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경주차가 그리드를 출발하는 모습 벨로스터 경주차가 그리드를 출발하는 모습

2022.12.19 현대자동차 분량8분

TCR에 찾아온 큰 변화, ETCR에 쏠리는 이목

WTCR이 내년부터 ‘TCR 월드 투어’라는 새 이름과 함께 운영 방식을 바꾼다. 비용 절감과 환경 문제가 가져온 TCR의 변화와 ETCR에 부여될 역할에 대해 살펴봤다.

아반떼 경주차가 출발하는 모습

TCR 월드 챔피언십 WTCR이 내년부터 TCR 월드 투어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모터스포츠는 비용 증가와 환경 문제에 대한 압박에 차세대 전기차 레이스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전기 투어링카 ETCR 역시 그 중 하나다. 2021년 첫 시즌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 산하 쿠프라, 그리고 이탈리아 완성차 업체인 알파로메오가 각각 4대씩, 총 12대의 경주차를 투입 중이다. ETCR은 전기차 고유의 특성에 맞춘 새로운 경기 방식을 선보이며 무공해 모터스포츠 바람을 이끌고 있다.   

WTCR, 변화를 모색하다

아반떼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각지에서 펼쳐지는 TCR과는 달리, 세계를 순회하는 WTCR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 11월 20일,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투어링카 챔피언십 WTCR이 BRC 현대팀과 그 소속 선수인 미켈 아즈코나가 더블 챔피언(제조사 챔피언 및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하면서 마지막 시즌을 종료했다. TCR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성업 중이지만, 월드 챔피언십인 WTCR은 다양한 문제와 직면했다. 모터스포츠 업계에 불어 닥친 비용 절감과 환경 문제는 물론, 스폰서들 역시 화석연료를 태워 달리는 모터스포츠를 점점 기피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WTCR은 하이브리드화나 차세대 연료 도입 등으로 돌파하기에는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사태로 물류비까지 급등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결국 모터스포츠 규칙 등을 제정하는 FIA와 WTCR 프로모터인 DSC(Discovery Sports Events)는 2025년까지였던 계약 옵션을 폐기하고 판을 새로 짜기로 했다. 


다행히 이들에게는 2021년부터 준비해 온 전기 투어링카 시리즈 ETCR이 있다. 아직은 규모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발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TCR 레이스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TCR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투어링카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포맷, TCR 월드 투어

WTCR 경기를 치르는 모습

WTCR은 ‘TCR 월드 투어’라는 새 이름과 함께 경기 형식을 바꿀 예정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바로 TCR 월드 투어(TCR World Tour)다. WTCR 자체는 사라지지만 무대는 오히려 더 넓어진다. 내년부터 월드 투어 참여 선수는 다양한 TCR 시리즈 가운데 지정된 레이스를 순회하며 참가한다. 예를 들어 TCR 영국의 실버스톤, TCR 호주의 마운트 파노라마, TCR 유럽의 폴 리카르, TCR 아시아의 마카오전에 엔트리 하는 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받은 포인트를 바탕으로 연말 통합 경기에 참가한다. 월드 투어는 현재까지 호주의 마운트 파노라마 서킷만이 공식 결정된 상태. 올 시즌 호주 TCR 최종 라운드 무대였던 마운트 파노라마는 남반구에서 가장 유명한 서킷 중 하나다. 

현대 드라이버가 포즈를 취하는 모습

TCR 월드 투어는 각기 다른 TCR 레이스에서 모인 선수들로 ‘왕중왕’ 전을 치루는 것이 특징이다

TCR 규정을 사용하는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30여 개에 달하고, 경주차는 13개 브랜드의 1,000여 대가 있으며 드라이버는 650명 이상이다. 이렇게 많은 참가자 가운데 TCR 월드 투어 참가자 상위 15명, 나머지 전체에서 45명을 선발한다. 합계 60명이 연말에 통합 경기를 벌여 ‘TCR 왕중왕’을 가리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수많은 TCR 시리즈에 하나의 목표가 생기는 셈이다. 

같은 TCR 규정을 사용해도 규모와 환경이 다르니 적절한 분류가 필요하다. 국제 경기는 A5 등급, TCR 유럽 같은 지역 레이스는 A4.5 등급이고 내셔널 시리즈(A4), 내구 시리즈(A3.5), 기타 스프린트 시리즈(A3)로 구분한다. 그 밖에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점수를 차등 지급한다. 월드 투어 참가 선수들은 50%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렇게 매겨지는 전 세계 TCR 드라이버 통합 순위는 TCR 월드 랭킹 페이지(https://tcr-worldranking.com)를 통해 공개된다. 


최종 선발된 60명의 드라이버는 TCR 월드 투어 종료 후 한자리에 모인다. 4일에 걸쳐 진행될 통합전은 아직 일정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 각기 다른 무대에서 모인 선수들이 단판 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F3 마카오 그랑프리가 연상된다. 

투어링카 레이스의 새로운 미래 ETCR

벨로스터 경주차와 현대 드라이버의 모습

여느 모터스포츠와 마찬가지로 TCR 역시 전동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 없다

WTCR을 월드 투어라는 형식으로 간신히 살렸지만 사실 TCR의 미래는 전기차다. 환경 문제에 대한 압박이 현실이 되면서 모터스포츠 업계는 하이브리드, 나아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TCR 프로모터 WSC가 고안한 전기 투어링카 레이스 ETCR이다.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퓨어 ETCR(Pure ETCR)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으며 현재 현대차와 쿠프라, 그리고 알파로메오가 경쟁하고 있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ETCR의 경주차는 엔진 대신 고출력의 전기 모터로 뒷바퀴를 구동한다

양산차 기반의 섀시는 TCR과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엔진을 제거하고 모터를 사용해 뒷바퀴를 굴린다. 이를 위해 뒤쪽에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달 수 있게 했다. 동력 계통은 모든 차가 동일하다. 모터 2개씩 좌우 뒷바퀴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4모터 방식이라 좌우 구동력을 조절해 인위적으로 선회력을 만드는 토크 벡터링이 가능하다. 마젤렉(MAGELEC)이 공급하는 모터는 TCR보다 큰 힘을 낸다. 출력이 연속 300kW(402마력), 최대 500kW(680마력)에 달한다. 윌리엄즈(Williams Advanced Engineering)가 공급하는 800V 62kWh 배터리는 트랙에서 40km 주행이 가능하며, 1시간 만에 잔량 10%에서 9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강력한 토크에 견뎌야 하는 타이어는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한 가지만 사용한다. 보통은 기온에 따라 접지력을 극대화하는 소프트 타이어나 하드 타이어, 비가 올 때를 대비한 웨트 타이어 등 다양한 종류를 구비해야 하지만, 타이어를 통일하면 물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과 환경 모두에 이롭다. 게다가 ETCR은 탄소 배출이 항공운송에 비해 1/100에 불과한 배를 활용한다.

전기차 레이스의 딜레마

벨로스터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전동화 기술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내연기관 레이스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ETCR의 40km라는 주행거리는 레이스를 펼치기에 절대 만족스럽지 않다. 500kg의 배터리팩을 얹는다는 점도 그렇다. 양산차 베이스라 포뮬러 E는 말할 것도 없고 동급의 TCR 경주차와 비교해도 300kg이나 무겁다. 급가속과 급제동이 일상인 레이스에서 주행거리는 더욱 짧아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를 늘리면 주행거리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더 무거워지고 가격도 오른다. 전기 경주차가 가진 태생적 딜레마다. 더군다나 레이스에서는 효율을 위한 부드러운 가속이나 탄력 주행도 불가능하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에너지 스테이션에 정차한 모습

충전 문제로 인해 전기차는 아직 중장거리 레이스를 치루지 못하고 있다

충전의 번거로움 역시 난제다. 이 때문에 포뮬러 E는 초창기에 2대의 경주차를 준비해 레이스 도중 갈아타는 고육책을 내놓기도 했다. 몇 초 만에 연료를 채우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하는데 최소한 수십 분이 필요하다. 아직 중장거리 레이스에 전기차를 투입하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ETCR은 전기차 특성에 맞는 새로운 레이스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은 전기차 고유의 특성이라 당장은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ETCR은 여러 개의 단거리 레이스로 나누어 진행한다. 현재 ETCR에 참가 중인 경주차는 12대. 추첨에 따라 이들을 6대씩 임의의 2개 그룹(Pool Fast와 Pool Furious)으로 나누어 주말 내내 따로 경기를 벌인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ETCR은 모터스포츠에서는 보기 드문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이렇게 나눈 6대는 예선을 거쳐 다시 3대씩 2개 그룹으로 나눈다. 이후 준준결승(QF), 준결승(SF)을 치른다. 예선 상위 3명은 QF1, 하위 3명이 QF2다. QF1 1, 2위와 QF2 1위가 준결승 1(SF1)을 치루며, QF1 3위는 QF2 2, 3위와 함께 준결승 2(SF2)에 진출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6대가 겨루는 슈퍼파이널의 그리드가 결정된다. 랠리크로스의 경기 방식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아울러 예선부터 준준결승, 준결승, 슈퍼파이널까지 모든 레이스에 포인트가 지급된다. 예선은 15-12-9-6-3-0점, QF1은 20-15-10점, QF2는 15-10-5점이다. 또한 SF1은 25-20-15점, SF2는 20-15-5점으로 차등 지급된다. 마지막 슈퍼파이널(40-30-20-15-10-5)까지 점수를 모아 가장 득점이 높은 선수가 해당 경기 우승자가 된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스타팅 게이트와 같이 ETCR만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3대가 나란히 출발하는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위해서는 경마처럼 앞에 칸막이가 있는 스타팅 게이트를 준비했다. 재미와 함께 긴장감을 높여주는 장치다. 6대가 달리는 슈퍼파이널은 일반적인 스탠딩 스타트다. 한편, 경기 시간은 준결승과 준준결승 15분, 슈퍼파이널은 최대 20분 내로 진행한다. 4.381km의 헝가로링에서는 슈퍼파이널 5랩, 3km가 안되는 프랑스 포 빌은 8랩을 달린다. 이렇게 복잡한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충전 문제 때문이다. 

무공해의 상징, 수소 발전기 HTWO

벨로스터 경주차가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와 나란히 선 모습

ETCR은 경주차 뿐만 아니라 레이스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담고 있다

ETCR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그러모았다. 타이어를 사계절용 레디얼로 통일하고 운송은 항공 대신 탄소 배출이 적고 비용도 저렴한 배를 이용한다. 경기장 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도 금지다. 그리고 충전 스테이션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단독 공급하는 수소 연료전지(fuel-cell) 발전기를 사용해 공해물질 없이 전기를 생산한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와 나란히 선 모습

ETCR의 경주차들은 현대차그룹의 연료전지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내연기관 발전기를 사용한다면 무공해라는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따라서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는 ETCR에 있어 필연적인 선택이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는 1960년대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부산물로 등장해 지금은 자동차의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투싼 iX FC) 양산에 성공했다. 이어서 2018년에는 2세대 연료전지를 사용한 전용 모델 넥쏘를 출시하는 등 수소 연료전지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넥쏘에 사용된 연료전지 스택 2개를 결합한 ETCR용 발전기는 최대 160kW의 전력생산이 가능해 발전기 1개로 전기차 2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만들어내고 나면 물만 배출한다. 패키지 형태로 제작된 발전기는 극히 친환경적이면서 이동이 간편하고 소음도 적다. 

현대차의 첫 무공해 투어링 경주차, 벨로스터 N ETCR

벨로스터 경주차가 에너지 스테이션 옆에 정차한 모습

벨로스터 N ETCR은 680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닌 전동화 경주차다

현대차 최초의 EV 경주차인 벨로스터 N ETCR은 2018년부터 독일 알제나우의 현대 모터스포츠에서 개발되었고,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보강된 섀시는 뒤쪽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갖추었으며, 좌우 뒷바퀴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모터를 장비했다. 윌리엄즈에서 제공하는 65kWh 용량의 800V 배터리에서 전기를 공급받으며 기본 출력은 300kW, 부스트 버튼을 눌러 200kW(합계 500kW)를 더할 수 있다. 추월이나 거리 벌리기에 사용할 수 있는 부스트 버튼은 적절한 타이밍에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선에서는 500kW를 모두 풀어낸다. 

현대차의 ETCR 도전. 이제 3번째 시즌을 눈앞에 두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그리드에서 출발하는 모습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작년 여름이 되어서야 ETCR의 첫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

ETCR은 코로나로 인해 개발과 테스트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2020년 11월 WTCR 아라곤 라운드에서 스타트 게이트와 주행 시연을 선보였고 현대차 벨로스터 N ETCR, 쿠프라 e-레이서에 이어 알파로메오 줄리아가 참여하면서 챔피언십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었다. 


2021년 6월, 드디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페인, 덴마크, 헝가리, 프랑스의 5개 라운드로 첫 시즌을 치렀다. 현대차는 WTCR 엥슬러팀의 장 칼 버네이(Jean-Karl Vernay)를 필두로 개발 및 테스트 드라이버였던 아우구스토 파르푸스(Augusto Farfus), 그리고 존 필리피(John Filippi)와 톰 칠튼(Tom Chilton)을 엔트리 했다. 장 칼 버네이가 개막전 2위, 최종전 우승으로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2위로 선전했지만 제조사 포인트에서는 로메오페라리스에 1점 차이로 밀려 아쉽게 3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최종전이 열린 프랑스 포 아르노 서킷에서는 현대팀의 파르푸스와 버네이가 조 1위와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팀 득점과 경주차 합산 점수에서도 경쟁자들을 앞서 시즌 초반 전투력 부족에서 벗어났음을 입증했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투어링 레이스 출신 선수들이 속속 ETCR에 참전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ETCR은 올해부터 FIA의 공인을 받아 명실상부한 전기 투어링카 월드 챔피언십이 되었다. 애초 계획되어 있던 터키와 한국전이 각각 사전 요구사항 미충족과 물류 문제로 취소되었음에도 경기는 6개로 늘어났다. 아울러 전 BMW DTM 워크스 드라이버였던 아드리안 탐베이(Adrien Tambay)나 2012년 DTM 챔피언 출신의 브루노 스팽글러(Bruno Spengler) 같은 유명 드라이버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현대팀도 버네이를 제외하고 드라이버진을 완전히 갈아치웠다. WTCR에 BRC 현대 소속으로 참전 중인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와 미켈 아즈코나(Norbert Michelisz)를 엔트리 했고, 마지막 한 대에는 캐빈 세콘(Kevin Ceccon)과 니키 카츠버그(Nicky Catsburg)를 태웠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주행하는 모습

현대 드라이버 아즈코나가 포즈를 취한 모습

쿠프라 팀의 강세 속에서 현대팀이 분전하며 2위 자리를 사수했다

올해는 쿠프라 세력이 독주한 가운데 아드리안 탐베이가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가져갔다. 현대팀은 아즈코나가 이탈리아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며 드라이버즈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포디엄 횟수는 2번(우승 1회, 3위 1회)으로 줄었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오히려 올랐다. 


최종전 독일 작센링 예선에서 좋은 페이스를 보이며 순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아즈코나는 보디 파트가 규정을 5mm 초과해 예선에서 제외되었고, 준준결승 때 페널티까지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미첼리즈가 3위로 최종전을 마쳐 팀 챔피언십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벨로스터 경주차가 패독에 정차한 모습

WRC와 ETCR은 전동화의 흐름에 따라 모터스포츠도 발맞춰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WTCR 최후의 챔피언에 등극한 아즈코나는 내년 ETCR에서 현대차의 신차와 함께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신차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정보가 없다. 현대차가 올해 7월에 컨셉트카 RM22e를 공개하면서 TCR 경주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지만, RM22e는 TCR에 비해 덩치가 크고 앞뒤 2모터를 사용한 네바퀴 굴림, 그리고 다판클러치를 활용한 토크 벡터링 시스템(e-TVTC) 등 현행 ETCR 규정에 맞지 않다. 그래도 무게 중심이 낮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WTCR 시대의 끝을 더블 챔피언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한 현대차가 개발 중인 신형 ETCR 경주차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고, 청정하면서도 격렬한 질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이수진(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