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중인 G90의 전면 모습 주행중인 G90의 전면 모습

2023.05.19 제네시스 분량7분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제네시스 G90

G90는 제네시스 브랜드 정상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2023년형 G90는 새로 추가된 엔진과 첨단 기술로 그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모던한 건물 앞에 서 있는 G90

정점에 올라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분야이건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그 자리를 지키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 사이의 상대적 거리가 줄어들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으며 평가하는 세상이 된 것을 생각하면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남는 것을 넘어 더 좋은 것을 만들고, 이를 얻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긴 준비 과정을 통해 최고라 할 만한 물건을 내놓은 후에도, 그 수준에 머물지 않고 더 깊은 고민을 통해 과거를 뛰어넘는 것을 선보였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이런 본능이 인류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근본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G90, 파격적이되 균형 잡힌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다

G90 사이드뷰

지난 2022년, 제네시스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G90를 선보였을 때도 그랬다.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는 플래그십 세단인 G90의 새로운 스타일링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했다. 다른 브랜드가 중후함과 화려함으로 플래그십 디자인을 주장할 때 G90는 균형과 절제로 남다른 접근 방법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큰 패널로 만든 후드와 펜더로 무겁지 않은 양감을 만들고, 기요셰(Guilloche) 패턴의 새로운 제네시스 로고로 섬세함을 더하는 식이다. 밋밋하다고 여길 수 있어도 이렇게 균형미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 더 어렵다. 


특히나 후면부는 이런 정갈함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물건이고, 이를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소는 도로다. 전면부는 마주 오는 순간 짧게 스치고 지나가기에 크고 단정한 선을 써야 한다. 오각형의 커다란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의 LED 헤드램프가 만드는 제네시스 윙 로고 페이스가 들어간 이유다. 반면, 후면부는 뒤따르는 차가 오래 지켜보게 된다. 덕분에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후면부에 브랜드 명과 차 이름을 글자로 새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위험 요소가 있다. 레터링 때문에 선과 면이 너무 많으면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G90를 통해 이런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두 줄의 라이팅 디자인으로 좌우 폭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가로선을 단순하게 만들고, 트렁크부터 이어지는 우아한 곡선을 번호판 고정 부위에도 반영해 하나의 커다란 도형으로 그려낸 것이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우아함까지 챙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창문이 있는 건물에 서 있는 G90의 측면

측면은 차의 역동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특히 차에 오르내릴 때 자주 보게 되는데 운전석에 탈 때와 뒷자리에 오를 때의 맛이 다르다. G90는 뒷자리가 더 중요하다 여겨지는 플래그십 세단이면서도 앞뒤 도어와 윈도의 크기가 비슷한 비율로 보이는 데다, 쿠페처럼 날렵한 형상을 이루는 뒤쪽 디자인 덕분에 즐거운 운전을 상상할 수 있다. 뒷자리에 타려고 뒤에서 접근하면 두툼한 C 필러와 길게 뻗은 후드가 대형 럭셔리 세단을 타는 자부심을 준다. 물론 이는 뒷자리 승객에 포커스를 맞춘 롱휠베이스 모델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일반 모델이라고 해도 이런 자부심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G90의 21인치 휠

2023년형 제네시스 G90의 외장의 변화는 크지 않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차에 굳이 손을 댈 이유가 없기도 하지만, 이런 럭셔리 세단 고객들은 섬세한 변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일반 모델에서 가솔린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과 함께 고를 수 있는 21인치 휠이다. 2WD와 AWD에 상관없이 표면을 다이아몬드 컷팅 방식으로 처리한 이 휠의 타이어 폭은 앞 245mm, 뒤 275mm로 연식 변경 이전 모델과 동일하지만, 편평비는 앞뒤 각각 45에서 40으로, 40에서 35로 5%씩 낮아진 미쉐린 타이어가 달린다. 기하학적인 스포크 디자인에 더욱 커진 크기로 역동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일반 모델에 새롭게 적용된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

G90의 엔진을 살펴보는 이동희 칼럼니스트		G90의 V6 3.5L 트윈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

말이 나온 김에 새로 추가된 엔진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이런 대형 플래그십 세단에서 엔진 출력은 단순히 수치 뿐만 아니라 성능을 발휘하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다. 즉, 크고 무거운 차체를 얼마나 부드럽고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여기에 최근의 탄소배출 감소 같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도 필요하다. 높은 출력을 내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통해 소유 고객의 심적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롱휠베이스 모델에 먼저 얹었던 ‘V6 3.5L 트윈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은 긴 이름 속에 중요한 내용들이 모두 들어있다. 좌우 각각 3개씩 V 형태로 배치된 실린더 뱅크마다 터보차저를 하나씩 단 구성에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슈퍼차저를 더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렉트릭 슈퍼차저 앞에 붙은 48V는 무슨 뜻일까. 모든 전기는 전압이 높아질수록 힘이 세진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의 기본 전압인 12V로는 출력에 영향을 줄 만큼 충분한 바람을 불어 넣기 힘들지만 4배인 48V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즉, 고전압 슈퍼차저로 엔진의 반응성과 출력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다. 

G90을 운전하고 있는 이동희 칼럼니스트

물론 48V 슈퍼차저가 모든 엔진 회전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있던 두 개의 터보차저는 배출가스의 압력이 충분한 고회전 영역에서 공기를 압축해 인터쿨러를 거쳐 바로 엔진에 공기를 불어 넣는다. 저회전 영역에서는 터보차저를 거친 공기를 48V 슈퍼차저가 먼저 과급해 엔진으로 곧장 집어넣는다. 실제 시승을 하는 동안 어른 네 명이 타고 움직일 일이 많았는데 저속에서 가속할 때의 느낌이 이전과는 달랐다. 일반 트윈 터보 엔진과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은 1,300rpm으로 같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확실히 여유가 있다. 게다가 48V 슈퍼차저 덕분에 최대토크가 2kgf·m 높아졌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장점은 고회전으로 엔진을 돌렸을 때 나타난다. 터보차저만 있을 때는 저회전에서 출력 저하를 막기 위해 고회전 영역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가 해결해 주니 터보차저는 고회전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제원상 최대토크를 유지하는 시점은 둘 다 4,500rpm이지만, 48V 슈퍼차저 엔진이 고회전까지 더 높은 토크를 가져가는 까닭에 최고출력도 415마력으로 높아졌다. 오너 드라이버라면 저회전의 풍만한 토크로 부드럽게 달리는 것도, 엔진 회전 한계를 모두 쓰며 시원스레 고속까지 가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하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늘어난 셈이다. 

주행중인 G90의 후면 모습

연비나 CO₂ 배출량은 어떨까? 20인치 휠타이어를 끼운 2WD를 기준으로 3.5 터보 모델과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모델의 연비는 복합, 도심, 고속도로 순으로 각각 8.9km/L, 7.7km/L, 10.8km/L와 9.1km/L, 7.8km/L, 11.2km/L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각각 192g/km와 188g/km로 모든 면에서 슈퍼차저 모델이 낫다. 물론 숫자의 변화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슈퍼차저 모델의 출력이 35마력 더 높고, 48V 배터리와 슈퍼차저 등의 구성품이 더해져 공차중량이 65kg 늘었다. 더 강력하고 무겁기까지 한 차가 연비가 더 잘 나온다는 것은 확실한 개선이라 할 수 있다. 


G90의 ESEV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이동희 칼럼니스트

여기에 새로 더해진 ESEV(Engine Sound by Engine Vibration)가 운전 재미를 더한다. 원래 있던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엔진의 회전수에 따라 듣기 좋은 소리를 냈던 것에 반해 ESEV는 엔진 회전수, 변속기 단수, 속도 및 부하 등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엔진의 물리적 진동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최대한 조용하게 만들되 고객이 원할 때는 적당한 소리로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최근 고급차 시장의 추세에도 딱 들어맞는다. 더욱이 G90에 적용된 ESEV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으로 기술적으로도 정점에 있어야 하는 플래그십의 위상에 어울린다. 각각의 브랜드마다 최고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플래그십 세단 시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G90의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G90의 스포츠 모드 활성화 모습

실제 주행에서 ESEV의 효과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돋보였다. 특히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엔진 회전수 3,000rpm을 넘기면 확연하게 달라진 소리가 들린다. 사실 아무리 잘 다듬었다고 해도 원래 엔진과 배기 계통에서 나는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맞출 수 있으나, 변속이 되거나 도로가 오르막으로 바뀌어 엔진 부하가 커졌을 때는 이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소리의 질감과 크기, 종류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ESEV는 이런 상황에서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특히 변속이 될 때 소리의 변화가 커 확실한 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불쾌한 변속 충격 없이 소리만으로 기어 단수가 바뀐 것을 알게 되는 것이 특이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G90의 2열 모습

G90의 새로운 엔진과 ESEV 기능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만 좋은 것이 아니다. 당연히 뒷자리에 앉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 출력이 높아지면 소음과 울컥거릴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뒷좌석 탑승자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행 모드를 쇼퍼로 바꾸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쇼퍼 모드에서는 우선 에어 서스펜션이 컴포트 모드 대비 앞쪽이 6mm 더 높아진다. 별것 아닌 차이 같아도 차 앞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한층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데에는 충분한 높이다. 노면이 좋지 않아 차고가 올라갈 때는 컴포트 모드와 같이 앞뒤 모두 25mm가 높아지지만, 고속에서 가장 낮은 상태가 될 때 기준 높이보다 12mm만 낮아진다. 컴포트 모드가 20mm 내려가는 것에 비하면 8mm가 높은데, 이 역시도 충격을 흡수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부드럽게 반응하는 엔진과 브레이크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뒷자리를 위한 차로 탈바꿈한다. 

주행 중인 G90 전면부

쇼퍼 모드에서는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도 진가를 발휘한다. 사실 G90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흡음재와 실링 구조를 적용했다. 덕분에 정차해 있을 때는 전기차 수준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달리면서 타이어가 노면과 닿으며 섀시를 울려 발생하는 저주파 공진음은 쉽게 처리가 불가능한 부분이다.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은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통해 이런 충격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저음 영역의 소리와 상쇄할 소리를 미리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등이 직접 잡음을 마이크로 감지해 반대되는 소리를 내는 것과는 원리가 다른, 훨씬 적극적인 대응법을 가진 소음 제어 기술이다. 이와 같은 기술 덕분에 G90는 뒷자리 승객이 더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G90, 제네시스 최신 기술이 집약된 플래그십 세단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서 있는 G90

풀사이즈 플래그십 세단은 운전석에 앉건 뒷자리에 앉건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점에 오른 차를 제대로 느끼려면 많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냥 조용하고 잘 달리는 차’라고 여기며 편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술은 때때로 작동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G90처럼 브랜드가 가진 최신 기술이 모두 투입된 플래그십 모델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간 모델이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 플래그십 세단을 소유하고 탄다는 것은 이런 결과를 마음껏 누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 모은 기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았다. 지금은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사진.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