행이 가능할 것이다.
폭스 헌팅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실습이었다. 다른 참가자와 경쟁하는 주행 방식 때문이다. 폭스 헌팅은 말 그대로 여우의 꼬리를 잡듯이 다른 참가자를 뒤쫓는 것으로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 러버콘으로 구성한 임의의 코스에서 가속 및 감속 구간, 슬라럼, 코너 등을 연속적으로 부드럽게 통과하는 것이 이번 실습의 핵심이었다.
폭스 헌팅에서는 너무 욕심을 부릴 경우 자칫 러버콘과 부딪히거나 주행 손실이 발생해 상대방에게 따라 잡힐 우려가 있다. 이번 실습은 EV6 GT의 주행 모드를 바꿔가며 세 차례 진행했고, 가장 마지막에 스포츠 모드로 실습할 때는 강력한 출력에 의해 차체 후미가 꿈틀대는 역동적인 주행 경험도 느껴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순서인 마른 노면 서킷 A코스로 자리를 옮겼다. 마른 노면 서킷 A코스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전체 서킷의 절반에 해당하는 길이 2.0km 구간으로, 4개의 우측 코너와 6개의 좌측 코너, 그리고 325m의 직선으로 구성됐다. 여기서는 참가자가 본격적인 트랙 주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코너에서의 아웃-인-아웃,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는 레코드 라인 주행 등을 실습했다. 주행은 인스트럭터 차량을 따라가며 진행했고 인스트럭터가 주행 페이스를 끌어올림에 따라 참가자 역시 실제 레이스와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보다 한 단계 심화된 레벨 3 프로그램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레벨 2 프로그램의 모든 순서가 끝났지만 흥분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드라이빙 플레저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하이 스피드 택시’를 추가로 신청해 두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드라이빙 플레저는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하는 ‘택시 프로그램’, 현대차그룹 주요 차종을 서킷과 일반 도로에서 체험하는 ‘HMG 테스트 드라이브’,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동차 공학 교실 및 온/오프로드 드라이빙 투어가 이루어지는 ‘HMG 주니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현대차그룹 주요 차종으로 태안 일대를 자유롭게 드라이브하는 ‘HMG 시닉 드라이브’ 등으로 구성됐다.
택시 프로그램은 이날 체험한 하이 스피드 택시 외에도 서킷 주행에 동승하는 서킷 택시 및 서킷 레이스 택시, 드리프트 주행에 동승하는 드리프트 택시, 오프로드 주행에 동승하는 오프로드 택시 등으로 구성된다. 하이 스피드 택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고속 주회로에서 펼쳐졌다. 고속 주회로는 200km/h 이상 속도에서 손을 떼고도 주행하도록 코너의 노면 기울기(뱅크각)를 크게 높인 점이 특징이다. 하이 스피드 택시 체험 차량은 현대차 아반떼 N과 EV6 GT 두 가지로 준비되었으며, 버킷 시트와 4점식 안전벨트를 장착하며 보다 안전한 이용이 가능했다. 물론 파워트레인은 순정 차량과 동일하다.
차량 탑승에 앞서 운전을 맡은 인스트럭터가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헬멧과 방염 마스크 착용 등을 도와주는 세심함도 돋보였다. 고속 주회로에 들어선 EV6 GT는 순식간에 차량 최고 속도인 260km/h에 도달했고, 코너에서도 200km/h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돌아 나갔다. EV6 GT는 평소 경험하기 힘든 고속 영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모터시스템(모터, 인버터)과 전동화 파워트레인 제어 기술에서 앞서는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십분 발휘된 결과다. 최고출력이 비슷한 타사 전기차의 최고 속도가 220~250km/h에 머무르는 점을 생각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 보였다.
모든 체험을 마친 후 수료식이 진행됐다. 교육을 담당했던 인스트럭터가 프로그램을 통과한 참가자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는 것으로 레벨 2 프로그램의 모든 과정이 종료됐다. 이날 레벨 2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드라이빙 스킬은 일상과 트랙에서 모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드라이빙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고, 트랙을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달리는 방법도 알게 됐다. 특히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고성능 전기차 드라이빙 프로그램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국내 자동차 문화 저변을 넓히고자 노력하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와 운전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평상시 주행 습관까지 돌아보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안전하고 즐겁게 사용하는 방법까지 안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이런 교육 및 체험의 장으로써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이번 여름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느껴지는 즐거움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카라이프가 한층 더 풍부해질 것이다.
글. 이인주
사진. 조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