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0 현대자동차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자동차에도 서서히 스며듦에 따라 제조사들은 기능적으로 통합된 여러 기술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는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전보다 한층 단순하고 정교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7세대로 진화한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그랜저와 2세대 디 올 뉴 코나의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다. 두 모델에 적용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이런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극치를 보여준다.
특히 디 올 뉴 그랜저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파격적 디자인과 함께 조명 부품 하나로 좌우 주간주행등(Daytime Running Light, DRL)과 포지셔닝, 턴시그널 램프와 더불어 DWL(Dynamic Welcome Light) 기능까지 담아낸 기술적 성과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간접광 광학계, 옵틱 구조를 적용한 이중 이너 렌즈 등 지금까지 쌓여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조명 기술이 집약됐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라이팅비전설계팀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기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최신 현대차 모델들의 파격적인 인상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요소를 반영해서 완성한 결과물인가?
공미선 연구원 |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에 따라 전반적인 스타일링 콘셉트가 고려되었다. 이후 양산을 위한 개발 단계에서 외관의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램프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한 디자인 튜닝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단차와 같은 주변부와의 구조나 충돌 시의 안전성, 법규 같은 요소를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콘셉트를 충실히 구현한 것은 물론, 설계 측면에서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Q. 한눈에 봐도 구현하기 까다로운 디자인이다. 디자인 실현과 기술적 이슈 사이에서 이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었나?
공미선 연구원 | 개발 초기부터 제품의 생산, 변형, 충돌 등 예상되는 다양한 이슈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다른 차종보다 차량을 구성하는 시스템 단위의 검증을 더 많이 진행했다. 더군다나 라인 형태의 디자인은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미세한 티라도 하나 생기면 도드라지기 때문에 만듦새에 대한 완성도와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였다.
박문수 연구원 |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일체형 램프를 조립해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은 디자인 콘셉트를 구현하고자 각 부서의 담당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노력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기존의 분할된 램프에서 일체형 구조로 변경하며 어떤 기술적 가치가 더해졌는가?
박문수 연구원 | 이번 램프 구조에는 새로운 광학 기술이나 이론적으로 특별한 신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새로운 플래그십에 적용되는 요소인 만큼, 지금까지 축적된 현대차그룹 램프 기술력이 모두 투입됐다. 1.8m에 달하는 하나의 램프를 6.5mm에 불과한 가느다란 라인으로 구현하려면 높은 수준의 내구성 설계와 규정에 맞는 배광 성능을 충족을 위한 광학계 설계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호라이즌 램프’라는 콘셉트는 스타리아에서 시작됐지만, 이를 일체형으로 변경하는 기술과 노력은 플래그십 모델에 보다 슬릭하고 세련된 인상을 전해주기 때문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단일 부품 길이가 1.8m에 달한다. 이렇게 긴 부품을 일체형으로 제작하면 내구성이나 품질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박문수 연구원 | 스타리아와 같이 분할된 램프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부품이 길어지며 생산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가령 제품의 변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차체가 램프를 더욱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FEM(Front End Module) 구조를 개선하고, 램프 하우징 강성을 보강해 변형을 방지했다. 또한 일부 조립 공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여 조립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량을 최소화했다. 추가로 제품이 완성되면 외관이나 점등 상태 등의 검수 작업도 실시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Q. 가느다랗고 긴 조명에 충분한 광량과 함께 빛을 균일하게 내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나?
공미선 연구원 | 법규에 맞는 광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균일한 빛을 만들기 위해 많은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광학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램프 내부 렌즈를 이중으로 설계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램프 양 끝의 DRL과 중앙부 포지셔닝 램프의 색온도를 맞추기 위해 수차례의 검증을 진행했다. DRL과 포지셔닝 램프는 법규상의 최소 밝기가 100배 가량 차이 나기 때문에, 상이한 용량의 LED 유닛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LED 색상을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전류를 조절하는 여러 작업을 거쳐 부품 간의 상이한 색온도를 통일했다. 실제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보면 구간별 색상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Q. 이중 렌즈 구조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 주길 바란다.
박문수 연구원 | 기본적으로 내부 구조는 반사체를 활용하는 간접광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이너 렌즈가 1차와 2차로 이중 구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LED에서 발산된 빛은 반사면을 거쳐 1차 렌즈를 통과하는데, 이 렌즈의 전후면이 특수한 옵틱 구조로 이뤄져 빛을 퍼뜨림에 따라 배광 성능을 확보한다. 그리고 광확산 소재의 2차 렌즈가 램프 점등 시 빛 보다 정돈되게 보일 수 있도록 균일하게 확산시킨다.
Q. LED는 태생적으로 열이 낮지만, 200개가 넘는 유닛이 모이면 발열로 인한 성능과 내구성 저하 현상을 우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박문수 연구원 |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에는 기능별로 최적화된 방열 솔루션을 적용했다. 특히 높은 광량이 필요한 DRL 및 방향지시등을 구현하는 측면 부분의 방열 성능을 증대했다. 이와 반대로 포지셔닝 램프에만 적용되는 방열 구조에 대한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중량 최적화를 고려해 방열 구조 소재 및 사이즈에 대한 최적화 설계를 진행했다. 이런 효율적인 설계 변경을 통해 최적의 램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Q. 슬림한 램프 구조는 상대 운전자가 램프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데에 다소 불리할 것 같다.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별도의 대책이 있었나?
공미선 연구원 | 아무래도 두께가 6.5mm에 불과한 초박형 구조이다 보니, 다양한 각도에서 램프가 보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램프의 내부 렌즈를 외부 렌즈와 최대한 가깝게 배치해 빛이 최대한 큰 각도로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개발 단계에서 빛이 나오는 영역을 최대한 선명하게 만들고자 빛이 새거나, 보는 각도에 따라 점등 균일도에 차이가 생기는 현상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개선했다.
Q. 현대차그룹은 조명 기술 분야에서 도전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이러한 기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공미선 연구원 | 최근 현대차그룹 차종들의 램프는 디자인이 다채로우면서도 신기술도 앞장서서 적용하고 있다. 향후 이와 같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맞춰 램프 기술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자율주행 및 환경 키워드를 고려한 차세대 램프 기술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 중에 있다.
박문수 연구원 | 엔지니어 입장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검토하고 이를 구현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도전 정신을 북돋아주고,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시도하는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은 선도적인 기술 개발과 브랜드 발전의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것들이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조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