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9 현대자동차그룹
주행 중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음이 차량 실내로 유입됩니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크게 공기 전달 소음과 구조 전달 소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중 공기 전달 소음은 공기를 매개체로, 구조 전달 소음은 차체 진동을 매개체로 하여 실내로 전파되는 소음을 의미합니다. 공기 및 구조 전달 소음을 저감하기 위해 활용되는 4가지 방법 중 모든 자동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음향 재료의 사용이 이번에 소개할 주제입니다.
흡차음 기술의 핵심은 음향 재료에 있습니다. 운전자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의 곳곳에는 흡차음 부품이 적용돼 있습니다. 다공성 음향 재료로 제조되는 흡차음재는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비용 효율, 성능 등을 고려해 PET 부직포, 초극세사, 우레탄폼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차량당 약 20kg 내외의 음향 재료가 적용되므로, 결코 적은 양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소음 저감 시 고려할 소음원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실내로 유입되었으나, 엔진이 사라진 전기차에서는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가 주요 소음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의 고출력 모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소음이 새로운 소음원으로 지목되고 있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음향 재료의 투입 공간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습니다.
정숙성을 높이려면 음향 재료의 사용량을 늘려야 하고, 차량의 연비를 고려하면 음향 재료의 사용량을 줄여 차량을 가볍게 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음향 재료의 사용량을 늘려 실내 소음의 저감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실내 공간의 확보를 위해 재료의 두께를 줄이면서 소음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상반되는 니즈를 모두 잡아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마이크로 스케일 접근법(Micro Scale Approach)을 시도했습니다.
마이크로 스케일 접근법은 음향 재료의 미세 구조를 변경하여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이 접근법의 기반은 1950년대 ‘Biot’라는 인물이 제안한 이론으로, 간략히 표현하면 음파가 다공체의 프레임 및 포어(pore)와 상호작용하여 결국 열에너지로 변환 후 소산된다는 이론입니다.
마이크로 스케일 관점에서 소음의 소산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공기 진동의 일종인 음파는 다공체에 진입했을 때 프레임과 포어(pore) 내의 유체 거동(Fluid Behavior)으로 인해 열에너지로 소산됩니다. 음향 임피던스로 인해 음파는 열에너지로 소멸되며, 이 과정을 Biot가 수학적으로 모델링을 한 후, Allard 등에 의해 보완됐습니다. 결국 이러한 음향 임피던스는 다공체의 미세 구조와 연계되어 있고, 이는 미세 구조를 변경하면 흡음 성능도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ET 섬유는 섬유계 자동차 음향 재료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높은 내열성을 가져 열 성형이 가능하고, 대량 생산 또한 가능해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숙성을 높이고 재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고효율, 고성능의 PET 섬유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최초에는 섬유 직경을 수정하는 미세 구조 변경을 시도했으나, 성능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섬유의 단면을 변경해보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매끄러운 단면이 아닌 톱니바퀴 형태로 설계해 음파와의 마찰 효율을 끌어올리는 표면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시제품을 제조하여 흡음 성능을 비교한 결과, 기존 섬유 대비 10% 이상 흡음률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형도(형상이 원형에서 얼마나 멀어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가장 높은 8엽형은 20% 이상의 흡음률 개선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섬유의 단면 구조를 변경함으로써 음파와 프레임과의 점성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표면적을 증가시키고, 섬유 간의 포어 구조가 변경되면 음향 특성도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폴리우레탄 폼은 폴리올과 이소시아네이트, 그리고 각종 첨가제를 혼합 발포하여 제조되는 오픈 셀 구조의 음향 재료로써, 적은 중량 대비 우수한 흡음 성능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흡음 성능이 뛰어난 이유는 셀이라는 독특한 미세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인데, 우레탄 폼 역시 성능 요구 수준이 상향됨에 따라 매년 밀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마이크로 스케일 접근을 위해 우레탄 폼의 미세 구조인 셀을 살펴보면, 프레임과 포어로 형성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셀은 음파가 유체상으로 전달되는 윈도우라는 요소가 있으며, 프레임과 포어의 기하학적 구조에 따라 음파의 거동은 변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음파의 거동은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며, 이를 활용해 최적의 미세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우레탄 폼은 발포 과정 중 미세 입자를 첨가해 셀의 기하구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탄소나노튜브를 배합해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총 네 가지 사양의 CNT를 우레탄 배합에 첨가해 흡음률을 검증한 결과, 사양에 따라 흡음률이 상이했으며 800kHz 이하 대역은 모든 사양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음의 파장이 긴 저주파 대역은 미세 구조의 영향을 덜 받고, 파장의 길이가 짧은 고주파 대역은 셀의 기하구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CNT 함량에 따른 흡음률 변화를 살펴보면, 0.3% 이상 첨가 시에만 흡음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차량의 정숙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우레탄 폼 기하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멜트 블로운 섬유는 PET 섬유 대비 중량이 가볍고, 흡음 성능은 매우 우수한 재료입니다. 흡음 성능이 없는 플라스틱 부품의 보조재로 많이 사용되는 극세사 섬유이며, 다른 흡음재와 마찬가지로 요구 성능이 높아지고, 중량 또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멜트 블로운 섬유의 미세구조 변경을 위해 기존 극세사 대비 직경을 50% 축소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음파와 마찰할 수 있는 섬유의 개체수를 증가시키고, 불규칙한 섬유 구조체를 섞음으로 인해 공기층이 확장됩니다. 미세구조의 변경을 통해 음파와의 마찰을 증가시켜 소음을 저감하는 방식으로, 앞서 말씀드린 방식들과 같은 원리입니다.
섬유의 극세화를 통해 흡음률을 확인해본 결과, 위 그래프와 같이 섬유가 극세화 될 수록 흡음률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세 기하구조 변경으로 흡음률이 개선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마이크로 두께 수준이 아닌 나노 스케일 두께의 전기방사 섬유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나노 스케일의 멜트 블로운 섬유는 흡음률 향상, *박육화 측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아직까지는 고가의 전기방사 설비, 낮은 생산용량 등으로 음향 재료로의 상용화는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박육화: 두께를 감소시켜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방법
현대차그룹에서 연구개발을 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개발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연구하고, 개발한 제품이 실제 차량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곤 합니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 사례들은 제네시스 G80, 기아 K9, 현대차 아이오닉 5에 적용되었고, 소음이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숙성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지만, 흡음재는 줄여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 스케일 접근법을 활용한 개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차량의 실내 소음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의 등장으로 과거와는 다른 소음 환경에 직면했으며,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 및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진보한 소음 제어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주행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이정욱 책임연구원
자동차 소음 저감을 위한 흡차음 재료 개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흡차음재의 정교한 튜닝을 위해 재료 가상 설계 등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