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1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브랜드의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 세단인 G70의 상품성개선 모델을 선보였다. G70가 속한 럭셔리 D세그먼트는 전 세계 고급차 브랜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차종 중 하나다. 니어 럭셔리(Near luxury)라 불릴 만큼 높은 접근성을 무기 삼아 다양한 고객과 만나며 브랜드 저변을 확대하는 핵심 모델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방향성을 한결 뚜렷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과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기에 유리하다는 점도 럭셔리 D세그먼트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각 브랜드가 럭셔리 D세그먼트에 들이는 노력은 외부에 보여지는 것 그 이상이다.
제네시스 G70는 이처럼 막대한 임무를 안고 해당 세그먼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데뷔 이후부터 글로벌 자동차 전문가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 냈다. 미국 진출 첫해에는 세계적인 인지도의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MotorTrend)>로부터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돼 주목을 받았고, 북미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심사하는 ‘2019 북미 올해의 차(NACTOY, The North American Car, Truck and Utility Vehicle of the Year)’에서도 그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차량으로 올라섰다.
엔지니어 출신인 <모터트렌드>의 심사위원 크리스 시어도어(Chris Theodore)는 당시 관련 기사에서 G70에 대해 “부드럽고, 조용하고, 빠르고, 고급스럽고, 멋지고, 훌륭한 가치까지 지녔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 세계 고급차 브랜드가 격돌하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받은 평가였기에 그 파급력과 의미가 더욱 크게 전해졌다. 럭셔리 D세그먼트에서 철옹성을 쌓은 독일 브랜드를 넘기 위해 일본,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다양한 자동차 강국의 브랜드들이 노력해 왔지만 인상적인 성과는 얻지 못한 가운데 G70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우수한 주행 성능 외에도 럭셔리 브랜드에 걸맞은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매력적으로 평가 받던 G70가 2023년에 접어들며 상품성 개선에 나섰다. 신규 2.5 터보 엔진을 적용하고 차량 안팎에 업데이트를 진행한 2023 G7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5 터보 엔진은 2023 G70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최고출력이 기존 2.0 터보(252마력) 대비 50마력 이상 향상된 304마력을 발휘한다. 이같은 출력 상승은 운전자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상품적인 측면에서도 4기통 엔진 선택 비중이 높은 G70의 고성능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킨다. 2023 G70는 출력 상승에 걸맞은 제동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한다.
실제 주행에서 2.5 터보 엔진이 주는 만족감은 출력 상승 폭을 크게 뛰어넘는다. 특히 엔진회전수 1,650rpm부터 빠르게 증가하는 토크 덕분에 체감 가속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또한 4,000rpm 이후부터는 자극적인 배기 사운드를 실내에 전달해 운전의 즐거움도 한층 끌어 올린다. 이처럼 여유로운 힘은 보다 편안하고 민첩한 주행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주행에 필요한 동력을 더 쉽고 빠르게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5 터보 엔진의 힘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8단 자동변속기 또한 rpm 상승에 맞춰 부드럽고 재빠르게 가속을 이어가면서 우아하고 민첩하게 차체를 이끈다.
주행 모드에 따른 차량의 반응 변화 차이도 선명하다. 2023 G70의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커스텀 등 총 5가지이며, 운전자 취향에 맞춰 조향 무게, 서스펜션 감쇠력, 엔진 및 변속기 반응 등을 통합 제어한다. 가령 에코 모드의 경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스스로 기어를 중립으로 바꿔 활주 거리를 극대화해 연료 효율을 높이는 ‘코스팅 중립 제어’ 기능을,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기어 변속 시점과 함께 최대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런치 컨트롤 기능을 각각 지원하며, 스포츠 주행을 위한 뒷바퀴의 미끄러짐(슬립)도 일부 허용한다.
하지만 G70는 중형 고급차로도 활약하는 럭셔리 D세그먼트의 또 다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승차감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센서 정보로 전후 쇽업소버의 감쇠력을 실시간 제어해 최적의 승차감과 접지력을 제공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통해 자잘한 노면 요철이 전하는 충격에는 여진을 최소화하고, 도로의 굴곡도 부드럽게 흡수한다. 윈드실드와 앞좌석 측면 등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한 점도 만족스럽다. 한 등급 높은 차종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내 정숙성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승차감이 좋다고 해서 코너링 성능이나 주행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주행 정보 또한 풍성하게 전달하고, 정확하며 세밀한 조향 감각도 갖췄다. 무엇보다 뛰어난 섀시 밸런스를 바탕으로 어느 상황에서나 허둥대는 일 없이 차분하고 안정적인 차체 거동을 유지한다. G70의 이런 주행 감각은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역동적인 우아함’과도 맥을 같이한다.
2023 G70에 담긴 변화는 주행 성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차량 구석구석에 2023 G70만의 신선한 변화가 눈에 띈다. 핵심은 ‘변화를 위한 변화’에 집착하지 않고 주행 성능을 강조한 스포츠 세단으로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직관적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을 매만져 고급스러움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외관에서는 섬세한 조각 느낌의 기요셰 패턴 제네시스 로고 정도가 눈에 띄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고급스러운 소재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구성해 품질을 끌어올린 인테리어가 뚜렷하게 전해진다.
이같은 인테리어는 나파 가죽, 스티치, 리얼 알루미늄 등의 고품질 소재로 구성돼 보고 만졌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이 뛰어나며, 동급 차종 가운데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보아도 손색없다. 특히 신규 로고가 적용된 스티어링 휠, 프레임리스 룸미러, 멀티펑션 스위치, 도어/콘솔 가니쉬 패턴, 에어벤트 등의 변화를 통해 기존 대비 한 단계 향상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같은 방향성의 변화는 주행에 대한 운전자의 만족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기존의 강점을 유지한 채 럭셔리한 고객 경험에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2023 G70의 세심한 배려도 빠질 수 없다. 대표적인 부분이 공조기다. 공조기의 경우 기존 세 개의 다이얼 구성에서 터치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변화했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디자인 덕분에 시트 통풍 및 열선, 온도, 풍량 등 자주 쓰는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상품성을 강화한 사양 구성도 주목할 변화다. 2023 G70에서는 앞좌석 통풍 기능과 뒷좌석 열선 기능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하는 한편, 주행 시 도로의 속도 제한 정보를 클러스터에 띄우고, 주행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도 신규 탑재했다. 이렇듯 2023 G70는 원래 좋았던 부분은 더욱 뾰족하게 가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선택과 집중’의 가장 좋은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네시스는 G70 슈팅브레이크 모델에도 이처럼 향상된 상품성 개선 내용을 함께 적용했다. 또한 사양 조정을 통해 세단과 기존 280만원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200만원 수준으로 좁혀 고객 포용력을 넓혔다. 스타일과 공간 활용성 측면이 확연히 차별화된 슈팅브레이크는 남다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세련된 방법으로 드러내는 차종이라는 점에서 퍽 매력적이다. 만약 이번 시승에서 슈팅브레이크를 만났다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럭셔리 D세그먼트가 고급스럽고 편안하며, 주행 성능까지 모두 겸비한 만능 재주꾼이기를 원한다. 이런 까다로운 사람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해 2023 G70는 2.5 터보 엔진을 통해 주행 성능을 끌어 올려 브랜드의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 세단으로써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세심한 변화로 차량의 종합적인 완성도와 가치를 높였다. 전 세계 고급차 브랜드가 도전하는 럭셔리 D세그먼트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G70의 존재감은 이번 변화로 한층 선명해질 것이다.
글. 이인주
사진.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