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2023.03.20 현대 모터스포츠팀 분량7분

[2023 WRC 3R]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 고난의 멕시코 랠리에서 막판 뒤집기로 2위

고지대의 거친 노면과 희박한 공기, 높은 기온으로 유명한 멕시코에서 WRC 제3전이 열렸다. 많은 참가자들이 쓴맛을 본 가운데 티에리 누빌은 최종 스테이지에서 0.4초 차이로 2위를 차지해 타이틀 경쟁의 시동을 걸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WRC는 유럽을 떠나 지구 반대편 남미로 날아갔다. 몬테카를로의 얼어붙은 아스팔트, 스웨덴의 눈밭을 헤치고 질주한 선수들은 이제 멕시코 고산지대의 무더위와 거친 자갈길을 마주했다. 제3전 멕시코 랠리는 시즌 첫 그레이블(비포장도로) 랠리. WRC 캘린더에서 가장 많은 비중(13전 중 8전)을 차지하는 비포장길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했는가에 따라 챔피언 타이틀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기에 중요한 승부처라고 할 수 있다.


1979년 처음 시작해 2004년부터 WRC의 일원이 된 멕시코 랠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고 지난 2년간 캘린더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으나, 올해는 WRC 편입 20주년에 맞추어 복귀할 수 있었다. 랠리 본부는 이번에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 400km에 위치한 레온(Leon)에 자리를 잡았다. 멕시코에서 5번째로 큰 도시 레온은 1998년부터 멕시코 랠리의 거점이 되어왔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멕시코 랠리는 거친 비포장 노면과 높은 기온, 흙먼지 등 험난한 코스로 유명하다

3년 만에 돌아온 멕시코 랠리는 참가자와 관중 모두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다만 1년짜리 계약이라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 코스 구성은 2020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도시 과나후아토(Guanajuato)에서의 오프닝도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근 산과 구릉지대를 누비는 스테이지는 험난한 자갈길과 30℃에 육박하는 높은 기온, 시야를 가로막는 흙먼지 등 랠리카의 내구성, 도전자들의 인내심과 도전정신을 극한까지 시험한다. 게다가 평지라고 해도 해발 2,000m, 최대 2,800m에 달하는 높이 때문에 공기 밀도가 낮아 엔진 출력은 25%나 줄어든다. 


랠리1은 하이브리드 구동계라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가 덜하다. 멕시코를 처음 달리는 랠리1이 어느 정도의 스피드를 보여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모터와 배터리는 고지대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기존 월드랠리카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터 파워 매핑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반대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고지대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만큼 각 팀은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 테스트에 총력을 기울였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멕시코 랠리는 험준한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과 열정적인 랠리 팬들의 열기가 가득한 곳이다

멕시코 랠리의 역대 우승컵은 세바스티앙 로브(Sébastien Loeb)와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가 각자 6번씩 가져갔다. 가장 최근 우승자는 2020년의 오지에.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경기도 예정보다 빠른 토요일에 마무리해야 했다. 올해의 스테이지 구성은 2020년 경기와 비슷하며, 23개 스테이지 합산 320.23km에 이동 구간 합산 총 주행 거리도 971.32km로 다른 랠리에 비해 짧은 편이다. 반면에 높은 고도와 기온, 거친 노면 등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올해는 서비스 파크 안에 2.83km의 단거리 스테이지(Distrito Leon Mx Rock & Rally)를 마련했고, 채석장에 새롭게 마련한 3.84km짜리 코스(Las Dunas Superspecial)와 2020년에 준비했다가 미처 달리지 못했던 산디에고(San Diego) 스테이지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과 코드라이버의 모습

티에리 누빌을 비롯해 에사페카 라피, 다니 소르도가 멕시코 랠리에 출전했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 다니 소르도(Dani Sordo)로 드라이버진을 꾸렸다. 스웨덴에서 더블 포디엄을 차지했던 현대팀은 기세를 이어 멕시코에서 시즌 첫 번째 승리를 차지하고자 했다. 개막전부터 꾸준히 포디엄에 오르고 있는 누빌은 멕시코에서 최고 3위(2013, 2014, 2017년)까지 오른 바 있다. 경기를 앞둔 누빌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멕시코 랠리는 아름다운 나라와 열정적인 관중들이 있는 대단한 이벤트로 개인적으로도 크게 기대하는 경기입니다. 이번 시즌 첫 그레이블 랠리인 건 물론, 무덥고 고도가 높아 랠리카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올바른 하이브리드 매핑으로 파워를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최적의 트랙션을 확보하도록 세팅하고, 정확하게 운전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번 대회의 목표는 상위권 경쟁 및 포디엄 등극입니다.” 


몬테카를로 개막전에 이어 이번 시즌 2번째 출전인 소르도는 2018년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접전을 벌여 2위로 경기를 마쳤던 기록을 보유 중이다. 현대팀 선수 중 멕시코 랠리 통산 기록이 가장 좋은 셈. 한편, 현대팀 합류 후 아직 포디엄에 오르지 못한 라피는 지금까지 멕시코 랠리에 3번 출전했으나, 한 번도 득점권에 들지 못했다. M-스포트 포드 소속이었던 2020년에는 경기 초반 경주차 화재로 인해 리타이어했다. 

멕시코 랠리에서 경주차를 정비하고 있는 현대 월드랠리팀의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은 멕시코 랠리에서의 승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도요타팀에서는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 엘핀 에반스(Elfyn Evans),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팀 포인트를 담당하고,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는 4번째 차를 탄다. 첫 멕시코 출전인 가츠타는 세미 팩토리 드라이버로 팀 포인트에서는 제외다. 은퇴 후 파트타임 출전 중인 오지에는 통산 6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역 선수 가운데 멕시코에 가장 정통하다. 게다가 가장 최근 우승했던 2020년과 스테이지 구성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M-스포트 포드팀은 스웨덴 우승으로 기세가 오른 오트 타낙(Ott Tänak)과 이번이 멕시코 첫 도전인 피에르-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를 엔트리했다. 여기에 외부 드라이버인 조던 세르데리디스(Jourdan Serderidis)를 더해 3대의 푸마 랠리1을 준비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서포트 경기인 WRC2 클래스에서는 주요 선수들이 대부분 참전했다. WRC2는 전체 시즌 가운데 7개 경기만 참가하면 되기 때문에 드라이버 참가는 랠리마다 제각각이다. 이번에는 지난해 WRC2 챔피언 에밀 린드홀름(Emil Lindholm)을 비롯해 랠리1에서 내려온 거스 그린스미스(Gus Greensmith),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 카에탄 카에타노비치(Kajetan Kajetanowicz)가 참가했다. 그밖에 체코 출신의 베테랑 마틴 프로코프(Martin Prokop)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였으며, 칠레의 조르게 마르티네즈(Jorge Martínez Fontena), 페루의 에두아르도 카스트로(Eduardo Castro) 등 현지 강자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멕시코 랠리의 오프닝 스테이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서 깊은 도시 과나후아토에서 열렸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목요일 오전, 레온 인근에 마련된 5.5km짜리 쉐이크다운 스테이지에서는 현대팀과 도요타팀의 핀란드 라이벌, 라피와 로반페라가 가장 빨랐다. 라피는 4번째 주행에서 3분 44초 4로 로반페라와 같은 시간을 기록했다. 그 뒤로 오지에, 소르도, 에반스, 누빌, 타낙 순이었다. 


목요일 저녁 오프닝 스테이지는 과나후아토에 마련되었다. 레온과 그리 멀지 않은 과나후아토는 16세기 중반 스페인이 은광을 개발하기 위해 조성한 도시로, 멕시코 독립운동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여러 번의 홍수를 겪으면서 파괴된 잔해 위로 계속 건물을 짓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건축물, 알록달록한 색채로 가득한 과나후아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저녁 8시, 도시 전체가 관중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멕시코 랠리의 시작을 알리는 SS1~SS2가 시작되었다. 1.12km의 짧은 스테이지를 두 번씩 달리는 코스로, 포인트 리더인 오트 타낙이 가장 빨라 종합 선두로 올라섰고 로반페라, 라피, 누빌, 오지에, 에반스, 소르도, 루베가 뒤를 이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멕시코 랠리에 참가한 선수들을 애먹이는 환경은 거친 노면, 흙먼지, 높은 기온, 높은 고도로 인한 희박한 공기 등이다

3월 17일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그레이블 스테이지가 펼쳐졌다. 길이 험하긴 해도 스테이지 대부분이 도심과 가까워 이동 구간은 짧은 편이다. 엘 초코라테(El Chocolate, 31.45km)를 시작으로 오르테가(Ortega, 15.61km), 라스 미나스(Las Minas, 13.61km)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서 달린 후 레온 인근에 마련된 2개의 단거리 스테이지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자갈 채석장을 활용한 SSS9 라스 듀나스(Las Dunas, 3.84km)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쳐 모두 4번을 달리게 된다. 금요일은 SS3~SS10 8개 스테이지 합산 128.01km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멕시코 랠리에 참가한 선수들이 사고를 겪은 모습

멕시코 랠리 첫날부터 여기저기에서 사고가 속출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오프닝인 SS3 엘초코라테는 멕시코 랠리를 대표하는 스테이지 중 하나로 수천년 전부터 카카오를 재배해 온 곳. 카카오 원산지인 멕시코다운 지명이다. 첫날을 선두로 산뜻하게 시작했던 타낙은 챔피언십 포인트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달리며 노면 청소를 도맡아야 한다. 그런데 타낙이 갑자기 코스 중간에 차를 세우더니 보닛을 열었다. 터보차저 문제로 7분 가까이 허비한 타낙은 선두권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하지만 M-스포트 포드의 불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루베가 바위를 들이박은 데 이어 세르데리디스마저 서스펜션이 부서져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금요일 오프닝을 잡은 것은 라피였다. 오지에와 톱타임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선두 싸움을 이어갔다. 

멕시코 랠리에 참가한 선수들이 어려운 코스 때문에 애를 먹는 모습

사전 주행 때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장애물 탓에 선수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SS4 오르테가에서는 레키(페이스 노트 작성을 위한 사전 주행) 때 없었던 장애물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이 당황했다. 속도가 높은 구간, 깊게 움푹 파인 곳이 그늘에 가려져 있어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로반페라는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누빌의 차는 잠시 하이브리드가 작동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금요일 아침 선두로 나선 라피는 5개 스테이지 톱타임을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오지에가 0.3초까지 추격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5.3초 차이로 금요일을 마무리했다. 오지에와 에반스가 2, 3위. 누빌이 에반스 9.7초 뒤에서 바싹 뒤따랐다. 오전까지 종합 4위였던 소르도는 뒷타이어 펑크로 로반페라 뒤 6위로 밀려났다. 한편 가츠타는 SS5에서 고속 코너를 벗어나 5m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멕시코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멕시코 랠리에 참가한 선수들이 어려운 코스 때문에 애를 먹는 모습

금요일까지 선두를 달리던 현대 월드랠리팀의 에사페카 라피는 불운의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도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9개 스테이지로 구성된 토요일은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128.61km에서 경기를 치렀다. 오프닝 스테이지인 SS11 이바릴라(Ibarrilla)에서 현대팀에 불운이 닥쳤다. 선두를 달리던 라피가 스핀하며 전봇대를 들이박아 차 뒷부분이 대파되고 엔진룸에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 중반을 넘어서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주저앉았던 스웨덴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된 것. 게다가 파손 정도가 심한 탓에 토요일 리타이어 처리된 것은 물론, 추가 포인트를 노릴 수 있는 일요일 파워 스테이지에도 나갈 수 없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티에리 누빌은 현대 월드랠리팀의 마지막 희망을 밝히기 위해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로써 선두로 올라선 오지에는 멕시코 역대 최다승 기록(7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에반스가 2위, 누빌이 3위로 바싹 따라붙었다. 현대팀의 선두가 된 누빌은 이어진 SS12와 SS13, SS14를 연속으로 잡으면서 2위 에반스와의 거리를 9초가량까지 좁혀 나갔다. 오프닝 이바릴라를 다시 달리는 SS15는 오전 사고의 영향으로 취소되었지만 누빌은 SS17에서도 가장 빨랐다. 

멕시코 랠리에 참가한 선수들이 어려운 코스 때문에 애를 먹는 모습

험난한 주행 환경의 멕시코 랠리는 많은 선수들의 능력을 다시금 시험하는 자리였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이제 선두 오지에보다는 에반스와 누빌의 2위 싸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금요일을 마친 후 9.7초였던 둘의 시차는 토요일 종료 시점에 4.3초까지 줄었다. 4위 로반페라와 5위 소르도는 앞뒤로 멀찍이 떨어져 있어 자력으로 포디엄에 올라가기는 힘든 상황. 랠리1 출전자들의 잇따른 사고 덕분에 WRC2 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득점권에 올라왔다. 그린스미스, 포모, 린드홀름, 솔베르그, 카예타노비치가 6~10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티에리 누빌은 도요타팀 엘핀 에반스와 경기 끝까지 엎치락뒤치락 우열을 가렸다

3월 19일 일요일. 이날은 반복 없는 4개 스테이지 61.37km 구간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비교적 여유로운 선두 오지에와 달리 에반스와 누빌의 2위 싸움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누빌이 오프닝 SSS20 라스 듀나스 채석장을 잡으며 선공에 나섰다. SS21 오타테스(Otates)에서는 에반스가 반격하며 다시 시차를 5.8초로 벌려 응수했다. SS22 산디에고에서 누빌은 다시 톱타임을 기록하며 2.7초 차로 바싹 따라붙었다. 이제 남은 것은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9.58km의 SS23 엘브링코(El Brinco) 하나뿐. 


오지에가 마지막까지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종합 우승을 손에 넣었다. 라피의 리타이어로 선두에 오른 오지에는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우승을 향해 독주할 수 있었다. 최종 파워 스테이지에서 5점까지 챙겨 시즌 파트 타임 출전자(현재까지 3경기 중 2경기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만 30점을 쓸어 담는 등 총 56점을 보유해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로 올라섰다. 

누빌은 SS23에서 에반스를 불과 0.4초 차이로 밀어내고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초반 5~6위권이었던 누빌은 다른 선수들이 사고와 펑크에 주저앉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순위를 올려 나갔다. 게다가 멕시코 랠리에서 타낙과 로반페라의 부진으로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는 오지에보다 3점 뒤처진 2위. 오지에가 파트 타임 출전자임을 감안하면 챔피언십 주요 경쟁자 가운데서는 누빌이 가장 앞선 셈이다. 


3위를 기록해 시즌 첫 포디엄에 선 에반스는 서스펜션 손상으로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힘을 쓰지 못 했다. 로반페라, 소르도가 4위와 5위. 그린스미스가 6위에 오르며 WRC2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린드홀름과 솔베르그가 7, 8위로 뒤를 이었다. 타낙은 9위로 간신히 턱걸이했으며 카에타노비치가 득점권을 마무리했다.


멕시코 랠리에서 2위를 거머쥔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의 모습

티에리 누빌은 0.4초 차이로 멕시코 랠리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멕시코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 i20 N 랠리1의 모습

현대 월드랠리팀은 지난 시즌 좋은 추억을 가진 크로아티아 랠리를 대비해 다시 한번 의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제 유럽으로 돌아가 4월 20~23일 크로아티아에서 있을 시즌 첫 타막 랠리를 준비한다. 동유럽의 한적한 시골길은 포장도로라고 해도 매우 비좁고, 손상된 노면과 점프 등 드라마틱한 요소로 가득하다. 게다가 툭하면 쏟아지는 폭우는 타이어 전략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 시즌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누빌과 타낙의 활약에 힘입어 더블 포디엄을 차지했던 현대팀은 이번 시즌에도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글. 이수진(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2023시즌 멕시코 랠리 결과를 보여주는 드라이버 및 팀 순위 점수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