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EV 콘셉트 45 현대차의 EV 콘셉트 45

2020.11.25 현대자동차그룹 분량4분

아이오니티와 손잡은 현대·기아차, 유럽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시동

전기차 초고속 충전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업체인 아이오니티(IONITY)와 현대·기아차의 협력 사례를 통해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봤다.

현대차의 EV 콘셉트 45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의 등장과 초고속 충전 설비 구축으로 짧은 시간 충전 후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시대가 온다. 사진은 현대차의 EV 콘셉트 45

지난해 9월 현대·기아차는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1년여 만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를 최종 승인하며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니티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니티 공동 설립을 추진한 BMW그룹, 다임러 AG, 폭스바겐그룹, 포드 등 4개 완성차 업체와 동일한 지분을 획득하며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아이오니티의 마이클 하제쉬(Michael Hajesch) CEO는 현대·기아차가 아이오니티의 전략 파트너가 된 것을 환영하며, “아이오니티와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표준을 만들기 위해 e-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대의 필수 요건, 초고속 충전

아이오니티의 초고속 충전 설비

초고속 충전 설비의 확대는 전기차 충전의 편의성을 높여 전기차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출처: 아이오니티 공식 홈페이지)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 ‘2020 전기차 전망(Electric Vehicle Outlook 2020)’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연간 판매량이 수천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2019년에는 약 200만 대의 판매를 기록했고, 2023년이면 판매량이 최대 61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체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초고속 충전 기술이다.

현재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내연기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상대적으로 충전소는 더 부족하게 되고, 충전 시간뿐만 아니라 충전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초고속 충전 기술의 도입과 인프라 구축은 필수다. 초고속 충전 기술을 도입할 경우, 전기차 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현재보다 전기차 이용자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다. 또한 하나의 충전소가 단위 시간당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의 수도 늘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도 더 효과적이다.

유럽에 초고속 충전 설비를 도입하는 아이오니티

아이오니티의 초고속 충전 설비 현황을 유럽 지도에 표기한 모습

초고속 충전 설비 인프라를 구축 중인 아이오니티는 현재 유럽 주요 고속도로 내에 298개의 초고속 충전 설비를 구축했다 (이미지 출처: 아이오니티 공식 홈페이지, 2020년 11월 10일 기준)

현대·기아차가 전략 투자를 단행한 아이오니티는 지난 2017년 BMW그룹, 다임러 AG, 폭스바겐그룹,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설립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 합작 법인으로 유럽 24개국을 관통하는 주요 고속도로 내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친환경 350kW 충전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298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건설 중인 53개소를 포함해 2022년까지 총 400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니티가 구축 중인 초고속 충전소는 유럽 주요 고속도로 내 약 120km 간격으로 설치되고 있다. 짧은 거리 내에 다수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해 전기차 충전소 접근성을 높이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장거리 여행객의 전기차 사용 편의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아이오니티가 구축하는 350kW 초고속 충전 설비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내년부터 출시하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와 함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400V급 전압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배터리 용량 64kW 기준)를 50kW~150kW급 급속 충전기로 80%까지 충전하는 데 1시간 내외가 소요되는데, 향후 출시될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가 350kW 초고속 충전 설비를 이용해 충전할 경우 18분 이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 전기차 충전 시간보다 대폭 짧아지는 것이다. 본격적인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전기차 충전 편의성을 높여줄 350kW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오니티 투자로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청신호 켠 현대·기아차

앱을 사용해 아이오니티 충전 설비를 이용하는 모습

아이오니티의 전략 파트너가 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구입한 고객은 아이오니티가 구축하는 유럽 내 초고속 충전 설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미지 출처: 아이오니티 공식 홈페이지)

유럽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전기차 판매 지역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9월 유럽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6만 2,27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 3,276대)과 비교했을 때 87.1% 증가했다. 유럽에서 지난해 9월까지 집계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2만 2,816대로, 올해 같은 기간 3만 5,578대를 기록해 55.9%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만 460대를 기록한 기아자동차의 전기차는 올해 2만 6,698대가 판매돼 155.2% 증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아이오니티의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유럽 고속도로 전역에 설치된 아이오니티의 초고속 충전 설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오니티의 충전 설비는 유럽 전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접근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높은 편의성을 가져다준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는 2021년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800V 충전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아이오니티와의 협력은 향후 더 큰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초고속 충전 편의성을 기반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토마스 쉬미에라(Thomas Schemera)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함으로써 유럽에서 가장 큰 초고속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의 일원이 됐다”며, “현대차는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친환경차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북미에도 등장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현대차의 하이차저 충전 설비

현대차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설치한 초고속 충전기 ‘하이차저’

한편,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북미에도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구축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충전소 2기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으며, 향후 전국적으로 설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북미에서는 폭스바겐 그룹이 태양광 전기차 충전소 제공업체인 ‘EA(Electrify America)’와 협력을 통해 올해 6월 미국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테스트장에 초고속 충전기 설치를 완료했다. 해당 충전소에는 50~350kW를 사용하는 25대의 충전기가 설치됐고, EA는 이를 시작으로 미국 내 초고속 충전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 탑재한 전기차의 등장

현대차의 아이오닉 라인업(좌), 기아의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우)

한편, 유럽의 아이오니티를 비롯해 우리나라, 북미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 350kW급 초고속 충전 설비 인프라가 구축되며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IONIQ)의 첫 번째 모델로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아이오닉5를 2021년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5는 전기차 콘셉트카 ‘EV 콘셉트 45’를 기반으로 한 준중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이며, 2022년에는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를 기반으로 한 중형 세단 전기차가, 2024년에는 대형 SUV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차 역시 2021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CV를 시작으로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차세대 전기차를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23개의 전기차를 출시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해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