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일원에 조성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 조감도 부산 북항 일원에 조성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 조감도

2022.11.18 현대자동차그룹 분량6분

2030 엑스포, 부산에서 마주할 ‘번영의 블루오션’

2030년 엑스포 유치에 나선 부산이 개최지로서 가진 경쟁력은 무엇일까?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의 저자 오룡이 부산의 지정학적, 문화 배경적 특징을 소개한다.

2030 부산엑스포 CI

부산이 도전장을 낸 2030년 엑스포의 개최지 선정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은 개최 7년 전에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의 표결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2023년 11월에 열리는 BIE 총회까지 남은 1년이 개최지 향배가 가려질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유치신청서를 제출했고, 12월에는 신청국 1차 발표(프레젠테이션), 올해 6월에는 2차 발표를 진행했다. 1차 발표는 화상으로 이뤄졌고, 2차 발표는 BIE 총회 현장에서 직접 했다. 이어서 9월에는 실행 마스터플랜을 담은 유치계획서를 제출했다. 신청국 발표는 앞으로 2~3회 더 이어진다. BIE 평가위원회는 유치계획서를 심사한 뒤 내년 상반기 중 현지 실사를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재계의 적극적 유치 활동은 물론 시민들의 참여와 지원이 절실하다. 개최국 정부의 입법·조직·재정·운영 역량과 함께 시민사회 호응이 주요 평가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BIE 회원국 대표 100여 명이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운집한 모습

2025 오사카·간사이엑스포 준비를 위해 모인 100여 명의 BIE 회원국 대표(사진: https://www.bie-paris.org)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BIE 회원국 170곳 중 3분의 2 이상이 출석한 상태에서 표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부산과 경합을 치르고 있는 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3곳이다. 사실 2030년 엑스포 유치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지난해 4월 유치신청서를 낸 러시아 모스크바였다. 


171년 세계박람회 역사상 한 번도 박람회를 개최한 적이 없는 러시아는 21세기 들어 엑스포에 대한 열망을 높여왔다. 러시아 제4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가 2020년과 2025년 엑스포 유치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다. 이번엔 수도 모스크바가 직접 나섰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목을 잡혔다. 러시아는 결국 2022년 5월 유치신청을 철회했다.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려는 국가들의 갈망

2010 상하이엑스포에 게양된 각국 국기의 모습

2010 상하이엑스포에 게양된 각국 국기

공교롭게 우크라이나도 2030년 월드엑스포 유치를 추진했다. 러시아는 신청을 철회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9월 유치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개최 의지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30년 엑스포 개최지 판도는 부산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 연기돼 2021년 10월~2022년 3월에 열린 2020년 두바이엑스포에서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 특히 회원국이 많은 중동, 유럽, 아프리카 공략에 공을 들였다. 사우디는 엑스포 개최를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초대형 인프라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파란 불빛의 사우디아라비아 전시관 아래에 많은 관람객이 운집한 모습

2020 두바이엑스포의 사우디아라비아 전시관

이는 요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미래형 스마트도시 ‘네옴시티’, 휴양레저도시 키디야 건설 등의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파드 알 라시드 리야드시왕립위원회(RCRC) CEO는 지난해 10월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2030년 엑스포는 ‘사우디 비전 2030’과 시기와 일치해 이 비전의 업적을 보여줄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전 2030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세운 개발구상이다. 중동의 맏형이자 중동의 유일한 G20 국가 사우디가 부산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된 것이다. 

등록박람회 최근 개최지를 보면 2000년 하노버, 2005년 아이치, 2010년 상하이, 2015년 밀라노, 2020년 두바이, 2025년 오사카·간사이 등이다. 대륙·국가별 형평을 따진다면 부산, 리야드, 로마 모두 감점 요인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BIE는 개최지 선정에 대륙 안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석양 풍경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유라시아-태평양 게이트웨이인 부산

여수항 야경 풍경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린 전남 여수시 여수항

우리나라는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등 두 차례 인정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럼에도 등록박람회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등록박람회와 그사이 열리는 인정박람회는 규모와 주목도, 영향력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개최 기간만 해도 인정박람회는 3개월 이내, 등록박람회는 6개월 이내다. 등록박람회는 인류 활동과 미래 비전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데 비해 인정박람회는 특정 분야의 국제적 관심사를 다룬다. 등록·인정박람회를 BIE 규정에서 알기 쉬운 직감적 용어로 바꾼 것이 ‘월드엑스포(world expo)’와 ‘전문엑스포(specialized expo)’다. 

전통 건축 양식이 가미된 상하이엑스포 전시관의 전경

2010 상하이엑스포 전시관

인정박람회는 박람회장 규모가 25만㎡ 제곱미터 이내로 규정돼 있는 반면 등록박람회는 제한이 없다. 참가국 전시관도 인정박람회는 개최국이 지어 제공하지만, 등록박람회는 개최국이 제공하는 부지에 참가국이 자국 경비로 짓도록 돼 있다. 그런 만큼 참가국의 역량이 투입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시 공간이 조성된다.


현대 엑스포는 개최국의 수도보다는 제2의 도시나 경제 수도에서 개최하여 성장동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박람회 역사를 살펴보면 19세기 말까지의 초기 박람회는 런던, 파리, 빈, 브뤼셀 등 유럽 수도들이 주도했다. 멜버른, 바르셀로나, 필라델피아 등도 박람회를 계기로 도시의 면모를 일신했다. 

1970 오사카엑스포 전시 모습

1970 오사카엑스포 전시 모습

20세기 들어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시애틀 등 경제 대도시들이 활약했다. 2차 대전 이후 현대 엑스포는 개최지가 다변화됐다. ‘아시아의 시대’ 개막을 알린 1970년 오사카엑스포가 변곡점이 됐다. 문화적 다양성의 자양분을 흡수한 엑스포는 더 이상 서방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공생의 문명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부산 같은 해양·항만도시가 유력한 개최지가 돼왔다. 밴쿠버, 세비야, 상하이, 두바이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은 국제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경쟁력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해양도시의 지정학적 이점과 역사성, 우수한 교통 인프라, 콘텐츠 문화 기반, 풍부한 국제행사 개최 경험 등이 부산의 비교우위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만나는 관문 도시로서 개항기 근대문물 수용의 창구, 산업화 시기 수출입 거점이 돼왔다. 오늘날 세계 6위 물동량, 세계 2위 환적항, 첨단 ICT 기반 스마트포트 시스템을 구축한 글로벌 물류 허브로 뻗어나가고 있다.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 편리한 접근성을 활용하여 동북아 교통·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부산, 협력·교육·혁신 등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다

부산시 일대의 풍경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시

부산은 2002년 월드컵·아시안게임,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14·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모터쇼, 게임전시회 G-STAR, 부산불꽃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서도 글로벌 전시역량을 축적해왔다. 


바다를 통해 사람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형성된 개방성과 포용성, 다양성이 부산을 글로벌 해양도시로 나아가게 했다. 현대 엑스포는 기술력 과시보다 인류 공통과제 해법 모색과 미래 비전 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은 전 세계 국가·시민들이 협력과 성공 경험을 나누고 체험하는 열린 마당을 펼치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부산이 걸어온 길은 엑스포 정신과 맞닿아 있다. 세계박람회유치기획단은 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부산은 BIE의 3대 핵심 가치인 협력, 교육, 혁신을 충실히 실천해온 도시로서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인류 공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월드엑스포 개최에 최적지”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운집한 관람객의 모습

지난 10월에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사진: https://www.biff.kr)

6·25전쟁 피란민을 포용하고 전쟁 중에도 교육을 멈추지 않았으며, 전후 한국의 수출산업에 혁신을 불어넣은 곳이 바로 부산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디미트리 케르켄테스 BIE 사무총장은 “오래 준비한 한국의 유치신청을 환영하며, 2030년 월드엑스포를 대전환과 긍정적 변화로 나아가는 미래 동력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뜻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개항과 교역, 전쟁과 개발의 최전선이 돼온 부산의 성장사는 엑스포가 1851년 런던박람회부터 견지해온 평화와 진보, 교류와 협력, 개방과 세계화 이념과 궤를 같이한다. 일찍이 조선은 1407년 교린(조선의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부산포와 내이포를 개방하고 왜관을 설치해 교역을 허용했다.


왜관은 정세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지만 조선 말까지 무역·외교 창구였다. 부산포는 일본에서 생산된 은을 중국으로 보내는 중계무역지이기도 했다. 두모포왜관, 초량왜관이 있었던 부산포가 오늘날 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이다. 북항은 부산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이 세계와 만나는 길목이라고 할 수 있다. 

불균형을 넘어 공존의 미래로

북항 자성대부두, 7부두와 부산항대교 야경 모습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인 북항 자성대부두, 7부두와 부산항대교 야경

부산은 6·25전쟁 때 두 차례에 걸쳐 1,023일간 권력 3부가 옮겨온 대한민국의 임시수도였다. 군사,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보루였다. 전국에서 밀려든 피난민을 용광로처럼 끌어안고 버텨냈다. 국난에서 민주주의와 한국의 운명을 지켜낸 부산은 부흥의 전진기지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데는 부산의 제조업과 해운산업이 큰 몫을 했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주역인 현대,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이 부산에 터를 잡고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대한민국은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세계 첫 사례, 반세기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유일한 나라다. 

동백섬 누리마루 넘어로 광안대교가 보이는 모습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렸던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그런 만큼 선진국과 개도국 각각의 눈높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 6·25전쟁 중 시작된 식량 원조 등 긴급구호를 받아들인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항이 없었다면 전쟁 수행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받았을 정도였다. 북항 부지에 ‘공적개발원조박물관’을 세우자는 제안도 나와 있다. 


개최지 선정에 한 표를 행사할 회원국들은 해당 엑스포에 참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산업 파급효과에 민감하다. 그래서 유치 활동에 나선 정재계 인사들은 부산이 인류 번영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포인트를 강조하고 있다. 기술혁신 대중화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많은 나라가 비전에 동참할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부산 북항 일원에 조성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 조감도

부산 북항 일원에 조성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 조감도

부산은 역동적 변화를 통해 성장해온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도시다. 성장의 모범사례인 한국에서 열리는 엑스포는 개도국에게 꿈과 희망의 좌표가 될 수 있다. 엑스포는 늘 시대를 앞선 주제의식으로 세계를 이끌어왔다. 부산은 엑스포를 통해 불균형과 부조화를 극복할 대전환의 시대정신을 발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전 지구적 협력과 조화, 공존의 삶을 모색한다. 사람과 기술, 자연 간 패러다임 대전환이 그 지향점이다. 인공지능, 확장현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퀀텀 컴퓨팅 등 ‘딥테크’ ICT 기술을 활용한 전시 공간·콘텐츠 창출을 통해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 설계를 제시할 예정이다. 



글. 오룡(칼럼니스트)

언론인 출신 작가, 번역·집필가로 인문학·문화·역사 분야 글을 쓰고 있다. 인류문명의 쇼케이스가 돼온 엑스포 역사에 매료돼 온갖 산물의 미시사를 탐구하고 정리했다.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신문 기자, 아시아기자협회 사무총장,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2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