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2023 시즌을 함께할 i 20 N 랠리카 WRC 2023 시즌을 함께할 i 20 N 랠리카

2023.01.13 현대 모터스포츠팀 분량8분

꼭 알아 둬야 할 WRC 2023 시즌 체크 포인트

WRC가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올해 알아 두면 좋을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나무가 늘어선 숲을 달리는 i 20 N 랠리카

2023년 1월 19일, WRC가 몬테카를로 랠리를 시작으로 2023 시즌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현대 월드랠리팀 역시 새로 합류한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와 크레이그 브린(Craig Breen)으로 라인업을 보강하고 신임 감독 시릴 아비테불(Cyril Abiteboul)과 함께 타이틀 탈환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WRC는 13전 중에서 벨기에와 스페인, 뉴질랜드가 빠지는 대신 중남미의 칠레와 멕시코가 복귀했고, 새롭게 중부 유럽 랠리가 신설되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에 걸쳐 열리는 중부 유럽 랠리는 여러 국가가 공동 개최하는 최초의 WRC다. 

이번 시즌 달라지는 규정

드리프트를 하며 달리는 i 20 N 랠리카

2023 시즌에는 쉐이크다운 관련 규정, HEV 존 규정 등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올해 WRC는 규정 변화가 크지 않다. 새로운 경주차를 도입했던 2022 시즌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즌과 경기 진행 측면에서 이런 저런 변화가 생겼다. 우선 프리 시즌 테스트 기간이 기존 30일에서 21일(드라이버 1명당 7일)로 줄었다. 따라서 각 팀은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얻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대신 테스트 방식은 기존의 정해진 포맷을 따를 필요가 없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그래블 랠리의 오전 서비스 필수 제공도 사라졌다. 서비스는 자동차 정비나 세팅과 같은 작업을 뜻한다. 아침 경기 시작 전, 15분간 랠리카 정비를 받을 수 있었던 오전 서비스와 점심 서비스(30분)는 상황에 따라 허용되기도, 허용되지 않기도 한다. 저녁 서비스(45분)은 매일 받을 수 있다. 제3전 멕시코 랠리 일정을 보면 목요일 야간 스테이지가 있기 때문에 금요일 아침에만 15분 서비스가 있을 뿐,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는 서비스 없이 바로 스테이지를 시작한다. 참고로 요즘은 점심 서비스도 점차 없애는 추세다. 

경기를 위해 i 20 N을 정비하고 있는 메카닉

오전 서비스 및 점심 서비스는 상황에 따라 허용되기도, 허용되지 않기도 한다

엔진을 끄고 전기모터로만 움직여야 하는 HEV 존에 대한 규정도 추가됐다. HEV 존은 하이브리드로 바뀐 ‘랠리1’ 경주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구간이다. 올해부터는 스페셜 스테이지가 끝나고 최소 10km 이상 떨어진 위치에 HEV 존을 만든다. 경기 중 배터리를 바닥까지 긁어 쓴 랠리카들이 일정 구간을 주행하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이브리드 랠리카의 아이디어 구상 당시에는 이동구간(Liaison/리에존, SS를 연결하는 일반 도로)을 모두 전기 모드로 달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배터리 용량이 작기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 

현대 월드랠리팀의 새 식구! 라피와 브린, 그리고 아비테불 감독

WRC 2023 시즌을 이끌 현대 월드랠리팀의 구성원의 단체 사진

2023 시즌 WRC를 이끌 현대 월드랠리팀의 구성원

현대 월드랠리팀은 드라이버진을 개편했다.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은퇴 가능성을 시사했던 다니 소르도(Dani Sordo) 역시 계약을 연장했다. M-스포트 포드로 자리를 옮긴 타낙의 빈자리는 지난 시즌 도요타에서 활약했던 에사페카 라피가 맡는다. 1년만에 돌아온 크레이그 브린은 3번째 차를 소르도와 나누어 탈 예정이다. 


WRC 최초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도입된 지난해, 라이벌에 비해 참전 결정이 늦었던 현대팀은 신차 개발 일정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바쁘게 완성한 첫 경주차가 테스트 도중 사고를 당했다. 출전차 3대를 완성하기에도 빠듯했던 상황이니 개막전에서의 부진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현대팀은 제2전 스웨덴부터 꾸준히 포디엄에 올랐고, 제5전 이탈리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는 등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랠리카를 개선시켜 나갔다. 결과적으로 타낙 3승, 누빌 2승으로 팀 사상 최다인 5승을 거두었지만 도요타의 더블 타이틀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활짝 웃고 있는 티에리 누빌

2023 시즌에도 변함없이 티에리 누빌이 활약할 예정이다

드라이버진 절반이 바뀌는 올해에도 티에리 누빌은 여전히 중심을 잡고 있다. 벨기에 출신인 누빌은 현대팀이 지금의 체제로 WRC에 복귀한 2014년 합류해 줄곧 함께해 왔다. 지금까지 현대팀에서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2위 4번, 3위 2번을 차지하며 챔피언 후보로 항상 거론되고 있다. WRC 개인 통산 전적은 142회 출전에서 17회 우승/포디엄 55회다. 지난해에는 그리스와 일본 우승을 포함해 포디엄에 5번 올라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 역시 타이틀 획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 월드랠리팀에 새로 합류한 에사페카 라피

핀란드 출신의 에사페카 라피가 새롭게 합류했다

타낙의 빈자리를 메꿀 에사페카 라피는 핀란드 출신으로 1990년생이다. 원래 서킷 레이싱을 꿈꿨다가 자금 부족에 막혀 랠리에서 돌파구를 찾은 라피는 2010년 핀란드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핀란드 랠리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후 스코다를 거쳐 2017년 도요타팀을 통해 월드랠리카에 발을 들였고, 그해 핀란드 랠리에서 개인 통산 첫 승을 차지했다. 2019년에는 시트로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시즌 막판에 시트로엥이 갑작스레 퇴진을 선언하면서 자리를 잃고 말았다. 이후 M-스포트와 RTE-모터스포츠를 전전하던 라피는 지난해 토요타에 다시 합류해 7개 경기에 출전하며 챔피언십 9위를 차지했다.


라피는 현대팀의 일원이 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현대팀에 합류해 풀 시즌 참전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진정으로 꿈꾸었던 일이자 기회입니다. 현대팀은 지난 시즌 랠리카를 꾸준히 개발하여 모든 노면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2023 시즌은 매우 유망해 보입니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잔느 페름(Janne Ferm, 라피의 코 드라이버)와 함께 그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팀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현대 월드랠리팀에 합류한 크레이그 브린, 인터뷰를 하고 있는 다니 소르도

2019~2021 현대 월드랠리팀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크레이그 브린(좌)이 재합류했고, 다니 소르도는 은퇴 대신 잔류를 결정했다

40세를 눈앞에 둔 스페인 노장 소르도는 원래 은퇴를 고려했다가 잔류로 방향을 바꾸었다. 누빌과 마찬가지로 2014년 현대팀에 합류한 소르도는 풀 시즌 참전은 아니지만 항상 안정적인 득점으로 팀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 특히 지난 시즌은 손에 익지 않은 하이브리드 랠리카를 타면서도 5번 출전에 포디엄 3회라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i 20 N 랠리카의 전측면, 후측면

2023 시즌 i20 N 랠리1 하이브리드 경주차는 앞범퍼 상단이 더욱 날카로워진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리버리에도 소소한 변화가 더해졌다

소르도와 3번째 차를 나누어 탈 브린은 2019~21년 현대팀에서 활약했던 아일랜드 드라이버다. 2019년 합류 당시에 현대팀은 누빌만 고정 드라이버였고 세바스티앙 로브(Sebastien Loeb), 안드레아스 미켈센(Andreas Mikkelsen), 크레이그 브린, 다니 소르도 등의 드라이버는 유동적이었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브린은 2021년 5 경기에 출전해 3번이나 포디엄에 오르며 실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누빌과 타낙이 버티고 있어 풀 시즌 출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브린은 M-스포트로 이적을 단행했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개인 성적이 가장 좋았던 환경으로 복귀한 만큼 활약이 기대된다. 

현대 월드랠리팀을 이끄는 시릴 아비테불 감독

F1에서 활약하던 시릴 아비테불이 현대팀의 새로운 감독을 맡았다

지난 1년간 공석이었던 감독(principal) 자리도 드디어 결정되었다. F1 캐이터햄과 르노를 거치며 감독과 경영진으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시릴 아비테불이 맡게 되었다. 그는 WRC팀과 커스터머 레이싱 부문을 이끌게 된다. 그는 현대 모터스포츠에 합류하면서 아래와 같이 소감을 전했다.


“저는 2023년부터 현대 모터스포츠 감독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된 기회를 즐기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모터스포츠에서도 신중하게 주도권을 확보해 왔습니다. 강력한 경쟁력을 이미 입증한 WRC 외에 커스터머 레이싱 프로그램 관리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됩니다. 하루빨리 랠리 커뮤니티에 몰입해 이 멋진 스포츠에 대한 많은 것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저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아비테불 감독은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를 통해 공식 석상에 데뷔하게 된다.  

라이벌들의 현황

도요타팀의 드라이버 칼리 로판페라

도요타팀의 디펜딩 챔피언으로 주목 받는 칼리 로판페라, 사진 : WRC (https://www.wrc.com)

두 시즌 연속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한 도요타는 더욱 치열해질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아직 젊고 가능성이 무한한 디펜딩 챔피언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를 필두로 엘핀 에반스(Elfyn Evans)와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까지 일찌감치 드라이버 라인업을 확정했다. 로반페라와 에반스는 이번에도 풀 시즌 출전이다. 


2000년생으로 아직 22세에 불과한 로반페라는 지난해 사상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갈아치웠다. 에반스는 챔피언십 4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도요타팀의 야리마티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 감독은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다. 8번째 챔피언 타이틀 획득 직후 은퇴했던 오지에는 이번에도 일부 경기에만 참가한다. 지난해 6 경기에 출전해 우승 1번, 2위 두번으로 여전한 전투력을 보였다. 

도요타팀의 드라이버 타카모토 가츠타, 도요타팀의 랠리카 모습

2023 시즌부터 도요타팀의 3번 째 차를 타게 된 타카모토 가츠타, 사진 : WRC (https://www.wrc.com)

도요타 라인업 중 가장 달라진 부분은 가츠타에 대한 처우다. 지난해까지는 별도 팀(토요타 가주 레이싱 WRT NG)으로 엔트리됐기 때문에 가츠타의 득점은 토요타(가주 레이싱 WRT)에 합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 팀 3번째 차를 오지에와 나누어 탄다. 지난 시즌 가츠타는 포디엄 2회, 122 포인트로 챔피언십 5위에 올라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도요타는 ‘일본차, 일본인 드라이버’의 우승 기록을 노리고 있다. 참고로 도요타의 라트발라 감독은 이번 시즌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해 랠리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특히 현대팀에게 일격을 맞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거친 그래블 랠리에서의 성능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드라이버 라인업을 꾸린 M-스포트 포드

작년 성적이 부진했던 M-스포트 포드는 올해 드라이버 라인업을 새로 꾸렸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지난해 개막전에서 승리했던 M-스포트 포드는 이후 도요타와 현대팀에 밀려 허덕였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드라이버 라인업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크레이그 브린이 현대팀으로 복귀한데 이어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와 거스 그린스미스(Gus Greensmith)마저 빠졌지만 대신 2019년 챔피언인 오트 타낙을 얻었다. 2011년 최종전 영국 랠리에서 M-스포트 포드를 통해 WRC에 데뷔했던 타낙에게는 사실상 친정팀으로 복귀다. 하지만 현재는 팀 재정이 풍족하지 않다 보니 운영에 여유는 없어졌다. 


M-스포트 포드의 다른 경주차 한 대는 피에르 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의 차지가 되었다. 프랑스 C2 컴페티션팀 소속이었던 피에르 루이 루베는 2020~21년, 현대 i20 월드랠리카를 운전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M-스포트 포드에서는 4위 2번 포함 개인 통산 가장 좋은 성적인 13위로 시즌을 마쳤다. 

M-스포트 포드의 랠리카의 전측면

M-스포트 포드의 랠리카. 사진 : WRC (https://www.wrc.com)

개막전에는 또 한 대의 포드가 엔트리한다. 그리스 출신의 노장 조단 세르데리스(Jourdan Serderidis)가 프라이비터 자격으로 참전한다. 그는 지난해에도 포드 푸마 랠리1을 몰고 케냐와 그리스, 스페인 랠리에 참전했는데, 올해는 몬테카를로와 멕시코, 이탈리아와 케냐 전의 참가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M-스포트 포드에게 개막전 승리를 안겨주었던 세비스티앙 로브는 올해 다카르 랠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을 질주하는 다카르 랠리의 스케줄이 WRC 1라운드와 너무 가까운 것도 있지만 M-스포트가 타낙을 데려오느라 자금 여유가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눈길을 달리고 있는 M-스포트 포드 랠리카

M-스포트 포드의 랠리카. 사진 : WRC (https://www.wrc.com)

랠리1에서 밀려난 아드리안 포모는 M-스포트 포드 WRC2 클래스로 내려갔다. 참고로 올해 WRC2는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현대팀과 재계약에 실패한 올리버 솔베르그도 독일 톡스포트(Toksport WRT)를 통해 WRC2 클래스에 복귀한다. 솔베르그의 동료가 된 사미 파자리(Sami Pajari)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미 피자리는 2021년 주니어 WRC 챔피언인 핀란드 신예로, 2001년생이다. WRC3 챔피언 출신 요한 로셀(Yohan Rossel)은 이번에도 프랑스 PH 스포트로 나선다. 그 밖에 현대팀 육성 프로그램 출신인 룩셈부르그 출신의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 체코 출신의 유망주 에릭 카이스(Erik Cais)도 있다. WRC2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최상위 클래스인 랠리1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2023년 새해 벽두부터 랠리계에 슬픈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유튜브에서 각종 자동차 스턴트와 드리프트 영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려 온 켄 블락(Ken Block)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스노 모빌 사고로 55세의 나이로 고인이 된 블락은 WRC에 출전한 유일한 미국인이었다. 지난해에는 현대 i20 WRC를 타고 미국 랠리 시리즈(ARA)에서 4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십 2위로 시즌을 마치기도 했다. 

올해의 WRC 캘린더

(우로부터)현대 월드랠리팀과 도요타, M-스포트 포드 랠리카의 모습

WRC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몬테카를로에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2023년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개막전 몬테카를로를 시작으로 일본을 최종전으로 하는 13전 구성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3개 랠리가 교체되었다. 벨기에와 뉴질랜드, 스페인이 빠지는 대신 멕시코와 칠레 그리고 중부 유럽 랠리가 신설됐다. 누빌(벨기에)과 소르도(스페인)의 홈그라운드가 빠졌다는 점은 현대팀에게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WRC 유치를 원했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결국 캘린더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캘린더에서 빠졌던 중남미의 멕시코와 칠레가 오랜만에 복귀한다. 2019년에 WRC를 처음 개최했던 칠레는 이듬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와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국제 경기를 열 형편이 아니었다. 2020~21년에 아예 경기를 열지 못했던 칠레에 비해 멕시코는 국내 경기로 명맥을 유지하며 WRC 복귀를 기다렸다. 

2023 시즌 WRC 스케쥴 캘린더

이번 시즌 WRC 캘린더의 가장 큰 뉴스는 3개국 연합으로 열리는 중부 유럽 랠리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 파사우(Passau)에서 경기를 마감할 예정이다. 사실 WRC에서는 인근 다른 나라를 달리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다. 작은 도시국가인 모나코(몬테카를로)는 실제 대부분의 경기를 프랑스에서 치르고, 스웨덴 랠리는 가끔 노르웨이를 넘나든다. 


하지만 3개국 공동개최는 WRC 역사상 최초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독일 ADAC(자동차 클럽)는 타이틀 스폰서 문제로 WRC를 포기해야 했는데, 공동개최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중부 유럽 랠리는 단독 개최가 부담스러운 나라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코는 WRC2에서 강력한 입지를 지닌 스코다 브랜드의 고향이면서도 아직 WRC를 개최한 적이 없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알펜 랠리(Österreichische Alpenfahrt)라는 이름으로 1973년 WRC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던 경험이 있다. 

환호하고 있는 현대 월드랠리팀 드라이버들

중부 유럽 랠리는 독일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경유하는 코스로 열릴 예정이다

사실 중부 유럽 랠리는 독일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와 체코 3개국에 걸쳐 열리는 유서 깊은 이벤트인 3 도시 랠리(3 Städte Rallye)를 기반으로 한다. 3 도시 랠리는 유로피언 랠리 트로피, 오스트리아 챔피언십, ADAC 랠리 등에 포함되어 왔다. 올해 이 경기가 국제 규모로 확대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랠리1 시대를 힘겹게 시작했던 현대차는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초반에 놓친 승기를 되찾아 오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말이다. 지난 1년간 랠리카를 빠르게 개선해 온 i20 N 랠리1은 어느덧 어떤 랠리에서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투력을 손에 넣었다. 새로운 드라이버진, 신임 감독과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 지 관심을 기울일 때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어 온 현대 월드랠리팀의 저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글. 이수진(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