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코스를 달리고 있는 i20 랠리카 랠리 코스를 달리고 있는 i20 랠리카

2023.06.05 현대 모터스포츠팀 분량7분

[2023 WRC 6R] 대혼란의 이탈리아 랠리에서 현대 월드랠리팀의 완벽한 원투 피니시

올해 이탈리아 랠리는 많은 비로 인해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리타이어가 속출한 가운데 에사페카 라피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던 세바스티앙 오지에는 토요일 오후에 갑작스레 리타이어했다. 이때 승기를 잡은 누빌이 시즌 첫 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라피까지 2위로 경기를 마쳐 현대 월드랠리팀이 원투 피니시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랠리 코스를 달리고 있는 i20 랠리카

지중해에 위치한 이탈리아 제2의 섬 사르데냐(Sardegna)는 매년 초여름, 비포장 산길을 달리는 랠리카들의 굉음과 흙먼지, 관중들의 함성으로 들썩인다. 1973년 WRC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이탈리아 랠리는 원래 본토 산레모가 무대였다. 2004년에 이탈리아 자동차 클럽 ACI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산레모 대신 사르데냐섬 동쪽에 위치한 올비아(Olbia)를 새로운 개최지로 삼았다. 덕분에 타막 랠리였던 이탈리아 랠리는 이때를 기점으로 그래블로 바뀌었다. 올비아 외에 서쪽 해안의 알게로(Alghero)를 오가며 개최되지만 ‘유럽의 사파리 랠리’를 목표로 했던 스타일 자체는 유지해 왔다. 올해 이탈리아 랠리는 사르데냐에서 WRC를 개최한 지 2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 이를 기리기 위해 올비아 크리스피 광장에 각종 이벤트가 성대하게 준비됐다. 

현대랠리팀의 선수들

5전까지 우승을 거두지 못한 현대팀이 이탈리아 랠리 우승을 노리고 있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이번에도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 다니 소르도(Dani Sordo)를 엔트리했다. 현대팀은 3팀 중 아직까지 우승을 거두지 못 한 유일한 팀이었다. 게다가 누빌은 지난 두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33위, 5위)에 머무르며 5위권에서 잠시 밀려났다. 시즌 첫 승리가 간절한 상황. 누빌은 경기에 앞서 “포르투갈에서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소르도, 라피와는 다른 세팅을 선택했는데, 이것이 트랙션과 차량 균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동료들과 비슷한 세팅으로 바꾸면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랠리팀의 다니 소르도

다니 소르도는 이탈리아 랠리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챔피언십 순위에 따라 출발 순서가 5번째라는 점도 경기 초반에 챙길 수 있는 이점이다. 소르도는 2019년과 20년 우승하는 등 최근 2년간 꾸준히 포디엄에 오르면서 사르데냐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라피는 지난해 초반 선두를 달리다가 리타이어했고, 2018년에는 3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올해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 연속 포디엄으로 기세가 오른 만큼 시즌 첫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현대팀의 기술 책임자 프랑수아 자비에 데메종

현대팀에 새롭게 합류한 ‘프랑수아 자비에 데메종’ 기술 책임자

현대팀 조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기술 책임자(Technical Director)로 프랑수아 자비에 데메종(François-Xavier Demaison)을 임명해 눈길을 끈 것이다. 스바루와 푸조를 거쳐 폭스바겐에서 수많은 우승과 챔피언 타이틀에 일조했던 프랑스 엔지니어 데메종은 최근까지 F1 윌리엄즈 레이싱팀에 있다가 현대팀을 통해 WRC로 돌아왔다. 그의 합류에 따라 기술 어드바이저였던 크리스티앙 로리오(Christian Loriaux)는 WRC 프로그램 매니저로 직책이 바뀌었다. 데메종은 최우선 과제인 랠리1에서의 경쟁력 개선은 물론 앞으로 랠리2와 TCR 등 다양한 커스터머 레이싱 프로그램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랠리의 세부 정보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도요타는 파트타임 드라이버 오지에(Sébastien Ogier)가 복귀하고 로반페라(Kalle Rovanperä)와 에반스(Elfyn Evans)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담당했다. 가츠타(Takamoto Katsuta)의 엔트리는 경험 쌓기용에 가깝다. 디펜딩 챔피언 로반페라는 약점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이탈리아 성적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다. 반면 노장인 오지에는 4번의 우승으로 로브(Sébastien Loeb)와 함께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M-스포트 포드는 이번에도 오트 타낙(Ott Tänak)과 피에르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 2명만 엔트리했다. 타낙은 2017년 자신의 커리어인 첫 WRC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현대팀 소속으로 우승했었다. 


이탈리아 랠리의 일정별 주행 코스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거친 전장과 FIA의 비용 절감 조치에 험난한 레이스가 펼쳐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시나리오였다

섬 북부 산을 끼고 도는 거친 자갈 노면에 더해 초여름의 높은 기온은 랠리카와 타이어, 참가자들을 괴롭힌다. 게다가 도로 가장자리 덤불 속에는 바위가 숨겨져 있기도 해 꼼꼼한 페이스 노트 작성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WRC 유럽 라운드에서 가장 힘든 경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올해는 비 예보가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은 차량 정비와 세팅이 가능한 서비스 시간이 없기에 당일 사용할 타이어를 전날 저녁에 결정해야 한다. 이는 밤새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팀과 드라이버 모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FIA의 조치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현대팀의 랠리카가 흙길을 질주하고 있다

현대팀이 쉐이크다운부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목요일 아침 로이리 포르토 산파올로(Loiri Porto San Paolo)의 2.87km 코스에서 쉐이크다운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사전 주행 때보다 더욱 거칠어진 노면에 많은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중간중간 비가 내리면서 어려운 경기를 예고했다. 테스트에서 가장 빨랐던 것은 현대팀의 라피였다. 라피는 “더 부드러운 부분도, 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확실히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포디엄이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누빌이 두 번째로 빨랐고 오지에와 루베가 그 뒤를 이었다. 소르도는 다섯 번째였다. 그날 저녁 6시 5분, 포장도로와 비포장이 뒤섞인 올비아-카부아바스(Olbia-Cabbu Abbas, 3.20km)의 특설 스테이지 SS1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현대팀의 라피가 톱타임으로 종합 선두가 되었다. 


현대팀의 랠리카가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다

둘째날부터 50km에 가까운 몬테레르노 사콘체다 스테이지가 드라이버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6월 2일 금요일. 이날은 새롭게 준비된 10.71km의 탄타릴레스(Tantariles)를 시작으로 사르데냐 랠리의 단골 손님 테라노바(Terranova, 8.41km)를 지나 몬테레르노-사콘체다(Monte Lerno-Sa Conchedda)의 장거리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렸다. 최장 스테이지인 몬테레르노-사콘체다는 올해 49.92km까지 확장되었다. 스테이지는 고작 6개(SS2~SS7)지만 경기 구간은 138.04km로 가장 길었다. 사르데냐 랠리를 상징하는 점프대(Micky’s jump)가 바로 이 몬테레르노에 등장한다. 예보는 빗나가지 않아 적잖은 비가 내렸다. 처음에는 바닥이 촉촉해지고 흙먼지가 줄어들다가 이내 물길과 진흙탕이 생겨났다. 


다니 소르도의 경주차가 코너에서 벗어나 땅바닥에 쳐박히는 모습

다니 소르도가 코너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에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비가 내리며 진흙탕에서 달리고 있는 현대팀의 랠리카

비가 적잖이 내리며 변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프닝 SS2를 잡은 것은 오지에. SS3에서는 라피가 톱타임으로 두 선두가 각축을 벌였다. 장거리 SS4에서는 오지에가 라이벌들을 12초 이상 벌리는 역주로 선두 자리를 재탈환했다. 이제 라피와의 시차는 16.3초. 앞바퀴에 하드 타이어를 끼웠던 소르도는 코너에서 미끄러지며 굴러 3분 이상을 잃었다. SS5 탄타릴레스에서는 라피가 반격에 나섰다. 시차를 8.7초로 줄이더니 기어코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오지에를 0.1초 차이로 누르고 종합 선두에 복귀했다. 소프트 3개, 하드 3개를 싣고 달린 오지에에 비해 소프트 4개 하드 1개를 선택한 타이어 전략이 주효했다. 

개울을 힘차게 건너고 있는 현대 랠리팀의 랠리카

티에리 누빌이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자리를 지켜냈다

스페어 타이어가 하나뿐인 리스크가 있지만 경량화라는 이득을 노린 것이다. 금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라피가 종합 선두. 오지에가 0.1초 차 2위이고 누빌이 3위였다. 누빌은 핸드 브레이크가 간헐적으로 작동하는 문제가 있었음에도 4위 로반페라와 27초 차이다. 가츠타, 에반스, 타낙이 5~7위였고 WRC2의 파야리(Sami Pajar)를 필두로 포모(Adrian Faurmaux)와 린드홀름(Emil Lindholm)이 득점권에 들었다. 소르도에 이어 루베 역시 차가 크게 파손되었다.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타임 컨트롤에 늦게 도착해 3분 페널티를 받았다.

개울을 힘차게 건너고 있는 현대 랠리팀의 랠리카

2일차로 접어들며 리타이어하는 드라이버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6월 3일 토요일에는 조금 더 남쪽 내륙으로 들어가 16.28km의 SS8 코일루나-로엘레(Coiluna-Loelle)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페이스 노트를 작성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노면 컨디션 때문에 참가자들이 애를 먹었다.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은 것은 누빌이지만 오지에가 두 번째로 빨라 다시 선두가 되었다. 이어진 SS9에서는 누빌이 2연속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라피가 다시 오지에를 0.3초 차이로 밀어냈다. 오지에와 라피의 피말리는 선두 쟁탈전과는 대조적으로 리타이어가 속출했다. SS8에서 가츠타가 불어난 개울물을 건너다 엔진에 물이 들어가는 바람에 멈추었고 SS9에서는 타낙 역시 물을 건너다 리타이어했다. 루베가 금요일 사고 후 재출발하지 않음에 따라 M-스포트 포드는 득점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SS10 에룰라(Erula)에서 에반스가 개울을 건넌 뒤에 갑자기 속도를 늦추었고 2분 가까이 시간을 잃은 후에야 전기 모드로 이동했다. 


토요타 팀의 랠리카가 개울을 지나며 파손 당해 리타이어하는 모습

개울에서 많은 드라이버들이 차량 파손과 리타이어를 겪어야 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개울을 힘차게 건너고 있는 현대 랠리팀의 랠리카

오지에가 오전을 선두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대팀 듀오 라피, 누빌의 추격은 거셌다. 라피가 타이어 펑크 때문에 다소 벌어졌지만, 선두와 3위 누빌까지의 차이는 24.7초밖에 안 된다. 누빌은 오전에만 3개 스테이지(SS8, SS9, SS11)를 잡으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다. 어제의 리타이어로 12위까지 밀려났던 소르도는 토요일에 복귀해 6위까지 빠르게 순위를 올렸다. 코일루나-로엘레를 다시 달린 SS12. 라피가 오지에와의 시차를 다시 줄였다. 오지에는 2대의 도요타 야리스를 삼켜버린 개울을 건널 때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폭우가 내린 SS13에서는 선두 오지에와 라피의 시차가 불과 4.3초, 누빌과의 시차는 7.4초까지 좁혀졌다. 


토요타팀 드라이버가 리타이어하는 와중에 티에리 누빌이 쏜살같이 전장을 누비고 있다

드라이버들이 산길 코너에 시달리는 와중에 누빌은 신들린 드라이빙으로 선두로 올라섰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크게 점프하고 있는 현대팀의 랠리카

이어진 SS14에서는 오지에가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스타트 직전 뒤타이어 펑크를 발견해 빠르게 교체한 것까지는 완벽해 보였다. 그런데 그때 신발 바닥에 진흙이 잔뜩 묻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실수가 발생했다. 코스를 벗어나 길가의 숲으로 이탈한 오지에의 야리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SS14에서 누빌이 종합 선두로 뛰어올랐다. 누빌은 토요일 마지막인 SS15까지 잡아 라피와의 시차를 36.4초까지 벌렸다. 종합 3위는 로반페라로 큰 실수만 아니라면 1분 이상 기록 차이가 발생해 현대팀의 원투 피니시가 유력해졌다. 안전한 선택이 유력해 보였지만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을 생각하면 파워 스테이지 도전도 포기하기 어렵다. 에반스가 종합 4위, 소르도가 5위로 올라섰고, WRC2에서는 포모가 미켈센을 25초 이상 리드했다. 

좁은 길목을 건너고 있는 현대팀의 랠리카

경쟁 팀이 연속된 리타이어에 빠진 상황 속, 현대팀은 비교적 수월한 상태에서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6월 4일 일요일 아침 일찍 올비아를 출발한 참가자들은 섬 북단을 향해 길을 나섰다.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는 SS16~SS19 46.02km 구간에서 마지막 경기를 벌이기 위해서다. 이날도 간헐적으로 비가 내렸고, 경기구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모든 랠리1 선수는 소프트 타이어만을 골랐다. 다만 개수는 차이가 있었는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현대팀 3명이 2개의 스페어 타이어를 실은 것과 달리 잃을 것이 없는 리타이어 동지들(타낙, 가츠타, 에반스, 오지에)은 1개만 실었다. 3위인 로반페라도 무게를 덜기 위해 스페어 1개만으로 싣고 경기에 나섰다. 2위 라피와 1분 이상 벌어져 순위 반등은 힘들지만 파워 스테이지에서 반드시 5점을 챙기겠다는 전략이었다.

현대팀의 랠리카가 굽이진 산길을 질주하고 있다

리타이어했던 드라이버들도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15.22km의 오프닝 스테이지(SS16)에서 가장 빨랐던 것은 타낙이었지만 실제 종합 순위에서는 현대팀의 누빌과 라피가 1-2 체제를 이어갔다. 리타이어에서 복귀한 타낙과 오지에, 가츠타는 몸을 사릴 필요가 없었고, 실제로도 타낙이 SS16과 SS17, 가츠타가 SS18 톱타임을 가져갔다. 반면 포디엄 후보 3명은 다소 안정적인 페이스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제 경기는 최종 스테이지이자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SS19만을 남겨두었다. 5위를 달리던 소르도는 배기 관련 문제로 리타이어를 결정했다. 달릴 수는 있지만 주행 중 화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티에리 누빌과 현대팀의 랠리카

누빌은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안정적인 운영을 선보이며 현대팀에 시즌 첫 승리를 안겼다

누빌이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누빌과 라피는 최종 스테이지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선택함으로써 자신과 팀의 시즌 첫 승리를 원투 피니시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현대팀은 역대 이탈리아 랠리에서 총 여섯 번의 우승컵(16년, 18~20년, 22~23년 우승)을 들어 올리게 됐다. 누빌은 초반에 그리 높은 순위가 아니었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큰비로 인한 대혼란 속에서 대역전의 찬스를 맞았다. 오지에가 리타이어한 토요일 오후에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라피가 2위로 경기를 마쳤고 로반페라가 포디엄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득점권 내의 랠리1 드라이버는 4위 에반스까지만. 5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WRC2 선수들이었다. 미켈센이 포모를 제치고 클래스 우승을 가져갔다.

포디엄이 오른 티에리 누빌과 에사페카 라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팀은 원투 피니시로 도요타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올비아의 아름다운 몰로브린(Molo Brin) 해안에서는 랠리 우승자가 바다에 뛰어드는 전통의 세레머니가 펼쳐진다. 하지만 올해 누빌은 그럴 수 없었다. 아쉽게도 안전을 이유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누빌은 이번 승리로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로반페라에 이은 2위로 뛰어올랐다. 30점이었던 둘의 점수 차이는 이제 25점. 팀 포인트에서는 대량 득점에 성공한 현대팀이 선두인 도요타팀과의 점수 차이를 32점에서 23점으로 좁혔고, 제조사 순위 2위를 유지했다.


시즌 반환점이 되는 제7전은 지중해 넘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6월 22~25일 아프리카 동부 케냐에서 벌어지는 사파리 랠리는 이름 그대로 광활한 아프리카 야생을 무대로 펼쳐진다. 페시페시라 불리는 고운 모랫바닥은 개미지옥처럼 랠리카를 잡아먹고, 살인적인 무더위는 물론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 많은 참가자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지옥의 랠리 그 자체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6라운드까지 집계한 2023 WRC 드라이버 및 팀 스탠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