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5 현대트랜시스
자동차의 실내는 점점 머무르기 편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탑승자가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 업무, 영상 및 음악 감상, 게임, 취침 등 자동차에서 하는 활동도 보다 다양해졌습니다. 자연스레 자동차 실내 공간 크기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졌습니다. 넓은 실내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커진 것이죠.
그렇다고 무작정 공간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은 여러 부분을 개선해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트가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트를 축소하면 쿠션 두께도 얇아져 착좌감이 악화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넓은 공간을 위해 편안함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죠.
현대트랜시스가 개발한 ‘에르고 모션 시트’는 기술로 이와 같은 딜레마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내부에 공기주머니를 더해 탑승자를 편안하게 받칩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시트 부피는 줄이고, 편안함은 더하고자 하는 고민 끝에 완성됐습니다. 현대트랜시스 시트기능설계팀 여성윤 연구원은 에르고 모션 시트의 개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세대 G80(현대차 제네시스, BH)의 시트는 쿠션이 두꺼운 편에 속했습니다. 이후 2세대 G80(DH)는 시트 쿠션 두께를 줄이는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덕분에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트가 딱딱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3세대 G80의 시트를 개발할 때는 2세대와 같은 두께를 유지하면서 편안함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기주머니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여성윤 연구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트를 편안하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두껍고 푹신한 쿠션을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내 공간과 더불어 탑승자의 머리 위 공간을 확보하려면 시트 쿠션을 두껍게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바닥이 높아져 머리 위 공간 확보에 더 불리합니다. 따라서 쿠션부 패드의 두께를 줄이되 편안함을 보완할 아이디어가 필요했죠. 고민을 거듭하다 찾은 해결책이 바로 공기주머니였습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바닥 쿠션에 2개, 등받이에 3개, 양쪽의 사이드 볼스터에 1개씩 총 7개의 공기주머니를 답니다. 필요에 따라 주머니의 공기량을 제어해 탑승자의 자세를 조절하죠. 현대트랜시스는 탑승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공기주머니 제작에 큰 공을 들였습니다. 플라스틱 계열의 소재와 레이저 결합 방식으로 강도와 내구성을 모두 확보한 것입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자체 시험 결과 130㎏의 부하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이런 성능을 위해서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공기주머니만으로 시트를 만든다면 탑승자의 체중 등 압력 정도에 따라 공기주머니의 모양이 바뀔 것입니다. 따라서 현대트랜시스는 공기주머니가 부풀 때 모양을 잡아주는 일체형 지지대를 제작했습니다. 지지대는 탑승자의 체형이나 체중에 따라 눌리는 정도가 달라도 공기주머니가 항상 균일한 모양으로 탑승자를 지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에는 세계 최초로 탑승자가 원하는 쿠션감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되었습니다. 시트 쿠션부의 공기주머니는 10mm 정도, 등받이의 공기주머니는 최대 30mm 정도 부풀게 되어 있는데, 각 부위를 탑승자가 원하는 정도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능은 시트 측면의 스위치로 조절할 수 있으며 AVN 모니터와도 연동됩니다. 작동 부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에 적용된 세계 최초 기술은 또 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 설정에 맞춰 공기주머니의 크기를 조절해 착좌 자세를 바꾸는 드라이브 모드 연동 기술이죠.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사이드 볼스터 측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2초간 주입해 탑승자의 옆구리를 단단하게 붙잡고, 시트 쿠션의 공기주머니는 공기를 빼서 운전자가 더 낮은 자세로 운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드라이브 모드를 다시 노멀로 바꾸면 작동 전 입력값에 맞춰 자세를 되돌립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장거리 주행의 편안함입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주행 시 운전자가 피로를 느끼는 요소 중 하나는 ‘시트 꺼짐 현상’입니다. 시트 속 쿠션이 지속적으로 눌려 평소보다 더 아래로 앉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에르고 모션 시트에서는 이런 일이 없습니다. 이에 대한 여성윤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의 스마트 자세 보조 기능은 주행 1시간 이후 작동합니다. 승객이 시트 벨트를 착용하면 신호를 수신하는데, 해당 신호 시점이 기준입니다. 스마트 자세 보조 기능이 작동하면 시트 등받이와 쿠션부의 공기주머니가 부풀고 꺼짐을 반복합니다. 일반적인 시트는 오래 앉으면 시트 속 패드가 눌려 살짝 아래로 꺼진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시트를 살짝 부풀려 이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한편, 에르고 모션 시트에는 공기주머니를 이용한 마사지 기능도 있습니다. 강도, 부위, 작동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어 취향대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윤 연구원은 에르고 모션 시트의 효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이와 같은 기능을 적용한 에르고 모션 시트는 허리 부위 피로 및 스트레스 완화 인증을 받았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협업해 에르고 모션 시트의 시스템 작동 전/후 탑승자의 신체 피로도 완화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뇌파, 근전도 등 임상검증 장비를 이용해 평가를 진행하였으며, 에르고 모션 시트 기능의 작동 전/후 탑승자의 스트레스 해소, 엉덩이부의 피로도 개선, 허리부의 피로도 개선 등 다양한 효과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트를 제작할 땐 안전성과 내구성의 검증 또한 필요합니다. 충돌 시 탑승자를 지키는 동시에 오랜 작동에도 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르고 모션 시트 역시 혹독한 시험 과정을 거쳤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에르고 모션 시트의 충돌평가를 통해 승객의 안정성을 확인했으며, 10년의 보증기간에 맞춰 내구성능 평가 시험기준을 14만 회로 높였습니다. 해외 경쟁사들의 내구성능 평가 시험기준이 10만 회라는 걸 감안하면 무려 40%나 높은 수치인 셈입니다.
물론 내구성능 평가에선 컨디션 유지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시트 쿠션부는 탑승자가 승하차를 반복하면서 가장 먼저 주름이 지는 부위입니다. 그리고 마찰로 인해 표면의 내구성 또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에르고 모션 시트는 내구성능 평가 시험 14만 회를 완료 후에도 시험 전과 같은 성능과 외관 품질을 보여줬습니다.
이와 같이 실내 공간의 제약이라는 난제를 기술로 해결하며 편안함까지 더한 에르고 모션 시트는 2022년 9월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사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습니다. 장영실상의 이름은 조선 세종시대 발명가 장영실에서 따온 것이며, IR52의 IR은 산업연구(Industrial Research)를, 52는 1년 52주간 매주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에 주어지는 상을 받았다는 것은 에르고 모션 시트의 혁신성을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르고 모션 시트를 다른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트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국내에서 가장 오래, 가장 다양한 자동차의 시트를 다루고 있는 전문업체 중 하나인 ‘루가시트’를 찾았습니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시트를 개조하고, 제작까지 하는 루가시트의 이문용 실장은 지금까지 수천 가지의 시트를 경험했습니다. 그에게 수입 브랜드의 공기주머니를 적용한 시트와 에르고 모션 시트의 차이점을 물었습니다.
“수입차에도 공기주머니가 달린 시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트의 경도나 형상에 불편을 느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에르고 모션 시트는 불편을 느끼는 분들이 적은 편입니다. 주 사용자의 체형이 다르니 설계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죠. 국내외 다양한 차종의 시트를 다뤄본 결과 국내 소비자 체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 현대차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주머니의 위치 등이 수입차와 다르거든요. 소비자들을 배려한 세심한 기능도 더 많고요.”
이문용 실장은 현대차그룹 시트의 또 다른 장점으로 내구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시트를 개조하는 전문업체의 입장에서 봐도 현대차그룹, 특히 제네시스의 시트는 내구성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환경이나 관리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연식이 비슷한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트와 비교하면 제네시스 시트의 촉감과 쿠션 컨디션이 더 좋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차이가 편안함을 만드는 것이죠.”
현재 에르고 모션 시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여러 모델 외에도 현대차 그랜저, 기아 K8 등 다양한 모델에 쓰이고 있으며 향후 적용 모델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모든 에르고 모션 시트의 구조는 같습니다. 차급에 따라 쿠션 두께, 가죽 재질, 퀼팅 여부 등의 사양은 다를 수 있지만 공기주머니를 조절해 탑승자의 편안함을 유지하는 본질은 그대로인 것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에르고 모션 시트를 발판삼아 더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탑승자의 체형과 자세에 맞춰 자동으로 공기주머니를 조절해 탑승자의 체형을 올바른 자세로 유지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죠. 해당 기술에 내비게이션과 같은 주행 데이터를 연동하면 상황에 맞춰 미리 대응하는 시트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래의 자동차가 어떤 모습일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이며, 시트의 중요성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모빌리티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이 더 각광받게 될지도 모르죠. 한층 편안한 이동 경험을 위해 매번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트랜시스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