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달리는 로보라이드 모습 도심을 달리는 로보라이드 모습

2023.03.08 현대자동차그룹 분량6분

자율주행 시대를 엿보다, 현대차그룹 로보라이드 체험기

자율주행은 우리의 삶을 예상보다 더 윤택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카 헤일링 시범서비스 ‘로보라이드’를 체험하고 든 생각입니다.

건물 앞에 서있는 로보라이드의 모습

자율주행 기술은 완성도에 따라 단계(레벨)로 구분됩니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의 분류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죠. 레벨 1은 운전자보조, 레벨 2는 부분자동화로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합니다. 레벨 3은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특정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 레벨 4는 고등 자율주행으로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레벨 5는 운전자의 개입이 없어도 되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건물 앞에 서있는 로보라이드의 측면 모습

현대자동차그룹은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카 헤일링 시범서비스 ‘로보라이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의 실증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2022년 6월에 시작한 카 헤일링 시범서비스 ‘로보라이드’가 강남구 일대에서 현대차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2022년 11월에는 차량 대수를 늘리고, 복수의 카 헤일링 서비스 플랫폼 파트너사와 협업하며 더욱 많은 실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 로보라이드의 레벨 4 자율주행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을까요? 그리고 로보라이드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국내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서울시 강남구 일대에서 로보라이드가 어떻게 주행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로보라이드를 개발 중인 현대자동차 자율주행기획팀의 도움을 받아 로보라이드를 체험해봤습니다. 

로보라이드에 장착된 고해상도 센서와 이를 설명하는 연구원의 모습

로보라이드에 적용된 고해상도 센서의 종류와 기능을 소개 중인 김준수 책임연구원

본격적인 체험 전, 운행을 기다리는 현대자동차의 로보라이드용 아이오닉 5를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일반 아이오닉 5와 다른 점이 있다면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위해 고해상도 센서 여러 개를 추가한 것입니다. 레이다(Radar), 라이다(LiDAR) 등의 센서를 곳곳에 장착한 덕분에 보통의 아이오닉 5와는 모습이 다르죠.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붕에 장착되어 차량 주변을 꼼꼼히 살피는 4개의 라이다입니다. 센서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 건 주변 환경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최적의 각도로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로보라이드의 시범 주행 중인 아이오닉 5의 실내에 제어기가 장착된 모습

로보라이드의 실내는 일반 아이오닉 5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실내 역시 일반적인 아이오닉 5와 다른 모습입니다. 주변 상황 해석을 위해 실내 곳곳에 카메라를 달고, 센터페시아 주변에 2개의 터치 스크린을 장착했습니다. 뒷좌석 공간은 승객이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비워둔 상태로, 보통의 아이오닉 5와 같았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다리를 편히 뻗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트렁크에는 복잡한 전자장비가 숨어있습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엄청난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로보라이드의 연산량은 하루에만 수 테라바이트(TB)에 달합니다. 

로보라이드에 장착한 여러 제어기 중 일부의 모습

로보라이드의 제어기 중 일부의 모습.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스템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아야 합니다

로보라이드의 엄청난 연산량에 대해 현대자동차 자율주행SW개발3팀 이완재 파트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도심에서의 자율주행은 연산량이 막대합니다. 고속도로 주행에 비해 훨씬 다양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이륜차와 같이 고속도로에는 없는 물체들을 모두 인지해야 하며, 주차된 자동차들도 피해야 합니다. 때로는 유턴 중 후진을 했다가 다시 전진해야 할 때도 있죠. 이처럼 시내 주행은 복잡한 요소를 전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연산량도, 연산을 위한 전력 소모량도 상당합니다. 개발이 더 진행되면 연산 최적화와 전력 소모 최적화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보라이드 시범 운행 중인 아이오닉 5의 2열 모습

뒷좌석 공간은 일반 아이오닉 5와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체험에 나설 차례입니다. 로보라이드 서비스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될까요? 로보라이드는 우선 카 헤일링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에서 출발지와 도착지 정보를 받습니다. 이후 완전한 자율주행 모드로 출발지에 도착해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죠. 현대자동차 자율주행SW개발3팀 김준수 책임연구원이 카 헤일링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설정하자 로보라이드용 자동차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인식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역 부근에서 역삼역 부근을 왕복하는 경로로, 상당히 교통량이 많은 구간입니다. 단, 출발지 근처는 어린이 보호구역이기에 자율주행 기능을 끈 상태로 차량에 탑승한 비상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현재의 법령으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레벨 4 자율주행 기능은 버튼 하나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레벨 4 자율주행의 첫 인상은 놀라웠습니다. 차로를 변경하며 힘있게 가속해 앞차와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 사람의 운전과 아주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레벨 4 자율주행차는 안전을 위해 아주 느리게 달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로보라이드용 자동차의 최고속도는 도심 제한속도인 시속 50km에 제한되어 있습니다. 실제 체험 시에도 강남 지역은 자동차가 많아 시속 50km까지 속도를 올릴 일이 드물었습니다. 

도심을 달리는 로보라이드 모습

로보라이드의 최고속도는 시속 50km에 제한되어 있습니다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보다 더 뛰어난 부분이 있다면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일례로 신호등은 초록색인데 로보라이드용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자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완재 파트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로보라이드용 자동차는 서울시에서 구축한 교통 신호 연동 체계에서 신호등 정보를 받습니다. 현재 신호가 남은 시간, 다음 신호 등을 알 수 있기에 미리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로보라이드의 기능에 대하여 설명 중인 연구원의 모습

로보라이드의 정보 활용 능력에 대해 설명 중인 자율주행SW개발3팀 이완재 파트장

이완재 파트장이 이어서 설명했습니다. “로보라이드용 자동차는 사람과 달리 절대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습니다. 방금 전에는 신호등이 초록불이었지만, 남은 시간 안에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멈춘 것입니다. 교통법규에서는 황색 신호에 진입을 금지하고 있죠. 차로 변경이나 유턴 또한 가능한 구역에서만 수행합니다. 물론 사람과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로보라이드용 자동차는 시내의 4차로 도로를 달릴 때 주로 2차로나 3차로를 이용합니다. 경험 많은 운전자처럼요. 덕분에 정차 차량으로 인해 차로를 바꿀 일이 적습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한 채 차로 가운데를 달리는 로보라이드용 자동차를 보니 문득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중 일부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해진 것이죠. 이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연구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개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심을 달리는 로보라이드 모습

로보라이드는 통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위치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보라이드용 자동차는 통신 기술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통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위치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정밀지도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고해상 센서를 통해 주변의 건물을 파악하고, 정밀지도와 대조하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왜 서울시 강남구에서 로보라이드 서비스를 시작했을까요? 강남구는 서울에서도 차량 운행이 많은 지역입니다. 그만큼 도로 위에서 돌발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사람에게도 운전이 까다로운 지역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자율주행 개발자에겐 시스템의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시험장소입니다. 다양한 문제점과 한계상황을 접하면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보라이드에 장착한 여러 제어기 중 일부의 모습

로보라이드의 주행 데이터는 레벨 4 자율주행 개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로보라이드용 자동차는 이상 발생 시 차량에 탑승한 비상 운전자에게 차량 제어권을 넘기고, 제어권을 넘긴 상황의 전후를 저장합니다.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당 상황을 연구용으로 저장하는 것이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기존 소프트웨어의 문제점과 한계상황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발과 검증 과정을 반복합니다. 해당 과정을 거쳐 개선한 소프트웨어를 다시 로보라이드용 자동차에 반영해 연구를 거듭하는 것이죠.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는 로보라이드의 모습

로보라이드용 아이오닉 5는 숙련된 운전자처럼 매끄럽게 도심 주행을 이어나갔습니다

로보라이드와 같은 레벨 4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도로를 누비기 위해서는 당연히 안전이 담보돼야 합니다. 따라서 로보라이드용 자동차에는 안전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이중화(Redundancy)죠. “로보라이드 자동차의 조향, 제동, 전력, 통신 등 다양한 기능의 부품은 이중화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한 부품이 고장이 나도 최외곽(가장자리) 차로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안전을 위해 이런 기술의 개발과 검증은 일반 도로에서 하지 않습니다. 일반 도로에서는 사소한 이상현상에도 비상 운전자가 차량 제어권을 받아 수동으로 조작하게 됩니다.” 김준수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자체 개발한 관제 시스템 또한 안전 장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제 시스템은 자율주행차량과 연결되어 차량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운행정보를 저장합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에게 주행 관련 지시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차량에 왜 원격보조가 필요한 것일까요? 현대자동차 자율주행기획팀 권기덕 책임연구원에게 물었습니다. 

로보라이드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 중인 연구원의 모습

원격보조와 관제 시스템의 역할에 대해 설명 중인 권기덕 책임연구원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을 논의할 때 추가로 언급되는 기술 중 하나가 원격보조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은 누군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체 개발한 관제 시스템에는 이런 원격보조 제어 기술을 일부 구현해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했습니다. 운영자는 특정 조건에서 자율주행 차량에 개입해 차로 변경을 지시하거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생성한 지역경로를 제한적으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율주행 차량도 특정 조건에서는 원격 운영자에게 개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권기덕 책임연구원이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안전에 관한 최종 판단은 자율주행 차량 내에 존재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수행합니다. 따라서 원격 운영자가 차로 변경을 지시한 경우라도 후방에서 다른 차량이 다가오고 있으면 차로 변경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등과 같은 행위 또한 수행하지 않습니다.” 

도심을 달리는 로보라이드 모습

현대차그룹은 로보라이드 서비스를 통해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현대차그룹의 로보라이드 체험이 준 감흥은 컸습니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가 성큼 다가온 기분이었죠. 물론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이 로보라이드 서비스를 통해 문제점과 한계상황을 찾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계속 갈고 닦는 이유입니다. 

건물 앞에 서있는 로보라이드의 모습

로보라이드용 차량에 적용된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의 일부는 우리를 곧 찾아올 예정입니다

참고로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의 일부는 곧 우리를 찾아올 예정입니다. 예컨대 레벨 4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정밀지도 등의 기술들이 레벨 3가 적용된 양산차에도 활용될 계획입니다. 이처럼 자율주행은 먼 미래에 갑자기 등장하는 기술이 아닌, 조금씩 우리 삶을 바꾸며 스며드는 기술입니다. 우리 모두의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사진.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