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7 기아
EV6 GT는 최초 공개 당시부터 강력한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성능 전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라는 진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EV6 GT의 최고출력은 585마력(PS)에 달하며 75.5kg·m의 막강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에 불과하고 최고속도는 260km/h에 이른다. EV6 GT가 지닌 매력적인 성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EV6 GT는 강력한 동력 성능에 걸맞은 탄탄한 기본기까지 갖췄다.
이런 탄탄한 기본기는 정교하게 완성한 라이드&핸들링(Ride&Handling, 이하 R&H) 성능으로 대표된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역동적인 주행 경험과 완성도 높은 주행 품질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R&H란 구체적으로 어떤 성능을 말하는 걸까? EV6 GT의 R&H 성능을 개발한 R&H시험1팀 김상균 책임연구원과 주행총합시험팀 최민호 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일반 운전자에게 ‘라이드’와 ‘핸들링’은 낯선 단어다. R&H 성능이 좋으면 어떤 이점이 있나?
김상균 책임 | 오랜 시간 장거리를 편안하게 주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라이드 성능이 확보돼야 한다. 즉, 라이드 성능은 승차감으로 이해하면 쉽다. 핸들링 성능은 말 그대로 자동차의 ‘조종성’을 의미한다. 핸들링 성능이 좋은 차는 운전자 조작에 기민하게 반응해 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선사한다. 운전자는 이를 ‘조종하는 대로 차가 움직인다’고 받아들여 높은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차량 개발에서 라이드와 핸들링 성능을 함께 다루는 것은 두 성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R&H 성능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둘을 최상의 밸런스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R&H 성능 개발이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차량의 주행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ESC, TCS, ABS 등 주행과 관련된 전자제어 장치를 통해 차량의 주행 한계와 주행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운전자가 주행 한계까지 차량을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조종할 수 있도록 R&H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다. 즉, 주행 한계와 일반적인 주행을 모두 아우르는 최적화된 R&H 성능 개발 과정이다.
Q. R&H 성능이 뛰어난 차의 조건은 무엇인가?
김상균 책임 | 강건한 차체는 우수한 핸들링 성능의 기본 조건이다. 주행 중 운전대를 꺾으면 타이어가 비틀리면서 실제 주행 방향이 바뀌는데, 비틀리는 과정에서 운전대를 꺾고 실제 차의 방향이 변하기까지의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이때 차체 강성이 약할 경우, 차체의 탄성변형과 타이어 변형이 맞물려 지연 시간이 더욱 길어지며,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정확한 주행 피드백을 얻기 어렵다. 여기서 탄성변형이란 외부 응력에 변형됐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즉,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차체 강성 확보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Q. EV6 GT의 R&H 성능 향상을 위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개선했는가?
김상균 책임 | EV6 GT는 585마력에 달하는 고출력을 발휘하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조종 가능한 섀시 셋업과 핸들링 성능이 필요했다. 이에 R&H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섀시 부위의 강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차체 강성이 증대되면 운전대를 꺾었을 때 차가 반응하는 속도(지연 시간)가 보다 빨라지고 타이어를 노면에 정확하게 접지할 수 있어 노면 추종성도 향상되기 때문이다.
EV6 GT는 밑바탕이 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통해 충분한 차체 강성을 확보했기에 차체 보강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차체 보강이 이루어진 지점은 앞뒤 섀시 두 곳이다. EV6 GT의 전륜 서스펜션 스트럿타워 상단에는 스트럿 링을 추가해 국소 부위 강성을 높였다. 조향 시스템과 연결된 차체 부위를 강화해 민첩한 전륜 응답성(yaw response)을 얻은 것이다. 또한 뒤쪽 차체 좌우를 잇는 리어플로어 러기지 강성바를 더해 차체 비틀림을 감소시켰고 이를 통해 후륜 추종성을 높였다.
Q. 라이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김상균 책임 | EV6 GT는 ‘GT’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주행하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성격을 강조한다. 즉, 뛰어난 핸들링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차종인 셈이다. 만약,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셋업할 경우 승차감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EV6 GT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서스펜션 구조와 사양을 일부 변경해 두 가지 성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서스펜션에서 달라진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전륜 서스펜션 구조가 기존 맥퍼슨 스트럿에서 맥퍼슨 멀티링크로 변경된 점이다. EV6 GT의 맥퍼슨 멀티링크는 맥퍼슨 스트럿의 로워암을 두 개의 관절로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바퀴와 결합되는 너클부터 타이로드 앤드까지의 길이(유효암)가 늘어나 주행 진동을 상쇄하는 데 유리한 구조로 개선됐다.
두 번째는 가변 기어 스티어링(VGR)을 적용해 향상된 핸들링 성능에 대응한 점이다. EV6 GT의 VGR은 운전대 조향각이 15°까지 기어비 62mm/rev(revolution, 회전수)를 유지하며, 15°를 넘어서면 68mm/rev까지 증가한다. 여기서 기어비란 운전대를 한 바퀴 돌렸을 때 조향기구의 랙바(rack bar)가 ‘움직인 거리(mm)’를 의미한다. 랙바가 좌우로 움직여 앞바퀴가 조향되는 원리를 생각하면 기어비 수치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EV6의 기본 기어비는 60mm/rev이며, EV6 GT가 더욱 촘촘한 기어비로 보다 민첩한 조향 감각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댐퍼 감쇠력이 달라지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을 기본 적용한 점이다. EV6 GT의 ECS는 노멀 모드에서 낮은 감쇠력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스포츠/GT 모드에서 감쇠력을 대폭 상승시켜 차체 움직임을 보다 강하게 억제한다. 즉, 핸들링 특성에 맞춰 드라이브 모드별로 최적화한 서스펜션 셋업을 통해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모두 챙긴 것이다.
Q. 전기차는 섀시 제어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고 효과도 크다. EV6 GT에 적용된 섀시 제어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최민호 연구원 |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 시 출력이 발휘되는 특성이 다르다. 구동모터가 출발과 동시에 강력한 최대토크를 즉각 발현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가 전기차의 높은 출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섀시 제어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EV6 GT의 전동화 섀시 제어 기술은 듀얼 모터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응용해 개발했다. 전동화 섀시 제어 기술로 주행상황에 최적화된 구동력 배분이 이루어질 경우 뛰어난 핸들링 성능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주행 성능을 향상한 EV6 GT의 전동화 섀시 제어 기술로는 앞뒤 구동력을 배분하는 제어로직인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Dynamic Torque Control for Handling, DTCH)과 드리프트 모드, 그리고 뒷바퀴의 좌우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전자식 차동제한 장치(Electronic Limited Slip Differential, e-LSD)를 꼽을 수 있다.
Q. 앞뒤 구동력을 배분하는 제어로직인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이 핸들링 성능을 높이는데 어떻게 작용하는가?
최민호 연구원 |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은 최적화된 앞뒤 구동력 배분으로 핸들링 성능을 향상하는 기술이다. 가령 코너 주행 시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경우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이 앞바퀴 구동력을 줄이고, 뒷바퀴 구동력을 증가시켜 이를 해소한다. 듀얼 모터를 각각 제어하므로 기존 내연기관 AWD 차량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선형적인 핸들링 특성을 한계영역까지 구현할 수 있다. 여기에 드라이브 모드별로 차별화된 구동력 배분 제어까지 더해져 어느 상황에서나 만족스러운 운전의 재미를 전달한다.
Q. EV6 GT를 경험한 많은 운전자가 드리프트 모드에 높은 만족감을 표현했다. 드리프트 모드에서는 차량의 구동력이 어떻게 제어되는가?
최민호 연구원 | EV6 GT에 마련한 드리프트 모드는 원활한 드리프트 주행이 가능하도록 앞뒤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신규 제어로직으로 작동한다. 드리프트 주행 시에는 차량이 스핀하지 않고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앞뒤 구동력을 제어하고, 드리프트를 마치고 탈출 가속할 때는 앞바퀴 구동력을 증대해 그립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Q. EV6 GT에 탑재된 e-LSD는 어떤 원리를 통해 핸들링 성능을 높이는가?
최민호 연구원 | EV6 GT의 뒷바퀴에는 보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주행 역동성을 제공하는 전자유압식 e-LSD가 적용됐다. 코너 주행 시 좌우 바퀴 회전수가 달라지는데, 이때 e-LSD가 바깥쪽 바퀴에 더 많은 구동력을 전달해 언더스티어 성향을 억제하고 코너링 성능을 높인다. e-LSD는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할 때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좌우 바퀴가 헛돌아 회전수가 달라질 경우, e-LSD가 그립이 높은 바퀴에 구동력을 보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Q. 섀시 제어 기술 외에도 우수한 R&H 성능을 구현한 EV6 GT의 특징은 무엇인가?
최민호 연구원 | 타이어는 자동차의 R&H 성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면과 맞닿은 부분은 결국 타이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에서는 보다 높은 타이어 성능이 요구된다. 타이어가 출발과 동시에 발휘되는 전기차의 강한 출력을 견뎌야 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로 더욱 무거운 차체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고성능 전기차인 EV6 GT에서는 접지력, 핸들링, 승차감, 내마모성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출고용 타이어(OE)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S를 선정했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S는 고성능 타이어로 EV6 GT에 요구되는 횡방향 그립 성능, 종항뱡 그립 성능, 제동 성능, 우수한 승차감 등을 두루 만족한다. 또한 타이어 내부에 흡음재가 적용돼 로드노이즈를 감소시켜 높은 정숙성을 유지한다.
김상균 책임 | EV6 GT에는 수준 높은 R&H 성능을 완성하는 다양한 기술이 동원됐다. 우수한 핸들링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구현한 EV6 GT의 탄탄한 기본기는 바로 이런 노력들이 더해진 결과다. 더욱 많은 운전자가 EV6 GT의 역동적인 주행 경험과 완성도 높은 주행 품질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민성필